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초(浮萍草)
沙月 李盛永(2012. 9. 13)
  일제의 압박에 못 견디어 살 길을 찾아 북간도로 떠나거나, 빼앗긴 조국을 되찾겠다고 이른바 독립운동에 뛰어든 젊은이, 해방 후 가난에 찌들려 먹고 살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 6.25 한국전쟁 전후 북에서 공산주의가 싫어서 삼팔선 넘어 남하하거나, 전쟁 중에 고달픈 피난살이 하느라고 고향 떠나 타향을 떠돌던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 가사 중에는 ‘부평 같은 신세’라는 구절이 잘 등장했었다.

  고복수 노래 「타향살이」가 시초가 아닌가 싶다. 그 2절에 ‘부평 같은 이내 신세---’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트롯트 대중가요 중에 가수 현철의 노래 「내 마음 별과 같이」라는 노래에도 ‘부평초 같은 마음을’이란 구절이 나오고, 박윤경 노래 「부초」는 가사에는 안 나오지만 제목이 ‘부초’다. 최근 김용임이 발표한 곡으로 「부초 같은 내 인생」이란 곡에 ‘부초 같은 우리네 인생’이란 구절이 나온다. 하나같이 몸과 마음이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세상을 떠도는 신세타령들이다.

타향살이 (고복수 노래)
1. 타향살이 몇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떠난 십여년에 청춘만 늙---어

2. 부평 같은 이내신세 혼자서 기막혀서
  창문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쪽

3. 고향앞에 버드나무 올봄도 푸르런만
  호드기를 꺾어불던 그때가 옛---날

내마음 별과같이 (현철 노래)
1. 산너울에 두둥실 홀로 가는 저 구름아
2. 강바람에 두둥실 길을 잃은 저 구름아

너는 알리라 내마음을 부평초 같은 마음을
너는 알리라 내갈길을 나그네 떠나 갈길을

한송이 구름꽃을 피우기 위해 떠도는 유랑별처럼
찬란한 젊은 꿈을 피우기 위해 떠도는 몸이라지만

(후렴)내마음 별과같이 저하늘 별이되어 영원히 빛나리

부초 (박윤경 노래)
1. 화려한 불빛 그늘에 숨어 사랑을 잊고 살지만
 2.바람이 불어 쓸쓸한 거리 어둠을 먹고 살지만

울고싶은 바이면 당신 생각 합니다 진정 나하나만 사랑한 당신
외로워진 밤이면 당신 생각 합니다 진정 소중했던 나만의 당신

(후렴)눈물 같은 세월에 나는 꽃닢이 되어 떠다니는 사랑이 되어
  차가운 거리를 떠돌다 가지만 당신 모습 따라 오네요

부초 같은 내 인생 (김용임 노래)
 1.내인생 고달프다 울어본다고 누가내맘 알리오
  2.한걸음 길을걷다 돌아다보니 보라-빛 내인생

어차피 내가택한 길이 아니냐 웃으면서 살아가보자
웃으며 걸어왔던 길이 아니냐 후회없이 살아가보자

(후렴) 천년을- 살리요 몇백년을 살다 가리요
         세상은 가만있는데 우리만 변하는구려
             아아아- 아아아- 부초 같은 우리네 인생
                  아.아.아- 우리네 인생
송해 진행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여(어디더라?)
'부초같은 내 인생'을 열창하는 인기 트롯트 가수 김용임

  나는 농촌 태생으로 어린 시절 농촌에 살면서 이런 노래들을 많이도 흥얼거렸지만 가사에 나오는 ‘부평’ 또는 ‘부평초’라는 것이 어떤 풀인지 잘 몰랐었다.
  '부평'을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 개구리밥」이라고 되어 있고, ‘부평초처럼 일정한 자리 없이 떠돌아 다님을 비유하여 일컫는 말’이라고 부연 설명을 하고 있다.
  또 사전에 ‘개구리밥’을 찾아보면 ‘개구리밥과에 속하는 다년생 물풀, 몸은 3개의 엽상체로 되어 있으며 아래 쪽에 실 같은 많은 수염뿌리가 있음. 논이나 늪의 물 위에 떠서 살며, 온 세계에 널리 분포함. 부평(浮萍), 부평초(浮萍草), 평초(萍草), 수선(水蘚)의 자평(紫萍)’ 이라 설명하고 있다. 사전에는 없지만 ‘떠 도는 풀’이란 뜻으로 ‘부초(浮草)’라고도 한다.

  내가 뒤늦게 부평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올해 내가 벼농사를 직접 하게 된 때문이다.
  시골집 부모님들이 살았던 집과 농사를 짓던 전답이 조금 있는데 12년 전에 우리 부부가 집을 새로 지어 자주 시골에 가서 뒷밭에 몇 가지 과일 나무를 조금씩 심고 그 사이에 먹을 만치 채소 등을 가꾸고, 논농사는 할 수 없어 앞집 부부가 부치고 있었다.
  재작년인가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부인 혼자서 논농사(벼)를 짓다가 올해도 모를 잘 길러놓고 모심기 직전에 큰 수술을 받고 농사일을 못하게 되었으나 온 동내가 젊은이들은 외지로 나가고 늙은이 그것도 대부분 안 노인네들만 있어 대타로 맡아 지을 사람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3마지기(600평)에 심을 잘 자란 모를 그냥 버리는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는데, 온 동네 사람들이 논물 정도는 돌봐 줄 테니 논 주인이 한 번 직접 지어보라고 권해서 하는 수 없이 시작했다.

  모를 심고 며칠간 아침 저녁으로 논물 보러 가는데 며칠 후 맑던 논물에 보일락말락 하게 작은 세 잎의 물풀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 온 논을 덮어버린다.

  위에 든 노래말들은 부평초를 하나같이 세상을 떠도는 약하고, 가련한 신세의 사람에 비유하고 있다. 한 개의 부평초를 보면 그럴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번식을 하는지 모르지만 막강한 번식력은 약한 존재도, 가련한 신세도 아니다.
  다행스런 것은 지금까지 부평초가 벼 농사에 어떤 해로움을 끼친다는 얘기는 없었다. 다만 물이 빠지는 물고를 막아서 논물의 수위를 조절하는데 관심을 써야 할 정도이니 큰 문제는 아니다. 내가 고향 냇물과 우리 논에서 찍은 부평초 영상을 올린다.

◆ 내가 찍은 부평초 영상들
물 위에 떠다니는 부평초
부평초 한 개
괭이 날에 묻어난 부평초
벼논에서 천문학적인 숫자로 불어나는 부평초
물고를 메우는 부평초
1차 걷어낸 부평초
이틀 후 다시 물고에 몰린 부평초
다시 걷어낸 부평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