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어망전(得魚忘筌)과 토사구팽(兎死狗烹)
沙月 李盛永(2013. 7. 18)
  나는 요즈음 중화(中華)TV 중에 ‘수당연의(隋唐演義)’라는 드라마 시청에 열중하고 있다.
  중국 수(隨)나라 양제의 폭정을 무너뜨리고, 이곳 저곳에서 군웅(群雄)들이 난립하여 천하 대권을 노리는 혼란기를 짧게하고 중국 역사상 가장 문화가 찬란했던 300년 당(唐)의 문을 여는 이야기를 중국사람들 특유의 과장은 좀 있지만 황당무계한 과장은 아니고 중국 역사를 이해하는데 참고가 되도록 재미있게 엮은 드라마다.

  매주 월-금요일에 21:30부터 23시까지 전회(前回)와 함께 2회를 연속해서 방영한다. 매회 소제목이 붙는데 재미있는 것이 많다. 최근에 붙은 소제목이 ‘득어망전(得魚忘筌)’이다.

  수양제(隋煬帝)의 폭정에 반기를 들고 지략과 용맹과 무술을 가진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의형제를 맺고 ‘양제 타도’의 뜻을 같이 하여 산적(山賊) 소굴이며 험준한 절벽을 이용해 성벽을 구축한 난공불락의 와강채를 접수하여 튼튼한 보루로 삼고, 병력을 확장하여 양주 고산왕의 막강한 관군의 토벌을 저지한다. 와강채는 산도적 출신의 무식하나 의리와 의협심이 강하며 도끼를 잘 쓰는 4째 정교금위왕(魏王)으로 추대하였는데 의협심이 강한 위왕 정교금이 혼자서 양제를 죽이겠다고 양주에 온 양제의 행궁에 땅굴로 침투했다가 잡혀서 처형될 위기에 처한다.

  양제 밑에서 대운하 건설 책임을 맡아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양제의 신임을 받고, 소황후(미랑)와 내통하고 있던 이밀이라는 자가 대운하건설 당시 부정한 사건들이 들어날 위기에 있었는데, 그자가 정교금 처형 책임을 맡게 되어 정교금과 ‘함께 탈출하면 위왕의 자리를 주겠다’는 흥정(약속)을 하고 함께 탈출해서 와강채에 돌아와 약속대로 이밀을 위왕에 옹립한다.

  와강채는 일치단결하여 병력을 확장하고 막강한 세력이 됨에 따라 양주 고산왕 군사가 주축이 된 양제의 관군과의 일전에서 진왕(陳王 : 唐皇 李淵의 차자) 이세민(李世民)의 군사와 합세하여 관군을 격파하고, 행궁으로 진군하는데 양제는 수하의 간신이며 반역의 의지를 품고 있던 우문화급에게 피살당하고, 행궁은 이세민과 와강채 군사가 함께 점령하여 와강채는 우문화급을 죽이고, 수나라옥쇄를 확보하며, 소황후이세민에게 잡힌다.

  이렇게 해서 수나라가 망하자 이밀은 비밀리에 이세민(李世民)에게 옥쇄와 소황후를 바꾸어 와강채로 데려온다. 이후로 와강채는 이밀과 소황후의 수양제 못지 않게 연회와 사치로 타락한다. 수하 장수들이 몇 번 반항하는 행동을 하지만 위왕 이밀은 소황후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기를 반대하는 수하들을 제거 할 생각까지 한다.

  그래서 한 때 수양제 제거를 한 목표로 하여 똘똘 뭉쳤던 와강채의 명장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여 결국 주장이었던 대원수 진경, 정교금, 나성이 떠남으로서 와강채에는 이밀과 장수 왕백당 만 남았다가 낙양의 정왕 왕세충의 공격에 견지지 못하고 와강채는 점령 당하고 와강채에 남은 사람들은 모두 피살되고 만다.

