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삼강령팔조목(大學三綱領八條目)
沙月 李盛永(2006. 8. 18)
  매주 일요일 저녁 19시부터 KBS 1TV에서 방영하는 고등학교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50 문제를 풀어가는 ‘도전 골든밸’ 은 요즈음 고등학생들이 ‘입시위주의 공부를 한다’, ‘지성적이지 못하고, 다분히 감성적인 풍조로 흐르고 있다’ 는 등의 우려를 조금이나마 씻어주는 프로다.

  지난 일요일(2006년8월13일) 방영된 ‘도전 골든벨’은 멀리 중국의 흑룡강성 하얼빈에 있는 조선족 제1중학교(중국은 우리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쳐서 ‘중학교’라 한다고 함)에서 녹화된 내용을 방영하였는데 1명의 여학생이 마지막 50번 문제 도전자로 남았다.

  50번 문제는 ‘유학의 경전으로 불리는 사서오경(四書五經)에 들어있는 대학(大學)의 주요 내용은 8조목(八條目)인데, 그 대학 8조목 을 전부 적으시오’ 라는 문제였다.

  그 정답은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였는데 49번 문제까지 풀어 마지막까지 남은 여학생은 이 50번 문제를 맞추지 못하여 결국 골든벨 도전에 실패하였다.
  대학 8조목 중 뒤의 4조목,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는 정신훈화 때나 술 한잔 하고 세상사나 대장부의 길을 논하는 자리에서 쉽사리 얻어들은 말이지만, 앞의 4조목, 격물, 치지, 성의, 정심은 좀처럼 들어보기 힘든 말이다.

  중국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19-20세기 서세동점(西勢東占)의 물결 속에 동학(東學)은 서학(西學)에 밀려 일반 대중화 되지 못하고, 더구나 공산화 되는 과정에서 유학은 공산혁명의 걸림돌로 되어 타파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래서 중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를 전공한 소수인에 의해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실정으로 중학교육과정에서는 가르치지 않고 있다고 하며, 대학에서도 유학(儒學)은 물론 우리가 말하는 한문(漢文)도 고어과(古語科) 정도에서 배우기 때문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전을 독서하고, 이해하는데 큰 제약이 따르는 것이다. 그런 중국에 있는 조선족 중학생(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도전골든벨 문제로는 너무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大學)은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庸)과 함께 사서(四書)라 일컬어지는 유가(儒家)의 경전인데, ‘대학(大學)’이라는 제명(題名)의 의미는 두 가지로 풀이해 왔다. 그 하나는 ‘치자(治者)의 학(學)’이요 다른 하나는 ‘대인(大人)의 학(學)’이다.

  우리의 학교제도 즉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 체계에서 서양의 University(종합대학) 또는 College(단과대학)를 말하는 ‘대학(大學)’이란 말의 어원도 사서(四書)의 대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니까 대학교는 대인(大人: 큰 사람)과 치자(治者: 지도층)을 길러내는 곳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대학(大學)’의 저자(著者)에 관한 설도 두 가지가 있는데, 정자(程子)는 대학이 ‘공자(孔子)의 유서(遺書)’라고 하였으나, 주자(朱子)는 ‘경(經) 1장은 공자(孔子)의 뜻을 증자(曾子)가 기록한 것이고, 전(傳) 110장은 증자(曾子)의 뜻을 그 제자들이 기록한 것’이라 했다.

  대학의 근본사상 곧 유가(儒家)의 목적(目的)은 수기치인(修己治人=자기를 수양하고, 남을 다스리는 것) 이며, 대학을 이루는 골간은 삼강령(三綱領)과 팔조목(八條目)이다

  대학 삼강령(三綱領)은 대학(大學)의 근본사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명명덕 (明明德), 친민(親民), 지어지선(止於至善)을 말하며, 대학 팔조목(八條目)은 대학의 근본사상 즉 유가의 목적에 해당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과 삼강령(三綱領)의 실천 방안이며, 지난 8월 13일자 방영된 KBS 도전골든벨의 하얼빈 조선족 제1중학교편 마지막 50번 문제의 답인 (1)격물(格物), (2)치지(致知), (3)성의(誠意), (4)정심(正心), (5)수신(修身), (6)제가(齊家), (7)치국(治國), (8)평천하(平天下)의 여덟 가지이다.
  대학 8조목의 앞의 5조목 즉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은 수기과정(修己過程: 자기 자신은 닦는 과정)의 실천방안 즉 도덕사상(道德思想)이고, 뒤의 3조목 제가, 치국, 평천하는 치인과정(治人過程: 사람을 다스리는 과정)의 실천방안 즉 정치사상(政治思想)이다.

