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요산(仁者樂山)
沙月 李盛永
  공자(孔子)의 가르침이라는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智者樂水)란 말은 ‘어진사람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 물을 좋아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역으로 풀이하면 ‘산을 좋아하는 사람 어질게 되고, 물을 좋아하는 사람 지혜로워 진다’는 뜻도 된다.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로 흘러가니 옛 물이 있을소냐---’ 자신을 서화담,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松都 三絶)이라 했던 송도 명기 황진이(黃眞伊) 시조의 한 구절이다. 산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꿋꿋이 서 있다.

  인간세상의 매사가 조령모개(朝令暮改)식으로 바뀐다. 더 좋게, 더 아름답게, 더 합리적으로 발전하는 것도 있지만 권력자가, 강자가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바꾸는 것도 많다.

  그러나 산은 천리(天理)에 따라 봄 되면 잎나고, 꽃피고, 여름에는 녹음 짙어 지고, 가을에 단풍 들고, 겨울에 눈 덮이는 계절의 변화에 그저 순응할 뿐 물욕도, 출세욕도, 권력욕도, 명예욕도 없는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 산에게서 이것을 배우게 되니 자연히 마음을 비워 착하고 어진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 태풍 불어 바다에 파도 일고, 호우 내려 강이 범람한다. 물을 좋아하는 사람, 아니 물에서 사는 사람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하므로 자연 지혜로워 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인(仁)지(智)! 인간세상을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덕목이다. 세상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데 착하고 어짊(仁)이 없다면 어찌 인간 세상이라 할 것인가. 야생의 동물세계와 다를 것이 없다.

  앎(知), 지혜로움(智)이 없다면 어떻게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키는 세상사를 풀어 나갈 것인가? 인간을 만물의 영장(靈長)이라 하는 것도 인간에게는 동물의 본능 그 이상의 지적(知的)인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한 모금의 물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만들어지지만, 독사가 마시면 독이 만들어진다’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지식(知識)도 선(善)한 사람이 얻게 되면 사람에게 유익한 것이 되지만, 악한(惡漢)이 얻게 되면 인간사회에 해독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치로 나는 사람에게 있어서 지(智) 보다 인(仁)이 선행(先行)하는 덕목(德目)이라고 생각하며 이 인(仁)과 함께 심신 (心身) 의 건강을 얻고자 산에 가고 또 산을 좋아 (樂山) 한다. 이것이 내가 ‘인자요산(仁者樂山)’을 외치는 소이(所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