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
< 호산구과다증후군(好酸球過多症候群) >
沙月 李盛永(2012. 2. 5)
  2001년으로 기억된다. 나는 제주도에서 부부가 이비인후과 와 피부과 병원을 차리고 있는 딸네 집에 갔을 때 딸애가 혈액검사를 한 번 해 보자는 것이다.
  1990년까지는 군 현역 장교로 근무했으니 매년 신검 때 혈액검사를 했고, 그 후 10년간도 국과연(ADD)에 근무하면서 매년 건강검진 때 혈액검사를 했지만 이상이 없었다고 했더니 그건 기본적인 검사이니 좀 더 상세한 검사를 하자고 한다.
  채혈을 해서 어디로(서울대학병원?) 보냈는데 며칠 후 결과가 나왔다며 다른 것은 이상이 없는데 혈액의 호산구(好酸球)가 엄청나게 많다며 걱정을 한다.

  딸의 설명에 의하면 호산구는 혈액의 백혈구(白血球)를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우리가 보통 상식으로 우리 몸에 병원체(병균)가 들어오면 백혈구가 침입한 병균과 싸워서 물리치면 병이 나지 않고 물리치지 못하면 곧 병이 난다고 알고 있다.
  우리 몸에 병균이 침입했을 때 이와 맞서 싸우는 백혈구 역할을 정확히 말하면 백혈구의 한 구성 부분인 호산구가 면역성물질을 생성, 살포하여 병균을 죽인 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균이 몸에 침입하지 않은 건강한 상태에서는 백혈구 양의 5-10% 정도의 호산구만 유지하다가 일단 병균이 침입하면 빠른 속도로 호산구를 증가시켜 침입한 병균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마치 평화시에는 나라의 재정에 부담이 되지 않는 적정 규모의 상비군(常備軍)만 유지하다가 전쟁이 임박하거나 발발하면 징집(徵集) 과 소집 (召集)과 동원(動員)을 통해서 군대를 급격히 증강시키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그렇다면 평소부터 호산구를 많이 유지한다면 병균의 침입에 즉각 대응 할 수 있을 것이니 더욱 좋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침입하는 병균에 대비하는 면역성 측면에서는 맞을 지 모르지만 과다한 호상구를 유지하다 보면 다른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즉 불필요하게 남아도는 호산구가 각종 장기에 달라붙어 장기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알레르기성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코레스톨이나 혈당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되는 영양소지만 불필요하게 과다하면 혈관 벽에 달라붙어 혈액이 흐르는 통로를 좁히거나 막아서 혈액의 순환을 저해하는 것 등과 같은 개념이라 한다.
  마치 나라에 군대가 불필요하게 너무 많으면 국방예산이 과도하게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군대가 전쟁을 일으키려는 유혹에 빠지거나 사회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전쟁이 끝나면 서둘러 군대를 줄이는 복원(復元)을 단행하는 것처럼 병균이 퇴치되면 빠른 시간 내에 정상적인 호산구 수준으로 줄어지는데 호산구의 생성(세포분열)을 줄여서 조절한다고 한다.

  나의 혈액 검사 결과 호산구 수준은 백혈구의 45% 수준이라고 하니 정상수준의 5 - 9배 높은 수치였다.
  이는 필시 발병은 안 했지만 나 모르는 사이에 내 몸에 병균이 침입해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양의 호산구를 확보한 것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당시 나는 아픈 곳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로감이나 어떤 병세 징후도 없었다.

  내 몸에 병균이 침입해 있다면 빠른 시간 내에 병원체의 실체를 찾아내어 치료를 해야 하는데 호산구 증가를 가져오는 병원체의 종류는 무려 200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폐결핵 균 같은 것이 호산구 수준을 급상승시키는 대표적인 병원체라 한다.
  그래서 사위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잘 아는 내과에 전화하고는 나보고 가서 흉부 X-Ray를 찍으라고 해서 가서 찍었는데 저녁 때 내과 원장으로부터 폐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독 결과를 받았다고 한다.

  제주도 딸네에 오래 있을 수도 없고 해서 귀경했는데 딸애가 이대동대문병원 소화기내과에 근무하는 학교동창 친구에게 전화 해 놨으니 빠른 시일 안에 가 보라는 것이다.
  딸에 친구는 순환기내과의 권위 있는 교수를 천거하였다. 200여 가지 병을 다 검사 할 수는 없고 위험도가 높은 30여 가지를 골라 원인 찾는 작업에 들어갔다. 각종 검사를 했지만 호산구를 증가시킬 만한 병원체을 찾지를 못했다.

