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의 선조유적 탐방 (2004. 6. 6) |
| 진암공(晉庵公) 휘 천보(天輔) 생가 전경(경기도 문화재 제5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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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延 星 會 |
| 盛 永엮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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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가평의 선조유적
가계도(家系圖)
월사공(휘 廷龜)
백주공(휘 明漢)
청호공(휘 一相)
빙헌공(휘 嘉相)
진암공(휘 天輔)
익헌공(휘 文源)
금석공(휘 存秀)
결언
선조유적지 탐방 실적------ ---별첨 1
월사공과 백주공의 시조- ------별첨 2
걸인 이문원 이야기(야사)-- --별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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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평의 선조유적 탐방내용 |
▶ 상면 태봉리 태봉
(1) 삼대대제학(三代大提學: 月沙, 白洲,靑湖) 묘소와 신도비
(2) 경덕사(景德祀)와 영녕사(永寧祀)
(3) 월사집(月沙集) 장판각(藏板閣)(경기도문화재 제133호)
(4) 삼정문(三旌門)
▶ 상면 연하리 반계
(1) 진암공(晉庵公), 익헌공(翼憲公), 금석공(金石公) 묘소
(2) 진암공 생가(경기도 문화재 제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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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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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사공(月沙公) 휘 정귀(廷龜) |
▶ 개요
● 자(字) 성징(聖徵), 호(號) 월사(月沙), 보만당(保晩堂), 치암(癡菴), 추애(秋崖), 습정(習靜),
시호 문충(文忠)
● 명종19년(1564) 서울 청파리(靑坡里) 생, 인조13년(1635) 졸, 수 72
● 배(配): 정경부인 안동권씨(安東權氏)
● 묘(墓): 인조13년(1635) 8월 용인 선영에 장사하였다가 인조 17년(1639) 8월에 가평 조종현(朝宗縣)으로 이장, 지관의 말에 따른 것
● 부조전(不?典)- 영녕사(永寧祠:공을 비롯하여 청호공 휘 一相, 진암공 휘 天輔, 급건공 휘 時秀 모심)
▶등과(登科)
● 선조18년(1585) 22세로 사마시(進士)에 급제
● 선조23년(1590) 27세로 문과 증광별(增廣別試)에 급제
▶ 역관(歷官)-예판 9회 등 6조판서 역임, 양관 대제학 2회, 우/좌상
● 선조23년(1590) 문과 급제, 승문원 권지부정자(權知副正字:종9품)에 선발
● 선조25년(1592) 여름, 왜구가 쳐들어오자(임진왜란) 임금이 자주 공경(公卿: 정승과 판서)를 불러 전쟁 수행을 논의할 때 공을 가주서(假注書: 임시주서인듯, 정7품)로 임명하여 임금을 측근에서 보필.
임진왜란 때 공은 상중(선조26년 12월 1일 부친 삼등공 졸)이었는데 상을 제대로 치루지도 못하고 의주 행재소를 향하다가 성천에 이르렀을 때 세자(광해군)시강원 설서(說書:정7품)에 임몀됨
세자를 따라 명(明)나라에 들어갈 때 사관(史官)에 임명되었으나 경연(經筵)을 주재하기 위하여 급히 소환되어. 세자시강원 사서(司書:정6품), 병조 좌랑(佐郞:정6품), 이조 좌랑 역임.
● 선조30년(1597)에 부친상을 치루고 돌아와 병조 정랑(正郞: 정5품)에 복귀하고 승문원 교리(校理: 종5품)와 한학 교수를 겸직.
명나라 마제독(馬提督)의 종사관으로 남정(南征)하여 전주에 이르렀을 때 다시 문서를 관장하기 위하여 조정으로 소환되어 대소 기의(機宜: 상황에 따라 생기는 긴급한 일)와 문서 작성을 관장.
성균관 사의(司議:정4품), 승문원 교리(校理: 종5품), 한학 교수를 겸직하고, 세자시강원 필선(弼善:정4품)도 겸직, 사헌부 집의(執議:종3품), 승정원 동부승지(同副承旨:종3품), 대신들이 주청하여 승문원 부제조(副提조: 정3품) 겸직.
병조 참지(參知: 정3품), 대신(?)이 청하여 비변사(備辨司) 부제조(副提조: 정3품)도 겸직.
● 선조31년(1598) 가선대부(嘉善大夫:종2품) 공조 참판(參判: 종2품) 특진,무술변무(戊戌辨誣)부사(副使) 명에 갔다 와서 호조 참판(參判: 종2품), 예문관 제학(提學:종2품) 겸 동지의금부사(同知義禁府事:종2품)
● 선조33년(1600)호조 판서(判書: 정2품) 겸 의인왕후(懿仁王后: 선조 전비) 국장도감 제조(提調: 정2품), 와 지경연사(知經筵事: 정2품) 예조 판서(判書: 정2품), 계속 의인왕후 국장도감 제조(提調: 정2품) 겸무, 세자시강원 우빈객(右賓客: 정2품) 겸직
● 선조34년(1601) 홍문관과,예문관 대제학(大提學: 정2품)으로 지성균관사(知成均館事: 정2품) 겸직.
의정부 좌참찬(左參贊: 정2품)이 되어 명(明) 조사(詔使) 원접사로 용만에 가서 오래 기다렸으나 오지 않고 병이 나서 평양 영위사(迎慰使)로 옮김.
유영경 등이 모략, 환조(還朝: 조정으로 돌아와))하여 대제학, 빈객, 경연의 직을 사양하여 해직.
● 선조36년(1603)예조 판서(判書: 정2품)에 복직되고 빈객에 다시 기용.
● 선조37년(1604) 세자책례주청사(世子冊禮奏請使)
다녀온 후 언관들이 영상 유영경의 사주를 받아 역관을 늘려 데리고 간 것을 탄핵하여 임금이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자청하여 경기도 관찰사(觀察使)
● 선조38년(1605) 조정에서 국(局)을 설치하여 동국시문(東國詩文)을 선집(選輯) 할 때 윤근수, 이호민이 공이 필히 참여할 것을 아뢰어 공은 왕래하면서 참정(參定).
● 선조38년(1605) 경기 감사 임기 만료 후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 정2품) 겸 지춘추관사(知春秋館事: 정2품)과 지의금부사(知義禁府事: 정2품) 겸직, 가을에 과거시(科擧試)를 주관.
영상 유영경과의 불화로 모든 공직을 사양하고 두문불출, 선조40년(1607) 지춘추관사(知春秋館事: 정2품)에 환직.
● 선조41년(1608) 선조 승하로 국장도감 제조(提調: 정2품), 선조대왕의 행장(行狀) 찬, 병조 판서(判書: 정2품), 광해가 의혹과 꺼리는 것이 많아 오랫동안 궁성 경비를 강화해 왔기 때문에 완화할 의견을 폈다가 파면되고, 다시 세자시강원 빈객(賓客: 정2품) 겸 지경연사(知經筵事: 정2품)와 지성균관사(知成均館事: 정2품).
● 광해1년(1609) 명나라에서 사제칙사(賜祭勅使) 웅화(熊化)가 오자 접대를 담당. 태감(太監) 유용(劉用)이 와서 책례(冊禮)를 선포하니 호조판서 김수로 하여금 접대케 하고 공이 접반(接伴),
예문관과 홍문관 대제학(大提學: 정2품) 겸직.
실록청 부총재(副摠裁)로써 선조실록(宣祖實錄)을 수찬(修撰),
다시 예조 판서(判書: 정2품) 숭정대부(崇政大夫: 종1품)에 가자(加資),
이조 판서(判書: 정2품)
● 광해7년(1515) 형조 판서(判書: 정2품),
호조 판서(判書: 정2품)
● 광해8년(1616) 관복주청사(冠服奏請使: 광해군의 어머니 공빈(恭嬪) 김씨(金氏)의 면복(冕服: 왕후 추존을 말함)로 명에 감.
돌아오기 전에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 종1품)와 보국숭록대부(輔國崇祿大夫: 정1품)에 가자
사신 복명후 병을 핑계하고 모든 관직을 사임.
● 광해11년(1619)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 종1품)에 제수하고 진주사(進奏事)로 명에 갔다가 신원(伸寃)하여 칙서를 가지고 돌아오려 할 때 신종(神宗) 붕어하자 공이 청하여 무영전(武英殿)에 행례(行禮)
● 광해12년(1620) 변무주청사(辨誣奏請使-강홍립 투항)
다녀와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 정2품),
공조 판서(判書: 정2품)
● 광해14년(1622) 명나라 감군자사(監軍刺使) 양지원의 접반사(接伴使)
● 인조1년(1623) 예조 판서(判書: 정2품) 겸 지경연사(知經筵事:정2품)와 판의금부사(判義禁府事:종1품) 의정부 우찬성(右贊成: 종1품)에 이어 좌찬성(左贊成: 종1품)으로 세자이사(世子貳師: 종1품),
명(明) 사신 왕(王), 호(胡) 두 명나라 책봉조사(冊奉詔使)가 오자 관반사(館伴使),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 종1품)로서 예조 판서(判書: 정2품) 겸직.
● 인조4년(1626) 강일광, 왕몽윤 두 명나라 조사(詔使) 관반사(館伴使),
좌찬성(左贊成: 종1품)으로 예조 판서(判書: 정2품) 겸직.
● 인조5년(1627)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병조 판서(判書: 정2품) 겸직.
● 인조6년(1628) 7월 의정부 우의정(右議政: 정1품)
곧 이어 좌의정(左議政: 정1품)으로 세자부(世子傅: 정1품) 겸직
● 인조12년(1634) 입기로소(入耆老所: 70세 이상, 국가 원로로서 지금의 국정자문위원에 해당)
▶ 공적(功績)과 미담(美談)
● 공에 관한 만사록(輓詞錄) 찬자(撰者)
행장(行狀): 좌의정 문충공 포저(浦渚) 조익(趙翼)
시장(諡狀): 대제학, 우의정 문충공 계곡(溪谷) 장유(張維)
묘지(墓誌): 이조판서 문정공 택당(澤堂) 이식(李植)
신도비명(神道碑銘): 좌의정 문정공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
● 외교활동
(사신)
- 선조31년(1598) 가선대부(嘉善大夫:종2품) 공조 참판(參判: 종2품)에 특진하여 무술변무(戊戌辨誣) 부사(副使)로 명에 갔다(대성공)
- 선조37년(1604) 세자책례주청사(世子冊禮奏請使) 정사(正使)로 명나라에 다녀옴(실패)
- 광해8년(1616) 광해군의 어머니 공빈(恭嬪) 김씨(金氏)의 면복(冕服:왕후 추존을 말함)을 청하는 주청사(奏請使) 정사(正使)로 명에 다녀옴.(성공)
- 광해12년(1620) 광해11년 강홍립을 도원수로 하여 1만 군사가 명나라 원군으로 출정하여 심하전투에서 도원수 강홍립과 부원수 김경서가 조기 항복하고 조명군이 대패한 후 명나라에 이를 해명하기위한 변무주청사(辨誣奏請使) 정사(正使)로 명에 다녀옴(성공)
이 때 명나라 신종이 죽고 광종이 즉위하여 명나라 조정은 공을 황제의 즉위식에 하반(賀班)으로 참석토록 허락하였는데 이는 전에 없던 이례적인 예우였다.
또 좌유덕 왕휘는 공에게 '조천기행시(朝天紀行詩)'를 청하여 보고 스스로 서문을 지어 출판케 하였고, 서승 엽세현등이 이 판본을 가져다가 강남지방에 널리 퍼트리기도 하였다.
(귀국 후 권관들이 대간들을 사주하여 공을 탄핵상소 하는 빌미가 되기도 하였다)
(외사 접반)
월사공이 중국 사람들을 접촉한 사례를 그의 행적에서 찾아보면
① 선조27년(1594) 공은 원접사(遠接使) 종사관(從事官)으로 외교문서작성을 관장하고,또 중국어에 능통하여 어전통관(御前通官)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한편 외사접반(外使接伴)의 일을 많이 했는데 명나라 사헌이 사신으로 왔을 때 원접사 이덕형의 종사관으로 뽑힌 이래 여러 차례 명나라 사신 접대.
② 명나라 경리 양호가 평양에 와서 우리나라 군병(軍兵), 성지(城池), 양도 (糧道) 등 군사관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이, 호, 병 삼조 판서를 불렀으나 조정에서는 그로 하여금 대신 왕래케 하였는데, 공은 원군 장수를 대하는 행동과 접반에 빈틈없이 하면서 우리의 의견을 충실히 전하였고, 또 제독 마귀를 따라 남정하여 전주까지 갔다가 다른 임무 때문에 소환되었다.
양호와의 대화 내용과 행적을 엮어 「양경리첩(楊經理帖)」을 지어 올리니 임금이 명군 장수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어 크게 탄상(歎賞)하였다.
③ 공이 성균관 사예(司藝)로 있으면서 세자시강원 필선(弼善)을 겸하고 있을 때 하루는 당직청에 있는데 명나라 양안찰사(梁安察使)가 갑자기 궐 밖에 와서 임금이 접견하려는데 통역관이 없어 공에게 통역 하도록 하였다.
공은 명사와 서로 눈이 마주치면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그의 말이 떨어지기 전에 그 뜻을 임금에게 전하여 한치의 실수도 없었다. 접견이 끝난 다음 임금이 몹시 기뻐하며 "이정구의 재주가 이렇게 훌륭한 줄은 몰랐다"고 하면서 관직을 7계급이나 뛰어 올려 동부승지(同副承旨: 정3품)
④ 월사가 동부승지로 있으면서 승문원 부제조를 겸하였는데 명나라 장수가 관왕묘(關王廟: 관우의 사당) 낙성식에 임금이 함께 제사 지내기를 청하여 어가가 이미 떠났는데 미처 제문(祭文)이 준비되지 않아 임금이 몹시 당황하면서도 사신(詞臣: 지제교)을 부르지 않고 공에게 제문을 짓도록 하였다. 그자 지늠 제문을 보고 임금과 명나라 장수가 마음에 흡족해 하였다. 일이 끝난 후 공을 병조참지로 영전시켰다. 이후로 모든 예빈(禮賓) 행사 때는 공을 꼭 임금 곁에 있게 하였다.
⑤ 선조31년(1598) 월사가 지은 무술변무주(戊戌辨誣奏)는 그의 문장이 중국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된다.(상세내용 별도 '무술변무주')
⑥ 진왜란이 끝나고 명나라에서 고천준, 최정건 두 조사(詔詞)가 왔을 때 공이 원접사가 되어 비로
소 평시의 예에 따라 소홀함이 없이 접반하였다. 원접사로 떠날 때 임금이 방한모를 하사하였다.
⑦ 해1년(1609) 명나라에서 사제칙사(賜祭勅使) 웅화(熊化)가 오자 접반 하였는데 웅화는 공의 시문을 보고"글자마다 당나라 시인(이백, 두보)의 혼이 박혀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 황화집(皇華集)」의 서문을 부탁하여 써 주었더니 훗날 월사가 중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 융숭한 대접과 공무의 편의를 제공했다.(공과 웅화의 인연에 관해서는 '延安李氏이야기'291쪽'妃非則飛'참조)
⑧ 이 외에도 월사가 명나라 사람들과 공사적으로 접촉한 사실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이 많다.
- 광해 년( ) 명나라 사신 태감(太監) 유용(劉用)이 와서 책례(冊禮)를 선포하니 호조판서 김수로 하여금 접대케 하고 공이 접반(接伴)
- 인조1년(1623) 왕(王),호(胡) 두 명나라 책봉조사(冊奉詔使)가 오자 관반
- 인조4년(1626) 강일광, 왕몽윤 두 명나라 조사(詔使) 관반(館伴)
● 무술변무주(戊戌辨誣奏)
선조30년(1597) 정유재란 1년 후 조선에 나와 있던 경략 형개 휘하의 병부(明 兵曺) 주사(主事: 실무자) 정응태가 조명연합군의 1차 울산성전투가 끝나고 2차공격을 준비 중에 명군 장수 양호 등과 조선 조정을 싸잡에 20여가지를 무고하여 이듬해 조선관련 5가지(誘倭入犯, 愚弄天朝, 交通倭賊, 稱宗稱祖, 朋欺天子)를 변무하기 위하여 공모하였는데 변무주문에 월사공의 것이 채택되어, 이항복을 정사, 공이 병조참지로 특진하여 부사로 임명되어 명 나라에 가서 황제와 조정 요로에 통쾌히 변무.
이 때 공이 지은 변무 주문은 중국에서 높이 평가 받아 공의 문장이 중국전역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延安李氏이야기 207쪽 戊戌辨誣奏이야기'참조)
이 때 비화 한가지. 칭종칭조(稱宗稱祖) 문제에서 공은 주문(奏文)에서 「소방(小邦: 우리나라) 전세(前世)로부터 국내 신민이 그릇 사존(私尊)하기 위한 인습(因襲)을 고치지 못한 것으로 법도에 어긋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위법과 거역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썼는데 영의정 유성룡이 " 이 일은 큰 일로 주책(誅責: 엄하게 꾸짖음)이 클 것인 즉 사실대로 자백할 일이 아니다"하며 의 견이 달랐다.
그러나 선조는 "군신(君臣)간은 부자(父子)간과 같은 것이니 어찌 꺼릴 것이 있겠는가"하여 고치지 않고 공이 쓴 원문 그대로 하기로 하였다.
명나라에 가서 변무주를 황제에게 올리고 논의 할 때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황제가 중신들을 둘러보며"군(君)을 섬김에 있어서 이렇게 숨기고 꺼려함이 없으니 참으로 예의의 나라다"고 하며 흡족해 하였다.
그 후 명 나라 장수나 사신이 선조를 배알할 때면 모두가 '상주문(上奏文)이 좋은 문장'이라고 칭송하였고, 국내 선비들도 앞 다투어 전송(傳送)하였다.
또 정응태가 무고에서 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에 실려있는 조일간의 외교문서에 왜국연호를 대서(大書: 크게 쓴 글씨)하고 명나라 연호를 분서(分書: 주해로 작게 쓴 글씨)한 것을 물증으로 제시한 '교통왜적(交通倭賊)'.즉 조선이 왜적과 은밀히 통교하면서 반명(反明)을 획책하였다는 문제는 변무하기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공은 변무주에서 「春秋因魯史所作大書(춘추인노사소작대서) 魯元年其下分註周平王幾年(노원년기하분주주평왕기년) 亦可因此而有疑於尊周之義乎(역가인차이유의어존주지의호) 況其國王關白皆書死尊奉者果若是乎(황기국왕관백개서사존봉자과약시호)」라 하였다.
이를 해역하면 "공자(孔子)가 쓴 춘추(春秋)는 노(盧)나라 사기(史記)인고로 노나라 원년을 대서(大書)하고, 그 아래 주(周) 평왕(平王) 몇 년이라 분주(分註)하였는데 이것도 존주(尊周: 주나라를 존경함)의 의혹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하물며 의혹받고 있는 해동제국기에는 그 나라(왜국)의 국왕(國王)과 관백(關白)의 이름까지 모두 사자(死字: 작게 쓴 글씨)로 썼으니 이것이 과연 그들(왜국)을 존봉(尊奉: 높이 받듬)하는 것이라 하겠습니까?"라고 되묻고 있다.
월사는 당시 중국 황제로부터 모든 사대부가 존경하고 그 가르침을 기본적인 행동강령으로 삼고 있는 공자를 끌어들여 그(공자)가 한 데로 한 것이 조선과 왜국이 은밀히 통교하면서 반명을 획책한 물증이냐고 되묻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 반론도 제기할 수 없도록 야무지게 변무하고 있다. 또 해동제국기에 왜왕과 관백의 이름을 사자로 쓴 것을 들어 이것이 왜를 높인 것이냐고 반문한다.
참으로 공의 기발한 착상이요 세심한 관찰력이 아닐 수 없다.
