비극으로 끝난 사골집 딱새스토리
沙月 李盛永(2006.6.18)
    시골집 주변에 사는 딱새 한 쌍이 이른 봄에(4월)에 이미 7개의 알을 낳아 새끼를 쳤는데 5월 하순 또 현관 밖 신발장 밀집모자 밑에 알을 6개 낳아 품고 있는 중인 것을 보고 상경하여 ‘부지런한 시골집 딱새 스토리’를 올린 적이 있다.

    6월 6일 연성회 선조유적지 탐방, 6월 9일 아산회 덕유산 등산을 마치고 부랴부랴 시골로 내려갔는데 지난번에 복숭아 봉지는 거의 다 쌌지만, 배봉지를 싸지 못하고 상경했기에 급히 내려간 것이다.

    시골 일이 어디 복숭아와 배의 봉지 싸는 것 뿐이겠는가! 가뭄 때문에 말라버린 고구마 싹도 보충해서 다시 심고, 시드는 고추 모종도 갈아 심고, 참깨도 씨가 서지 않은 데를 많은 포기에서 뽑아 이식시키고, 모판에 자라고 있는 들깨 모도 뽑아다가 심고, 전번에 청매실(11Kg)로 따다 남은 황매실(22Kg)도 마저 따고, 서낭댕이 밭 뚝의 단호박 넝쿨이 올라갈 울타리도 만들어 주고, ---
신발장 위 밀집모자 아래 딱새 알 6개가 있었는데---

    6월 11일 시골집에 도착해서 짐들을 내리는데 딱새 어미가 감나무로, 빨래 줄로 왔다 갔다 하는데 입에는 잡은 벌레를 물고 둥지 앞에 사람이 있으니까 안절부절 하면서 사람이 비켜주기를 기다린다.
입에 벌레를 물고 서성이는 에미 수컷
입에 벌레를 물고 서성이는 에미 암컷

    불현듯 딱새알 생각이 나서 신발장 위 밀집모자부터 들어 보았다. 예상한대로 6마리 딱새 새끼가 앙증스럽게 꼬물거리고 있다. 에미가 온 줄 알고 눈은 뜨지도 않은 상태인데 먹이를 서로 저 달라고 입을 벌리고 있는 품이 정말 신기하다. 바로 ‘생명의 신비’를 실감할 수 있는 풍경이다.
밀집모자 속의 새 생명

    그러나 6월 14일 아침. 간밤에 월드컵 축구 조별 리그 G조 우리 한국이 토고에 2:1로 역전승하는 통쾌한 장면들을 보고 잠자리에 든 기분 좋은 아침인데, 집사람이 밖에 나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얼른 나가보니 신발장 위의 밀집모자는 뒤로 재껴져 있고, 딱새 둥지에 새끼는 한 마리도 없고 텅 빈 집만 남아 있었다.

    간밤에 토고에 이겨 온 나라가 온통 흥분의 도가니 속에 휩싸여 있을 때 이 신발장 위에서는 자연법칙, 야생의 법칙 에 따른 무자비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현상이 있었던 것이다.

    필경 시골집에서 새끼까지 치며 상주 주인노릇을 하고 있는 야생 고양이의 짓이 분명한 것 같다. 그 도둑고양이가 어떻게 알아냈을까? 딱새 새끼 여섯마리를 한 마리씩, 아니면 한 입에 털어넣고 깨물었을 승자 도둑고양이, '짹!' 소리 한 번 못지르고 스러져 갔을 패자 가냘픈 딱새 새끼들---, 딱새 새끼 6마리는 이 사진 두 장으로 이 세상에 왔던 흔적을 남기고 사라져 간 것이다.

    나는 귀경하여 여섯마리 딱새 새끼가 먹이를 절 달라고 고개를 빼고, 노란 입부리를 벌리고 있는 사진을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올리고 커퓨터를 열 때마다 바라보고 있다.
약육강식의 현장, 텅빈 딱새 둥지

    이렇게 해서 부지런한 시골집 딱새의 두 번째 자손 번식 사업을 비극적인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천적이 접근하기가 용이한 곳에 둥지를 튼 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딱새 부부는 새끼가 참변을 당한 그날 두어번 거실 문 밖을 날아들었는데 그 이후로는 18일 상경할 때까지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어디에서 사라진 새끼를 생각하며 슬퍼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미 '과거지사' 로 돌리고 새 삶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딱새는 이번 실패를 거울 삼아 내년에는 더 안전한 곳을 물색해서 둥지 틀고, 새끼 치는 일을 계속 할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종(種)의 보존(保存)' 을 위하여 그들에게 부여된 천부적인 의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만 이 의무를 벗어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