  대충 이런 내용의 줄거리 부분에 소제목을 ‘득어망전(得魚忘筌)’이라 붙인 것이다.
  득어망전(得魚忘筌)은 간단히 글자해석을 하면 ‘고기를 잡고나면 고기를 잡던 통발을 잊어버린다’ 뜻으로 이런 경우 우리는 보통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고사성어를 많이 듣고 써 왔다.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사용한 수단은 버리게 된다는 뜻으로 토사구팽과 비슷하지만 내용을 파고 들어가면 뉘앙스가 좀 다르다.
筌(전: 통발)
  장자(莊子) 외물편(外物篇)에
  「통발은 물고기를 잡는 도구인데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은 잊어버리고 만다. 올가미는 토끼를 잡는 도구인데 토끼를 잡고 나면 올가미는 잊어버리고 만다. 이처럼 말이란 마음속에 가진 뜻을 상대편에게 전달하는 수단이므로 뜻을 얻으면 말은 잊어버리고 만다. 뜻을 얻고 말을 잊어버린 사람과 말하고 싶구나」(筌者所以在魚 得魚忘筌 蹄者所以在兎 得兎忘蹄 言者所以在意 得意而忘言 吾安得夫忘言之人 而與之言哉 하였다.

  또 조선조 초기 학자였던 양촌(陽村) 권근(權近)의 <제어촌시권공백공(題漁村詩卷孔伯共)>에는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 속 갓끈 씻는 구절을 크게 노래 부르며 뱃전도 두드리고, 고기 잡혔는지 안 잡혔는지 통발마저 잊는구나」 (高歌濯纓且叩舷 得魚不得俱忘筌)라 하였다.

  *탁영(濯纓): ‘갓 끈을 씻다’, 조선조 연산군 때 사관으로 김종직의 글 '조 의제문(弔 義帝文)'을 사초(史草)를 넣어 무오사화의 빌미가 된 김일손(金馹孫)의 호.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의 갓끈 씻는 구절 : 「어부가 빙그레 웃고, 뱃전을 두드리면 노래부르며 떠나간다.(漁父莞爾而笑 鼓世而去乃歌曰)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으면 되고,(滄浪之水淸兮 可而)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면 되는 것을!( 滄浪之水濁兮 可而)”

  또 불경의 하나인 사유경(蛇喩經)에도 비슷한 비유가 나온다.
  「비구들이여, 나는 너희들에게 집착을 버리도록 하기 위해 뗏목의 비유를 들겠다. 어떤 나그네가 긴 여행 끝에 바닷가에 이르렀다. 그는 생각하기를 바다 저쪽은 평화로운 땅이니 그리 가야겠다 하고 뗏목을 만들어 무사히 바다를 건넜다.
  바다를 무사히 건넌 이 나그네는 그 뗏목을 어떻게 하겠느냐? 그것이 아니었으면 바다를 건너지 못했을 것이므로 은혜를 생각해 메고 가야겠느냐? 아니면, '이 뗏목 때문에 나는 바다를 무사히 건넜다. 다른 사람들도 이것을 이용하도록 여기에 두고 나는 내 갈 길을 가자' 하겠느냐. 이 나그네는 뗏목을 두고 가도 그의 할 일을 다한 것이 된다.
  너희들도 이 나그네가 뗏목을 잊은 것처럼 궁극에는 교법(敎法)마저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였다.

