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백두대간의 산
화주봉(석교산, 1195m)
沙月 李 盛 永
  백두대간이 추풍령 지나 황악산(1111m)을 일구고 바람재에서 가라앉았다가 삼성산(1030m)을 솟구쳐 그 세력을 유지하듯이 우두령(720m)에 또 한번 가라앉았다가 충청, 전라, 경상 삼도 지경의 산 삼도봉(1176m)을 일구기 위한 세력을 회복하려고 솟구친 산이 화주봉이다.

  화주봉 주변에는 동쪽 우두령에 충북 영동 상촌면과 경북 김천 구성면을 잇는 901번 지방도가 포장되면서 드물지만 차량이 넘어다니고, 서쪽 밀목령(약 950m)은 영화 ‘집으로’의 배경이 된 상촌면 물한리계곡과 부항면 대야리를 잇는 오래 된 고개길이 있지만 도로가 뚤리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나물 뜯는 사람이나 약초 캐는 사람들이 이따금씩 다니면서 산길의 흔적만 유지될 뿐 넘어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영동의 상촌, 황간으로 넘어다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러나 화주봉 정상으로 직접 접근하는 길은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등산객이 지나가는 백두대간 종주로만 있을 뿐 넘어가거나 하는 다른 뚜렷한 길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별 관심도 없고 그 이름도 몰랐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그저 ‘숲실 뒷산’ 또는 ‘꽈리밭골 뒷산’ 정도로 알고 있을 뿐 그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1997년 조선일보사가 ‘月刊山 별책시리즈 101호’‘실전 백두대간종주산행’을 펴내면서 지도에 ‘화주봉(1207m)’로 표기되었고, 지리산에서부터 상행하는 종주산행 설명에 "---또 급경사 오르막, 땀 깨나 흘리고나야 화주봉(1207m, 일명 석교산)에 오를 수 있다(1175m봉서 40분 거리). 화주봉 또한 최고의 전망대다. 덕유산부터 이어지는 대간능선이 전부 다 보인다. 우두령쪽으로 능선과 1062m봉(1162m봉의 오기인 듯) 헬기장도 보인다. 이제부터는 급한 내리막도 오르막도 없다. 남동쪽으로 조금 가면 헬기장(20분 거리)이고, 이어 서서이 고도를 낮추면 우두령이다(화주봉에서 1시간 거리)" 라고 기술되었다.

  또 ‘월간산 2005년 5월호 별책부록’으로 ‘월간산-에코로바공동기획 백두대간 대장정 5 삼도봉 제5구간 빼재-삼도봉-우두령’ 지도에 '화주봉(석교산)(1195m)'로 표기되었다.

  이렇게 화주봉이 엄연히 백두대간의 마루금에 위치한 거봉이고 이름도 있지만 지금도 표석하나 세워지지 않았고, 측량된 삼각점 하나 없는 소외된 산으로 묵묵히 있다. 백두대간 종주 산꾼들이 지나다가 정상이 시원하게 확 트이니 잠시 앉아 쉬거나, 도시락을 먹고 가는 곳이다(그래서인지 정상은 높은 산인데 큼직한 시퍼런 파리가 많다). 그러나 일반 지도에는 이름이 표기되어있지 않으니 그 이름이나 알고 가는 사람도 드문 것 같다.
화주봉을 연한 백두대간 지도
화주봉 정상

  황악산에서 삼도봉에 이르는 백두대간 구간에 암봉이 없고, 우거진 수목 때문에 변변히 전망 좋은 곳이 없는데 화주봉이 유일한 전망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주봉 정상은 약간의 암반이 있는 두세 평 쯤 되는 평탄한 곳이며 주변에 키 큰 나무가 없기 때문에 전망이 막히지 않는다.

  동쪽으로 황악산(1111m)이 가까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멀리 구미의 금오산(977m)이 보이고 시계가 좋은 날은 대구의 팔공산(1192m)까지 보인다.
화주봉 하단에서 동쪽으로 바라 본 삼성산(1030m)
대동여지도등 고전에는 삼성산(三聖山)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요즈음 지도에는 그냥 1030m 표고만 표지되어 있다.
바로 남쪽 산 아래 삼성암(三聖庵) 절이 있다.