  고려말에서 조선 초기에 걸친 학자로서 태종 때 조선조 최초로 문형(文衡: 大提學)에 오른 양촌(陽村) 권근(權近=1352-1409)은 그의 저서 「입학도설(入學圖說)」 에서 대학지도(大學之道)의 삼강령(三綱領)과 팔조목(八條目)의 상관 관계를 도식화(圖式化) 하여 다음과 같은 체계도를 그렸다.
권근의 대학 삼강령과 팔조목의 도해
  명명덕(明明德)은 인간이 본래 갖추고 있는 성(本性)으로 중리(衆理)를 갖추고 있으며, 만사(萬事)에 합당하게 적응하는 덕(德)을 말한다.

  친민(親民)은 두 가지로 해석되어 왔는데 하나는 글자 그대로 ‘백성과 친애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신민(新民) 즉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정주(程朱=程子,朱子)는 친민은 대학이 지향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 중에서 치인(治人: 사람을 다스리는 것)의 기본바탕으로서 치인(治人)은 나라의 정치를 도덕화하여 지선(至善: 지극히 선한 것)의 경지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백성을 친애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백성을 날로 새롭게 하는 적극성 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새롭다’는 말은 ‘그 옛 것을 바꾸는 것’을 말하며 치자(治者)는 ‘스스로의 명덕을 밝힌(明明德) 연후에 마땅히 백성도 그렇게 되도록 영향을 미쳐서(모범을 보여서) 백성으로 하여금 묵은 때를 벗도록 할 수 있어야 다는 것’이다.

  지어지선(止於至善)‘지극(至極)한 선(善)에 머무는 것, 도덕적으로 부동불이(不動不移)한 상태에 머무는 것’을 말하며, 치자(治者)는 ‘밝은 덕을 밝히고(明明德),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은(親民=新民) 다 지극히 선한데 머물러(止於至善) 변함이 없도록 하기 위함인 것’이다.

  격물(格物)은 주자의 지론에 따르면 천하의 사물은 각기 그 이(理)를 갖추고 있으니 이를 궁극(窮極: 궁리)해 나가면 천하사물의 표리(表裏: 겉과 속)와 정조(精粗: 정교함과 조악함)가 훤하게 관통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수기(修己: 자신을 닦음, 수양)를 위해서는 천하 사물에 대한 궁리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치지(致知)는 또한 주자의 지론을 따르면 ‘지식(知識)의 계발(啓發)’ 이다. 자기의 지식을 한없이 넓고, 깊게 해서 천하 일체의 사물에 대하여 모르는 바가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성의(誠意)의(意)는 사려(思慮), 정서(情緖), 욕망(慾望)을 총칭한 말이고, 성(誠)은 참된 것을 말하는 것이니 이른바 성의(誠意)는 자기의 생각을 성실(誠實)하게(참되게, 속이지 않고, 정성스럽게)한다는 뜻이다.

  정심(正心)이란 심정(心情)이 정상(正常)으로 돌아가는 것. 뜻이 성(誠)하면 자연히 정심(正心)이 생긴다. 무릇 사람의 마음에는 분노, 공포, 즐거움, 우환 등의 정서(情緖)가 있어서 때때로 정심(正心)을 잃게 하므로 뜻을 지성(至誠)으로 갖는 동시에 그 본체인 마음을 정(正= 바른)한 위치에 두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수신(修身)‘몸을 닦는 일’ 즉 인격(人格)의 수양(修養)이다. 여기서 신(身)은 단순한 신체 즉 육체적인 의미가 아니라 인격(人格)을 말하며 인격의 수양을 말한다.