  그런데 닥터 매뉴얼에 호산구 증가 원인 200여 가지 맨 끝에 ‘이유 없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즉 병균의 침입도 없는데 우리 몸이 병균의 침입으로 착각하고 호산구를 과다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사 결과 원인이 될 병원체를 찾지 못했으니 결론은 매뉴얼 마지막 조항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병명은 ‘호산구과다증후군(好酸球過多症候群)’으로 하고, 호산구를 생성(세포분열)을 억제하는 약(리피토정)을 처방했다.

  처음은 1일 5mg 6정, 그 후부터 양을 줄여서 지금까지 격일로 1정씩(서울대병원으로 옮긴 후부터는 니소론정) 복용하면서 6개월에 한 번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하여 호산구 수치를 확인하는데 정상 범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호산구가 과다하면 다른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호산구 억제 약을 먹고부터는 내가 젊을 때부터 오랫동안 체질적으로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고질 즉 피부가려움증과 입술/혀병(속칭혀바늘)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담당 의사도 의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그럴 수 있는 현상이라 하였다.

  이대동대문병원이 폐쇄되고 목동병원으로 통합되었는데 목동병원까지는 너무 멀고 교통이 불편하여 병원을 가까운 서울대 분당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이대병원 내과 진료자료 사본을 제출하니 내과가 아닌 ‘암센타’로 가라고 한다.
  나는 한동안 멍해 있었다. 암센타라! 그럼 나의 호산구과다증후군이 암이란 말인가?

  옛날 들은 이야기가 떠 올랐다. 일반인들에게 ‘암’이란 말이 통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아주 오래 전 어느 의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의 ‘암’에 대한 강의에서 들은 이야기 같다. 그 요지는 이렇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 식물 등 모든 생명체는 그 종(種)에 따른 적정한 크기로 성장(成長)하도록 어떤 통제가 따른다는 것이다.
  예컨데 개에게 아무리 영양분이 많은 먹이를 먹여 키워도 소나 코끼리만큼 자라지는 않고, 귤나무가 아무리 좋은 걸음을 많이 주어도 미류(美柳)나무 만큼 높이 자라지는 않는다.
  이는 어느 기관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물이나 식물의 성장(成長) 곧 세포분열 (細胞分裂)은 종에 따른 특정 범위 이상으로 않도록 통제가 가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스트레스다, 환경오염이다 등등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어떤 원인으로 어떤 부위의 세포가 이 통제를 받지 않고 제멋대로 세포분열 즉 성장을 계속하는 경우가 생겨나는데 그것이 곧 ‘암’세포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호산구가 필요 없이 많이 증가하는 것 역시 호산구의 성장 즉 세포분열이 통제를 받지 않고 제멋대로 분열한 결과일 것이니 호산구과다증후군도 암의 범주에 속할 것 같기도 하다.

  2012년 2월 4일자 조선일보 책 소개 면에 김수혜 기자가 일본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저, 이규원 옮김의 『암,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라는 책을 소개하였다.
다치바나 다카시
  작가 다카시가 존경하던 선배 언론인 지쿠시 데츠야가 폐암으로 죽는 것에 충격을 받고, 그 자신이 방광암 진단을 받고 투병과정에서도 '암이란 무엇인가?'를 파고든 다큐멘터리를 엮은 책이다.
  소개된 기사 중에서 암의 본질에 관련된 부분을 옮긴다.

  「인간의 몸에는 60조개의 세포가 있다. 세포 하나하나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개월 살고, 소임을 마치면 자살한다. 그 자리를 새로운 세포가 채운다. 죽어 없어지는 세포와 새로 태어나는 세포가 균형을 이루도록 인체는 평생 1경번 세포분열을 한다. 1경은 1조 뒤에 0이 네 개 붙은 숫자다」

  * 10진법 숫자 단위
      영(零): 0
      십(十): 10
      백(百): 100
      천(千): 1,000
      만(萬): 10,000
      억(億): 100,000,000
      조(兆): 1,000,000,000,000
      경(京): 10,000,000,000,000,000

  「이처럼 어마어마하게 분열을 계속하다 보니 확률상 반드시 오류가 생긴다. 그런 오류가 누적돼 때가 돼도 자살하지 않는 '미친 세포'가 생긴다. 암세포다.
  암세포
    ①죽지 않고 끝없이 분열하면서(무한 증식),
    ②주변 정상 세포 속에 파고들어가(침윤),
    ③인체 다른 곳으로 이동해 새로운 식민지를 만든다(전이).


