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복지(福祉)
沙月 李 盛 永
몇 년 전에 미국 서부지역을 관광여행 한 적이 있다. LA에서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길은 LA근교를 벗어나면서부터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사막 한복판으로 길이 이어진다. 나무는 보이지 않고 약간의 풀과 메마른 흙으로 펼쳐지는 평전과 구능과 야산이 차창으로 계속 스쳐간다.
그런데 차가 달리는 도로 양측에 노견에서 3-4m쯤 떨어져서 철망이 계속 이어져 있다. 길 가의 땅이 농토도 목초도 아닌 삭막한 사막에 왜 철망을 쳐 놓았는지 몹시 궁금했다. 나의 궁금증이라도 알아챈 듯 가이드가 철망에 대하여 설명을 하는데 그 철망은 '야생동물 압사 방지용' 이란다.
선뜻 이해가 갔다. 그것은 고속도로나 시골길을 운전해 가다 보면 고양이, 개, 토끼 등 동물들이 달리는 차에 치여 처참하게 죽은 것을 쉽게 목격해 온 터이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동물사랑이 대단하구나! 하찮은 야생동물의 횡사를 막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이 끝없이 이어지는 길 양쪽에 철망까지 치다니-' 하는 생각을 하는 동안에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지면서 그 생각은 엄청나게 틀렸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철망들은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친 것이 아니라 자동차보험회사가 자기들 돈으로 설치한 것이란다. 그리고 보험회사는 이 철망을 설치한 후로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단다.
이유인즉 고속으로 달리는 특히 야간에 달리는 차에 갑자기 야생동물이 도로로 뛰어 들어 이에 당황한 운전사가 갑자기 핸들을 틀면서 큰 사고로 이어지고, 보험회사는 엄청난 보험금을 지급해야 했는데 이 철망을 친 후로는 야생동물 때문에 생기는 사고가 거의 없어지자 설치한지 몇 년 만에 철망 설치비로 들어간 투자비 이상으로 보험금을 절약하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철망은 고도의 계산된 투자였다. 야생동물도 보호하고, 보험회사 수지도 개선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투자다. 보험회사가 보험을 든 것이다.

2004년 1월 하순에 뉴질랜드-호주를 관광여행 할 때의 일이다. 가이드로부터 제일 많은 설명을 들은 것이 이들 나라의 국민복지에 관한 것들이다.
'국가는 아기가 태어나면 양육비, 노인이 되면 양로비를 지급하여 양육과 노후를 국가가 책임진다'
'초, 중, 고등학교는 학비를 국가가 부담하고, 대학교 학자금도 장기 저리로 융자 해 주어 누구나 학교를 가고 싶으면 학비 때문에 못 가는 일은 없다'
'직장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 자의로 직장을 그만 두어도 생계 유지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실업수당을 지급한다'
'국가가 의료비는 전액을 부담한다'
'국민이 주택을 마련하려면 집값의 1/10만 있으면 잔액은 은행에서 장기 저리로 융자해 준다.' 등등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국가의 진면목을 보고, 듣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 나라 국민들은 호강스런 애완동물처럼 호강스럽게 사육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관광여행사를 통해 해외 여행을 하다 보면 원하건 원치 않건 예외 없이 쇼핑장으로 안내된다. 뉴질랜드-호주여행 중에도 횟수는 적었지만 쇼핑장으로 안내되었다.
호주에서 어느 면세점에 안내되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제약회사 판매점이라고 한다. 네 가지의 건강보조식품을 놓고 고용된 한국인 안내자의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
그 중 Osteo-Q라는 약품의 설명에서 '이 약품은 심해 상어의 연골을 원료로 하여 제조된 것인데 나이가 많아지면서 생기는 통풍, 골다공증 등 인체의 뼈와 관련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능을 가진 약' 이라 설명하였다. 캅셀로 된 약인데 성인 1인 1년 분에 해당하는 360정 들이 1상자에 $680(약61만원)으로 꾀 비싼 약이었다.

Osteo-Q

설명자는 약의 효능을 극구 장담하면서 호주 정부는 호주 국민들이 40세가 되면 이 약을 무상으로 1년 분치를 지급한다고 했다. 나는
'아니, 국민들의 의료비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면서 병도 나지 않은 전 국민에게 이 비싼 약을 무상으로 지급한다니 도대체 호주 정부는 돈이 남아 주체를 못하는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 설명에서 나의 생각은 참으로 '수준 이하' 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이어서
'호주 정부가 이 약을 국민에게 무상으로 지급한 이후 의료비 지출이 대폭 감소하여 의료비 재정 관리에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고기를 많이 먹는 호주 사람들에게 나이가 들면서 많이 생기는 통풍, 출산을 하는 여자들에게 칼슘 부족으로 생기는 골다공증, 그 외 관절염 등등 벼와 관계된 성인병 또는 노인병이 발생하여 완쾌가 어렵기 때문에 노인은 고통을 받으면서 병원을 자주 찾게 되니 호주 정부는 노인의 뼈 관련 병에 엄청난 의료비를 지불하였는데 이 약으로 이런 노인병을 예방함으로서 약값은 의료비 지출에 비하면 '새 발의 피' 라는 것이다. 호주 정부는 이러한 발병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성인병과 노인병을 위하여 보험을 든 것이란다. 그러니까 호주 정부는 국민에게 지급하는 이 약값을 일종의 보험료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노년과 병원은 더욱 가까워지는 법인데 이 보험료를 지불함으로서 노인과 병원을 멀리 하게 하여 오히려 정부는 의료비를 절약하게 되어 덕을 보고, 국민은 고질적인 뼈 관련 노인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킴으로서 이 또한 고도로 계산된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투자가 아닌가?

미국 보험회사가 자기 돈으로 사막의 도로 양측에 철망을 치는 것이나, 호주 정부가 국민에게 비싼 약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 모두 참으로 현명한 계산의 결과다. 우리는 언제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인가?

우리나라에는 정권이 바뀌는 대통령선거 때만 되면 대기업들이 대통령에 당선될 만한 후보를 점찍어 불법선거 자금을 대면서 '보험을 든다'고 한단다. 또 만일을 대비해서 열세인 측에도 약간의 보험료를 낸다는 것이 요즈음 세상을 떠들석하게 하는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보험회사가 도로 가에 철망을 치고, 호주 정부가 국민들에게 병도 나지 않았는데 비싼 약을 무상 지급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큰 차이가 아닌가?
호주 정부가 생 돈 들여 발병하지도 않은 국민에게 약을 무상으로 지급하여 성인병과 노인병을 미리 예방하는 최고 수준의 복지정책을 나는 '보험복지(保險福祉)'라고 부르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