  제가(齊家)는 치인(治人)의 첫걸음은 나와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집단 즉 ‘나의 가정(家庭)을 다스리는 일’이다. 대학에서는 욕치기국자(慾治其國者) 선제기가(先齊其家)(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자 먼저 가정을 다스려라)와 신수이후제가(身修而後齊家)(일신의 수양이 있은 후에야 가정도 다스릴 수 있다)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제가(齊家)의 요체(要諦)는 효(孝= 어버이에게 효도하는 것), 제(弟= 恭敬하는 것, 順하는 것), 자(慈=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다.

  치국(治國)은 글자 그대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며 여기서 국(國)은 방국(邦國) 즉 제후국(諸侯國)을 말한다. 치국(治國)의 요체는 전술한 바와 같이 제가(齊家)이므로 효(孝), 제(弟), 자(慈)의 덕(德)이 치국에 있어서도 필요함은 물론이요, 치국자(治國者)의 필수 덕목(德目)으로 인(仁: 어질다, 착하다, 인자하다, 덕이 있다)을 들고 있다.

  평천하(平天下)에서 천하(天下)란 방국(邦國)의 상대적인 말로 총국가(總國家) 다시 말해서 통일국가를 말하며, 평(平)은 ‘평안(平安)케 한다’는 말이니 평천하(平天下)는 ‘통일된 국가를 이루어 평안케 한다’는 말이다. 평천하(平天下)의 요체는 치국(治國)과 제가(齊家)의 법이 기본이 된다.

  대학(大學)은 일찍부터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특히 조선조에는 과거시험의 중요한 과목으로 삼았기 때문에 과거 급제를 통하여 입신양명 하려는 사대부에게 널리 익혀져 왔다. 그래서 이를 알기 쉽게 해석하고, 보완 설명하는 저서들이 많이 나왔다.

  세조 때 저헌 이석형의 「대학연의집략(大學衍義輯略)」,

  중종 때 왕명에 의하여 대학 3강령과 8조목에 따라 잠(箴: 箴言, 경계하는 말)을 지은 「대학강목잠(大學綱目箴)」,

  선조 때 율곡 이이의 「대학율곡언해(大學栗谷諺解)」, 조호익의 「대학동자문답(大學童子問答)」, 왕명에 의하여 언문으로 번역한 칠서언해(七書諺解) 중의 하나인 「대학언해(大學諺解)」,

  정조 때 왕명에 의하여「 대학유의(大學類義) (정조의 서문), 다산 정약용이 문과 급제 후 내각초계(內閣抄啓)에 선발되어 초계제신(抄啓諸臣)들에게 대학을 강의하고, 문답한 「대학강의(大學講義)」등이 시대를 가리지 않고 대학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나온 저서들이다.

대학연의집략(大學衍義輯略)을 올리는 전(箋)
- 進大學衍義輯略箋(진대학연의집략전) -
저헌(樗軒) 이석형(李石亨)(東文選)(註譯 樗軒先生文集)
  엎드려 생각컨데, 구릉(丘陵: 언덕)을 높게 만들면 구인(九 人刃: 산을 말함)의 공을 성취하기 쉽고, 방책(方策: 옛 기록)에 실린 것을 열람하면 도(道)를 백왕(百王: 옛날의 어진 임금)에서 상고할 수 있삽기로 이에 묵은 책을 취하여서 예감(睿鑑: 임금이 보는 것)에 올리나이다.

  옛날에 진유(眞儒
: 참된 선비) 진덕수(眞德秀: 대학연의 저자)의 태어남이 조송(趙宋: 송나라 임금의 성씨 송을 말함)의 융성한 시대를 당하여 이르기를 "이 <대학>의 글은 실로 성인(聖人)의 가르침이다" 라고 그 뜻을 추연(推衍: 敷衍, 덧붙여 알기쉽게 설명을 붙임)하여 한 책을 만들었아온데, 사(史: 史書)를 더듬고 경(經: 經書)에 의거하여 전차(詮次: 편집의 차례)가 본말(本末)에 자상하고 일을 인하여 설명을 붙여 의논이 권징(勸懲: 勸善懲惡, 선을 권하고 악을 징벌함)에 엄하여서 의리(義理)가 이로 인하여 더욱 밝아지고 규모(規模)가 더욱 큼을 얻었으니 이는 곧 나라를 경륜(經綸)하는 전법(典法)으로서 진실로 임금을 바르게 하고자 하는 성의(誠意)에서 나온 것입니다.