● 폐모론(廢母論) 반대
광해8년(1616) 명에 다녀 온 직후 조정에서는 폐모론(廢母論: 인목대비를 폐하자는 여론)이 일자 병을 칭하고 두문불출하여 폐모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이후 광해 기간 내내 당시 실세들의 공격을 받아 늘 위험한 처지에 놓였으나 광해군의 비호 아래 무사하였다. 광해군이 공을 비호한 것은 대명외교 등 그의 정권 유지에 공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 유고(遺稿)-증보문헌비고
(서적류)동국시문(東國詩文)(선조38년, 1605, 경기감사)
(저술류)동인제작시부(東人製作詩賦, 선조38년, 1605)
(사기류)선조실록개수(宣祖實錄改修, 인조원년, 1623)
(유가류)서연강의(書筵講議), 대학강어(大學講語,선조27년, 1594)
(문집류)월사집 68권(부록5권 포함) 별집 7권, 총 75권
● 월사집(月沙集)
(내력) 임진왜란 이전의 글은 병화로 분실하고, 저자의 자편고(自編稿)를 졸한 다음해(인조14년, 1636)에 문도 최유해가 공주에서 전집을 목판으로 초판하였으나 50여년 동안에 파손,
손자 매간공 이익상과 당질 지촌공 이희조가 민정중의 도움을 받아 중간을 계획하고 숙종46년(1720) 대구에서 별집 7권을 포함하여 중간
1982년 경문사에서 연세대학교 소장본으로 영인 발간하였고, 1991년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규장각 소장본을 대본으로 편찬하였으며 2001년에 국역
(장판각 藏板閣) 숙종46년(1770) 증손자 이희조가 월사집을 중간 목판이 대구 용연사에 보관되어 오다가 일제 1928년 절측의 요청으로 충북 옥천 이원으로 옮겼다가 1987년 가평 상면 태봉리 삼대대제학 묘하로 이전 보관
숙종14년(1688) 제작 원집 63권의 815판, 숙종46년(1720) 제작 별집 7권의 79판, 1930년 제작 연보 2권의 53판, 총 77권 2책의 목판 947판
월사집외에 이은상(李殷相)의 동리집(東里集) 목판 ( )판도 함께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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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판각 내부 목판 보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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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사집 내용)
서문: 왕휘(汪煇), 강왈광(姜曰廣), 양지원(梁之垣) 이상 明人, 장유(張維),
송시열(宋時烈) 등의 서문 5편
1-18권: 1800여수의 시 수록, 주지번(朱之蕃),웅화(熊化),양지원(梁之垣)등 명나라 사신과 함께 수행했던 이항복(李恒福),이안눌(李安訥), 권필(權?),차천로(車天輅) 등 문필가들과 수창한 것과 사신으로 오가며 접한 장관, 풍물, 세태 등을 보고 느낀 감회를 읊은 사행시(使行詩).
각 권에 <삼사수창록(三木差酬唱錄)> <무술조천록(戊戌朝天錄)> <갑진조천록(甲辰朝天錄)> <병진조천록(丙辰朝天錄)> <경신조천록(庚申朝天錄, 115수)> <동사록(東木差錄)> <빈접록(賓接錄)> <폐축록(廢逐錄,182수)> <권응록(倦應錄,830수)> 등으로 명명.
19-20권: 대학강어(大學講語)-삼사수창록과 상통
21권: 무술변무록(戊戌辨誣錄)-주문(奏文: 조선의 왕이 황제에게 올리는 '丁主事應泰參論本國辨誣奏') 1편과 정문(呈文) 4편-무술조천록과 상통
22권: 주문(奏文) 13편
23권: 자문(咨文) 16편
24-25권: 계문(啓文) 2편, 게문(揭文) 68편
26권: 연중계사(筵中啓事) 7편, 연중강의(筵中講義) 5편
27권: 계사(啓事) 20편
28권: 의문(議文) 18편
29권: 소문(疏文) 17편
30-32권: 차문(箚文) 60편
33권: 잡저(잡저) 5편, 책문(策問) 8편
34권: 간첩(簡帖)-웅화, 왕휘, 마총(馬?) 등 명 문인과 수답한 편지글
35-36권: 서독(書牘)-이항복,신흠,김장생 등 국내인사들과 수답한 편지
37권: 용인포은선생서원기(龍仁圃隱先生書院記) 등 기문(記文) 12편
38권: 유기(遊記)-유천산기(遊千山記),유각산기(遊角山記),유의무려산기
(遊醫巫閭山記) 등 11편
39-40편: 서문(序文)- 태극문변서(太極問辨序) 등 29편
41권: 발문(跋文)- 회재선생오잠망기당서후발(晦齋先生五箴忘機堂書後跋) 등 9편과 2편의 상량문
42-56권: 비지류(碑誌類)- 신도비명 26편, 묘갈명 23편, 행장 5편, 제문 37편
60-63권: 남궁록(南宮錄)- 9회의 예조판서 국가 전례(典禮)가 문제될 때 개진한 의견 100여편
부록 5권: 23편의 제문(祭文), 33편의 만사(輓詞)
● 대학강어(大學講語):
선조27년(1594) 월사가 30세로 춘방(春坊: 세자시강원)의 강관으로 있을 때 명나라 경략(經略: 원정군의 감독관) 송응창이 정주에 머물면서 강학에 자문을 요구하여 황신(黃愼)과 함께 월사가 선발되어 대학장구(大學章句)를 강론하였다.
이 때 명나라에서는 육상산(陸象山)의 학문이 높이 평가되고 있었고 또 송응창은 양명학(陽明學)을 배운 사람으로 당시 조선에서 성했던 정주학(程周學)에서 대학(大學)의 삼강령(三綱領) 중 친민(親民)을 신민(新民)해석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였다.
이에 월사는 육상산의 학과 정주학의 같은 것과 다른 것을 명쾌히 구분하여 설명하고 또 선유(先儒)의 설(說)들이 집주(集註)에 실려 있고 그 지론이 명백하기 때문에 이를(송응창의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론 제기하니 송응창이 감동하여 그의 명으로 짓고 판각하여 간행케 한 것이 '대학강어'이며, 종사관 왕군영의 견해가 부기 되어 있어 그 시대 사상과 학문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 공이 찬한 선현(先賢)의 비지문(碑誌文)
- 영의정 문정공 신흠(申欽) 신도비문
- 이조판서 증영의정 문간공 이수광(李?光) 신도비문
- 중봉 조헌(趙憲) 김포 고택비문(故宅碑文)
- 서산(西山) 청허당(淸虛堂) 휴정(休靜)대사 비문
- 영의정 오성부원군 문충공 이항복(李恒福) 묘지문
- 우찬성 증영의정 문성공 율곡(栗谷) 이이(李珥) 묘표
- 소경대왕(昭敬大王) 선조(宣祖) 행장과 시장
- 우계(牛溪) 성혼(成渾) 시장
- 월정(月汀) 윤근수(尹根壽: 공의 사부) 제문
● 신도비명(신도비명)-청음 김상헌 찬
조선 개국 후 문도(文道)가 크게 열렸네 (國朝百年文道大闢)
빛나도다, 아름다운 재걸(才傑) 하늘이 주신 바로다 (赫赫李公厥美天錫)
문강공(李石亨)의 빛난 업적 공께서 알뜰히 이었네 (文康遺業公實接之)
명 벽신(僻臣:정응태)의 참언(讒言:헐뜯음), 해명하니(講我明僻乃薦厥辭)
천자도 감동하여 무사(誣事)를 신원(伸寃)하였네 (乃動天子國誣乃伸)
뛰어난 재주와 책략으로 임금의 신임 날로 새로웠고 (才猷旣顯眷遇日新)
두루 관직 습렵하고 호조, 예조 올바른 판서도 거쳤고(晉陟地部春官正卿)
재앙(폐모론)에 미혹되지 않으니 밝은 식견 더욱 빛나(遇災弗迷神識益彰)
문원(文苑)에 이름 떨치니 문형(文衡)을 잡았도다 (盛之文苑?提其衡)
사류들 흠모하고, 업적 대전(大典)과 사책(史冊)에 빛나(衿紳歸仰典冊煌煌)
손님이 찾으면 관용과 지성으로 맞아 정성을 다하였고(有客我享鳴玉以相)
지극 충성으로 임금을 보필하여 나라의 광영 다하였네(??圭璋爲國之光)
오랑케 쳐들어와 나라 어지러우니 어찌 일이 없으랴 (日入明夷何事不有)
군자 도리 지켜 아무 허물 없으니 참으로 훌륭하고 (君子何傷履貞기咎)
공의 덕망 해와 달 같이 사방을 비춰 세상을 밝였고 (翔陽麗?品彙昭?)
생명이 경각에 있어도 의리 잃지 않고 분수 지켰네 (首急求舊踐以暖席)
양차의 파도 같은 왜구 침입 나라 운명 위태로웠으나 (大訌奔波國命絲髮)
통달한 공의 변론과 의리에 찬 충성은 위기를 물리쳐(議辯?山榮虜氣自折)
두루 육조 판서 거치고, 우, 좌상에 이르렀네 (從容六官出入貳極)
관직 높아도 먼저 입관하여 배속들 오기 기다렸고 (加額之望衆以爲遲)
만년에 선비들과 도(道) 논할 때 빼어난 식견 보였고 (晩始論道公所優爲)
지조 지키고, 예절 펴고, 옳은 일 아니면 행하지 않네(守志秉禮匪石可移)
옛날 성균관 공부할 때도 청도한 젊음 자랑하였는데 (昔公南曺靑陽載華)
예조판서 지낼 즈음에는 황발(黃髮) 희끗희끗 날렸네 (?公東閤黃髮??)
공에게는 좋은 일도 많았지만 어려운 일이 더 많았고 (原公所嘗九甛十辛)
중국사람(明), 오랑케(淸), 존경하지 않은 이 없었고 (華夏夷人罔不尊親)
집에는 책이 가득하고 백성에게는 은계를 주었네 (有書滿家有惠寄民)
공은 궁양(하늘)으로 갔지만 뜻은 남아 향기를 발하네(播之穹壤結爲淸芬)
금석은 혹시 훼손될지라고 공의 명성은 영원하리니 (金石惑沒公名不朽)
내가 쓴 이 비명도 공의 명성과 함께 영원하리 (余銘之託與公俱壽)
● 월사공의 검소
공은 입조 40년 동안에 전답을 늘이지도 않고, 장원(墻垣: 담, 울타리)과 가옥을 수리하지도 않았다. 공이 졸하자 인조는 근신 예관을 보내 조문하고 또 세자가 친임하여 조상하였는데 세자가 돌아가 관속들에게 말하기를
"이부(李賻: 공이 世子賻였음)는 삼공(三公: 정승)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사는 집이 매우 초라하였으니 그 검약한 바는 가히 숭상할 만 하다"고 하였다.(김상헌 찬 신도비문)
● 장릉(章陵: 단종) 수축(修築)과 사문(斯文) 숭상
- 예조판서로 있을 때 영월에 있는 노산군(魯山君:단종)의 묘소를 수축하고 사우(祀宇)를 세워 그 부인과 함께 제사케 하였다.
- 용인에 포은서원(圃隱書院: 정몽주)을 세울 것을 주창하여 사액(賜額)과 치제(治祭)와 이름을 칭하지 않을 것을 청하여 윤허 받았다.
- 오현(五賢: ?) 종사(從祀: 배향), 율곡(栗谷: 이이)의 증시(贈諡), 우계(牛溪: 성혼)의 무고 신원(伸寃), 복관(復官), 증시(贈諡) 청하고,
- 남명서원(南冥書院: 曹植)의 훼손을 금할 것을 청하여 모두 실행되었다.
● 이런 일, 저런 일.(김상헌의 신도비문)
- 공은 태어나자 마자 신구(神馬句: 神馬)가 땅에 내려와 천리마의 자태를 가진 것 같았다. 말을 배우면서 문자를 알게 되고 6세에 능히 글을 읽으니 사람들이 신동이라 하였다. 점점 자라면서 백가(百家: 제자백가)의 글을 터득하고 눈으로 한 번 본 것은 곧 외웠다. 인조 13년 72세의 나이로 정침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는데 이날 저녁에 구름도 없는데 번개가 치고 온 하늘에 적기(赤氣: 붉은 기운)가 가득하였다. 인조 임금이 밤에 공의 부음을 듣고 진도(震悼: 몹시 슬퍼함)하였으며 3일간 철조(轍朝: 조회를 폐함) 하고 소식(素食: 고기, 생선 등이 없이 반찬이 간소한 식사 )하였다.
- 공이 7세 때 기자헌(奇自獻: 권모술수에 능했던 사람으로 선조 때 영상까지 오름)이 공과 친교를 맺고자 금대(금대: 비단 띠)를 주었으나 부정한 것이라며 굳이 돌려 보냈다.
- 공은 성년이 되어 재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허심(虛心: 마음을 비운 것)으로 사람과 사물을 대하
고, 아속(雅俗: 아름다운 풍속)을 좋아하고, 술자리에서는 담소(談笑: 유모어) 하여 사람들이 더욱 친밀감을 가지게 했다.
- 공은 육조판서를 모두 거치고 특히 예조판서를 아홉번 지내고, 양관 대제학을 두 번 맡으면서 예악
(禮樂: 예절), 전장(典章: 제도), 의식(儀式)에 있어 윤색(潤色: 윤이 나게 함)된 바가 많았다.
- 임진왜란으로 조정이 의주에 가 있을 때 공이 가주서(假注書)로써 임금을 가까이서 보필하였는데 공
의 영자(英姿: 자태)가 뛰어나 자주 임금이 눈여겨 보았는데 공이 기주(記注)할 때는 붓끝이 울고, 시원스러우며, 민첩하여 참으로 볼 만했다. 임금이 기이하게 생각하고 공이 글 쓰는 것을 내려다 보다가 어느날 어연(御硯: 벼루)이 떨어져 먹물이 공의 옷에 튀겨 황급히 중관(中官: 내시)에게 명하여 씻어주도록 하니 사람들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하며 부러워하였다.
- 공이 동부승지 겸 승문원 부제조로 있을 때 관왕묘(關王廟: 관우 사당)가 완성되자 명 장군이 왕과
함께 치제(致祭: 제사지냄) 할 것을 청하여 어가가 떠났는데 미처 제문을 갖추지 못했다. 공은 행행(幸行: 임금이 궁 밖으로 나가는 것)하는 행렬을 총 감독 중이었는데 임금이 사신(詞臣:)을 쓰지 않고 공에게 급히 쓰도록 하였다. 공이 명을 받고 선 자리에서 제문을 지어 바치니 임금의 마음에 꼭 맞았다. 이후 채패(綵幣: 비단옷과 폐물)를 내리고 병조참지를 제수했다.
- 선조33년(1600) 예조판서로 의인왕후 국장도감을 겸하여 맡아 산릉에 가 있는데 장례 전날 한밤중에
영악전(靈幄殿: 시신을 모신 곳)에 불이 나서 시위 장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관을 꺼내왔다. 백관과 유사(有司)들이 어쩔 줄 모르고 허덕이는데 공이 침착하게 집사관(執事官)에게 명하여 각각 맡은 물건을 가지고 불을 피하게 하고, 낭관을 보내어 임금에게 보고케 하고, 총호사(總護使)와 함께 세자에게 고하고, 제문을 지어 위안제(慰安祭)를 행하여 장례절차에 차질이 없도록 하였다. 공은 위기에 임해서도 이와 같이 침착하게 일을 처리하였다.
- 하루는 공이 경연(經筵)에에 입시하였는데 간원(諫院: 대사간)김상용(金尙容: 김상헌의 백형)이 궁
중의 금기와 왕자에 관한 일 등을 극간하자 임금이 전에 없던 어조로 질책하여 분위기가 몹시 사나워졌는데 이 때 공이 풍자적인 규간(規諫: 사리에 맞게 간함)으로 분위기를 바꾸어 임금의 심기가 풀렸다.
- 선조36년(1603)예조 판서(判書: 정2품)에 복직되고 총관사(總管使)에 임명되어 관북(關北:함흥)의
원(園: 태조 조상을 모신 곳, 和陵) 시찰하고 귀경 때 풍악(楓岳: 금강산)으로 돌아서 왔는데(이 때 쓴 유고 遊金剛山記 上, 下권이 있음) 강원도 노부(老父) 수 십 명이 도계를 넘어와 스스로 흡곡현백성이라 하면서"상공이 호조에 있을 때 우리 고을을 살려 주었으므로 그 덕을 잊을 수 없다"며 공에게 술과 음식을 올리며 고수사은 (叩首謝恩: 머리숙여 은혜에 감사함)하고 돌아갔다.
- 선조37년(1604) 공이 세자(광해군)책례주청사로 명나라에 다녀왔는데(실패) 행상(倖相: 요행으로 정
승이 된 사람, 유영경을 말함)의 사주를 받고 언관들이 공이 '함부로 역관을 늘려 데리고 갔다"고 탄핵하였으나 임금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은 해당 관청에 계청하여 비준을 받은 것이나 공은 이를 스스로 밝히지 않고 외직(경기감사)을 자청하였다.
- 경기도 관찰사로 부임하여 수개월 만에 밀려있던 많은 문서와 업무를 말끔히 처리하였다. 녹봉의 일
부를 쪼개어 숭의전(崇義殿: 고려 태조와 7왕을 제사 지내는 사당.연천에 있음)을 개수하고, 왕씨(王氏)의 후손을 찾아 제사를 받들도록 하였으며, 죽주(竹州: 죽산)와 수원의 산성을 개수하고 기문을 썼다.
- 명나라 사신 태감 유용 왔는데 접반을 맡은 호조판서가 중국 귀인은 접대하기가 끝이 없는 계곡과
같다며 "태창미(太倉米: 나라에서 관리하는 쌀)를 다하여 십만금을 예축하여야 한다"고 하니 공이 "웅칙사(웅화)는 공탁(空?: 빈 손)으로 돌아갔으며 탁지부(度地部: 호조)에 남은 돈으로 수응(需應: 수요에 응함)하기에 족하며, 지금은 가뭄이 심하여 백성을 구척(救瘠: 구제)하는 것이 목전에 있음으로 구황 정책을 먼저하고 조사 접대는 우려할 일이 아니다"하니 모든 사람들이 의심하였으나 공의 말대로 되었다.
- 광해군이 생모를 후(后)로 추존하려 할 때 공은 비(妃)로써 별묘(別廟)로 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받
아들여지지 않았고, 선묘(宣廟: 선조 사당)에 부묘(?廟: 신주를 옆에 봉안함)할 때 공이 예의사(禮儀使)가 되어 조천(?遷) 절차를 의논할 때 공이 "민생이 바야흐로 급한즉 가요(歌謠: 음악)와 결채(結綵: 화려한 장식) 등 화려한 행사는 정지해야 한다"고 청하였으나 광해는 불열(不悅: 불쾌)하여 공을 반용반불용(半用半不用: 반은 쓰고 반을 쓰지 않고)하였다.
- 인목대비가 서궁에 유폐되어 있을 때 국구 김재남이 사사되어 조정이 대비의 상복 문제를 논의 할
때 공은 "부자의 윤리는 가히 폐하지 못할 것이다"하고 상복을 올렸으나 임금이 서궁에 조알(朝謁: 아침 문후)하지 않으니 공이 내의원 제조로서 동료들을 거느리고 서궁에 위문을 드리니 간당(奸黨: 간사한 무리)들이 공을 죄 줄 것을 청하였으나 광해군이 듣지 않고 예조를 해직하고 중추부로 옮기게 하였으나 공이 극구 사양하고 또 대제학등 본직과 겸직을 모두 사임하였다.
- 인조10년(1632) 인목대비 상 때 공이 총호사(總護使)가 되어 산능에 갔으나 병이 심하므로 집으로
돌아오니 임금이 어의를 보내 위문하였다. 20여회아 급장(急章)을 올려 사임을 청하니 체직하여 판중추부사를 제수하였다. 병이 조금 나을 즈음에 인정전(仁政殿)에 벼락이 떨어져 공이 임금 앞에 등대(登待)하여 말하기를 "이변(이변)에 응하고 재앙을 푸는 도리는 인주(人主: 왕)에게 있습니다. 사람의 한결 같은 마음은 그 본원이 징철(澄澈: 속이 다 들여다 보이도록 맑음 )한 것이니 매사에 성실하면 하늘도 가히 감동할 것입니다" 하였다.
이어서 경연에 나아가 공의 선조이신 문강공(文康公: 이석형)의 저서 '대학연의집략(大學衍議輯略)'의 설을 추연(推衍: 추가로 해설함)하면서 경외(敬畏: 공경하고 두려워 함)를 숭상토록 하고, 일욕(逸慾: 감추고 욕심냄)을 경계토록 하며, 내치(內治)를 엄밀히 하고, 민정(民政)을 정찰(正察)하는 등 4개 조를 진주하였는데 이는 병이 깊어 약을 먹으면서도 시종 임금을 알뜰히 보필하고자 함이었다. 임금도 그 뜻을 알고 포답(褒答)으로 털옷을 하사하였다.
● 성품괴 인품(신도비문)
천성이 호탕하고 시원시원하며, 재주가 뛰어났지만 거만하거나 사납지 않았고, 화이(和夷: 사이 좋고 베품)한 가운데서도 정대(正大)함을 요체로 삼았다.
