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래향과 왕거미
沙月 李盛永(2013. 10. 23)
♪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이 노래 가사는 나이 지긋한 사람이면 누구나 흥얼거리는 '울고넘는 박달재'의 한구절이다.

날씨는 점점 쌀쌀해 오는데 언제 영하로 떨어질지 몰라 야래향을 월동차 캐서 집안으로 들여놓아야 한다. 내일 상경하니 오늘 해야 할 일이다.
꽃을 피우고 밤에만 향기를 내뿜는 시골집 야래향
오늘 가지를 자르고 캐들여야 한다.
* 야래향 이야기 바로가기(클릭) : 야래향
언제부터인가 시골집 야래향 나무에 큼직한 왕거미 한마라가 거미줄을 치고 열심히 사냥을 하여 걸린 벌래들을 거미줄로 챙챙 감아서 겨울 먹이로 저장하고 있었다.
하루 지나면 저장한 먹이가 한 둘씩 늘어나고 있다. 마치 우리 부부가 봄-여름동안 씨앗을 뿌리거나 거름 준 나무에서 열매를 따서 말리고 깎아 널고 있는 것과 같이---

그런데 오늘 야래향 나무를 뽑아 실내로 들이려면 이 왕거미도 끝장이다. 쳐 놓은 거미줄도 망가지고, 저장해 놓은 겨울용 먹이도 허탕이 된다.
야래향은 밖에서 월동을 못할 뿐만 아니라 추위에 약해서 전번 나무도 너무 늦게 캐들이는 바람에 동해를 입어 죽어버려 다시 꽃집에 부탁해서 산 것이다.
꽃집 아가씨가 야래향은 추위에 약하니 11월 되기 전에 캐들이고 이듬해 5월 이후에야 내다 심어라 하였다.

왕거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할 수 없다. 대신 그동안 왕거미의 노고를 생각해서 거미 영상과 저장한 먹이 영상을 찍어 여러 사람들에게 보이고, 이 파일에 저장할 생각이다.
야래향 나무의 왕거미 영상
왕거미가 저장한 월동용 먹이들
<추신> 가지가 잘려진 야래향
이 파일을 완성하여 홈피에 올리고 밖에 나가보니 이미 집사람이 야래향 가지를 싹 잘라 놓았다.
집사람은 왕거미 집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아무 꺼리낌없이 잘랐다니 오히려 잘된 일이다.
다락방으로 옮겨진 야래향과 천사의 나팔
여기서도 어려움은 있다.
가을겆이 끝나먼 자주 내려오지 못하니
오랫동안 물을 주지못하여 시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발 무사히 월동하여 내년에 다시 꽃을 활짝 피우고
밤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기를 내 뿜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