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哉(선재)는 나의 선고(先考 휘 鉉玉)의 字(자)이다. 선고의 유품 속에서 한시(漢詩) 3수를 발견했는데, 아마 부항면 일원의 동갑네들이 계를 닦고, 仙岩臺(선암대)와 三友臺(삼우대)에 계원(契員)들의 이름을 새기고, 잔치를 벌리면서 계원들이 시 한수씩 지은 것을 선고께서 기록해 놓았는데, 그 속에 선고의 시 3수가 들어있었다.
(1) 韻(운): 關歡間竿還(관환간간환)
戊午同庚結緣關(무오동경결연관) 무오년에 동갑네들이 결연(契)을 맺어서
大業誠銘仙岩臺(대업성명선암대) 큰 일 하자고 정성스레 선암대에 새겼네
親信敬睦共樂歡(친신경목공락환) 서로 친하고, 믿고, 공경하고, 화목하게 함께 즐겁게 지내자고
落城設 言燕 山水間(낙성설연산수간) 낙성 잔치를 산수간에 벌렸도다.
古松棲鶴仙遊局(고송서학선유국) 노송에 학이 깃들고, 신선이 바둑 두는데
請客相勸吟飮啖(청객상권음음담) 청객들은 서로 권하고, 마시고, 먹는구나
柳枝垂絲魚釣竿(유지수사어조간) 버드나무 가지 실처럼 늘어져 낙싯대 되고
醉興不覺日暮還(취흥불각일모환) 취흥에 젖어 날 저무는 줄도 모르는구나.
善哉(선재) 李鉉玉(이현옥) 延安後人(연안후인)
戊午同甲契(무오동갑계) 刻仙岩臺(각선암대) 設落成式時(설낙성식시) 押韻(압운: 定型詩)
(2) 韻(운): 成淸情迎明(성청정영명)
三道峰下遂契成(삼도봉하수계성) 삼도봉 아래서 계를 맺어
仙岩結實幾牽年(선암결실기견년) 선암대에서 결실을 본지 몇 년이 지났던고
午 人齊 先得洗心淸(오제선득세심청) 무오년에 계를 닦은 우리들 먼저 마음을 씻어 맑게 하고
頂會講論新日情(정회강론신일정) 모여서 강론하니 날이 갈수록 정이 새로워지는구나
耕讀生涯五車書(경독생애오거서) 밭 갈면서 독서하여 많은 책 읽으면
利臭相從知己合(이취상종지기합) 몸에서도 이로운 냄새가 나니 서로 만나 맘이 통하는 참된 친구 되네
修身齊家三乎迎(수신제가삼호영) 수신제가를 세 번 불러 맞이하니
金蘭永久后鮮明(금난영구후선명) 후세까지 곱고 영원히 밝을것일세
沙月(사월) 善哉(선재) 李鉉玉(이현옥) 延安後人(연안후인)
(3) 韻(운): 天連邊緣年(천연병연년)
三友臺名普登天(삼우대명보등천) 삼우대 이름이 하늘까지 올라가 퍼지니
高峰奇岩古松裡(고봉기암고송리) 높은 봉우리, 기이한 바위, 노송 속에 솟아있네
傳世后孫不絶連(전세후손불절연) 후세에 끊어지지 말고 이어 전할지어다
水碧沙明兩岸邊(수벽사명양안변) 양안 물가에 물 푸르고, 모래 반짝거린다고
此日此 言燕 雲樹會(차일차연운수회) 오늘 이 잔치에 구름과 나무처럼 모였으니
人生諸事惟夢覺(인생제사유몽각) 인생 제사가 꿈만 같이 생각되누나
相勸相吟亦一緣(상권상음역일연) 서로 권하고, 마시니 역시 이 한 인연도
勿盡百歲又潤年(물진백세우윤년) 백세에 다하지 말고 또다시 연년이 남을지어다.
沙月(사월) 善哉(선재) 李鉉玉(이현옥) 延安後人(연안후인)
나는 한시에 대한 감상(感賞)과 시평(詩評)을 할 능력이 없다. 그렇지만 선고의 고달팠던 생애를 조금은 알고 있는 터라 선고께서 이런 시를 남길 수 있었다는 그 자체가 놀랍고, 감격스럽다.