  현대의학이 잡아낼 수 있는 암은 무게 1g, 직경 1㎝가 한계다. 그 정도면 이미 암세포 숫자가 10억개는 된다. 단 하나의 암세포가 그만큼 늘어날 때까지 인간은 10~20년 까마득히 모르고 산다」
현미경으로 본 암세포
  「이 음험하고 끈덕진 질병에 대해 다치바나는 "암은 다세포 동물의 숙명"이라고 말한다(114~115쪽). 세포 분열 그 자체가 암의 가능성을 껴안고 있다.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생명체의 초기 발생 과정기초적인 세포 활동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명이 가능하게 해준 바로 그 유전자가 죽음을 불러오는 것이다.
  암 유전자를 박멸해 암 유전자로부터 자유로운 생물을 만든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렇게 하면 생명체 자체가 죽기 때문이다(276~278쪽).

  가령 암이 항암제에 끈질기게 저항하는 이유를 파고들어 가면 HIF-1이라는 유전자에 이른다. 생물에게 가장 혹독한 환경 조건은 저산소 상태인데, 그걸 극복하고 살아남는 능력이 담긴 게 HIF-1 유전자다.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캠퍼스의 랜덜 존슨 교수가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HIF-1 유전자를 무효화시켰더니 태아 단계에서 어김없이 죽었다. 쥐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유전자라는 뜻이다(164쪽).

  현대의학은 이제 겨우 암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는 단계다. 그래도 다치바나는 비관하지 않는다. 인간은 두 가지를 무기로 암과 싸우고 있다. 지식 그리고 살려는 의지다. 언젠가 반드시 암의 전모를 알 수 있는 날이 온다. 아직까지 항암제 연명효과는 평균 2개월 남짓이지만 어디까지나 '평균'이다. 환자 개개인의 대처에 따라 예후
(豫後: 의사가 병자를 진찰한 다음 미리 그 병세의 진전을 단정한 병세, 병 후의 예측 경과)여명(餘命: 앞으로 살아갈 남은 목숨)은 크게 다르다」

  간단히 두 가지로 요약하면 하나는 암은 인간이 정복할 대상의 질병이지만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그 자체는 인간의 생명체 형성과정(잉태)기초적인 세포활동(초기분열, 태아의 성장)을 가능케 하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이기 때문에 박멸해서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은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암에 걸릴 확률을 지니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가지는 언젠가는 암에 대한 모든 것이 밝혀져 암에 대한 완벽한 대응책이 나오겠지만 현재로서는 인간이 암과 싸울 수 있는 무기는 ‘암에 대한 지식’‘살려는 의지’ 두 가지뿐이라는 이야기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암'이란 말이 흔해빠진 말이다 보니 '나와는 관계없는 말'로 치부하고 귀전으로 흘려버린다.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암,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라는 책에서 현대인들에게 멧세지로 전하고자 했던 '두가지 암과 싸울수 있는 무기'에 유념해야 될 것 같다.

[추가]
  2012년 2월 15일자 조선일보에 「알레르기 피부.호흡기에만? 위에도 생길 수 있어요」라는 제하에 '호산구성위장염'에 관련된 기사가 실렸다. 요약해서 추가로 올린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과 김태범 교수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항체가 위 점막에 있으면 항원이 되는 음식물이 위에 들어 올 경우 알레르기가 생긴다. 두드러기 같은 피부 반응은 없고 그대신 속쓰림, 구토, 복통, 구역감, 설사 등이 나타난다."는 말을 인용하고,

  위 알레르기는 호산구성위장염이라 하는데 피부나 호흡기 알레르기 홤자의 10% 정도이지만 환자 대부분이 위염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착각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호산구(好酸球)란 백혈구의 일종으로 알레르기 질환을 나타내는 표지자이다.
  담백질 식품(달걀, 우유, 콩, 고기, 메밀, 땅콩 등), 히스타민 식품(치즈, 가지, 토마토), 세로토닌 식품(파인에플, 바나나)등이 위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적 항원이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혁 교수는 "호산구성위장염은 원래 서양에 많았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폭식, 폭음을 하지 않고 자극적이거나 상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위가 불편하거나 위통이 반복되면 위내시경검사로 호산구성위장염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호산구성위장염을 일반 위장 질환으로 착각해서 소화제나 제산제 등 일시적 통증만 없애고 그냥 두면 위장 점막이 심하게 부어 올라 서로 들러붙을 수 있다."


  일반 알레르기와는 달리 호산구성위장염은 피부반응검사난 혈액검사로 찾아내기 어렵다. 항원이 될만한 음식을 하나씩 식단에 넣고 빼면서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하는 방법으로 항원을 찾아 그 음식을 삼가야 한다.
  항원을 찾지 못하거나 만성이되어 항원을 멀리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면역억제제를 7-10일 정도 써서 증상을 가라앉힐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않기 때문에 항원 식품을 먹으면 재발한다.(김현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