  남쪽으로는 수도산(1317m)-단지봉(1324m)-가야산(1430m)로 이어지는 수도기맥이 구비치고, 풍수지리에서는 석화성(石火星), 불가에서는 ‘연꽃’으로 표현되는 가야산은 그 형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서쪽으로는 지근 거리에 삼도봉(1176m)-백수리산(1034m, 현지민은 백도래산이라 한다)-대덕산(1291m)-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남쪽 백두대간과 삼도봉-석기봉(1200m)-민주지산(1240m)-각호산(1202m)로 이어지는 기맥이 서쪽 하늘금을 그린다. 북쪽은 까마득히 먼 곳에 속리산이 희미하게 그 형상을 나타낸다.

  화주봉 동북쪽 안부 우두령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우두령(牛頭岺)’으로 표기되어있는 고개인데 근래 확포장하면서 충청도 영동 쪽에 세워 놓은 표지판에 ‘우두령(牛痘嶺) 해발720m’이라 표기하고 있다. '쇠머리고개'가 갑자기 천연두 예방약 '종두고개'로 변했으니 몹시 혼란스럽다. 하루 속히 바로잡아야 할 한자표기인 것 같다.
우두령 표지판

화주봉 등산
  2005년 6월 23-24일 1박2일로 아산회 사량도 지리산 특별산행에 참여하고, 내외는 26일 부랴부랴 시골로 내려갔다. 시골에 뭐 큰 일을 할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7월 초에는 조부님 제사, 아산회 정규산행 등 일정이 있어 짬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미리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한 이틀 들깨모 옮기고, 비료 주고, 김매고 나니 별 할 일이 없는데다가 29일은 집사람 생일이라 지난 25일 토요일에 아이들과 저녁식사하고 했지만 그냥 넘어가가도 그렇고 해서 수도산참숯가마에 가서 땀내고, 참숯에 흑돼지고기를 구워먹었다. 다음날 그러니까 6월 30일에 화주봉 등산을 가기로 날을 잡았다.
벼가 땅 내를 맡은 내고향 사월(沙月, 사드레)
시골집 울가에 꽃을 흐드러지게 피운 자귀나무
자귀나무에 대한 자세한 것: 이성영홈페이지 www.sungyoung.net >> 나무이야기 >> 자귀나무
산뜻한 꽃을 피운 꽃밭의 접시꽃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능소화
능소화에 대한 자세한 것: 이성영홈페이지 www.sungyoung.net >> 나무이야기 >> 능소화
뒤 밭가에 익은 산딸기

  화주봉 종주산행은 시점과 종점을 정하기가 참 어렵다. 대중교통이 지나가는 것이 없어 부득이 차를 가지고 가야 하는데 산행이 끝난 후에 두고 간 차를 가지러 가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부득이 종주는 못하고 갔던 길로 되돌아오는 수 밖에 없다.

  산행 기점을 우두령으로 잡고 화주봉까지 올라갔다가 되돌아 내려오기로 맘먹었다. 우두령으로 가는 길도 가보지 않은 사드레-갈계-안간(이상 시멘트 포장 농로)-마산-우두령(이상 아스팔트 포장 903번 도로, 안간-마산구간은 최근 준공) 길로 갔다가 같은 길로 돌아왔다.

  우두령에는 지금 백두대간 동물 통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런지 모르지만 자연보호와 환경개선에 관심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진일보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장마 중간이라 안개로 인해 원거리 시계가 좋지 않아서 멀리 바라보는 사진을 짝지 못했다.

  우두령에서 화주봉 정상까지 등산 1시간 50분, 하산 1시간 20분 걸렸다.
우두령에 백두대간 동물 통로 공사
등산 초입에 말총 같은 지피식물(이름?)이 카펫트를 연상케 한다
이 높은 곳에 묻힌 가신님 무덤에는 나리꽃 한 포기가 꽃을 피웠다.
야생화 지보초가 꽃망울을 맺었다
지보초는 옥잠화의 일종으로 어린 싹은 좋은 국거리나물.
우리 고향에서는 ‘지부’라고 부르면서 봄나물로 무척 선호한다.
꽃을 피운 다래넝쿨이 등산로를 막는다.
참나리꽃
호박벌 한 마리가 엉겅퀴꽃에서 꿀을 따느라 정신이 없다.
천남성(天南星)이 나팔 같이 긴 주머니 꽃을 피우고 암술을 입구로 내밀고 있다.
1162m봉 헬기장
화주봉 정상
이 주변에서 가장 높고, 사주 전망이 좋으니 화주봉이라는 것을 알 뿐, 표석도 삼각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