지성으로 문사(文士: 글하는 선비)를 좋아하여 혹시 한 사람이라도 가려지지 않을까 근심하였다. 사람들이 공을 대하면 춘양(春陽: 봄볕)과 같이 온화함을 느끼면서도 버릇없이 굴지는 못하겠다 하였다. 또한 효도와 우애가 지극하였다.
유명인사와 많이 사귀었으며 사람들이 하나같이 공을 '본 받을 만하다'하였고,.문숙공 정엽(鄭曄)이 당대의 인물을 논 할 때 공을 수위(首位)에 두었다.
▶ 월사공 시조(1수)
님을 믿을 것가 못 미들슨 님이시라
미더온 時節도 못 미들줄 아라스라
믿기야 어려오랴마는 이니밋고 어이리(청구영언144, 해동가요119)
(해설) 님(임금: 광해)을 믿겠는가 못 믿을 것이 님이로다
믿어 온 시절도 (사실은)못 믿을 것으로 알고 있었도다
믿기는 어렵지 마는 그렇다고 또 아니 믿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 광해조의 난정 속에서 자신의 처신하기 어려운 처지와 광해군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읊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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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주공(白洲公) 휘 명한(明漢) |
▶ 개요
● 자(字) 천장(天章), 호(號) 백주(白洲), 시호 문정(文靖)
● 선조28년(1595) 생, 인조23년(1645) 졸, 수 51
● 배(配): 정부인 나주박씨(羅州朴氏)
▶등과(登科)와 호당(湖堂)
● 광해2년(1610) 16세로 사마시(進士)에 급제
● 광해7년(1616) 27세로 문과 증광별시(增廣別試)에 급제
● 인조4년(1626) 현주공과 함께 호당(湖堂)에 선발(대제학 김유 선발)
▶ 역관(歷官)
● 광해7년(1616) 문과 급제 후 승문원 권지정자(權知正字: 정9품),
옥당(玉堂: 정3품 부제학 직제학,종3품 전한, 정4품 응교, 종4품 부응교, 정5품 교리, 종5품 부교리, 정6품 수찬, 종6품 부수찬, 정7품 박사, 정8품 저작, 정9품 정자 등 홍문관의 실무자를 말함)에 들어감.
공조 좌랑(佐郞: 정6품)로 지제교(知製敎: 왕의 교서 초안 담당) 겸무하였다가 윤기의 변(倫紀의 變, ?)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여 연좌되어 파직.
체찰사(體察使: 지방을 순행하며 일반 군무 감독)와 진휼사(賑恤使:빈민구제를 위한 지방 순찰)가 종사관(從事官: 보좌관)으로 요청,
홍문관 부수찬(副修撰: 종6품)
● 광해8년(1617) 부친이 관복주청사로 중국에 갈 때 의주까지 수행하고 해서지방(海西地方: 황해도)을 진휼하고 돌아와
병조 좌랑(佐郞: 정6품)
● 광해12년(1621) 홍문관 교리(校理: 정5품)
● 인조1년(1623) 계해반정(癸亥反正: 인조반정)후 경연 시독관(侍讀官: 정5품)으로 8도에 내리는 교서 찬술,
이조 좌랑(佐郞: 정6품),
어사(御史)로 관동지방을 선유(宣諭: 임금의 뜻을 널리 공포함)하고 암행으로 이정(吏政: 관리들의 정사)과 민막(民막: 민폐)을 순문(巡聞: 다니면서 들음)하고
돌아와 다시 옥당(玉堂), 이조(?),
호당(湖堂)에 뽑혀 사가독서(賜暇讀書: 휴가를 주어 공부에 전념),
승문원 제술관(製述官: 典禮文을 작성하는 임시직), 한학교수(漢學敎授),
홍문관 교리(校理: 정5품),
사국(史局: 史官이 史草를 쓰는 곳) 찬수관(撰修官: ?),
이조 정랑(正郞: 정5품)
● 인조2년(1624) 이괄의 난으로 공주로 파천할 때 촐독 김류의 종사관 겸무
환경(還京)하여 홍문관 응교(應校: 정4품),
사간원 사간(司諫: 종3품),
다시 홍문관 응교(應校: 정4품)-현주 이소한도 홍문관에 재직중이라 사양하였으나 불허,
의정부 검상(檢詳: 정5품), 사인(舍人: 정4품),
사헌부 집의(執義: 종3품),
사간원 사간(司諫: 종3품)
● 인조4년(1626)특명으로 이조 참의(參議: 정3품),
호당(湖堂)에 사가(賜暇) 후 승문원 제조(提調) 겸직,
이조 참의(參議: 정3품,?),
호남지방 순무(巡撫)하고
돌아와 병조 참의(參議: 정3품),
승정원 동부승지(동부승지: 정3품하)로 사국(史局) 수찬관(修纂官) 겸무,
가을에 어명으로 의주에 가서 게무시(揭武試: 무과 향시인 듯)를 관장하고
돌아와 승정원 우승지(右承旨: 정3품상),
형조 참의(參議: 정3품)
● 인조5년(1627)-인조11년(1633) 노란(虜亂: 정묘호란)으로 강도(江都: 강화도)에 호종하여 승정원 좌승지(左承旨: 정3품상),
환경(還京) 후 중앙관직을 사임하고 남양(南陽) 부사(府使: 都護府使, 정4품),
병조 참의(參議: 정3품),
사간원 대사간(大司諫: 정3품),
이조 참의(參議: 정3품),
사간원 대사간(大司諫:정3품),
승정원 좌승지(左承旨: 정3품상),
병조 참의(參議:정3품),
호조 참의(參議: 정3품),
공조 참의(參議)
● 인조12년(1634) 성균관 대사성(大司成: 정3품)
● 인조13년(1635) 부친상과 인조14년(1636) 병자호란과 모친상으로 상례
● 인조17년(1639) 상을 마치고 병조 참의(參議: 정3품)로 괴원(槐院: 승문원)과 비국(備局: 비변사) 부
제조(副提調) 겸직
승정원 도승지(都承旨: 정3품상), 병을 핑계로 사직,
강원 감사(監司:종2품)
● 인조18년(1640) 병조 참의(參議: 정3품)
● 인조19년(1641) 한성 우윤(右尹: 제2부시장,종2품),
사간원 대사간(大司諫: 정3품),
사헌부 대사헌(大司憲: 종2품),
예문관 제학(提學: 종2품) 겸 동지춘추관사(同知春秋館事:종2품)과 홍문관 부제학(副提學:정3품)을
승정원 도승지(都承旨: 정3품상)겸 홍문관 대제학(大提學: 정2품)과 지성균관사(知成均館事:정2품)
● 인조20년(1642) 이조 판서(判書: 정2품), 척화파로 이경여, 신익성 등과 심양에 잡혀갔다 풀려남.
● 인조22년(1644) 세자시강원 빈객(賓客: 정2품, 소현세자),
세자사(世子貳師: 종1품)가 되어 소현세자를 모시러 심양에 갔다 돌아옴.
● 인조23년(1645) 예조 판서(判書: 정2품), 4월 6일 졸
▶ 공적(功績)과 미담(美談)
● 천우신조(天佑神助)
공이 3세 때 임진왜란 중에 어머니가 공을 데리고 왜군을 피하여 강을 건너다가 탄 배가 침몰하여 탄 사람들이 모두 물에 빠져 죽었으나 공의 모자는 천행으로 무사하였다.
인조14년(1636) 병자호란으로 청군이 쳐들어와 대궐의 비빈들과 조정 대신들의 가족들이 강화도로 들어갈 때 공도 병 중에 있던 어머니 권씨부인을 모시고 강화도로 피란하였다. 강화도가 청군에 함락되자 모자는 문짝도 없는 어느 길가의 토담집에 어머니를 안쪽으로 눕히고 공이 막아 가리고 있는데 청군 군사들이 이를 보고 한참 동안 활을 당겨 겨누다가 활을 쏘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
공은 아픈 어머니를 업고 밤 세워 걷고, 물을 건너 날이 셀 때쯤 어느 해안에 도착하였는데 마침 작은 배 한 척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소리쳐 호소하니 배가 와서 어머니를 먼저 태우고 짐을 챙기려는 순간 청군이 나타나자 배가 급히 떠나는 바람에 공은 타지 못하고 어머니만 타고 떠나버렸다. 공은 부친의 신주를 등에 엎고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쳐 나가다가 기진맥진 할 즈음 지나가는 배가 있어 소리쳐 불렀으나 배는 그냥 지나쳐 가는데 이때 회오리바람이 일어 그 배를 밀어 공 가까이 와서 올라타게 되었다.
어느 섬에 내려 어머니를 탐문하여 저녁 때에 만나 함께 교동으로 들어샀다. 그러나 병중의 어머니 안동권씨는 이 와중에 별세하고 말았다.또 공이 그 때까지 저술한 시문을 바다에 빠뜨려 전부 잃어버렸는데 어떤 충청도 군사가 바다가에서 이를 주워 보관하였다가 10여년이 지난 후에 주인을 찾아 돌려주었기 때문에 공의 문집 '백주집(白洲集)'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 宮聲弄秋思 (궁성농추사)
공의 어머니 권씨부인이 공을 임신할 때 꿈에 달이 품 안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었는데 선조28년(1595) 3월 16일 공이 태어났는데 이미 기이한 기질이 있었으니 말을 배우면서 이미 문자를 해독할 수 있었다.
10살이 됨에 위의(威儀: 예법에 맞는 몸가짐)가 혁혁(赫赫: 빛나는 모양)하고, 한 편의 글을 쓰면 선배들도 경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 시절 한 번은 사부 백사 이항복이 '궁성농추사'(宮聲弄秋思;'궁'소리가 가을을 생각케 하네)라는 시제를 주어 아래 시를 지었는데 이항복은 물론 이 시를 본 오봉 이호민, 오산 차천로 등 당시 문단을 주름잡던 문인들이 극구 칭찬하였다.
宮聲弄秋思 (궁성농추사)
月皎皎兮山窓(월교교혜산창)달빛이 산쪽으로 난 창문에 희도록 밝게 비치니
動石樓之秋思(동석루지추사)돌로 지은 누각이(차거우니) 가을이 생각나네
植黎杖而長嘯(식려장이장소)청려장 지팡이 짚고 긴 휘파람 불며 노니는데
人有影於柴扉(인유영어시비)사립문에 사람 그림자 있구나(누가 찾아왔구나)
(延安李氏 이야기 38쪽 '宮聲弄秋思宮' 참조)
● 중요한 교서(敎書) 작성
인조2년(1624) 이괄의 난으로 임금이 공주로 파천하면서 수원에 이르렀을 때 임금이 이식(李植)과 함께 공을 어전에 불러 팔도에 내리는 교서를 지으라 하여 곧 공이 글을 짓는데 그 민첩함이 이를 지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였다.
인조5년(1627) 노란(虜亂: 정묘호란)으로 강도(江都: 강화도)에 호종하여 부노(父老)에게 내리는 교문을 작성하였다.
인조5년(1627) 이조 참의로 전보되자 공은 여러번 이조에 있었으므로 사양하였으나 불허하고, 목릉(穆陵: 선조와 의인, 인목왕후 능) 개장(改葬)에 따른 발문(拔文)을 공에게 짓게 하여 지었는데 임금이 보고 그 문사(文詞)를 극구 찬양하고, 말(馬) 한 필을 하사하고, 이어서 대비에게 진향제문(進香祭文)을 제진토록 하라 명하여 지어 올렸다.
● 송덕비
인조5년(1627) 정묘호란 후 강화에서 귀경하여 임금이 사묘(私廟: 정원군 사당)에 친제(親祭: 임금이 직접 제사를 지냄)하려 하므로 공이 힘써 그 부당함을 말하다가 임금의 뜻을 거슬러 책임을 묻자 두 번이나 상소하여 중앙의 관직을 사임하고 자원하여 남양(南陽) 부사로 부임하였다가 이듬해 돌아왔는데 부민들이 공의 덕을 칭송하여 거사비(去思碑)를 세우고 그 후 상을 당하자 부의로 미곡을 다투어 보내왔다.
인조18년(1639) 승정원 도승지(都承旨: 정3품상)로 있다가 병을 핑계로 사직하고 강원 감사(監司: 종2품)에 부임하였다. 감사로 재직하는 동인 필요한 것은 새로 설치하고,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폐지하면서 매사에 공평무사하게 처리하였다. 다음해에 임기를 마치고 조정으로 돌아오니 강원도 백성들이 공의 덕을 칭송하여 송덕비를 세웠다.
● 나라를 다스리는 계책 제진
인조4년(1626)특명으로 이조 참의(參議: 정3품)로 있다가 호남지방 순무(巡撫)하고 돌아와 민폐를 구출(救出)하는 계책 10조를 상소하였는데 모두가 상세하고 또 법도에 합당하니 임금이 가납하면서 공을 표창하고, 제조(諸曹: 육조)에 하명하여 시행토록 하였다.
인조5년(1627) 남양부사를 마치고 돌아와 사간원 대사간을 제수 받고 공은 제왕심학(帝王心學: 임금이 마음을 수양하는 학문)의 근본을 상소로 진언하여 임금이 가납하였다.
인조19년(1641) 한성 우윤(右尹)이 끝나고, 사헌부 대사헌(大司憲)으로 보직될 때 나라에 한재(旱災)가 심하여 임금이 이에 대한 대첵을 올리도록 하니 공이 인심을 단결하고 민력(民力)을 아끼며 성실(誠實)에 힘쓰고, 허위(虛僞)를 버리고제왕본원(帝王本原)에 대한 성심(聖心)에 노력할 것을 진언하였다. 임금이 몹시 기뻐하며 은총으로 비답을 내렸다.
● 청나라에서 당한 수모
병자호란 때 공은 척화파로 지목되어 여러 번 청나라에 끌려가는 수모와 고초를 겪었다.
① 병자호란 직후 인조15년(1637) 청태종이 철군할 때 함께 끌려간 유명인사로는 소현세자, 봉림대군,
인평대군 세 왕자와 삼학사 그리고 청음 김상헌과 공이었다. 삼학사는 즉시 처형되고, 세 왕자와 청음과 공은 심양에 불모로 잡혀 있다가 청음과 공은 3년후에 풀려났고, 세 왕자는 그보다 더 오래 있다가 풀려났다. (청나라 불모 시절 이야기는 延安李氏이야기 432쪽 '애국충정의 노래들'참조)
② 인조18년(1640) 청나라 사신이 의주에 와서 그곳에서 조선 조정의 모든 명공(名公)과 조신(朝臣)
들을 불으니 모두 꺼리는데 공은 가야할 대상도 아닌데 자청하여 갔다. 청나라 사신이 공의 거지(擧止: 몸놀림,행동거지)가 범상치 않음을 보고 저희끼리 말하기를 "참으로 장자(長者)로다"하면서 즉시 돌아 갈 것을 허락하였다.
③ 인조20년1642) 공이 이조판서로 있을 때 청나라를 오가며 돈벌이 하던 간인(奸人)이 청나라에서
그의 잠상(潛商: 법으로 금하는 물건을 사고파는 것, 밀수)한 것이 탄로되자 공과 3-4인의 중신들이 연루되었다고 무고 하여 청나라에 잡혀가 국문을 받았다. 공이 항변하며 굴하지 아니하니 청 조정도 공의 말이 정직함을 알고 고민하다가 벌은(罰銀: 벌금)이라 하여 5천금을 받고 송환하였다.
④ 인조21년(1643)에 또 공은 이경여, 신익성 등과 함께 척화파라며 심양에 잡혀가 억류되었다가 풀
려났으나 이듬해(1644) 세자시강원 세자이사(世子貳師)에 임명되어 세자를 모시고 돌아왔다.
⑤ 인조23년(1645) 공이 명나라와 내통하는 자문(咨文: 중국에 오가는 외교문서의 일종)을 썼다 하여 또 청나라에 잡혀갔다가 풀려나 예조판서를 제수 받았으나 몇 달 되지 않아 졸하였다. 사람들은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쳐 청나라에 잡혀가 겪은 고초 때문이라고 하였다.
● 형제가 연이어 졸하다.
인조23년(1645) 공이 수일 전부터 병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친우(?)의 상례에 갔다 돌아와서 졸하였다. 임금이 공의 부음을 듣고 2일간 조하(朝賀)를 폐하고, 조제(弔祭)와 부증(賻贈: 부의와 증직 증시)을 예에 합당하도록 행하도록 하였다.
공의 부음을 들은 사대부들은 모두 슬퍼하면서 '장차 어디서 성실로서 사람을 사랑하고, 표리(表裏)에 간격이 없는 백주공 같은 사람을 얻으리요"하였다. 공이 졸한 지 수일 후에 아우 참판공(이소한)이 이어서 졸하니 조야가 더욱 슬퍼하였다.
● 선친이 꿈에 현몽하여 이장(移葬)
월사공의 묘소가 처음 용인 능원리 문수산 아래 있다가 가평 태봉골로 이장한 것을 신도비문에는 지관의 말에 따른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처음 용인에 장례를 치르고 백주공과 현주공이 여막살이를 할 때 백주공이 여막에서 잠이 들었는데 선친이 꿈에 나타나 시를 읊으며 무엇인가 계시를 하는데 그 시의 귀절 중에 십이탄(十二灘)이란 말이 뚜렷하여 이후 2년간 하인과 지관을 동원하여 전국 각지를 찾아 나서 기평에 이르러 '십이탄과 합치하는 태봉골을 찾아내고 이장하였다.
이 후 백주공과 청호공이 연이어 한 날등(崗)에 묘를 쓰니 곧 삼대대제학 묘소가 되었다. 삼대의 세 묘소가 위로부터 월사공을 기주능로 자(子: 백주공), 손(孫: 청호공)그리고 맨 아래 월사공 순으로 이른바 역장(逆葬)으로 되었는데 전해 오는 말로 지관이 이 곳이 너무 길지라 순장(順葬)을 하게 되면 후손 중에 너무 똑똑한 사람이 나와 역신이 될 우려가 있다 해서 부득이 역장으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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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대대제학 묘소와 위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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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 능원리 저헌공(樗軒公 휘 石亨) 묘역에 있던 월사공의 선고(先考) 휘 계(계)의 묘가 도로공사 때문에 유지 불가하여 이 곳(삼대대제학 묘 위쪽)으로 이장하였음
▶ 성품과 인품
공은 사람됨에 있어서 기도(氣度: 몸에서 순환되는 기운)가 평탄하고, 풍채가 기이하며, 성품이 편벽됨이 없고, 나와 다른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도리에 비추어 사람을 밝게 보았다.
지인지명(知人之明: 사람됨을 잘 알아보는 사람)으로 고명(高名)한 백사 이항복이 공을 어릴 때 보고는 국기(國器: 나라를 다스릴 만한 큰 인물)라고 칭송하였다.
공은 효우(孝右)가 출천(出天: 천성으로 타고 난 것)하여 부모를 섬김에 있어 부모의 마음을 가장 편하게 하였고, 제매(제妹)에게 우애로써 대하니 이들은 마음으로 따랐다.
▶ 백주공의 시조(時調)
백주공은 대제학을 지내고, 한문학의 문장가 이면서 유수한 우리나라 고유의 시조 작가이다. 백주공의 시조는 청나라에 불모로 잡혀가 나라와 임금을 생각하는 애국충정의 노래들이 많고, 바쁜 격무에 전원을 생각하고 그리는 노래가 많다.
단국대 이가원교수는 남구만의 문집에 유일하게 있는 동창곡(東窓曲)이 남구만 작으로 알려져 왔으나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여 백주공의 작품이라고 주장하였다.(종보4호, 28쪽)
지금까지 밝혀진 백주공의 시조는 23수로 별도 첨부한다.
(청나라 불모 시절 이야기는 延安李氏이야기 432쪽 '애국충정의 노래들'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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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호공(靑湖公) 휘 일상(一相) |
▶ 개요
● 자(字) 함경(咸卿), 호(號) 청호(靑湖), 시호 문숙(文淑)
● 광해4년(1612) 생, 현종7년(1666) 졸, 수 55
● 배(配): 증정경부인(贈貞敬夫人) 열녀(烈女) 전주이씨(全州李氏) ,
정경부인(貞敬夫人) 문화유씨(文化柳氏)
▶등과(登科)
● 인조6년(1628) 17세로 문과 (謁聖試)에 급제
▶ 역관(歷官)
● 인조6년(1628) 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 예문관, 홍문관 등의 관직에 선임되었으나 불사(不仕: 부친(백주공)이 소년등과 불행이라며 5년간 관직에 나가지 못하게 함)
● 인조11년(1633) 세자시강원 설서(說書: 정7품),
예문관 검열(檢閱: 정9품), 봉교(奉敎: 정7품),
성균관 전적(典籍: 정6품),
병조 좌랑(佐郞: 정6품),
홍문관 부수찬(副修撰: 종6품),
● 인조14년(1636) 사간원 정언(正言: 정6품),
홍문관 수찬(修撰: 정6품),
사간원 헌납(獻納: 종5품)
● 인조1년(16)병자호란이 끝나고 공은 유배와 볼모에서 풀려나 돌아와 성균관 직강(直講: 정5품) 복직,
홍문관 교리(校理: 정5품),
● 인조24년(1646) 김제 군수(郡守: 정5품)로 나갔다가 부친(백주공)의 상을 당하여 상례에 따라 관직을 그만두고 여묘살이.
