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가리
沙月 李 盛 永
내가 갓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수학선생님은 무척 무서운 분이었다. 성함은 잊어버렸지만 눈이 크고 부리부리하게 생긴 분이라는 인상은 5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수학선생님은 항상 손에 매를 들고 있으면서 숙제를 안 해 오거나 흑판에 나가 문제를 못 풀거나 장난하다 들키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꼭 손바닥이나 종아리를 때리고 넘어 간다.

그런데 손바닥이나 종아리에 매를 때릴 때마다 혼자 말로 지껄이는 것이 있다. 귀를 기울여 자세히 들어보면 "이 쪼기 대가리 같은 놈" 이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아무도 몰랐다. 감히 누가 그 뜻을 물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때 수학선생님이 몹시 기분이 좋아서 '뭐든 물어 보라'하는 관용이 베풀어진 때를 놓지지 않고 싱겁기 반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친구 하나가 벌떡 일어나서

"선생님! '쪼기 대가리'가 뭡니까?" 하고 엉뚱한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빙그레 웃고는 "모르는 수학문제를 질문하랬지, 그게 정말 궁금한 문제냐?" 한다. 그러나 그 표정이 그렇게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이 기회를 놓질 세라 누가 먼저 랄 것 도 없이 한꺼번에 "예-!"하고 대답했다.

수학선생님은 빙그레 웃고는
"그래 쪼기 대가리란 말은 바로 머리가 통 안 돌아가는 아무 쓸모 없는 놈이란 말이다." 하고는 옛날 이야기를 시작한다.

옛날에 가난하게 사는 홀어머니가 자식하나를 모든 정성을 다하여 키워서 없는 살림에 서당에 보내 글을 가르쳤다. 그 아들도 어머니 정성에 보답하는 듯 열심히 공부하여 어느 듯 과거 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올라갔다.

아들의 과거 길에는 또 없는 돈을 긁어 모아 노자 돈을 장만하고 그래도 못 믿어워서 하인 하나를 사서 딸려 보냈다.

아들은 과거를 치르고 며칠 기다려 금방(金榜: 문과급제 발표)을 보니 급제자 명단에 들어 있었다. 그 길로 객주집으로 돌아와 지난날을 되 돌아 보며 '내가 이렇게 과거에 급제까지 한 것은 순전히 어머니 덕이다. 어머님께 그 보답으로 무슨 선물을 사 가야 할까' 하는 데에 생각이 이르자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 올랐다.

아들은 하인에게 남은 노자 돈을 털어 주며 이르기를 "우리 어머님이 쪼기 대가리를 무척 좋아하시니 시장에 나가 돈 대로 조기를 사서 머리를 잘라 잘 포장을 하고 몸통은 네가 먹든지 아니면 먹으려는 사람 있으면 주어라" 한다.

하인은 영문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어물전에 가서 좋은 놈만 골라 사서 머리만 잘라 잘 포장 해 달래서 한 짐 지고 왔다.

다음 날 급제자 들이 모두 광화문으로 들어가 임금을 알현하고 머리에는 어사화를 꽂고 고향으로 향했다. 고향에 돌아오니 어머님의 기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아들이 과거에 급제한 것도 기쁘지만 늘 저만 알던 녀석이 그래도 뭔지는 모르지만 애미에게 준다고 선물까지 사 온 것이 대견스럽고 기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래서 그 선물 포장을 풀 생각도 않고 큰 방 웃목 한 쪽에다 모셔 놓았다.

며칠 후 날을 잡아 먼 동네까지 소리해서 잔치를 벌렸다. 그리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 앞에서 아들이 어머니를 위하여 한양에서 사 온 선 물 꾸러미를 풀기 시작하였다.

야무지게 포장한 것이 풀리면서 점점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포장을 다 풀었을 때는 뭣인지도 모르게 썩어 문드러진 것 같은 냄새 때문에 잠시도 견딜 수가 없었다. 조기 대가리를 포장한지도 벌써 열흘이 넘은 데다가 떳떳한 방 웃목에 모셔 놓았으니 이미 썩을 대로 썩은 것이다.

가난해서 어머니 당신은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으면서도 아들을 생각해서 비싼 조기를 사서 아들은 몸통을 먹이고 어머니 당신은 그 대가리만 뼈를 발라 먹는 것을 아들은 어머니가 조기 대가리가 좋아서 먹는 줄 알았으니 글 을 배워도 헛 배웠다는 얘기다.


수학 선생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수학시간에 숙제를 안 해 오거나 문제를 못 풀거나 장난을 하는 학생은 바로 이 쪼기 대가리를 산 아들처럼 머리가 안 돌아가고, 또 아무 쓸모 없는 쪼기 대가리처럼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의 매를 때릴 때마다 '조기대가리 같은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 말라' 는 뜻을 염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