  석형(石亨)은 이를 가슴 속에 간직하여 잊지 않은 것이 오래이오며 손에서 책을 놓는 때가 없었습니다.

  그윽히 생각하옵건데 전현(前賢)의 보곤(補袞
: 임금의 직책을 보좌함)의 간성(懇誠: 간곡한 성의)이 실로 미신(微臣: 임금 앞에서 자기를 낮추어 부르는 말)의 헌폭(獻曝: 임금에게 좋은 의견을 드리는 겸손한 말, 謙辭, 주1)의 충정(衷情)과 과 맞는 다고 여겨 항상 비열(卑劣)한 회포를 다하여 조금이나마 만기(萬機: 임금이 보살피는 여러가지 정무)의 정사에 도움이 되고자 하였아오나 청문(淸問: 임금의 하문)을 받들지 못하와 일득(一得: 조그마한 도움)의 우견(愚見: 어리석은 의견)도 바치지 못하였습니다.

  삼가 주상전하(主上殿下)께서 성덕(聖德)이 날로 새로와지시고, 영명(英明)하신 경륜(經綸)은 하늘이 계시(啓示)한 것으로서 유정유일(惟精惟一
: 精과 一, 주2)로 요(堯), 순(舜)의 도통(道統: 도학은 전하는 계통)의 전수(傳授: 전해 줌)를 밝히시고, 비현비승(丕顯丕承: 크게 나타나고 크게 이음 주3)으로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의 모열(謨烈: 꾀와 정렬)의 성대(盛大)함을 이으사 즙희(緝熙: 빛나는 사업을 계속함)의 공경을 다하고, 더욱 제가치국(齊家治國: 가정과 나라를 다스림)의 방법을 구하심을 만나서 <대학연의>를 강연(講筵: 경연에서 강론함)에 올리어 조금이나마 손지(遜志: 뜻을 겸손하게 하여 학문에 힘씀)의 예학(睿學: 왕세자가 배우는 학문)에 도움이 되게 하고자 하옵니다.

  그러나 전문(全文)이 혹시 호번(浩繁
: 번잡함)에 지나쳐 고열(考閱: 상고하여 열람함)이 실로 어렵고, 가까운 일은 전문(傳聞: 전하여 들음)하는 바에 있어서 관감(觀鑑: 보아서 거울로 삼음)이 더욱 절실한 까닭에 신이 행(行) 부사정(副司正) 신(臣) 홍경손(洪敬孫), 행(行) 부호군(副護軍) 신(臣) 조지(趙 土止), 행(行) 성균관사성(成均館司成) 신(臣) 민정(閔貞) 등과 함께 먹는 것을 폐하고 피권(疲倦: 피로하여 실증이 남)도 잊어 뜻을 다하여 깊이 생각하여서 서산(西山: 대학연의 저자 송의 진덕수 선생을 말함)이 40권으로 편찬한 것을 산삭(刪削: 쓸데 없는 문자나 어구를 삭제함)하고, 감히 유인(遊刃: 보충함)을 일러 고려사(高麗史) 5백년의 일을 덧붙여 넣어서 속초(續貂: 보잘 것 없는 것이 훌륭항 것의 뒤를 잇는다. 주4)도 혐의(嫌疑: 의심적음)치 않았으니 버리고 취함의 그릇 더함을 잘 알아서 깊이 참유(僭踰: 참람하여 분수에 넘침)의 피하기 어려움을 두려워합니다.

  어리석음을 가지고 지혜로움을 폐하여서는 안되며, 도(道)가 있는 바는 곧 스승있는 바이니 어찌 감히 그 아름다움을 빼앗아 공(功)으로 삼아서 남의 재주 있음을 마치 자기의 재주 있음과 같이 하였습니까?

  삼가 신등이 지은 이름하기를 <대학연의집략(大學衍義輯略)>이라고 하였습니다. 망녕된 생각으로는 평생의 정력이 모두 이 일부 비록 신등이 지었지만 이름은 <대학연의집략>의 편집에 있아오나 혹시 한가하신 겨를에 특히 을람(乙覽
: 임긍이 정사를 마친 乙夜-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열람하는 것)의 열람을 내리신다면 선, 악의 자취를 요연히(瞭然: 분명히) 상고할 수 있으며, 오직 선(善)을 위주로 하는 자가 군사(君師)가 되어야만 어지러움을 다스리는 까닭을 밝게 징빙(懲憑: 증명하는 재료로 삼음) 하기에 족하여서 다스림과 더불어 도(道)를 함께하게 됩니다.