● 인조27년(1639) 복을 벋고 의정부 검상(檢祥: 정5품), 사인(舍人: 정4품),
사간원 사간(司諫: 종3품)으로 세자시강원 필선(弼善: 정4품) 겸직,
궁궐 보수에 참여한 공으로 통정대부(通政大夫: 정3품상),
금성(金城: 나주) 현령(縣令: 정6품), 현령 임기가 끝나고 조정에 복귀하니 인조승하
● 효종1년(1650)-효종3년(1652) 공조 참의(參議: 정3품하),
승정원 동부승지(同副承旨: 정3품하), 우부승지(右副承旨: 정3품상),
예조 참의(參議: 정3품상),
승정원 좌부승지(左副承旨: 정3품상),
병조 참의(參議: 정3품상),
사간원 대사간(大司諫: 정3품상),
우부승지(右副承旨: 정3품상),
형조 참의(參議: 정3품상),
사간원 대사간(大司諫: 정3품상)으로 돌아와 김자점의 옥을 다스린 가선대부(嘉善大夫: 종2품)
,
● 효종3년(1652) 홍문관 부제학(副提學: 정3품상)으로 비변사 당상관 겸직,
승정원 도승지(都承旨: 정3품상),
● 효종4년(1653)-효종8년(1657) 성균관 대사성(大司成: 정3품상)으로 동지의금부사(同知義禁府事: 종2품)를 겸직,
사한부 대사헌(大司憲: 종2품),
삭직되었다기 병조 참판(參判: 종2품),
진하사은(進賀謝恩) 겸 삼절연공행(三節年貢行) 부사(副使, 정사는 인평대군)로 청나라 연경(燕京)
다녀와 한성부(서울시) 좌윤(左尹: 제1부시장, 종2품)으로 동지경연사(同知經筵事: 종2품)을 겸직, 병조 참판(參判: 종2품),
사한부 대사헌(大司憲: 종2품),
예문관 제학(提學: 종2품) 겸무, 옥당(玉堂)의 장(長, ?),
실록청 당상(堂上: 정3품상 이상)으로 인조실록 편수,
● 효종9년(1658) 경기도 관찰사(觀察使: 종2품),
이조 참판(參判: 종2품) 이 때 우암 송시열이 이조판서에 기용되어 공과 협심 상조하함,
● 효종10년(1659) 홍문관, 예문관 대제학(大提學: 정2품),
● 현종원년(1659)-현종1년(1660) 효종이 승하하자 빈전도감(殯殿都監) 당상(堂上)에 차출되어 일을 마치고 가의대부(嘉義大夫: 종2품),
다시 아전(亞銓: 이조참판)이 제수되었으나 사양하고
예조 참판(參判: 종2품)으로 옮기면서 또 문형만은 간절히 사양,
효종실록 편수에 참여하여 자헌대부(資憲大夫: 정2품)
● 현종2년(1661)- 현종4년(1663) 예조 판서(判書: 정2품)(文衡 겸무),
공조 판서(判書: 정2품)로 옮겨 왕대비(인조 비 장열왕후)의 옥책(玉冊: 임금이나 왕비의 존호를 옥에 새긴 것)을 짓고 정헌대부(正憲大夫: 정2품)에, 왕조실록을 태백산에 봉안하는 일을 수행,
의정부 우참찬(右參贊: 정2품),
사한부 대사헌(大司憲: 종2품),
한성부(서울시) 판윤(判尹: 시장, 정2품)으로 동지경연사(同知經筵事: 종2품) 지의금부사(知義禁府事: 정2품), 지춘추관사(知春秋館事: 정2품) 등을 겸직,
● 현종5년(1664) 호조 판서(判書: 정2품),
예조 판서(判書: 정2품),
● 현종7년(1666) 1월 1일 졸, 증(贈) 의정부 우의정(右議政: 정1품)
▶ 공적(功績)과 미담(美談)
● 소년등과(少年登科) 불행(不幸)
인조6년(1628) 공이 17세 소년으로 문과에 급제하였는데 이 때 조부(월사공)는 우의정, 부(백주공)은 남양부사로 나가 있고, 숙부(현주공)도 이조 좌랑에 있던 때이라 한집안에 4인의 문과급제자가 살아 있어 세상 사람들이 다 부러워하였다.
그러나 조부와 부친은 물론 본인도 '소년등과는 곧 불행'이라며 5년 동안 괴원(槐院: 승문원), 한원(翰院: 예문관), 옥당(玉堂: 홍문관) 등에 선임되었으나 벼슬에 나가지 않고 들어 앉아 경전과 역사책을 읽으며 학문에 정진하였다.
● 대분발(大奮發) 대진작(大振作)
인조14년(1637) 청나라에서 사신이 왔으나 임금이 만나지 않고 물리쳐 분노하여 돌아갔기 때문에 조만간 청군이 쳐들어 올 것이라며 인심이 몹시 흉흉하였다.
이 때 공은 사간원 정언으로 있으면서 어전에 나아가 아뢰기를
"국사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특별히 인재를 견발(甄拔: 발탁)하여 완급(緩急: 급한 일과 급하지 않은 일)에 대비하고, 죄적(罪籍: 죄를 기록한 문서)에 올라 있는 사람도 서용(敍用: 사면복권)하여야 합니다" 하니 임금이 엄한 교지를 내렸다(꾸짖었다) 공은 곧 이어서 온 나라가 대분발(大奮發) 대진작(大振作) 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임금은 유념하고 헤아려 처리하겠다는 비답을 내리니 공은 거듭 임금의 양처를 촉구하였다.
공은 이 때 26세의 젊은 나이에도 세상 인심을 읽고 청국의 상황을 살펴 호란을 예측하고 온 나라가 분발하고 일치단결하여 이에 대비할 것을 주장하였던 것이다.그 후 얼마 안되어 청군이 쳐들어 와서 병자호란이 일어났으니 공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 청과의 화의 반대(斥和)
인조14년(1637) 사간원 헌납(獻納)으로 있으면서 대사간 윤황과 함께 '호란에 대비하여 모든 중앙과 지방 관청의 경비를 경비를 절약하여 군비에 충당할 것'을 임금에게 청하였다. 그러나 그 때 조정에서는 청국의 형편을 알아 본다는 핑계로 다시 청국과 통래고자 하니 공이 강개하여 임금에게 아뢰었다.
"전번에 적로(賊虜: 청국)가 참호(僭號: 분수에 넘치는 칭호, 황제)를 써서 글을 가지고 왔으나 전하께서 혁연(赫然)히 분발하여 엄한 말로 분명하게 물리고 팔방에 알리고, 천조(天朝: 명나라)에 아뢰었으니 이는 위(危)를 안(安)으로 돌리는 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몇 달도 채 못되어 횡의(橫議: 이의)가 일어나 조정에서는 사람을 차출하여 서자(書字: 외교문서)를 보내려 하니 일 처리 하는 것이 의혹스럽습니다. 혹 아래로 백성을 속이고, 위로 황조(皇朝: 명나라)를 저버림이 아니겠습니까?"하니 사의(辭意: 말 뜻)이 정대하니 사람들이 탄복하였다.
● 척화파로 지목되어 유배가고 볼모로 심양에 잡혀가
인조14년(1637) 겨울 청군이 대대적으로 쳐들어와(병자호란)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다. 공도 어가를 따랐다. 그러나 어가가 강도로 옮긴다는 말을 듣고 먼저 출발하여 모부인(나주박씨)의 병을 잠시 위문하고 성에 도착하니 임금은 성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성문은 굳게 닫쳐 있었다. 공은 심지원과 함께 방황하다가 부득이 샛길로 강도로 갔다.
이듬해 임금이 남한산성을 나와 항복하고, 공은 모부인의 상을 당하였다. 이 때 대간들이 호종하지 않은 사람들을 추론하고, 척화한 신하들의 죄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공도 처음 영암(靈岩: 전남)으로 귀양가도록 특명이 내렸다고 다시 위원(渭原: 평북)으로 이배되었다. 상복을 벗고 또 유배에서 풀려났으나 부친(백주공)이 이조판서가 되었기 때문에 공은 볼모로 심양에 가 있었다.
● 문형을 극구 사양
효종10년(1659) 공에게 양관 대제학(大提學: 정2품)이 제수되었을 때 상소하여 사직을 청하면서
" 신의 조부(월사공)가 선묘조(宣廟朝: 선조 때)에 다행히 문묵(文墨: 문필)으로 지우(知遇: 남의 대우)를 받았고, 대를 이어(부친 벡주공) 문단의 주맹(主盟)이 되으나 신의 아비도 일찍이 불안해 하였는데 신이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하면서 5회나 상소하였으나 임금이 우비(優批: 부드럽게 칭찬하는 비답)만 내리고 윤허하지 않았다. 판서 조경이 말하기를 "문형(文衡: 대제학)을 이렇게 사양했다는 것을 옛날에도 듣지 못했다. 이공은 참으로 현인이로다"하였다.
● 효종의 북벌계획 보조
효종5년(1664) 진하(진하: 청 황태후 존호 책봉) 사은(사은: 효종의 왕후 인성왕후 책봉) 겸 삼절연공행(三節年貢行)의 부사(副使, 정사는 인평대군)로서 청나라 연경(燕京: 북경)에 갔다가 이듬해 돌아와 임금에게 관찰해 온 청나라 내부 실정을 상세히 보고 하여 효종의 북벌계확 수립을 도왔다.
● 배 전주이씨: 열녀 정려(삼정문 참조)
▶ 성품과 인품
공은 어려서부터 천성이 민오(敏悟: 빨리 깨우침)하여 학문의 터득이 빨랐고 내행(내행: 집에서의 행실)도 독실하여 조부(월사공)와 부친(백주공)을 효근(孝謹: 효도로서 공경함)으로 섬겼다. 모부인(나주박씨)가 병이 위독하였을 때 배(生梨)를 먹고싶어 하였는데 배를 구해드리지 못한 것을 한하여 평생토록 배를 먹지 않았다. 양친의 상을 당한 후로는 소복으로 일생을 마쳤다 또 부친(백주공)이 만년에 상란(喪亂: 갑작스런 변고로 돌아감)을 당하여 선묘(先墓: 월사 묘)에 비를 세우지 못한 것을 한탄하니 공이 그 뜻을 받들어 조부(월사공)의 신도비는 효종7년(1656), 부친(백주공)의 신도비는 효종9년(1658)에 양자 공히 청음 김상헌 찬으로 공이 주관하여 건립하였다.(공의 신도비는 숙종29년, 1703, 박세체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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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대 대제학 신도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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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고모가 늙고 가난하게 살았는데 날마다 궤양(귀양: 음식을 모내어 공양함)하였고, 중씨(仲氏: 氷軒公 휘 嘉相, 인조15년, 1637, 23세 졸)와 숙씨(叔氏: 琴谷公 휘 萬相, 인조23년, 1645, 24세 졸)가 일찍 별세하여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중씨에게는 둘째 알들(휘 重朝)로써 뒤를 잇게 하였고, 숙씨에게는 문충공(월사)의 옛 집을 나누어 주어 고과(孤寡: 萬相 妻)로 하여금 생업을 잇게 하는 등 형제간에 화락함이 이와 같았다.
▶ 삼대(三代) 대제학(大提學)
삼대 대제학이란 삼대를 연이어 홍문관, 예문관, 집현전 대제학(정2품) 직에 오른 것을 말하며 조선조 오백년 동안에 우리 延李를 비롯하여 다음과 같이 네 집안 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우리 延李는 맨 처음으로 삼대 대제학 집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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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조 3대 대제학 집안 |
延李 삼대 대제학
월사공 휘 정귀: 선조34년(1601) 홍문관, 예문관 대제학
광해2년(1510) 홍문관, 예문관 대제학 겸직
백주공 휘 명한: 인조19년(1641) 도승지로서 홍문관 대제학 겸직
청호공 휘 일상: 효종10년(1659) 홍문관, 예문관 대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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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헌공(氷軒公) 휘 가상(嘉相) |
▶ 개요
● 자(字) 회경(會卿), 호(號) 빙헌(氷軒)
● 광해7년(1615) 생, 인조15년(1637) 1월 27일 청군에게 피살, 수 23,
● 배(配): 안정나씨(安定羅氏)
● 묘(墓): 가평 조종현(현 상면 태봉리) 월사공 묘좌에 동폄(同?)
● 정려: 인조 년 효자(孝子) 정려(旌閭)
▶등과(登科)
● 인조8년(1630) 16세로 사마시(進士)에 급제
● 인조14년(1636) 22세로 문과 (別試)에 급제
▶역관(歷官)
공이 문과 급제한 직후 병자호란이 일어나 모친(나주박씨)을 모시고 강화에 파란 갔다가 순절하였기 때문에 실직 관직은 없으며
현종 때 증(贈) 홍문관 교(校理: 정5품
▶ 병자호란 중 강화도에서의 행적
인조14년(1636) 겨울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월사공 배 안동권씨, 백주공과 배 나주박씨, 청호공 배 전주이씨, 빙헌공과 처 안정나씨 등 공의 일가 3대가 강도로 피란하였는데 백주공은 모친 안동권씨를 모시고, 공의 내외는 모친(백주공 배) 병 중에 있던 나주박씨를 모셨다.
강도가 함락되어 청군이 들어오자 다른 데로 피란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공은 모친 박씨를 업고 도망을 가다가 형세가 급하여 위기를 모면할 수 없게 되자 공은 모친 박씨와 처 나씨를 청군이 못 보는 곳에 감추고 공은 청군에게 잡혀주니 청군은 소득으로 생각하고 더 이상 추적하지 않았다.
공이 청군에게 잡혀가는 동안에 안정나씨는 공을 대신하여 시어머니 나주박씨를 업고 달아나 부근 작은 섬으로 도피하였다.
공은 천신만고 끝에 청군으로부터 탈출하여 모친 나주박씨와 처 안정나씨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음으로 청군에게 붙잡힌 것으로 단정하고 구출하고자 자신은 다리에 화살을 맞아 기동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청군 속으로 들어가 청군에게 붙들리기를 여러 번 하면서 찾아 다녔다.
공은 다음날도 산 속을 헤매며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고 한 사람의 사우(士友)를 만나 그가 간곡히 만류하였으나 공은
"내가 다시 청군 속으로 들어가면 반드시 죽을 것을 알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모친이 생환할 가망이 없으니 어찌 참아 홀로 살겠다고 하리요"하고 부형에게 고결(告訣)하는 글을 써서 사우(연려실기술에는 암자의 스님)에게 주고 다시 청군 속으로 뛰어들어가 황황히 부르며 찾아 헤매다가
인조15년(1637) 정월 27일에 결국 청군에게 살해 당하고 말았다.
백주공이 강화 마니산 수조암(水조庵) 근처에서 공의 시신을 수습하여
가평, 태봉골 선고(월사공) 묘소 동편에 장사지냈다. 공의 장례를 치르고 난 4월에 부인 안정나씨도 상심하여 서거하여 공과 합분하였다.
병자호란이 끝난 후 공을 효자(孝子)에 정려(旌閭)하였고, 현종 년(11년(1670) 조복양(趙復陽)과 이단하(李端夏) 양인이 공의 절행(節行)을 상세히상주하여 임금이 옥당관(玉堂官: 校理, 정5품)에 증직하였다.
▶ 삼정문(三旌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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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주공(휘 昭漢) 배위 증 정경부인 여주이씨(驪州李氏) 열녀지문(중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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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자호란 때 강화로 피란하였다가 강화가 청군에 함락되고 위험한 지경에서 청군에게 몸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자결(인조 선조32년 1599년생, 인조15년, 1637년 졸, 수 39). 정문판은 1989년까지 가평 하면 현리 종손 면유씨 집 대문에 붙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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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호공(휘 一相) 배위 증정경부인 전주이씨(全州李氏) 열녀지문(좌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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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 때 강화로 피란하였다가 강화가 청군에 함락되고 위험한 지경에서 청군에게 몸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자결. 열녀정문판은 1950년 6.25한국전쟁 때까지 가평 상면 태봉골 종가댁에 보관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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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헌공(휘 嘉相) 증 자헌대부 이조판서 겸 홍문관 예문광 대제학, 지경연 의금부 춘추관 성균관사 세자좌 빈객 오위도총부도총관 효자지문(우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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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자호란 중 강화도 행적 참조, 효자정문판은 일제 때까지 서울 충신동 종손 효승(孝承)씨 댁에 보관되어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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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암공(晉庵公) 휘 천보(天輔) |
▶ 개요
● 자(字) 의숙(宜叔), 호(號) 진암(晉菴), 시호 문간(文簡)
● 숙종24년(1698) 생, 영조37년(1761) 졸, 수 64세,
● 배(配): 정경부인 청송심씨(靑松沈氏)
● 광무3년(1899) 장조(壯祖: 사도세자)의 일로 부조전(不?典)
● 묘소(墓所): 김포 오정동에 있다가 1975년 여름 가평 상면 연하리 반계동 공의 생가 인근으로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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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5년 이장한 가평 상면 연하리 반계동의 진암공 묘소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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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과(登科)
● 연대미상 생원시(生員試)에 등과
● 영조15년(1739) 42세에 문과 알성시(謁聖試) 등과,
▶ 역관(歷官)(묘지명)
● 생원시 등과후 내시교관(內侍敎官)
● 영조15년(1739) 문과 등과 후 세자시강원 설서(說書: 정7품)
● 영조16년(1740) 홍문관 정자(正字:정9품), 부수찬(副修撰:종6품)
● 영조17년(1741) 세자시강원 사서(司書:정6품), 문학(文學:정5품),
사간원 정언(正言:정6품),
이조 정랑(正郞:정5품),
홍문관 교리(校理:정5품) 겸 동학(東學: 세자) 한학교수(漢學敎授),
사간원 헌납(獻納:정5품) 겸 교서관 (校書館) 교리(校理: 종5품)
● 영조18년(1742) 겸 세자시강원 사서(司書:정6품)로 어사(御使)가 되어 옥천악(沃川嶽)을 안치(按治)
돌아 와 홍문관 수찬(수찬: 정6품), 부교리(副校理:종5품),
세자시강원 문학(文學:정5품),
성균관 사예(司藝:정4품),
사헌부 장령(掌令:정4품),
사복시 정(正: 정3품하) 겸 세자시강원 필선(弼善:정4품),
홍문관 부응교(副應校:종4품)
● 영조19년(1743) 세자시강원 보덕(輔德:종3품),
● 영조20년(1744) 세자빈 책봉 공으로 승정원 동부승지(同副承旨: 정3품하),
사간원 대사간(大司諫: 정3품상),
병조 참지(參知: 정3품하),
성균관 대사성(大司成: 정3품상)
● 영조21년(1745) 승문원(承文院) 부제조(副提調: 정3품) 겸무, 장예원 판결사(判決事: 정3품상),
병조 참의(參議: 정3품상),
예조 참의(參議: 정3품상)
● 영조22년(1746) 황해도 관찰사(觀察使: 종2품),
● 영조23년(1747) 해주성 수축,
홍문관 부제학(副提學: 정3품상),
이조 참의(參議: 정3품상),
삼사(三司)의 배척을 받아 고부군수(古阜郡守: 정5품),
떠나기 전에 이조 참판(參判: 종2품) 겸 동지의금부사(同知義禁府事: 종2품)
예문관 제학(提學: 종2품)
세자시강원 우부빈객(右副賓客: 종2품)
● 영조24년(1748) 형조 참판(參判: 종2품),
이조 참판(參判: 종2품) 겸 동지경연사(同知經筵事: 종2품),
비변사 유사(有司) 제조(提調),
● 영조26년(1750) 병조 판서(判書:정2품),
지의금부사(知義禁府事:정2품),
이조 판서(判書: 정2품),
● 영조28년(1752) 병조 판서(判書: 정2품),
의정부 우의정(右議政: 정1품),
좌의정(左議政: 정1품),
● 영조30년(1754) 의정부 영의정(領議政: 정1품),
영돈영부사(領敦寧府事: 정1품)
● 영조31년(1755) 좌의정(左議政:정1품),
영의정(領議政:정1품)(불취),
정성(貞聖: 영조 비)/인원(仁元: 숙종 계비)왕후 연속 서거하여 산릉총호사(山陵摠護使),
영중추부사(領中樞府事:정1품),
● 영조37년(1761) 영의정(領議政:정1품), 졸
▶ 공적(功績)과 미담(美談)
● 사도세자(思悼世子)사건(대한국사)
영조38년(1762)5월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굶겨 죽인 일.