선고께서는 일제의 핍박이 극에 달하여 기미독립운동의 기운이 한창 무르익던 1916년(丙辰)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 농촌에 살면서도 농토가 제대로 없었으니 자연 살림이 궁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젊은 나이, 서당에 다니며 수학해야 할 시기에 해인동(海印洞)으로 대야동(大也洞)으로 금점(金店: 金鑛)에 다니면서 날품을 팔아야 했고, 집에 있을 때는 땔나무를 해와야 했다. 땔나무 하는 날은 오전 일찍 번개같이 한짐 해다 놓고, 말랑지나 있는 서당엘 가서 학동들이 점심 먹으러 간 사이 써고 버린 신문지에다 글씨 연습을 하고 또 해서 신문지가 검은 보자기가 되도록 연습했다고 한다. 글공부는 주로 밤에나 비가와서 일을 못하는 날 독학을 했다. 그야말로 주경야독(晝耕夜讀) 한 것이다.
그러다가 일본으로 돈 벌러 갔다. 나도 정확히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 화가산시(和歌山市)인가에 있다는(?) 야하다철공소(?)에서 일했다는 이야기와 2년인가 번 돈을 가지고 와서 건넌들 논 10마지기(정확히 1960평)를 샀는데, 돈이 모자라서 외할아버지(휘 辛正鉉, 月谷에 살았다.)가 대납하고, 그 돈을 벌기 위해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
건넌들 논 10마지기 매매계약일이 小和17년(1942) 2월 18일이고, 잔금을 치룬 후 매도증서를 받은 날이 3월 31일이니까 일본을 간 해는 1939년쯤 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해 선고께서는 24세이고, 또 그 해 음력 1월 6일에 내가 태어났다. 그러니까 선고께서는 내가 태어난 후 첫돐도 지나기 전에 일본에 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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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매계약서와 매도증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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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인 三原孝一(삼원효일)은 일본인이고,
매수인 延城鉉玉(연성현옥)의 ‘延城(연성: 노부시로)’ 은 창씨개명(創氏改名)시 김천 일원 연안이씨의 성씨(姓氏)이다. |
건넌들 논 열 마지기를 산 이후로 우리집은 형편이 좀 펴쪘던 것 같다. 논을 산지 3년 후인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았다.
그런데 1939년에 부항소학교(釜項小學敎, 현 釜項初等學校)가 이미 개교했지만 그 때 선고는 24세로 학령(學齡)이 지난지 오래다. 그래서 선고께서는 서당(書堂)은 가난해서 갈 수가 없었고, 소학교는 학령이 이미 지나서 갈 수가 없었으니 한학(漢學)도 신학(新學)도 배울 기회를 갖지 못했던 불우한 세대였다. 오직 독학과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유일한 배움의 길이었다.
그러나 이순(耳順)을 넘긴 1978년 무오년(戊午年), 63세 때에 동연배들이 수계(修契: 金蘭契) 하고, 잔치를 벌리면서 (1)번 시를 지었고, 그 후년에 (2), (3)의 시를 지은 것으로 생각된다. 독학과 주경야독으로 닦은 글이다. 또 선암대(仙岩臺: 金蘭臺)와 삼우대(三友臺: 投竿臺)에 계원 명단을 새겼는데 그 글씨가 선고께서 쓴 유적(遺跡)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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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란대(金蘭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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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의 선암대(仙岩臺) 이름이 금란대(金蘭臺)로 고쳐진 것으로 생각됨.
先考(휘 李鉉玉)의 글씨이며, 오른쪽에서 아홉번째 先考가 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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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간대(投竿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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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보를 막았기 때문에 물과 자갈과 모래가 차올라 바위의 반이 묻혔음.
先考(휘 李鉉玉)의 글씨이며, 오른쪽에서 아홉번째 先考가 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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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蘭會案(금란회안) 丙辰生(병진생: 1916) |
序(서)
會名金蘭何謂作也易曰二人同心其利斷金同心之言其臭如蘭云而書曰云士知己而死尋常知舊志己相合死且不避況同庚之人哉惟我丙辰生情若同氣而雲從龍風從虎同聲同應同氣相救心往身來其利臭也金蘭困泊於生涯隨風聚散定鄕無處西郊春風共欣盃酒南樓翫月相和牙琴平生逸趣捨此何有哉慶弔患亂憂其憂樂其樂一心同體見月盟焉
(회명금란하위작야역왈이인동심기리단금동심지언기취여란운이서왈운사지기이사심상지구지기상합사차불피황동경지인재유아병진생정약동기이운종용풍종호동성동응동기상구심왕신래기리취야금란곤박어생애수풍취산정향무처서교춘풍공흔배주남루완월상화아금평생일취사차하유재경조환란우기우낙기낙일심동체견월맹언)
(해석) 우리 모임의 이름 '금란(金蘭)'이 무엇을 이르는 말로 지었는가 하면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두 사람이 마음을 합치면 그 날카로움은 쇠(金)를 자를 수 있고, 마음이 합친 말은 그 향기가 난(蘭)과 같다'고 하였다.