  신등이 <대학연의집략> 21권을 편찬하여 모두 10질을 만들어서 삼가 갖추고 전(箋)을 올리어 아뢰옵나이다.


  * (주1) 헌폭(獻曝): 옛날 송(宋)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는데 늘 거친 베옷만 입어서 세상에 넓은 집과 따뜻한 방, 솜옷과 털옷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겨울을 간신히 지내고 봄의 농사철이 되자 스스로 햇볕을 몸에 쪼이면서 그 아내에게 말하기를 "등에 햇볕을 쪼여서 몸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을 아는 자가 없을 것이니 이를 우리 임금님에게 아뢰면 큰 상을 내릴 것이다" 하였다. 이 말은 <열자(列子)>의 양주편(楊州篇)에 있는데 '임금에게 좋은 의견을 드리는 겸사(謙辭: 겸손한 말)'이라는 뜻이다.

  * (주2) 유정유일(惟精惟一)로 밝히시고: <중용(中庸)> 서문에 「정(精)은 천리(天理)와 인욕(人欲)의 두 가지를 살펴서 혼동(混同)하지 않는 것이고, 일(一)은 본심(本心)의 바른 것을 지켜서 잃지 않는 것이다」(精則察夫二者之間而不雜也 一則守其本心之正而不失也) 라고 하였으며 또 이르기를 「진실로 중(中)을 잡으라고 한 것은 요(堯)의 순(舜)에게 전수한 것이고, 인심(人心: 私慾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심(道心: 天理의 마음)은 희미하니 오직 정(精)하고, 오직 한결하여 진실로 '중(中)을 잡는다' 라고 한 것은 순(舜)의 우(禹)에게 전수한 것이다」(允執厥中者 堯之所以授舜也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者 舜之所以授禹也) 라고 하였다.

  * (주3) 비현비승(丕顯丕承)으로 --- 이으사: <맹자(孟子)> 등문공하(藤文公下: 등나라 임금 문공 하편)에 「크게 나타나도다 문왕의 모유(謨猷: 계책의 뜻), 크게 이었도다 무왕의 빛나는 공업(功業)」(丕顯哉 文王謀 丕承哉 武王烈) 이라는 말이 있다.

  * (주4) 속초(續貂): 초(貂)는 담비의 꼬리로 만든 재상이 쓰는 관(冠)을 말하니 속초(續貂)는 '보잘것 없는 것이 훌륭한 것의 뒤를 잇는다'는 뜻으로 남이 미치지 못한 사업을 맡아 마치는 일의 겸사(謙辭: 겸손한 말)로 쓰인다.

대학연의집략(大學衍義輯略) 서문(序文)
저헌(樗軒) 이석형(李石亨)(東文選)(註譯 樗軒先生文集)
  신이 일찌기 진덕수(眞德秀: 宋나라 때의 儒學者로 大學衍義 저자)의 <대학연의>를 보았는데, 그 제왕(帝王)의 학문을 하는 근본과 다스림을 하는 차례와 선(善), 악(惡)의 나뉘는 바와 치란(治亂: 정치가 어지러움)의 말미암는(원인) 바를 논함이 극진하고, 또 갖추어졌으니 실로 충성(忠誠)이 간측(懇惻: 懇曲惻달 - 간절하고 극진함과 가엽게 여기어 슬퍼함)의 마음에서 나와서 인군(人君)된 자의 마땅히 반드시 보아야 할 것으로 여겨 일찌기 강마(講마: 강구하고 분별하는 것)을 더하여서 고문(顧問)을 기다림이 오래입니다.

  이제 주상전하(主上殿下)께서 정일(精一
: 純粹專一의 뜻)의 배움으로써 즙희(緝熙: 계속하여서 그만두지 않음)의 공부(功夫)를 더하시어 하루에 세 번 경연(經筵)에 임어(臨御)하시고, 야대(夜對: 밤에 경연을 베풀어 경사를 강론함)로써 이에 이으시어 묻기를 좋아하고 도(道)를 구하는 성의가 비록 삼대(三代)의 호학(好學)하는 임금인들 어찌 이에서 더하겠습니까?