영조는 정성왕후(貞聖王后) 서씨(徐氏)와 계비 전순왕후(貞純王后) 김씨(金氏) 사이에는 소생이 없었고, 영빈(瑛嬪) 이씨(李氏)의 소생으로 효장세자(孝章世子)가 있었으나 일찍 죽고, 둘째 아들 선(?)이 있어 세자로 봉하고 영조25년(1749)에 세자로 하여금 대리청정(代理廳政)케 하였다.
그러나 세자는 학문을 게을리하고, 궁녀나 내시를 함부로 죽이고, 기녀(妓女)나 여승(女僧)을 희롱하는 등 세자로서의 행실이 좋지 않았다. 세자의 이러한 비행에 대하여 계비(貞純王后)를 비롯하여 벽파(僻派) 신하들의 귀뜸과 모함이 그칠 새가 없었는데 영조37년(1761) 세자는 임금도 모르게 관서지방(평양)을 유람, 순행하고 돌아왔다.
유재겸, 서명응 등이 각각 상소를 올려 이러한 세자의 비행을 들어 왕세자로서의 체통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영조는 세자의 관서 순행에 관여한 심발, 유한소, 유언민, 이수득, 정존겸, 이심원, 김상중, 이영휘 등을 파면하였고, 이듬해 나경언이 김한구, 홍계희, 윤급 등의 사주를 받아 세자의 비행 10여 조목을 들어 상소하니 영조는 세자를 불러서
(1) 왕세손의 어머니를 죽인 일
(2) 여승과 사귀어 궁중에 출입케 한 일
(3) 서로(西路: 관서지방) 순행
(4) 북성(北城: 평양)에 나가 논 일 등 세자의 비행을 꾸짖은 다음 5월 13일에 세자를 폐하여 서인으로
하자 세자와 어머니 영빈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영조는 직접 아들 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굶겨 죽였다.
그러나 영조는 뒤에 이를 후회하고 '사도(思悼)'라는 시호를 내렸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도세자(思悼世子)'라고 부른다. 또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가 즉위하자 생부인 사도세자를'장헌세자(莊獻世子)'로 개칭하였고, 고종 때 '장조(莊祖)'로 추존하였다.
이 사건은 실제로 사도세자에게 큰 과실이 있은 것이 아니라 시파(時派: 세자를 동정, 주로 南人)-벽파(僻派: 세자를 공격, 주로 老論) 간의 당쟁으로 희생된 것으로 역사가들이 평가하고 있다.
● 네 번 영의정에 오르다
공은 영조 28년(1752) 병조판서에서 우의정에 제수된 이후 영조37년(1761) 졸할 때까지 무려 4회를 영의정 직에 올랐다. 이는 공의 성품이 본래 소탈하고 정직하며, 벼슬 자리에 안자 하는 일 없이 안주한 적이 없고, 또 아부할 줄을 몰라 자주 임금의 뜻을 거슬렀기 때문이다. 임금도 이러한 공의 성품과 순수성을 알고 신뢰하였기 때문에 다시 임명되었다.
● 영의정의 집에 염습할 옷이 없다.
공은 가풍을 이어 문아(文雅: 시문 등에 풍치가 있고 아담함)하고, 풍모가 청소(淸素: 맑고 깨끗함)하였으며, 천부적으로 심회(心懷: 마음에 품은 것)가 넓고 뇌락(磊落: 기상이 활달하여 작은 일에 구애되지 아니함)하니 혼란한 말세에 있을 법한 인물이 아니었다.
생각하는 범위가 크고 깊으며 간결하여 변화에 대처함이 원대하였으며 세상의 명절(名節: 명분과 절의)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걱정하고 분연히 스스로 독려하여 유학을 중흥시키려 노력하여 노년이 될수록 더욱 식견이 높아졌다. 만약 일을 맡아 재주를 다 펼칠 기회가 주어졌다면 임금의 덕을 높이고, 세조(世道: 세상의 법도)를 바로 잡으며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 놓았을 것이다.
사도세자가 평양 원유사건으로 위기에 처하자 세자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또 세자의 안전을 위하는 길이 자결하는 길이라 결심하고 임종에 임하여 "영원히 임금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이 나의 한이다"고 하면서 사람을 시켜 유소(遺疏: 유언으로 남긴 상소)를 받아 초하게 하였는데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 차 있었다.
공이 돌아가서 염습 할 때가 되었으나 집에 염습할 옷이 한 벌도 없었다. 임금이 이 소식을 듣고 탄식하며 더욱 공을 아깝게 생각하였다. 평소 공을 닥갑게 생각하지 않던 사람도 공의 청덕에는 감복하지 않은 자가 없었다.
● 진암공 생가와 향나무
진암공 생가(표지 사진)는 경기도 가평군 상면 연하리 226번지 소재로서
경기도문화재자료 제55호이며 문화재 설명판에 따르면
「이 집은 조선 영조 때 영의정을 지낸 진암 이천보(李天輔)가 살던 곳이다. 이천보는 연안이씨로서 글과 글씨가 뛰어난 문인(文人)으로 이름이 높았으며 마지막 벼슬이 영중추부사에 이르렀다. 건물은 고종4년(1867)에 다시 지었으며 6.25전쟁 중에 안채는 불타 없어지고 사랑채와 행랑채만 남게 되었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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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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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평 연하이 향나무는 조선 영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천보의 선조가 심은 것이라고 전해지며, 키가 약 15m, 가슴 높이의 줄기 직경이 84Cm이고, 나이는 약 300년으로 보고 있다(이하 생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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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헌공(翼憲公) 휘 문원(文源)> |
▶ 개요
● 자(字) 사질(士質), 시호 익헌(翼憲)
● 영조16년(1740) 생, 정조18년(1794) 졸, 수 55세,
● 배(配): 청송심씨(靑松沈氏)
▶ 등과(登科)
● 영조39년(1763) 진사시(進士試)에 등과
● 영조47년(1782) 문과 정시(庭試) 등과,
▶ 역관(歷官)(행장): 5판서 역임
● 영조39년(1763) 음직(蔭職) 휘령전 참봉(參奉:종9품) 불취(不就)
● 영조44년(1768) 영희전(永喜殿) 낭관(郎官),
종묘서(宗廟署) 부봉사(副奉事:정9품),
상서원(尙瑞院) 부직장(副直長:정8품),
사옹원(司饔院) 주부(主簿:종6품),
호조 좌랑(佐郞:정6품)
● 북청부(北靑府)에 배(配: 귀양): 공이 홍문관 교리에 제수되었을 때 일. 공보다 먼저 문과에 급제한
종숙(從叔)이 있었는데 공이 홀로 영관(瀛館: 홍문관)에 뽑히자 종숙을 핑계로 나가기를 거부하였다. 영조가 수차 소명하였으나 응하지 않자 노하여 북청부에 배(配)하였다가 멀지 않아 사면되어 돌아왔다.
이 때 외척이 세력을 잡고 권력을 남용하여 많은 진신(縉紳: 공경 또는 고관) 사대부(士大夫)가 화를 입음에 공은 초연히 서울을 떠나 시골에 가서 있는 데 여러 번 관직(館職: 홍문관. 예문관, 춘추관 등의 직책)과 북평사(北評事) 등을 내렸으나 나가지 않았다.
● 영조47년(1782) 병조(兵曺) 좌랑(佐郞:정6품),
사간원(司諫院) 정언(正言: 정6품),
세자시강원 사서(司書:종5품), 문학(文學:정5품),
홍문관 교리(校理:정5품) 겸 서학(西學) 교수(敎授),
● 영조52년(1776) 홍문관 부응교(副應敎:종4품),
육상궁(毓祥宮: 東宮) 독책관(讀冊官), 통정대부(通政大夫:정3품상)
승정원(承政院) 동부승지(同副承旨:정3품하)
● 정조 원년(1776) 병조참의(兵曺參議:정3품),
예조참의(禮曺參議:정3품),
● 정조1년(1777) 여주목사(驪州牧使:정3품)(주민이 遺惠碑 건립),
사간원 대사간(大司諫:정3품)(不就)
● 정조4년(1780) 동래부사(東萊府使:정4품),
경상 관찰사(觀察使:종2품),
성균관 대사성(大司成:정3품) 2회,
승지(承旨)
● 정조8년(1784) 문효세자(文孝世子)가 책봉되면서 보덕(輔德: 종3품)
가선대부(嘉善大夫: 종2품) 행 좌승지(左承旨: 정3품상),
예조참판(禮曺參判: 종2품) 겸 동지의금부사(同知義禁府事:종2품)오위부총관(五衛副聰官: 종2품) 상의원제조(尙衣院提調: 종2품) 사헌부대사헌(司憲府大司憲: 종2품)
● 정조9년(1785) 병조참판(兵曺參判: 종2품)으로 비변사(備邊司) 겸관
영우원포석(永祐園?石) 준공 훈공으로 가의대부(嘉義大夫:종2품상),
호조참판(戶曺參判:종2품),
동지경연사(同知經筵事: 종2품),
승문원(承文院)/ 선공감(繕工監)/전생서(典牲署) 제조(提調: 종2품)
● 정조10년(1786) 승정원 도승지(都承旨:종2품),
영릉(英陵) 보토(輔土)의 공으로 자헌대부(資憲大夫:정2품)
공조판서(工曺判書:정2품)겸 도총관(都摠官:정2품),
내의원(內醫院) 제조(提調:정2품)로 문효세자가 홍역에서 회복되자 정헌대부(正憲大夫:정2품상),
여주목사(驪州牧使: 정3품) 영능수축역(寧陵修築役) 담당
● 정조11년(1787) 의금부 지의금부사(知義禁府事: 정2품),
한성부(漢城부) 판윤(判尹:정2품)(辭避),
지경연사(知經筵事: 정2품) 겸 선혜청(宣惠廳) 제조(提調: 정2품),
이조판서(吏曺判書: 정2품) 관상감(觀象監)/종부(宗簿) 제조(提調:정2품)
준천사(濬川司: 준설작업 책임자인 듯),
예조판서(禮曺判書: 정2품) ,
병조판서(兵曺判書: 정2품)
● 정조13년(1789) 한성부(漢城부) 판윤(判尹:정2품),
병조판서(兵曺判書: 정2품), 이조판서(吏曺判書: 정2품)(병으로 체임),
지돈영부사(知敦寧府事: 정2품)겸 평시서(平市署) 제조(提調: 정2품),
현융원(顯隆園:사도세자능) 수원 이봉(移奉) 도감당상(都監堂上), 그 공으로 숭정대부(종1품하)
판의금부사(判義禁府事:종1품) 겸 지춘추관사(知春秋館事:정2품)
동지경연사(同知經筵事:종2품)
● 정조14년(1790) 함경도 관찰사(觀察使:종2품)
● 정조16년(1792) 예조판서(禮曺判書: 정2품),
이조판서(吏曺判書: 정2품) 겸 종묘서(宗廟署)/상악원(掌樂院)제조(提調),
연사(燕使: 북경에 사신),
형조판서(刑曺判書: 정2품)
● 정조17년(1793) 병조판서(兵曺判書:정2품) 겸수어사(守御使:남한산성책임)(三子 存秀 文科登科),
이조판서(吏曺判書: 정2품) 겸 경모궁(景慕宮) 제조(提調: 정2품)
● 정조18년(1794) 7월 20일 졸 향년 55세,
정조대왕이 2일간 철조(輟朝)
● 정조19년(1795) 안산(安山) 노촌(老村)에 장사,
1975년 가평으로 이장
▶ 공적(功績)과 미담(美談)
● 여주에 유혜비(遺惠碑)
정조 1년(1777) 여주목사(驪州牧使)로 부임하였는데 여주는 남한강을 끼고 있어 물자가 풍부하여 부자와 세도가가 많아 다스리기 어려운 고을로 이름나 있었다. 공이 무순(撫循: 어루만지어 따르게함) 하고, 법을 어기는자는 아무리 세도가 일지라도 요개(撓改:굴하여 바꿈)하지 아니하니 1년 이내에 이적(理績: 다스리는 실적)아 도 내에서 1등이 되었다.
이 때 훙년이 들어 세금을 부과할 수 없게 되자 관찰사에게 보고하여 모든 세금을 탕감 하여 민력(民力) 구할 것을 여러 번 건의하였으나 관찰사가 허락하지 않으니 공이 "백성의 부모가 되어서 그들의 죽음을 좌시(坐視: 앉아서 보고만 있음)하는 것은 나는 차마 못하겠다"하면서 관직을 버리고 돌아가니 후에 주민(州民)들이 공의 유혜(遺惠: 전사람이 남긴 은혜)를 칭송하여 비석을 세웠다.
● 전원 생활
정조 4년(1780) 동래부사(부사: 정4품)로 있을 때 수사(水使: 경상도 수군절도사,정3품)와 쟁론이 많아 관직을 버리고, 돌아갔다가 이 해 겨울에 경상도 관찰사(종2품)에 부임하였는데 연하여 대흉이 들어 스스로 절약의 모범을 보이면서 봉름(俸?:관리가 봉급으로 받는 쌀)과 반요(飯饒:먹는 밥)까지 덜어서 백성을 구하는데 힘쓰고, 주야 단기로 각 지방을 순행하여 질고(疾苦: 질병으로 고통 받음)를 살피고 조치하니 전지역이 안정되어 곧 임석지안(?席之安: 이부지리를 덮고 편안히 잠, 안정됨)을 얻게 되었으나 급히 조정으로 소환되자 백성들이 크게 실망하여 이르는 곳마다 길을 막고 호읍(號泣: 부르며 눈물을 흘림)하여 길을 갈 수 없게 하였다.
이 때 급히 소환된 것은 대신(臺臣: 사헌부/사간원 관리) 이현영이라는 자가 공을 무고하여 의금부에 호출되어 갔으나 조사 결과 무죄함이 밝혀져 석방되었다. 그러나 공은 가협선롱하(嘉峽先?下: 선조의 묘가 있는 고향)으로 들어가 오직 경가(耕稼: 논밭 갈아 씨 뿌리고 가꿈)에 전력하고, 사의(蓑衣: 도롱이) 입고 소를 몰며 택반(澤畔: 호수 가)과 전간(田間: 밭 두둑)에 소요하니 사람들이 비옥(緋玉: 붉은 옷과 옥관자, 당상관)의 귀인(貴人)임을 알지 못했다.
● 함경도 백성들의 부모
정조 14년(1790) 함경도 관찰사가 되어 민은(民隱: 숨은 민심)을 살피고, 군요(軍?: 軍役, 군사일)을 견감(?減: 일부를 줄여 줌)하고, 상인들의 세금을 노비들의 름곡(?穀: 품삯으로 주는 곡식)을 더하여 폐단을 없애는데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였기 때문에 공이 죽는 날까지 북인(北人: 함경도 사람들)은 공을 부모라 칭하였다.
공의 부음을 전해 들은 함경도 백성들이 만세교(萬世橋: 함흥에 있는 듯)에 운집하여 통곡하였다 한다.
● 생일 잔치에 대감들을 '쩍반찬'으로 대접
공이 어느 때인가 공직에서 물러나 퇴계원에서 한동안 전원생활을 하고 있었다. 공의 생신이 4월 하순 늦은 봄이었다. 현직(판서)에 있을 때 동료급 판서들이 '이판서의 생일을 먹어본 적이 없다'면서 금년에는 꼭 가겠다고 하여 하는 수 없이 오면 '쩍반찬'으로 대접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생일날이 되어 현직 및 퇴임판서 3-4인이 함께 어울려 가르쳐 준 사는 퇴계원 이판서가 사는 마을을 겨우 찾았다 그런데 동네에는 이판서가 살 만한 집(큰 기와집)은 보이지 않았다.마침 밭에서 일하는 농부가 있어 이판서 집을 물으니 농부는 돌아보지도 않고 손가락으로 왼쪽의 초가집을 가리켰다.
대감들이 농부가 가리킨 초가집으로 가니 이판서는 밭에 나갔다며 하인 아이가 방으로 안내하였다. 방안에는 윗목에 책만 놓여 있을 뿐 별다른 세간살이가 없었다.
얼마 후 이판서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면서 김매던 농부 차림으로 들어오는데 아까 집을 가르쳐 주던 농부가 곧 이핀서 임을 알고 모두 놀랐다.대감들이 담소하며 한나절은 지나 시장기가 도는데도 생일잔치 음식은 들어오지 않고 다른 손님도 없었다. 이판서는 잠시만 기다리면 약속한데로 '쩍반찬'이 들어온다고 하였다. 대감들은 쩍반찬이 이판서 댁에 전래해 오는 별미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윽고 오후 3시경이나 돼서 점심 상이 들어 오는데 반찬이라고는 된장찌개와 김치 한 가지 뿐이었다. 그러나 몹시 시장한 대감들은 쩍반찬은 뒤에 나오나 보다 하고 시장하던 참이라 맛있게 밥을 먹었다. 그리고는 이판서를 보고 왜 '쩍반찬'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이판서는 빙긋이 웃으며 지금 먹은 것이 바로 '쩍반찬'이라며 설명을 겯들였다.
"쩍반찬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배가 곺을 '쩍'에 먹는 '반찬'이 곧 쩍반찬이요. 대감들도 이제부터는 나처럼 일을 하고 시장할 때 밥을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밥맛도 좋을 겁니다. 이 짝반찬이야 말로 어떤 진수성찬보다 맛있는 반찬이오"하였다. 대감들은 이판서의 쩍반찬 설명에 깨달은 바가 많았다.
● 기타 공에 관한 이야기는 별도로 첨부한「걸인 이문원 이야기」참조
▶ 성품과 인품
노주(老洲) 오희상(吳熙常)이 찬한 공의 행장(行狀)에 의하면 공은 중간 키에 학안(鶴顔: 흰 얼굴)으로서 천성이 침후(沈厚: 일에 임하여 침착하고 중후한 태도)하였고 지기를 잘 돌아보았다.
술을 좋아하며 반쯤 취하면 해학(諧謔: 품위 있는 익상, 유모어)과 우스갯소리(죠크)로 좌중을 압도하였다.
지모(智謀: 지략과 꾀)가 풍족하여 어떤 일에 임하면 수인(數人)의 일을 혼자 해내는 기량을 가졌으며, 한번 마음이 정해지면 확고하여 절대로 흔들리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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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석공(金石公) 휘 존수(存秀) |
▶ 개요
● 자(字) 성노(聖老), 호(號) 금석(金石), 시호(諡號): 문익(文 )
● 영조48년(1772) 생, 순조29년(1829) 졸, 수58세
● 배(配) 반남박씨(潘南朴氏)
● 묘소: 경기도 화성군 팔탄면 해창리에 있다가 1995년 11월 경기도 가평 상면 연하리 반계동으로 이장
▶ 등과
● 정조14년(1790) 사마시(司馬試) 등과
● 정조18년(1794) 23세 친림(親臨) 춘당대(春塘臺) 흡이경(恰二慶: 두 가
지 경사 축하) 정시(庭試)(文科殿試)
* 이경(二慶)이란 자전(慈殿: 貞純王后) 오순(五旬)과 자궁(慈宮:사도세자 비 혜경궁홍씨, 敬懿王后) 육순(六旬)을 말한다.