  장자는 외물편에서 망전(忘筌)이나 망제(忘蹄), 망언(忘言)은 모두 시비(是非), 선악(善惡)을 초월한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득어망전 이란, 진리에 도달하면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사용한 모든 수단을 버리라는 의미로 이런 경지에 도달한 사람을 만나 함께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말한 것이다.
  사유경(蛇喩經)도 절대 경지에 들어서면 수단은 물론이거니와 절대 경지에 들어섰다는 것마저 잊으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득어망전(得魚忘筌)’이란, 원래 자기의 뜻한 바를 이룬 후에는 그 수단이나 과정에 대하여는 애착을 갖지 말라는 긍정적인 뜻인데, 오늘날에는 ‘토사구팽(兎死狗烹)’처럼 ‘배은망덕(背恩忘德)한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수당연의 드라마에서도 토사구팽과 같이 부정적인 의미로 붙여진 것이다.
  득어망전(得魚忘筌)은 토사구팽(兎死狗烹)외에도 다음과 같이 다양하게 쓰여진다.
    - 사소한 일에 얽매여 큰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쓰기도 하고
    - 목적을 달성하면 그 동안 쓰이던 사물이나 사람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고,
    - 학문이 성취되면 책이 무용하게 됨을 이르기도 하고,
    - 근본을 확립하면 지엽적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은 교활한 토끼가 잡히고 나면 충실했던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져 잡아먹게 된다는 뜻으로, 중국 춘추시대 월(越)나라 재상 범려(范?)의 말에서 유래된 고사성어인데,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천하를 통일하는데 제1공신이었던 한신(韓信)과 관련된 고사(故事)가 더 잘 알려져 있다.
烹(팽: 삶다)
  * 범려관련 고사(故事)1. 《사기(史記)》의 〈월왕구천세가(越王句踐世家)〉
  범려는 중국 춘추시대 월나라 왕 구천(句踐)이 오(吳)나라를 멸하고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보좌한 명신(名臣)이다. 월나라가 패권을 차지한 뒤 구천은 가장 큰 공을 세운 범려문종(文種)을 각각 상장군과 승상으로 임명하였다.
  그러나 범려는 구천에 대하여 고난을 함께할 수는 있지만 영화를 함께 누릴 수는 없는 인물이라 판단하여 월나라를 탈출하였다.
  제(齊)나라에 은거한 범려문종을 염려하여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추어지고,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蜚鳥盡, 良弓藏, 狡兎死, 走狗烹)"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서 피신하도록 충고하였으나, 문종은 월나라를 떠나기를 주저하다가 구천에게 반역의 의심을 받은 끝에 자결하고 말았다. 이 고사(故事)에서 토사구팽(兎死狗烹)이 유래되었다.
  * 한신관련 고사(故事)2. 《사기(史記)》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
  중국을 통일한 유방은 일등공신 한신을 초왕(楚王)으로 봉하였으나, 그의 세력이 언젠가는 자신에게 도전하지 않을까 염려하였다. 그러던 차에 유방과 패권을 다투었던 항우(項羽)의 부하 종리매(鐘離?)가 옛 친구인 한신에게 몸을 의탁하였다.
  일찍이 전투에서 종리매에게 괴로움을 당하였던 유방은 종리매가 초나라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한신은 옛 친구를 배반할 수 없어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이 사실을 상소한 자가 있어 유방은 진평(陳平)과 상의한 뒤 그의 책략에 따라 초나라의 운몽(雲夢)에 순행한다는 구실로 제후들을 초나라 서쪽 경계인 진(陳)나라에 모이게 하였다.

  한신은 자신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여 자진해서 배알하려고 하였는데, 부하들이 종리매의 목을 베어 가지고 가면 황제가 기뻐할 것이라는 계책을 진언하였다. 한신이 종리매에게 이 일을 전하자 종리매는?
  "유방이 초(楚)를 침범하지 못하는 것은 자네 밑에 내가 있기 때문이네. 그런데 자네가 나를 죽여 유방에게 바친다면 자네도 얼마 안 가서 당할 것일세. 자네의 생각이 그 정도라니 내가 정말 잘못 보았네. 자네는 남의 장(長)이 될 그릇은 아니군. 좋아, 내가 죽어주지" 하고는 스스로 목을 메고 자결하였다.

  한신은 종리매의 목을 가지고 가서 유방에게 바쳤으나 유방은 한신을 포박하였으며, 모반의 진상을 조사한 뒤 혐의가 없자 초왕에서 회음후(淮陰侯)로 강등하였다. 이에 한신은
  "과연 사람들의 말과 같도다.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고,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추어지며, 적국이 타파되면 모신도 망한다. 천하가 평정되고 나니 나도 마땅히 '팽'
(삶기다) 당하는구나(果若人言. 狡兎死良狗烹, 飛鳥盡良弓藏. 敵國破謀臣亡. 天下已定, 我固當烹)" 라고 한탄하며 유방을 원망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