  신의 뜻을 이룸을 얻음이 바로 오늘에 있습니다. 다만 책에 실린 바 경서(經書)의 글은 때로 진강(進講)하니 반드시 다시 이 책에 힘입을 것 없고 또 제사(諸史
: 여러나라의 역사)의 사적(事蹟)이 매우 자세하게 실려 있어서 만기(萬機)를 처결하시는 여가(餘暇)에 혹시 고열(考閱: 상고하여 보는 것)하기 어려우니 실로 마땅히 요약에 따라야 하며, 우리나라 고려의 일은 전문(傳聞: 전해 들음)의 미치는 바로서 관람이 더욱 절실한 까닭에 신이 행(行) 부사정(副司正) 신(臣) 홍경손(洪敬孫), 행(行) 부호군(副護軍) 신(臣) 조지(趙 土止), 행(行) 성균관사성(成均館司成) 신(臣) 민정(閔貞)과 함께 비루하고 졸렬함을 헤아리지 않고 그 참람하고 분수에 넘치는 것을 잊어서 이 책의 호번(浩煩)함을 요약하고, ,고려사>의 감계(鑑戒: 거울로 삼아 경계하는 것)가 될만한 것들을 보태어 넣고서 이름하여 <대학연의집략>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대개(大槪)가 어찌 진덕수의 규범(規範)에서 벗어나리까? 이를 요약하였으되 절실하지 않다고 여겨서 한 것이 아니고, 보태어 넣었으되 부족하다고 여겨서 한 것이 아니라 관람에 편리함을 취하였을 뿐입니다.

  아! 진덕수의 <대학연의>의 책이 어찌 보기 쉬운 것이겠습니까? 송나라 이종(理宗)은 쇠하는 시대의 범상(凡常)한 군주(君主)일 뿐인데도 진덕수의 이 책을 지어 올림에 혼연히 가납(嘉納)하며 이를 강독(講讀)케 하여서 선(善)을 즐거워하는 아름다움이 족히 찬양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선유(先儒)가 이종(理宗)을 일컬어 왕안석(王安石
: 송나라 문장가, 정치가. 富國强兵의 신법을 만들어 구법당의 배척을 받았음)을 물리치고 염락(濂洛: 성리학의 원조인 周敦 臣頁는 濂溪에 살았고, 程顥, 程 臣頁는 洛양에 살았기 때문에 이들을 지칭한 것임)을 높여 사습(士習: 선비의 풍습)을 크게 변하여서 후세로 하여금 이학(理學)을 알게 하였으니 옛날 제왕의 다스림을 회복하기에 족하다고 하였습니다.

  이종이 이 책에 있어 능히 다 쓰지 못하였는데도 그 공효(功效)를 봄이 이와 같았거든 하물며 성명(聖明)의 군주로서 성치(盛治)의 때에 당하여 깊이 이를 체득하여서 모두 쓰는 것이겠습니까?

  한 번 완호(玩好
: 물건을 구경하며 좋아하는 것)에도 반드시 한 가지 욕심의 싹틈도 없음을 얻었는지를 생각하며,
  한 가지 흥삭(興作
: 건설을 말함)에도 반드시 사치의 조짐이 없었는지를 생각하며,
  한 번 임용(任用)에도 반드시 소인이 혹시 나오고 군자가 혹시 물러갔는지를 생각하며
  한 번 청납(廳納
: 말을 받아드림)에도 반드시참영(讒 人二女: 남을 참소하는 간악한 자)이 뜻을 얻고 충당(忠 言黨: 충성되고 곧은 사람)이 버림을 받았는지를 생각하며,
  일동일정(一動一靜), 일호일령(一號一令)에 이르기까지도 반드시 이 책으로써 준칙을 삼는다면 그 성학(聖學)에 이익됨이 있고 치도(治道)에 보탬이 있음을 이루 다 말 할 수 있겠습니까?

  진덕수는 <대학> 한 책으로써 천하에 임금 노릇하는 자의 율령격례(律令格例)로 삼았으며, 신 또한 <연의> 한 책으로써 참다운 제왕의 치도의 규구준승(規矩準繩
: 그림쇠와 먹줄, 법칙이 됨을 말함)으로 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