▶ 역관(歷官)(청선고): 5도관찰사,5판서, 우/좌의정
● 정조18년(1794) 홍문관/교서관 정자(正字:전9품) 겸무,
세자시강원 설서(設書:정7품), 문학(文學:정5품),
규장각 대교(待敎), 직각(直閣),
● 정조23년(1799) 한림(翰林)
● 정조24년(1800) 규장각 직제학(直提學: 정3품하)
● 순조 3년(1803) 황해도 관찰사(觀察使: 종2품),
● 순조 7년(1807) 이조 참의(參議: 정3품하),
● 순조 9년(1809) 규장각 부제학(副提學: 정3품상),
제학(提學: 종2품)
● 순조10년(1810) 이조 참판(參判: 종2품)
● 순조12년(1812) 비변서 제조(提調),
경기도 관찰사(觀察使:종2품),
● 순조 년(18 ) 승정원 도승지(都承旨: 정3품상)
● 순조14년(1814) 경상도 관찰사(觀察使: 종2품),
● 순조17년(1817) 선혜청 제조(提調),
의정부 우참찬(右參贊: 정2품),
형조 판서(判書: 정2품),
● 순조18년(1818) 세자시강원 좌부빈객(左副賓客: 정2품),
의정부 좌참찬(左參贊: 정2품),
한성부 판윤(判尹: 정2품)
● 순조19년(1819) 사헌부(大司憲: 종2품),
이조 판서(判書: 정2품)
● 순조20년(1820) 판의금부사(判義禁府使: 종1품)
● 순조21년(1821) 공조 판서(判書: 정2품),
예조 판서(判書: 정2품)
● 순조23년(1823) 병조 판서(判書: 정2품)
● 순조25년(1825) 함경도 관찰사(觀察使: 종2품),
● 순조27년(1827) 호조 판서(判書:정2품),
의정부 우의정(右議政: 정1품)
● 순조29년(1829) 의정부 좌의정(左議政: 정1품)
◆ 공적과 미담
* 연안이씨 종보 제 19호 (1991년 봄호)에 게재된 창석 億榮 화백의 '이존수, 좌의정과 생사당'에서 추려서 엮음(엮은이)
● 정조대왕의 칭찬
정조14년(1790) 공이 19세로서 사마시에 합격하였을 때 임금이 합격자들을 소집하여 면대 할 때 공의
합격장 후면에 친필로
"문장이나 필치가 경(공의 부친 익헌공)보다 낫고, 용모나 걸음걸이와 체격도 경보다 낫다"고 써서
공의 부친인 익헌공에게 직접 주면서
"전날 경의 여러 아들 중에서 내각(內閣: 규장각) 대교(待敎: 정7품-정9품)감이라 한 자가 바로 이사람인가?" 하고 물었다.
[첨부 '걸인 이문원 이야기'의 '각신(閣臣) 풍간(諷諫)'참조]
또 정조18년(1794) 23세로 문과 정시(庭試)에 급제 하였을 때 임금이 근신에게 말하기를
"이 사람은 고 영의정 문간공 진암(晉菴: 이천보의 호)의 손자이다. 문간공은 선왕에게 충성을 다한 현신인데 내가 그의 은혜를 잊을 수 있겠는가? 그의 손자가 등과하였으니 조정을 위해서도 심히 기쁜 일이다" 하면서 문간공의 사당에 제물을 하사하였다. 임금은 또 공을 불러서 보고, 그 날로 한림(홍문관)에 들게 하고(임명), 축하의 뜻으로 공을 앞에 두고 궁중악을 연주케 하니 일가의 영광이 극에 달하였다.
또 정조대왕은 공을 홍문관과 교서관 양관의 정자(正字)에 임명 하고는 익헌공(공의 부친 문원)에게
"경의 아들이 각신(閣臣)이 되어 조상(진암공을 말함)의 관직을 손자가 계승하게 되었으니 진실로 장한 일이다"하고, 총융사 정민시를 시켜서 급제한지 3년 만에 금납양패(金납兩牌: ?)를 앞세우게 하고 공을 인도케 하니 전에 없던 영광이었다.
● 아버지가 아들 앞에 부복(俯伏)
정조14년(1790) 공이 18세로 문과 급제 직후.공의 부친 익헌공이 함경도 관찰사로 부임할 때 공에게 어서(御書: 임금의 글 즉임명장)를 모시고 가게 하였다. 공이 친서를 모시고 갔기 때문에 함경감영에 도착하였을 때 모든 관원이 노변에 부족하였고, 부친 익헌공도 다른 관원과 함께 부복하였다.
● 국가 정책 건의
공이 임금과 친견할 기회가 있어서 장문을 써서 나아가 아뢰기를 치민(治民)을 위하여 인재를 등용할 개선할 점, 지방 수령방백을 임명할 때의 맹점, 화폐를 주조하는 법, 해운 선박의 정책 등 여러 전문 분야에까지 국가 정책을 열거하여 통렬히 논거하니 임금이 모두 가납하였다.
● 엄정한 금전과 물품 취급으로 '李팔짱' 별명
순조12년 경기감사로 부임해 보니 정무가 난잡하고, 양곡 출납이 태반
이상이 허실되고 장부는 허위 장부로 꾸며져 있어 부임후 단기간 내에 모두 바로 잡았다.
순조17년(1817) 선혜청 제조(提調)에 임명되었다. 선혜청은 조정의 금전과 곡물, 면포 등의 출납을 관장하는 곳이다. 지금의 국세청과 조달청을 합한 관청이라 할 수 있다. 연간출납 금액과 물량이 엄청나게 방대하고 복잡한 곳이었다.
공이 부임하고 보니 장부정리도 부실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모두 태만하고 또 무지한 자가 많아 일도 하지 않고 녹봉만 받는 무위도식 하는 자가 수두룩하며 비리가 관행처럼 자행되고 있었다.
공은 부임 즉시 세밀하게 실상을 파악하고 문책하여 처벌할 것은 처벌하는 등 다시는 감히 비리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엄중히 처리하니 얼마 되지 않아서 누적된 폐단은 일소되고 조정의 금전과 물자 취급이 공정해 졌다.
공은 수치 계산이 빨라 선혜청과 같은 금전과 물품 출납이 많고 복잡한 일을 잘 처리하였다. 이 때 공은 항상 양 손으로 속셈을 하느라고 팔장을 끼고 다녔기 때문에 사람들이'李팔장'이라 별명을 지었다.
● 생사당(生祠堂)
사당(祠堂)이란 죽은 사람의 신주를 모시는 곳이다. 수령방백으로 백성을 위하여 좋은 정치를 펼쳤을 때 송덕비(頌德碑), 거사비(去思碑) 등 비석을 세웠다는 이야기는 흔히 듣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서 사당 즉 생사당(生祠堂)을 지었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순조14년(1814) 이른바 '갑술년대기근(甲戌年大饑饉)'이 들었을 때 공이 경상도 관찰사에 임명되었다. 공은 즉시 임지로 가서 도민들을 기근으로부터 구하기 위하여 불철주야 전심으로 성심을 다하였다.
방략(方略: 방법과 계책)을 제시하고, 추진하여 진휼(賑恤: 흉년에 곤궁한 백성을 구하기 위하여 도와줌)하였다. 공의 탁월한 수완으로 기근이 없는 관동(關東: 강원도), 관서(關西: 평안도), 관북(關北: 함경도) 세 곳에 협조하여 양곡 수십만석을 수입하여 구휼한 결과 마침내 전 도민을 구출하였다.
이듬해 가을에는 대풍이 들어 병든 사람까지도 병석에서 일으나니 모든 도민들이 이것이 다 이감사(李監司)의 은덕'이라 칭송하고, 공의 유임을 조정에 애원하였다.
조정에서도 경상도 도민의 민의를 들어 공이 임기를 1년 연임하여 마치고 내직으로 돌아 올 때 도민들이 눈물로 앞을 막아 길을 갈 수가 없었다.
또 공론은 이에 그치지 않고 성금을 갹출하여 공을 추모하는 사당을 지었으니 이것이 곧 산사람을 위한 사당 즉 생사당(生祠堂)이다.
● 지극한 효심과 우애
공은 효심과 우애가 지극하였다.
공의 모친 청송심씨가 병환으로 위독할 때 성심을 다하여 병구완을 하는가 하면 손가락을 잘라 진혈(進血)한 일이 있었고,
순조27년(1827) 공이 호조판서로 있을 때 공의 중형(仲兄: 在秀)이 경상감사로 있었는데 과중한 정무로 병환이 위독하다는 전갈이 있있자 공은 즉시 호조판서직을 사직하고 내려가 형의 병구완에 진력을 다 하였다.
● 삼대(三代) '호동(壺洞) 대감'의 검소
공은 호동(壺洞: 지금의 서울 원남동)에서 자랐기 때문에 택호(宅號)가 '호동댁'이었다. 이는 조부 진암공이 어진 재상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려고 노력하면서 나라의 앞 일을 적중하게 예측하여 처리하면서 백성들로부터 '호동(壺洞) 대감'이라는 별칭을 얻으면서 부친 익헌공, 그리고 공 대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불려지게 된 자랑스러운 애칭이었다.
이러한 애칭은 직무를 잘 수행한데서 뿐만 아니라 검소한 생활 자세에서 주민들로부터 진심으로 숭앙을 받았기 때문에 얻은 친근한 애칭이다.
10년 이상 정승직에 있으면 서 영의정을 지낸 조부(晉菴公)도 신도비를 세우지않았고, 5판서를 역임한 부친(翼憲公)도 신도비는 물론 묘비도 없으며, 공(金石公) 역시 졸한 후에 묘소도 초라하고, 신도비도 없었다.
이는 집안의 가풍으로 백형(白兄: 有秀, 군수), 중형(仲兄: 在秀, 감사), 제씨(弟氏: 友秀, 참판) 계씨(季氏: 奎秀, 부사) 모두 묘비가 없으며, 그 외에도 당상관과 정5품 이상의 관직에 오른 사람이 많지만 몇 분을 제외하고는 묘비가 없다.(진암공, 익헌공, 금석공 삼대의 묘소를 가평 진암공 생가 가까이로 이장하면서 묘비를 세웠다)
● 저서 광보자경편(廣補自警編)
공은 독서를 좋아하고 또 중시하여 말하기를"성현은 경서를 저술하여 독자로 하여금 그 글을 읽고 그 뜻을 생각하여 사리의 의당함을 깨닫고, 도의(道義)의 전체를 보아 이를 행으로써 성현의 경지에 이르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독서를 하지 않으면 어찌 성현이 제시하는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의 길을 습득할 수 있겠는가?"하였다.
그래서 공은 성현의 글을 숙독하고 자신이 직접 저술을 내 놓은 책이 '광보자경편(廣補自警編)'이다. 자경(自警)은 '스스로 마음과 행동을 경계하여 주의한다'는 뜻이다.
위로는 역경(易經), 시경(詩經), 서경(書經) 등 삼체(三體)의 글로부터 중용(中庸), 대학(大學), 논어(論語), 맹자(孟子), 효경(孝敬)의 장구(章句)와 아래로는 성리학에 밝았던 제현(諸賢)들의 학설과 대학연의(大學衍義), 송대 명신들의 언행록, 우리나라 선현들의 말씀까지 중요하고, 사람의 행동거지에 필수적인 것들을 분류 취합하고, 송나라 자경편(自警編)의 격언, 지론까지 추려서 말미에 추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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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언 |
1985년 연성회가 결성된 이후 1986년부터 2003년까지 년1회 선조유적지 탐발 활동은 '92년도를 제외하고는 빠짐없이 그리고 열성적으로 참여하여 실시해왔다. 또 가평 선조유적지는 '87년과 '96년 2회 실시하면서 상면 연하리 반계동은 진암공 생가를 급히 들린 적이 있다. 진암공(휘 天輔)으로부터 익헌공(휘 文源), 금석공(휘 存秀)에 이르는 삼대의 선조 묘소가 진암공 생가 주변으로 이장되어 한 곳에 모였고, 이분들이 정승판서를 역임하면서 우리 집안은 물론 우리나라 역사에 큰 역할을 한 분들이기에 그 유적을 살펴보고 생애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뜻깊은 일이라 생각하고 다시 가평을 찾았다.
길목인 태봉골에도 들려 월사공(휘 廷龜), 백주공(휘 明漢), 청호공(휘 一相) 삼대대제학의 묘소와 신도비, 사우 경덕사, 월사집 장판각 그리고 삼정문 등 달라진 면목을 둘러보았다.
가평의 선조들은 16세기말 선조조로부터 17세기 중반 현종조에 걸쳐 우리 연리를 명가의 반열에 올려 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고, 또 18세기초 영조조부터 19세기초 순조조까지 명가 연리의 명성을 확고히 하는데 또한 큰 역할을 한 분들이다.
우리 연성회 회원들은 이번 가평의 선조유적 탐방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으로생각하고 이분들의 숨은 발자취를 찾아 세상에 내 놓는 일에 게으러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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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첨 1 연성회 선조유적지 탐방 실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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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첨 2 백주공(白洲公)의 시조(時調) |
▶ 청나라에 불모시절 시조(5)-배경은 延安李氏이야기 432쪽 '애국충정의 노래들' 참조
綠水靑山(녹수청산) 깁흔 곳듸 靑藜緩步(청려완보) 드러가니
千峯(천봉)은 白雲(백운)이오 萬壑(만학)에 烟霧(연무)ㅣ로다(流水로다)
이곳이(이 땅에) 景槪(경개)됴흐니 녜와 놀녀 하노라(청구영언 184)
(해설)
맑은 물 푸른 산 깊은 곳에 청려장 지팡이 흩어 짚고 느릿느릿 들어가니
산봉우리마다 흰 구름 걸려있고 골짜기마다 안개 끼었네(맑은 물 흐르네)
이곳(이 땅) 내 조국이 경치 좋으니 늘 여기 와서 놀았으면 좋겠네
西山(서산)에 日暮(일모)하니 天地(천지)에 가이 업다
梨花(이화)에 月白(월백)하니 님 생각이 새로왜라
杜鵑(두견)아 너는 눌을 그려 밤새도록 우나니(청구영언 921)
서산에 해가 지니 하늘과 땅이 끝없이 넓고 넓구나
(임금이 계신 곳까지 도저히 갈 수 없을 만큼 넓어 보인다)
배꽃이 달빛을 받아 더욱 희니 님(임금) 생각이 새롭게 나는구나
두견새(솟쩍새)야 누구를 그리워하여 밤새 그토록 우느냐
꿈에 단이는 길이 자취곳 날쟉시면
님의 집 窓(창) 밧기 石路(석로) 라도 달흘노다
꿈길이 자최 업스매 그를 슬허 하노라(청구영언 188)
(해설) 꿈에 다니는 길도 오간 발자국이 난다면
님(임금)의 집(대궐)로 가는 길이 돌길이더라도 다 닳았을 것이다
그러나 꿈길은 발자국이 나지 않아 밤마다 찾아 가지만 흔적이
없으니 그것을 슬퍼 하노라
울며 잡은 소매 떨치고 가지 마쇼
草原長堤(초원장제)에 해 다 져 져물엇다
客窓(객창)에 殘燈(잔등)도도고 안자(새와)보면 알니라(청구187,가곡196)
(해설)헤어지기 싫어 울며 붙잡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지 마오
까마득한 긴 뚝길 멀리 해가 다 졌는데
객주집 등잔 밝히고 앉아 밤을 지새어 보면 그 이별한 심정을 알리라
楚江(초강) 漁夫(어부)들아 고기 낙가 삼지 마라
屈三閭(굴삼려) 忠魂(충혼)이 漁腹裏(어복리)에 드럿나니
아모리 鼎호(정호)에 살문들 닉을 줄이 이시랴(청구영언185)
(해설) 초나라 양자강에서 고기 잡는 어부들아 고기 낚아 삶지 마라
그 강물에 몸을 던져 죽은 삼려대부 굴원의 충성스런 넋이 고기 뱃속에 들어가 있을 것이니
아무리 솥가마에 넣고 삶더라도 익지(변하지) 않을 것이다
* 초강어부= 청태종, 굴삼려 충혼=불모로 잡혀간 사람들
▶ 시절과 인생과 사랑을 노래한 것(18)
半(반) 남아 늙거시니 다시 졈든 못하여도
이 後(후) l나 늙지 말고 每樣(매양) 이만 허엿고져
白髮(백발)아 네 짐쟉하여 더듸 늙게 하여라(청구영언183)
(해설)인생의 반이 지나도록 늙었으니 다시 젊어지지는 못하더라도
이 후로는 더 늙지 말고 늘 이정도로 있고 싶구나
백발이여! 네가 알아서 천천히 늙게 해 주려무나
샙별지쟈 종다리 떳다 호뮈 메고 사립나니
긴 숩풀 챤 이슬에 뵈잠방이 다 졋거다
아희야 時節(시절)이 됴흘세면 옷시 졋다 關係(관계)하랴(청구영언186)
(해설) 샛별(금성)이 서산에 지지 마자 종달새가 떠서 지저귀는 구나
호미 둘러 메고 사립문을 나서니
긴 수풀에 내린 찬 이슬 때문에 베 잠뱅이 다 젖겠다
아이야 시절만 좋다면야 옷이 젖는다고 걱정하겠느냐
* 암울했던 광해군 시절은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는 듯
寂無人(적무인) 掩重門(엄중문)한듸 滿庭花落(만정화락) 月明時(월명시)라
獨倚紗窓(독의사창)하여 長歎息(장탄식)하든 차의
遠邨(원촌)에 一鷄鳴(일계명)하니 애긋는듯 하여라
(해설) 중문을 닫고 적적 한데 뜰에 가득히 꽃은 지고 달은 밝은 때라
홀로 외로이 사창에 기대어 긴 탄식을 하는데
먼데 마을에서 한 마리 닭이 우니 마치 창자를 끊는 것 같구나
이리하여 날 속이고 져리하여 날 속이니
원슈이 님을 이졈즉도 하다마는
前前(전전)에 言約언약()이 重(중)하니 못이즐가 하노라(청구영언907)
(해설) 이리 핑계 나를 속이고 지리 핑계 나를 속이니
원수 같은 님을 잊어버릴 수도 있겠지마는
예전에 언약한 것이 중하니 그래서 잊을 수가 없노라
해지면 長歎息(장탄식)하고 蜀魄聲(촉백성)이 斷腸懷(단장회)라
一時(일시)나 잇자하니 구즌비는 무삼닐고
千里(천리)에 님 離別(이별)하고 잠못드러 하노라(청구영언908)
(해설)해가 지면 장탄식만 하고 두견새 울음소리에 애끓는 마음인데
잠시나마 잊자 했더니 궂은 비는 무슨 일인고
천리나 멀리 님을 이별하고 잠 못 들어 하노라
一刻(일각)이 三秋(삼추) ㅣ라 하니 열흘이면 몇 三秋(삼추) 오
졔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생각하랴
갓득에 다 셕은 肝腸(간장)이 봄눈 스듯 하여라
(해설)일각이 삼년과 같다 하니 열흘이면 몇 삼년이 되는 것이오
자기 마음 즐거우니 남의 걱정 생각하겠는가
가뜩이나 다 썩은 간장이 봄눈 녹듯 다 녹아 없어지는구나
한숨은 바람이 되고 눈물은 細雨(세우)되여
님 자는 窓(창)밧게 불면셔 뿌리고져
날 잇고 깁피든 잠을 깨여볼가 하노라
(해설)한숨은 바람이 되고 눈물은 가랑비가 되어
님이 자는 창 밖에 (바람은)불고, (가랑비는) 뿌리게 하고 싶다
나를 잊고 깊이 든 (님의)잠을 깨웠으면 좋겠네
이몸 싀어져서 졉동새 낙시되여
梨花(이화) 퓌온 柯枝(가지) 속닙페 싸였다가
밤즁만 사라져 울어 님의 귀에 들니리라
(해설)이몸 죽어가서 두견새 넋이 되어
배꽃 핀 가지의 속 잎에 싸였다가
밤중쯤 죽도록 울어서 님의 귀에 들리게 하리라.