또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선비가 지기(知己: 진정한 친구)이면 死尋常知舊志己相合死且不避況同庚之人哉(번역 중)' 라 하였다. 오직 우리 병진생 친구들은 정서(情序)가 같고, 기질이 같고 또 구름을 따르는 용이요 바람을 따르는 호랑이로 한 소리(聲)를 내고, 한가지로 응(應)하는 같은 기질이라 서로 구하고, 마음(心)과 몸(身)이 오가(往來)니 그 날카롭고 향기가 풍긴다.
금란(金蘭)회원들은 곤박(困泊)한 생애를 살고 있지만 바람따라 모이고 흩어지고
會則(회칙)
一 名稱(명칭)=本會(본회)는 金蘭會(금란회)라 칭함
二 構成(구성)=會員(회원)은 本會(본회) 趣旨(취지)를 讚同(찬동)하는 丙辰生(병진생: 서기1916년)으로 組織(조직)한다.
三 目的(목적)=相互親睦(상호친목)을 圖謨(도모)하고, 患亂相救(환란상구)를 目的(목적)으로 한다.
四 任員(임원)=本會(본회)는 다음과 같이 人員(인원)을 둔다. 會長(회장) 一名(일명), 總務(총무) 一名(일명), 有司(유사) 二名(이명)
五 會長(회장)과 總務(총무)는 特別(특별)한 境遇(경우)를 除外(제외)하고는 連任(연임)을 原則(원칙)으로 하고, 有司(유사)는 每年(매년) 更送(갱송)한다.
六 定期總會(정기총회)는 陰(음) 十一月十日(11월10일) 로 定(정)하고 臨時總會(임시총회)는 會長(회장)이 臨時召集(임시소집) 할 수 있다.
七 基本會費(기본회비)는 正租(정조: 벼) 二斗(2말: 20근)과 現金(현금) 一百원(100원)으로 定(정)한다.
八 事業(사업)=本會(본회)의 事業(사업)은 다음과 如(여)히 定(정)한다.
會員死亡時(회원사망시)는 麻布(마포) 一匹(1필)과 濁酒(탁주) 五斗(5말)를 基本金(기본금)으로 支給(지급)하고, 其他(기타) 慶弔儀(경조의)는 各者(각자) 任意(임의)로 한다.
會員名簿(회원명부)
李夏鐘(이하종) 全州人(전주인) 斗垈(두대) 正月四日生(1월4일생)
李三述(이삼술) 延安人(연안인) 富龍(부용) 正月十三日生(1월13일생)
李天坤(이천곤) 星州人(성주인) 富龍(부용) 二月十四日生(2월14일생)
李奎燦(이규찬) 星山人(성산인) 竹田(죽전) 四月二十八日生(4월28일생)
崔敬麟(최경린) 和順人(화순인) 葛坪(갈평) 六月四日生(6월4일생)
李鉉玉(이현옥) 延安人(연안인) 沙月(사월) 六月五日生(6월5일생)
鄭龍錫(정용석) 東來人(동래인) 葛坪(갈평) 七月十三日生(7월13일생)
李鉉珙(이현공) 延安人(연안인) 沙月(사월) 七月十七日生(7월17일생)
張宰燦(장재찬) 德水人(덕수인) 春川(춘천) 八月十三日生(8월13일생)
鄭京龍(정경용) 迎日人(영일인) 富龍(부용) 八月十八日生(8월18일생)
李杞永(이기영) 延安人(연안인) 沙月(사월) 八月二十九日生(8월29일생)
姜俊錫(강준석) 晉州人(진주인) 柳村(유촌) 九月二十九日生(9월29일생)
金洙龍(김수용) 金海人(김해인) 丹坪(단평) 十月十七日生(10월17일생)
金福龍(김복룡) 金海人(김해인) 末尾(말미) 十一月二十七日生(11월27일생)
李鉉宰(이현재) 延安人(연안인) 沙月(사월) 十二月八日生(12월8일생)
金相龍(김상룡) 旌善人(정선인) 春川(춘천) 十二月九日生(12월9일생)
金容錫(김용석) 光山人(광산인) 竹田(죽전) 十二月十九日生(12월19일생)
許八淑(허팔숙) 金海人(김해인) 只是(지시) 三月二十日生(3월20일생)
裵炳卓(배병탁) 星州人(성주인) 春川(춘천) ----生(생)
金成濟(김성제) 慶州人(경주인) 下垈(하대) 三月二十三日生(3월23일생)
李康泰(이강태) 全州人(전주인) 大坪(대평) 四月十日生(4월10일생)
李得漢(이득한) 安東人(안동인) 安磵(안간) 十二月二十日生(12월20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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