이리 혜고 저리 혜나 속절업슨 솀만 난다
업꾸즌 이몸이 살고져 사란느냐
至今(지금)에 아니 죽은 뜨든 님 뵈오려 함이라(청구영언912)
(해설)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하니 별 도리 없이 헤아림 만 나는구나
궂은 업보로 태어난 이 몸이 살고 싶어 살았겠느냐
지금까지 죽지 않은 것은 님을 뵙기 위함이니라
食不甘寢不安(식불감침불안)하니 이 어인 모진 病(병)고
相思一念(상사일념)에 님 그린 타시로다
져 님아 널로 든 病(병)이니 네 고칠까 하노라(청구영언913)
(해설)먹어도 달지않고 잠을 자도 편안하지 않으니 이 어찌 된 모진 병인가
님 그리는 오직 한마음으로 님을 그린 탓이로다
저 님아 너로 인해 생긴 병이니 너 마는 고칠 수 있을 것이로다
내 가슴 杜沖腹板(두충복판)되고 님의 가슴 花榴(화류) 등 되여
因緣(인연)진 부레풀노 시우지게 붓쳐시니
아무리 셕달 장맨들 떠러질줄 이시랴(청구영언922)
(해설)내 가슴은 두충나무 배가 되고 님의 가슴은 자단나무 등이 되어
인연이라는 부레풀로 단단하게 붙였으니
아무리 석달 장마인들 떨어질 것이냐
西塞山前白鷺飛(서색산전백로비)하고 桃花流水魚厥魚肥(도화유수궐어비)라
靑蒻笠綠蓑衣(청약립녹사의)로 斜風細雨不須歸(사풍세우불수귀)로다
그 곳데 張至華(장지화) ㅣ 업스니 놀리 젹어 하노리(청구영언925)
(해설)서새산 앞에 백로가 날고, 복사꽃 떠 흐르는 물에 쏘가리가 살쪘구나
푸른 삿갓 푸른 도롱이 입고 바람에 가랑비 비껴 뿌리는데 돌아가 무엇하리
그 곳에 장지화가 없으니 같이 놀 사람이 적어 걱정이구나
不老草(불로초)로 비즌 술을 萬年盃(만년배)에 가득 부어
잡부신 盞(잔)마다 비너니 南山壽(남산수)를
이 盞(잔) 곳 잡부시면 萬壽無疆(만수무강) 하오리라(청구영언 926)
(해설)불로초로 빚은 술을 만년배에 가득히 부어
잡으신 잔마다 비옵니다 남산 만큼이나 오래 살기를
이 잔 잡아 드시면 만수무강 할 것입니다
山(산)밋테 사자하니 杜鵑(두견)이도 붓그럽다
내 집을 구버보며 솟적다 우는괴야
두어라 安貧樂道(안빈락도) ㅣ니 恨(한)할 줄이 이시랴(청구영언927)
(해설)산밑에 가난하게 살고 있으려니 두견새 보기도 부끄럽구나
내 집을 내려다 보며 솥이 적다(가난하다) 하는구나
그렇지만 가난 속에 마음 편히 즐겁게 사는 것을 내 분수라 생각하니 한이 되겠는가
言約(언약)이 느져가니 碧桃花(벽도화) ㅣ 다 지거다
아츰에 우던 기치 有信(유신)타 하랴마는
그러나 鏡中蛾眉(경중아미)를 다스려 볼가 하노라(청구영언928)
(해설)약속이 자꾸 늦어지니 복사꽃이 다 지겠다
아침에 울던 까치를 (님이 온다고)꼭 믿을 수야 있을까 마는
그래도 거울 버거 눈썹(미모)를 다듬어 보아야겠구나
天下匕首劍(천하비수검)을 한듸 모하 비를 매여
南蠻北狄(남만북적)을 다 쓰러바린 후(후)에는
그 비로 호뮈를 맹그러 江上田(강상전)을 매오리라(가곡원류297)
(해설)세상의 모든 비수들을 한데 모아 빗자루를 매어
남쪽 오랑케, 북쪽 오랑케 다 쓸어버린 다음에
그 빗자루로 호미를 만들어 강가 언덕 밭을 메고 싶구나
前山(전산) 昨夜雨(작야우)에 봄빗치 새로애라
豆花田(두화전) 관숄불에 밤호뮈 빗치로다
兒子喜(아희)야 뒷내 桶(통)바리에 고기 건져 오너라(가곡원류298)
(해설)앞산이 어제 밤비에 봄빛이 새롭구나
콩밭 관솔불이 호미에 비치는구나(밤에 불 켜놓고 밭 매는 풍경)
얘야! 뒤 냇물 통발에 잡힌 고기를 건져 오너라
天地(천지) 몃번재며 英雄(영웅)은 누구누구
萬古興亡(만고흥망)이 睡胡子(수호자)의 꿈이어늘
어듸서 妄?(망령)엣 것들은 노지말라 하나니(가곡원류299)
(해설)천지가 몇 번 째 바뀌었으며 영웅은 누구누구더냐
만고에 흥하고 망하는 것이 수호자의 꿈과 같은 것이거늘
어째서 망령된 자들은 놀지 말라 하는가
남구만(南九萬) 작 동창곡(東窓曲)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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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첨 3 걸인(傑人) 이문원(李文源) 이야기
(박종화, 김팔봉 감수, 김화진, 방기환, 김윤성 편 한국역대야사전집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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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역대야사집에 전하는 '걸인(傑人)이문원'는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하여 이문원이 완전 무식쟁이처럼 꾸몄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노라 하는 문장가에 비하면 큰 문장은 못되지만 뛰어난 기지, 의기와 함께 적어도 조정의 여러 관직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글은 있었던 것이다.
이문원은 영조39년(1763) 24세 때 사마시(司馬試)에 급제하였고, 영조47년(1771)에 31세로 정시(庭試) 병과(丙科)에 급제하였으며, 동벽(東璧: 文學, 세자시강원)과 옥당(玉堂: 홍문관)에 들어갔고, 상위 관직으로 영백(嶺伯: 경상감사), 북백(北伯: 함경감사)을 거쳐 도승지(都承旨), 지의금부사(知義禁府事), 성균관 대사성(大司成), 동지성균관사(同知成均館事) 등 글 없이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직책들을 거치고 오판서(五判西: 吏, 禮, 兵, 刑, 工曺判書)를 역임하였다.
그리고 이야기의 소제목들은 엮은이가 삽입한 것이다. (엮은이)
◆ 쇠불알 떼어 구워먹으려던 코흘리개가 이판 대감댁의 양자로 들어가다.
영조20년 어느 날.
경기도 가평의 산속길에 벽제 소리 요란히 울리며 귀인을 태운 사인교가 들어가고 있었다.
그 행차는 어떤 커다란 집 대문 안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그 사인교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나중에는 일국의 어진 재상이 되고 장래에 일어날 일들을 일일이 예측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던 바로 호동대신(壺洞大臣) 이천보(李天輔)요, 그가 들어간 집은 그의 사촌 이국보(李國輔)의 집이었던 것이다.
이국보의 집에서는 비록 사촌간이라고 하더라도 신임 이조판서가 들이닥치고 보니 접대하는 범절의 체면 관계도 있어 집 안팎이 야단법석이었다. 읍에서 군수가 나와 소를 잡는다, 돼지를 잡는다, 하여 떠들썩하고, 사랑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종형제끼리의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자 그 때 겨우 일곱 살밖에 안 된 국보의 작은 아들 문원(文源)은 개울 건너 글방에서 글을 읽고 있다가 자기집에 사람들이 들락날락하고 야단인 것을 보자 읽던 책을 내팽개치고 집으로 달려왔다.
집에 들어와 보니 사랑에는 손님이 있으므로 안채로 들어가니 여종들은 찬간과 부엌에서 무엇을 만드는지 분주하고 어머니는 마루 끝에서 고기를 굽고 있다. 문원이 다짜고짜 어머니더러
"어머니, 나 고기 한 점 주어요"하며 화로 앞으로 달려드니 어머니가 기겁을 하며 손을 내 저어
"얘, 그런 소리 말아. 서울서 오신 판서 아저씨 드릴 반찬이야. 그러지 말고 어서 나가 놀다 온"한다. 문원이 그 말을 듣더니
"체, 서울아저씨만 입이 있어요? 나도 입이 있는데-. 그만 두셔요. 나는 나가서 쇠불알이나 떼다가 구워 먹을 걸" 하더니 부엌칼을 들고 사랑 마당 외양간으로 내려 간다.
문원이가 쇠불알에 막 칼을 대려고 하는데 사랑방에서 그 방향으로 앉아 있던 천보가 이것을 보고
"형님, 어떤 애가 칼을 들고 쇠불알을 떼려 하오" 한다. 국보가 깜짝 놀라 내다보니 작은 아들 문원이다.
"이놈, 그게 무슨 짓이냐. 어서 칼을 놓고 이리 올라 와서 서울 아저씨께 인사나 드려라" 문원이 그 말을 듣고 코를 훌쩍이며 사랑으로 올라와서 꾸벅 한번 절을 하고 나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면서 혼잣말로
"난 서울 아저씨는 별다른 사람인 줄 알았더니 예사 사람과 똑 같구먼"하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문원의 하는 말을 귀담아 듣던 천보가 빙그레 웃더니 형님 국보더러
"형님, 내가 이번에 온 것은 남들에게는 성묘하러 온다고 했습니다만 사실은 형님 아들 중에서 하나를 양자로 데려 가려고 온 것입니다. 더 말할 것 없이 그 쇠불알 떼려던 놈을 나를 주시오" 한다. 국보가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여 승락하는 빛을 보이고 안으로 들어가 부인에게 그 말을 전하니 부인이 펄쩍 뛰며
"양자를 보내시려면 차라리 다른 아이를 보내시지 그 장안꾸러기를 어디다 보내시려고 그러셔요? 친어미 아비도 못 견딜 지경인데 남의 속을 얼마나 태우라고---"한다.국보가 사랑으로 나갔다 들어 오더니
"판서 말이 다른 애는 싫고 굳이 그 놈만 달라니 할 수 있소? 허락합시다" 하고는 곧 문원이를 불러
"얘, 문원아, 판서아저씨가 너를 양자로 데려가겠다고 하시니 너는 지금부터 내 아들이 아니고 판서아저씨의 아들이다. 서울 가서도 집에 있을 때 모양 장난만 하다가는 파양(罷養)을 당해서 돌아 올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살 수 없을 터이니 그리 알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내일은 너의 양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갈 것이니 그리 알고 준비를 해 두어라"하고 일렀다.
이르기를 마치자 판서대감이 준비해 의복과 신발을 담은 상자를 문원의 어머니께 주니 이것을 보고도 문원은 섭섭해 하는 기색도 없고, 좋아하는 기색도 없이 전처럼 장난만 계속하고 있다.
◆ 天地玄黃三年讀(천지현황삼년독) 焉哉乎也何時讀(언재호야하시독)
문원이 서울에 오자 처음 며칠은 장난도 않고 천연스레 있더니 차차 집안 사람들과 익숙해지자 상노들과 장난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양부는 얼마 동안은 저 하는 대로 놓아두었다. 그러다가 두어 달이 지나자 비로소 글방을 차리고 선생을 데려다가 천자문부터 가르치게 하였다.
글공부를 시작한지 한참 지나 판서대감이 선생을 불러 문원의 공부하는 모양을 물으니 선생이 죄송하다는 듯이 손을 비비며 말한다.
" 참 큰일 났습니다. 장난치기와 다른 일에는 그처럼 분명한 아이가 글만은 지나칠 정도로 둔합니다. 천지현황(天地玄黃) 네 글자를 지금까지 깨우치지 못합니다"한다. 판서대감이
"거 너무 쉽게 다룬 탓이 아니요? 좀 더 다잡아 보오"하고 한마디 이르고 선생을 내보냈다. 그러고 나서 한 달이 지난 뒤에 다시 물으니 그때까지도 그 천지현황 넉자를 깨우치지 못했다고 하면서 선생도 책임상 물러가겠다며 황송해 한다.
판서대감은 선생만 나무랄 수도 없고, 기가 차서 문원을 불러 다 놓고 물어 보니 과연 모르는 게 분명하다. 겉으로는 차마 내색을 않으나 내심으로
'내가 보기로는 정승은 몰라도 판서는 틀림없을 줄로 알고 데려왔더니 글을 저렇게 싫어하니 큰일이구나'하며 한탄을 마지 않았다.
어느날 아침 판서대감은 하인을 불러 가만히 무엇을 일러준 다음 문원을 불러서
"내가 너를 아들로 삼아 훌륭하게 되기만을 바랬더니 네가 공부에는 마음이 없고 장난만하니 어쩔 수 없구나. 네 집에 도로 보낼 터이니 그리 알아라. 내가 파양한 까닭에 너의 장래 출세에 지장을 미치게 한 것은 내 잘못이기는 하지만 너도 잘못이다. 혹시 너의 집에 가더라도 공부한다는 소문이 들리면 다시 데려올 터이니 집에 가거든 공주를 잘하도록 하여라"하고 타일렀다.
양부의 말을 듣자 문원은 아무 말도 아니하고 천연스레 하직 절을 하고 나서 기다리고 있는 하인의 등에 업힌다.
하인이 문원을 업고 길을 나서서 얼마를 가다가 심근솔(植松里) 밖 정자나무 아래서 쉬면서 하인이
"도련님도 딱하기도 하오. 재상댁 도련님이 되었으니 이 좀 좋소. 더구나 글만 잘 읽으면 과거도 할 수 있고, 벼슬도 할 수 있는데 그걸 마다하고 다시 가평 산골 나무꾼이 되려 간단 말이요?"하니 문원이 픽 웃으며
"얘, 시골 살면 과거도 못하고 벼슬도 못한다더냐? 그러면 재상은 대대로 재상이고, 시골 사람은 대대로 농사만 짓게? 나도 시골 가서 공부하면 다 할 수 있느니라. 왜 내가 그까짓 천자문쯤 모르겠니? 내가 그 댁 책광을 보니 책이 한 만 권은 쌓였더라. 섣불리 아는 체 했다가는 그 많은 책을 다 배우라고 할 테니 그걸 언제 다 배운단 말이냐. 숫제 처음부터 읽지 않아야 다음에도 배우라고 하지 않을 것 아니냐? 자, 이걸 보아라" 하더니 손가락으로 흙 위에 천자문을 거의 반쯤이나 쓰며
"이래도 나를 천지현황도 모른다고 할 테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태연히 일어나서
"얘, 그만 쉬고 어서 가자"하면서 재촉한다. 하인은 문원이 하는 양을 보고 너무나 기뻐서
"아이구, 그만하면 서울도련님 되고도 남겠소. 어서 다시 돌아갑시다.내가 대감께 여쭈어서 다시 계시도록 할 테니요" 하자. 문원은
"미친 놈 같으니라구. 내가 네 청으로 도로 돌아갈 사람이냐? 잔말 말고 어서 가자"하며 호령호령 한다. 그러자 하인은 배가 아파 더 갈 수 없다고 핑계를 대고 뒤따라 오면서 문원의 거동을 살피던 다른 하인으로 하여금 급히 판서 댁으로 가서 그 사유를 알리니 선생이 쫓아와 비로소 문원을 데리고 되돌아 왔다.
판서 대감이 곡절을 알고 기뻐 한 것은 물론이요, 글이야 읽던 말던 집안을 빛낼 것만은 틀림이 없다고 믿고 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 다른 이야기 책에는 문원이 흙에다가 천자문을 써 내려 가다가 天地玄黃三年讀(천지현황삼년독) 焉哉乎也何時讀(언재호야하시독) 이라 썼다고 한다. '천지현황을 삼년 동안 읽으니 언재호야는 언제 쯤이나 읽을까?"하는 말이다. 여기서 '천지현황'은 천자문의 첫 네 글자이고 '언재호야'는 천자문의 마지막 네 글자이다. 그러니까 문원은 이미 천지현황은 물론 천자문의 마지막 언재호야 까지 다 알고 있다는 얘기다.
◆ 좁쌀 세기
하루는 판서대감이 입궐하면서 문원에게 좁쌀 한 말(斗)을 주면서 저녁에 퇴궐할 때까지 그 수효를 헤아려 놓으라고 하였다. 그러자 문원은 천연스럽게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대답만 해 놓고는 그대로 밖에 나가 장난만 치며 논다. 그러다가 오후 판서대감이 퇴궐할 때가 가까워 오자 약방으로 가서 작은 저울을 빌려다가 좁쌀 한 돈쭝을 달아서 그 수효를 헨다. 그리고는 다시 큰 저울을 빌려다가 한말 좁쌀을 달고는 좁쌀을 쏟아 놓고 포대만 단다.
그리고는 엎드려 무엇인가 열심히 계산을 한다. 판서대감이 돌아와
"그래 아침에 준 좁쌀이 전부 몇 알이나 되더냐?"고 물으니 문원은 태연히 적어 놓은 숫자를 불러 댄다. 판서대감의 생각에 그 동안 아무리 부지런히 헤아렸다 해도 다 헤지 못했으리라 싶어
"정녕 다 헤었느냐?" 물으니. 문원이
"어찌 감히 속일 리가 있아오리까?" 하는 것이다.
문원이 나가자 판서대감은 집안 사람들에게 문원의 좁쌀 헤던 방법을 듣고는 크게 기뻐하였다.
◆ 송곳으로 벼룩을 잡다
어느 날 양부 판서대감이 외출했다가 돌아 와 보니 방바닥 장판이 송곳 자국으로 한 군데도 성한 곳이 없었다. 청지기에게 물으니 문원의 장난이란다. 곧 문원을 불러들여
"이놈아, 아비가 자는 방을 이렇게 만들어 놓는 놈이 어디 있다더냐?" 하고 힐책하니 문원이
"벼룩이 있어서 송곳으로 벼룩을 잡느라고 이렇게 되었습니다" 하다니 벼룩을 잡아 넣은 봉지를 내 놓는 것이었다.
양부 판서대감은 할 말이 없어서 입맛만 쩝쩝 다시면서도 속으로는 문원의 기어코 해 내는 끈기에 흐뭇한 마음이 들어 더 이상 나무라지 않았다.
◆ 유리를 깬 이유
또 하루는 영창문에 붙여 놓고 밖을 내다보는 유리가 깨어지고 없다. 물어보니 이것도 문원의 장난이라 해서 불러 꾸짖으니, 문원이 말하기를
"아버지, 이제는 영창문에 유리를 붙이지 마셔요. 아까 유리로 밖을 내다보니까 하인 하나가 광에서 쌀 섬을 지고 나갑디다. 유리를 그대로 붙여두어 아버지께서 이런 것을 보시면 자연히 마음이 불편하실 것 같아서 유리를 깨뜨려 버렸습니다" 한다. 판서 대감이
"그래? 그놈이 어느 놈이냐?"하고 물으니, 문원이
"그 놈은 아실 것 없습니다.만일 아버님이 아시게 되면 말씀은 아니하신다 하더라도 항상 그 놈을 보실 때마다'도둑놈이로구나'하는 생각이 나실 것이니 아버님 마음만 불편해지십니다. 그러니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하는 것이었다. 이 지각 있는 문원의 대답을 듣자 판서대감은 문원의 등을 두드리며
"과연 내 아들이구나"하며 감탄을 마지 않았다.
그 뒤로부터는 문원이 아무리 장난을 쳐도 가만 두고 글을 읽지 않아도 야단치지 않았다. 집안 사람이 보기에 하도 딱해서
"대감, 자제분의 공부를 그렇게 돌보시지 않고 내버려두시니 보기에도 딱한 일입니다" 하니, 천보대감은 빙그레 웃으면서
"글이란 행실을 닦으려고 읽는 거야. 남곤(南袞) 같은 사람은 그 문장이 당대에는 짝 할 사람이 없을 지경에 이르렀지만 행실이 소인(小人)이었기 때문에 누구 하나 그 글을 칭찬한 사람이 없었어. 우리 애는 비록 글은 못할 망정 행실은 바른 길을 갈 테니 걱정 말게" 하며 오히려 그를 타 이르는 것이었다.
◆ 청렴과 정직으로 천은(天恩)에 보답하는 것이 선신(先臣)을 위한 일
천보대감은 십여 년 동안이나 정승을 지내면서 그 이름은 '어진 재상'으로 세상에 떨쳤다.
그러자 영조 신사년(辛巳年: 37년, 1761) 장헌세자(莊獻世子: 사도세자)의 평양원유과실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 독약을 마시고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15년이 지나 영조가 승하하고 그 뒤를 이어 장헌세자의 아드님인 정조(正祖)가 등극하게 되니 아버지 장헌세자를 위해 목숨을 머린 천보대감의 한은 풀리게 되었다.
그 아버님이 비명에 돌아가신 것을 항상 슬퍼하던 정조가 그 아버지의 과실을 숨기기 위해 목숨을 버린 천보대감의 일을 잊을 리가 없었다. 즉위하자마자 곧 천보대감의 유일한 아들인 문원을 불러들여 문과도 시키고 벼슬도 주며 마치 친동생처럼 사랑하게 되었음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 이 이야기는 정조가 문원을 문과에 급제시켰다고 되어 있으나 사실은 문원이 이미 영조39년 계미년(1763)에 사마시(司馬試: 생진과)에 급제하고, 영조47년 신묘년(1771)에 정시(庭試) 병과(丙科)에 급제하였다.
이렇게 되고 보니 문원은 선친의 살신성인(殺身成仁)한 보람으로 권세도 부릴 수 있는 처지가 되었으나 문원은 정조에게 한번도 사사로운 청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하루는 정조가 문원을 불러 보시고
"너는 나에게 한번도 청을 올리는 일이 없으니 그래 너는 청탁할 일이 그렇게도 없단 말이냐?"하자, 문원이 엎드려 아뢰기를
"전하께서는 선신(先臣: 임금 앞에서 죽은 아비를 말 할 때 쓰는 호칭)을 생각하시와 일자 무식인 소신을 문과에 뽑아주시고 또 문학을 닦은 유신(儒臣)이라야 할 수 있는 직책들을 주셨습니다. 그것도 저에게는 과분한 은전이온데 또 무슨 청을 올리겠나이까? 소신으로서는 다만 청렴(청렴)과 정직(정직)으로 천은(천은: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고 선신의 덕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할 뿐이옵니다" 하였다.
정조가 그 말을 듣자 용상에서 내려와 문원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그 후부터 더욱 문원을 아끼고 사랑하였다.
◆ '퐁당', '바시락', '비빔밥찬'
어느 때 문원이 정조에게 들어가 아뢰기를
"신이 어려서부터 대궐 근처에서만 자라서 농촌의 인심과 물정을 모르옵니다. 자그마한 고을의 장(長)을 주신다면 가서 백성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하니, 정조가 옳게 여겨 전라도 어느 작은 읍의 군수로 내보냈다. 그리고 떠나는 문원에게
"네가 백성을 그릇 다스리면 크게 벌 할 터이니 알아서 잘 하도록 하라"고 부탁을 하였다.
문원이 그 고을에 도임하니 고을 아전들이 숙덕거린다.
"새 원님은 글을 못한다니 우리 어려운 소지(所志: 訴狀)을 올려서 어떻게 하나 두고 보세"
"이 기회에 신임 사또를 휘어 잡아 놓으면 이 사또 계실 동안은 우리 마음대로 한 번 휘둘러 볼 수 있을거야"
"그럼, 그렇고 말고"
입을 모아 신임 군수가 실수할 자료를 만드느라고 애쓴다. 그래서 아전들은 공서(公事: 訟事)에 올리는 소지를 일부러 알아보기 어려운 한문 초서(草書)로 써서 바치고는 , 원님이 어떻게 하나 거동만 본다.
그러자 문원은 문원대로 '이 놈들이 내가 글을 모른다는 말을 듣고서 이 따위 수작을 하는구나'하고 속으로 괘씸하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모르는 체하고 소지를 다 읽은 다음 제사(題辭: 판결문)를 받아 적으라고 분부한다.
형리(刑吏)가 엎드려 붓을 들고 기다리니 원님은 얼토당토 않게 '퐁당'이란 글자를 쓰라고 한다. 형리가 어이가 없어 한참 주저하다가
"황송하오나, 저로서는 '퐁당'이란 글자는 처음이 올시다"
"그래? 그것도 모른단 말이냐? 그럼 '바스락'이라 쓰라" 그 말을 들은 형리가 또 주저주저하자 문원이 화를 벌컥 내며
"이런 자(字) 저런 자 다 못 쓴다니 네 놈은 수십 해나 걸려서 배운 글자는 대관절 어떤 글자들이란 말이냐? 그러고도 아전 노릇을 한단 말이냐?" 소리소리 지르며 호령하는 바람에 형리는 붓을 든 채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그러자 문원이 다시 부드러운 말씨로
"내가 한 글자 더 부를 터이니 이번에는 꼭 써야 한다. 이번에도 쓰지 못하면 더 제사를 부르지 않을 테다" 하고는 또 부른다는 것이 '비빔밥찬'이다. 형리도 그제서야 죽으면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생각하고
"지금까지 사또께서 부르신 글자는 모두 처음 듣는 글자뿐이올시다. 소인을 죽이시려거든 얼른 죽여주십시오"한다. 그러자 문원이 형리의 하는 꼴이 우습다는 듯이 껄걸 웃으며
"너희들 배웠다는 것이 고작 그 모양이로구나.자, 들어 보아라. 우물정(井)자 가운데 점을 하나 찍으면 바로 '퐁당'자가 아니냐? 우물에다 돌을 던지면 '퐁당'하고 소리를 내며 들어가지 않던? 그게 바로 '퐁당'자가 아니고 뭐란 말이냐? 또 풀 초(草) 아래 뱀 사(巳)자를 한 것이 '바스락'자라는 것이다. 풀 속을 뱀이 기어가면 '바스락 바스락'하고 소리가 나지 않으냐? 또 밥 위에 나물을 얹은 것이 비빔밥이 아니냐? 남을 여(餘)자 아래 밥 식(食)자를 쓰면 바로 '비빔밥찬' 자가 되는 것이다. 글자라는 것은 본시 사람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 그래서 사람들이 마음대로 만들어서 쓰는 것이 글자인 것이다. 그런데 네 놈들이 내가 글을 못한다는 말을 듣고서 보통 글씨를 함부로 흘려 써 가지고 알아보지 못하도록 나를 농락하려고 들지만 너희들 간계에 속을 내가 아니다. 네 놈들 소행은 단 매에 때려 죽일 만 하지만 특별히 용서하는 것이니 그 따위 얕은 수작은 부리지 말아라. 그리고 나 있는 동안은 진서(眞書: 한자) 소지는 받지 말고 언문 소지만 받도록 해라"하고 타이르는 것이었다.
그 뒤부터는 신임 사또의 놀라운 기지에 눌려 다시는 사또를 속이려 들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 고을에는 아전들이 벌이는 갖은 폐단이 없어지고 백성들은 문원의 선치(善治)를 칭송하였다.
문원의 치적이 조정에까지 알려져 정조는 더욱 문원을 사랑하게 되었다.
◆ 무식한 경시관(京試官)
문원이 다시 내직으로 영전하여 홍문관 교리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 때 마침 과거시험을 보이게 되어 팔도에 경시관(京試官: 지방의 초시를 주관하기 위하여 조정에서 파견하는 시험관)을 파견하게 되었다.
어느날 정조가 문원을 불러 놓고
"인재를 뽑으려면 초시(初試: 지방에서 치르는 예비시험)부터 공정을 기해야 하는데, 내가 보는 바로는 지금 옥당(玉堂: 홍문관)에는 내 마음을 그대로 지켜줄 사람이 없는 것 같구나. 너만은 내 마음을 잘 알아줄 것을 알고 있지만 원래가 무식해서 글을 알지 못하니 너를 보내자는 말도 안되고, 정말 딱한 노릇이구나" 하며 한탄을 한다. 그러자 문원이 서슴지 않고
"전하께서 공정한 인물을 뽑으시려는 그 마음을 생각하니 신의 무식한 것이 더욱 죄송합니다. 그러나 만약 신에게 하명(하명)하신다면 어떤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공정하게 뽑아 전하의 뜻을 받들도록 하겠습니다" 한다. 정조도 웃으면서
"네가 옛날 군수로 있으면서 백성을 다스리던 술책을 또 쓰려는 모양이로구나. 좋다. 그리해 보아라.두 번은 될 수 없는 일이다 만 한번쯤은 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고 곧 전라좌도 경시관으로 임명하였다.
이리하여 하루 아침에 무식쟁이 경시관이 생기자 옥당 관리들은 코웃음을 치며
"이문원이 비록 재주가 있고 임금의 총애가 지극하다고는 하나 글이야 모르는 것을 알 도리가 있나. 시골 가서 속고 오거든 조롱이나 해 주어야지"하고 수군대는 것이었다.
한편 언문 소지만을 쓰라던 무식쟁이 이문원이 경시관으로 전라도에 내려 온다는 소문이 퍼지자 전라도의 각 고을 수령들은 좋아라고 날뛰었다. 원래 경시관 밑에는 부시관(副試官), 삼시관(三試官)이 있어 이들은 그 도 안의 문과 급제한 수령들이 맡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시관, 삼시관이 되어 마음대로 농간하면 전라도 같은 부유한 도에서는 한 몫 단단히 잡으리라고 좋아한 것이었다.
경시관이 도착하자 영암군수가 부시관, 옥과 현감이 삼시관으로 뽑히고 시험 장소는 나줄 결정되었다.
문원이 경시관이 되어 내려오는 길로 전주에 이르러 감사를 만나보고 곧 시령을 내게 한 뒤에 나주로 내려왔다. 그리고 사처에 기생들만 불러 놓고 술을 마시며 질탕하게 놀 뿐 시험절차나 출제 같은 것은 일언반구도 없다.
그럭저럭 시험 날이 다가오자 전날 밤 부시관과 삼시관이 문원의 사처를 찾아왔다. 그러나 문원은 시험에 대해서는 상의할 생각도 않고 기생을 옆에 끼고 술이 거나해 있었다.
이 광경을 본 두 시관은 한편은 기가 막히고 또 한편으로는 다행한 마음도 들어 넌지시 말을 건넨다.
"내일은 선비들이 몇 백리 밖에서 와서 재주를 다하여 글을 지을 터인데 사또께서는 술만 마시고 기생 재미로 소일만 하고 계시니 도대체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시제는 무엇으로 하시고 등수는 몇 등까지 뽑으실 작정입니까?"하였다. 그러나 문원은 묻는 말에는 들은 체도 않고 기생에게 술을 따라서 권하게 한 뒤에
"이문원이 무식쟁이라는 것은 세상 사람이 다 아는 것 아니오? 그러나 천은 이 망극하와 이번에 나를 경시관으로 보내신 것은 덕분에 호강이나 한번 하고 오라는 것으로 알고 있소. 그러니 사실 시관은 바로 두 분이요. 무식한 내가 글에 대해서 무엇을 알겠소. 더구나 등수로 말하면 내가 무엇을 알아서 정한단 말이오 모두 두 분 부관들이 알아서 대신해 주시오. 나 같은 사람은 시장(試場)에 간댔자 귀찮기만 할 것이니 차라리 기생이나 데리고 술이나 마시겠소" 하고는 껄걸 웃는 것이었다.
두 시관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서로 처다 만 보았으나 속으로는 '옳지 우리 계획이 잘도 되어 가는구나'하고 기뻐 하였다.
시일(試日)이 왔다. 그러나 경시관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부, 삼시관이 선비들을 모아 과거를 보인 뒤에 헤어졌다.
이렇게 하여 4일째 되는 날 나주목사가 경시관을 위하여 연회를 베풀게 되었는데 부, 삼시관도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다. 두 시관은 문원에게 시험 경과를 보고한 다음 그들이 뽑은 글장을 봉하고 그 위에 '京試官 臣 李文源 謹封(경시관 신 이문원 근봉) 직접 쓰고 문원의 함(緘: 수결, 서명, 싸인)을 두라고 한다.
그러나 문원은 이것을 받아서 술상 옆에 놓으며
"동관네들 수고 많이 하셨소. 이 무식한 사람 대신으로 애써 주시니 감사할 뿐이요. 자- 오늘은 술이나 마시며 풍치 있게 놀아봅시다" 하고는 기생에게 풍악을 울려라 하여 질탕히 놀다가 날이 저물어서 헤어졌다. 헤어질 때 문원이 두 시관의 옷소매를 붙잡으며
"여보 동관네들, 내가 진정으로 할 말이 있소. 나는 무식해도 상감의 천은과 돌아가신 선친의 음덕으로 이렇게 출세도 했소만 내 아들들이야 글을 가르쳐야 하지 않겠소? 내가 배우지 못한 것이 이처럼 한이 될 줄은 몰랐소. 이번에 뜻밖에도 호남지방에 경시관으로 내려와 보니 그런 마음이 더욱 절실하오. 어쨌든 내려온 김이니 이번에 낙복지(落伏紙: 불합격된 글) 중에서 쓸 만한 것을 가려 몇 십 장만 뽑아 주사요. 과문(科文)을 공부시키는 데 참 좋을 것 같소. 내일 모여 술이나 마시고 글이나 뽑아주시겠소?" 하니 두 시관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 이튿날 문원은 아담하게 잔치를 베풀고 두 사람을 초청하였다. 그런데 이 날만은 전날과 달라서 이문원의 태도가 전혀 딴판이었다. 글장만 열심히 뒤적이면서
"여보, 이 글 어떻소?" 하여 잘 지었다고 하면 한편으로 제쳐놓았다. 쉰 장쯤 되자 고르던 것을 멈추고 다시 두 사람에게
"이 글이 저 번에 뽑아놓은 글들과 비교해서 어떻소?" 묻는다. 두 시관은 영문도 모르고
"모두 훌륭합니다. 오히려 뽑은 글보다 잘 된 것도 많습니다"한다. 그러자 문원은 전날 봉한 글장들을 가지고 와서는
"여보, 동관네들 ,어제 봉한 것은 그만 두고 이것을 봉하시오. 잘 지은 글을 뽑지 않고 잘 못 지은 글을 뽑을 수는 없지 않소?"하니 두 시관은 어안이 벙벙하여 한참이나 말을 못하다가 겨우 하는 말이
"기왕에 뽑아 놓은 것을 다시 변경한다는 것은 불공(不恭)스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한다. 그러나 문원은 비로소 엄숙한 얼굴을 하며
"나라를 위하여 인재를 뽑는 것이 우리의 직책이 아니오? 아무리 뽑아 놓은 것일지라도 잘못된 것이면 열 번이라도 고쳐야 할 것이 아니요? 잘 지은 것을 뽑지 않고 못 지은 것을 뽑는 것은 상감을 속이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뿐만 아니라 이런 것이 바로 나라를 좀먹는 도적인 것이요" 하고는 곧 사람을 불러 나중에 뽑은 글을 엄히 봉하라고 하고 거기에 함을 두니 두 시관은 무안하여 어쩔 줄을 모른다.
문원이 다음날 떠나 서울로 올라와 글들을 바치자 정조는 그것을 떼어 보고 나서 우수한 글을 뽑은 것이 다른 도의 경시관에게 비길 바가 아니라 크게 기뻐하며 곧 문원을 불러서
"네가 글도 모르는 터에 무슨 재주로 이런 글들을 뽑아 왔느냐?"물었다. 문원이 사실을 하나도 빼지 않고 일일이 아뢰니 정조는 용상에서 내려와 문원의 등을 두드리며
"됐다. 그만하면 과연 명시관(名試官)이다. 글 잘하는 사람이라고 별다른 수가 있다더냐?"하면서 얼굴에 희색이 만면하였다.
◆ 연경삼천리(燕京三千里) 거평안내평안(去平安來平安)
문원이 참판(參判: 종2품)에서 판서(判書: 정2품)에까지 이르는 동안 당시에 이름을 떨치던 재사(才士)인 윤행임(尹行恁), 김종수(金鐘秀), 정약용(鄭若鏞) 같은 사람들과 상종하고 지냈는데 그들은 모두가 문장으로도 뛰어나 문학가로 행세하였지만 문원 만은 오로지 말로써 임기응변 하면서도 한 번의 실수도 한 적이 없었다.
어느 해, 북경으로 가는 사신이 떠나게 되자 홍제원에다 장막을 치고 송별연이 크게 벌어졌는데 만조의 재상들이 모여 별장(別章: 환송하는 시)을 짓느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원만은 기생을 희롱하면서 사신에게 술만 권하고 있는 것이었다.
해가 서산에 기울 무렵이 되니 이미 쌓인 별장이 수백에 이르고 그것을 차례로 읊으며 누구의 글이 제일이니, 누구의 글이 어떠니 하는 등 시평이 한창이었다. 이런 판에 문원이 불쑥 나서더니
"대감네들, 가는 이에게 술 한잔도 권하지 않고 해가 저물어 가도록 생 이(치) 앓는 소리만 하고 있으니 어쩌자는 셈이요"한다. 그 말을 듣자 한 재상이
"夏蟲不可以語氷(하충불가이어빙: 여 름 벌레는 감히 얼음을 말할 수 없다)이라는 말도 있지만 대감이 글의 참 맛을 모르니까 생 이 앓느니, 고린 소리니 하는 거요. 그러나 시흥이란 그런 것이 아니랍니다. 그런 말 마시고 나와서 이 시들의 뜻이나 들어 보시오"한다. 그러자 반 넘어 취한 문원이 더 앞으로 나오며
"운(韻)이니 뭐니 하고 따져가며 짓는 썩은 글의 뜻은 들으나 마나요. 자 나도 별장 한 수 읊을 테니 좀 받아 쓰시오" 한다. 그러자 문원의 하는 소리가 하도 우스워 한 대감이 나서며
"아니, 대감이 시를 짓겠단 말이요? 이거야말로 금시초문이요. 자 불러 보시오. 내가 받아쓰리다" 한다. 그러나 문원은 그 말에 대꾸도 않고 줄줄 글을 읊어 내려갔다.
"홍제원 석양에 술 한잔 권하노니, 상부사 서장관아, 연경 삼천리에, 거평안 내평안 하오"시 읊기를 마치자 문원은 좌중을 둘러보며
"이만하면 할 말은 다 했지 쓸데없는 군소리는 해서 무엇 한단 말이요"하고는 술을 따라 사신에게 권하는 것이다.
뜻밖의 이 걸작을 듣고 모든 사람이 아연(啞然)하여 말을 못하였다.이 글은 모든 사람의 감탄을 받았고, 후세에까지 내려오는 유명한 시가 되었다.
◆ 각신(閣臣) 풍간(諷諫)
정조가 궁중에 규장각(奎章閣)을 설치하고 글 잘하고 영리한 젊은 문관들을 뽑아서 두던 때다. 하루는 정조가 문원을 불러
"경의 아들 중에 규장각에 들어 올 만한 인물이 없소?" 하고 물으니, 문원이
"둘째 자식 존수(存秀) 놈의 상투가 반지구레하니 각신 재목이옵니다" 하였다.
이것은 정조가 그의 사신(私臣)으로 각신을 두는 것과 각신을 뽑을 때 얼굴이 반반한 사람을 위주로 뽑는 것을 풍간(諷諫: 풍자하여 간함)한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정조는 문원이 한 말의 뜻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였다.
◆ 상신(相臣)을 사양
또 어느 때 정조가 문원을 정승으로 등용할 생각으로 그 의향을 떠보려고
"옛말에 '재상 집에 재상 나고, 장수 집에 장수가 난다(相門出相 將門出將)'는 말이 있지 안소?"하고 운을 떼었다. 그러자 문원이 아뢰기를
"전하의 뜻은 짐작하겠습니다 그러나 선신(先臣)이 신에게 그 자리는 나가지 말라는 말씀이 계셨사오니 그리 알아 주옵소서"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허물을 감추기 위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천보대감을 생각하고 또 문원의 담백하고 염결(廉潔)한 그 마음을 한층 가상히 여기면서 다시는 권하지 않았다.
◆ 혼인 면약(面約)
어느 해에 큰 옥사가 벌어져 문원과 절친한 사이인 송환억(宋煥億)이라는 사람이 의금부에 투옥되었다. 사건이 그다지 중대하지 않았는데 역모로 몰려 극형에 처해진 것이 너무 억울한 것을 문원은 알고 있었다.
문원은 여러 차례나 정조에게 관대한 처분을 내려 줄 것을 간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국 역모로 몰리게 된 것이다. 역률(逆律)에 걸리면 그 아들은 관노(官奴)로, 딸은 관비(官婢)로 삼게 되어 있었다.
문원은 죄 없이 역모로 몰리는 송환억의 자녀라도 구해보자는 생각으로 그의 자녀를 알아 보았더니 일곱 살 되는 딸이 하나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원은 곧 초헌(?軒)을 타고 의금부 문 앞에 이르니 송씨의 식구들이 마당에 멍석을 깔고 하염없이 울고 있는 것이다. 문원이 차마 보기에 안됐어 한숨을 쉬며 안으로 들어섰다.
문원이 바로 송환억이 갇혀 있는 남간(南間) 창 밖에 초헌을 갖다 대니 금부 나장들이 깜짝 놀라며 대지 못하게 한다. 그러자 문원이 초헌 위에서
"내 일찍이 지의금부사(知義禁府事: 정2품)를 지낸 몸이다. 이제 너희 관원이나 죄인에 대한 귓속말도 아니요 내일 죽을 사람에게 작별차 온 것인데 너희들이 무엄하게 무슨 짓을 하느냐. 썩 물러 서라" 호통을 치니 나장들이 쳐다보고 호동(壺洞) 이판서임을 알자 하는 수 없이 물러서서 하는 양만 지켜 보고 섰다.
문원이 옥의 창으로 다가가 두드리며 송환억을 부르더니
"여보게 환억이! 나 이문원일세. 정신 차려 내 말을 듣게. 자네 딸은 오늘부터 내 며느릴세. 자네와 면약(面約)을 하고 가니 그 일만은 마음을 놓고 가게" 하면서 정중히 한마디 남기고 돌아섰다.
조선왕조 오백년 동안에 의금부 남간 들창 앞에 초헌을 세운 사람도 이문원 단 한 사람 뿐이었고, 또 역적으로 몰린 사람과 정혼한 사람도 이문원 한 사람 뿐이었다.
정조도 이 말을 듣고 차마 그 딸을 노비로 삼을 수가 없어 이문원의 며느리로 들어가도록 허락하였다.
이 의기 있는 사나이 이문원의 이야기는 모든 사람이 찬양하여 후세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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