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자고 초사 삼간 태우는 격
沙月 李盛永(2011.7.14)
  오늘(2011.7.14) 조선일보 사회면에 ‘무상급식 주민투표, 공무원 투표 독려 금지 논란’ 이란 제목의 한경진기자의 기사가 올랐다.
  내용인즉 중앙선관위가 8월말 치러지는 전면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서울시 공무원의 투표 독려 행위 자체를 금지했다는 것이다.

  선관위 측은 (공무원이)투표 참여를 홍보하는 것과 불참을 홍보하는 것 모두 투표운동으로서 공무원의 정치행위가 되기 때문이라고 하였고, 연세대 정외과 양승함 교수는
  “이번 주민투표의 경우 불참하는 것 자체가 의사표현이며 반대로 투표장에 나오는 사람은 대부분 무상급식 반대표를 찍을 것이기 때문에 투표장에 나가자고 하는 것 자체가 특정 사안을 지지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면서 선관위 조치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였다고 한다.
  얼핏 듣고 보면 일리가 있는 말 같고, 선관위가 이렇게 세심한데 까지 착안을 했구나 하는 감탄도 나온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주민투표란 어떤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특정사안에 있어서 의견이 갈렸을 때 주민들의 진의를 물어서 다수의 주민들이 원하는 데로 하자는 것이 그 기본 목적이다.

  그렇다면 많은 주민이 투표할수록 보다 ‘주민들의 진의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적게 투표할수록 ‘주민들의 진의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뻔한 이치이다.
  1/3이상의 주민이 투표에 참여했을 때 그 효력을 인정하고 개표를 하도록 한 것도 바로 최소한 1/3이상 많은 주민이 참여해야만 올바른 주민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주민투표제도는 주민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는 중요한 나라의 정치제도이다. 우리나라는 어렵게 이 제도를 도입 하여 민주주의 제도의 발전을 찬양하고 환영한 것이 얼마되지 않았다.

  국가가 주민투표제도를 정하고, 국가가 주민투표를 하도록 결정한 사안에 대한 주민투표 실시과정에서 주민들의 진의를 확인할 수 없도록 공무원이 주민들에게 투표에 불참 할 것을 선동하는 행위야 말로 주민투표제도 가 지향하는 목적에 반하는 행위이며, 다분히 특정 정치목적을 위한 공무원의 정치행위로 마땅히 금지되어야 한다.

  아울러 주민투표법 제정과정에서 그 부작용은 예기치 못하고 많은 주민이 투표에 참여하여 주민들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고자 주민 1/3이상 참여를 개표요건으로 정한 선의의 조항을 이용하여 투표불참을 선동하여 주민투표를 좌절시켜 그들의 목적 달성을 하고자 하는 집단은 공무원이든 비공무원이든 주민투표법의 목적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제제할 방법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이 제도(주민투표제도)가 지향하는 바 목적(주민의 진정한 의사 확인) 달성을 위해 주민들의 투표 참여를 홍보하고, 권장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들에게 부여된 책무가 아니겠는가.
  이를 공무원들의 '정치행위'로 간주하고 금지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부여된 책무를 이행하지 말라는 말이기도 하고, 주민들의 진의를 확인하지 말라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공무원이 주민들에게 어떤 사안을 ‘지지하라’ 또는 ‘반대하라’고 한다면 특정 측을 지지하는 정치행위가 되겠지만 ‘주민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많은 주민이 투표에 참여하라’고 독려하는 것이야 당연히 그들에게 부여된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바람직한 행위일 것이다.

  이번 서울시의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있어서 투표장에 나가서 정정당당히 ‘반대’ 또는 ‘찬성’의사를 밝히겠다는 시민정신에 충만해서 투표장에 나오는 시민도 많을 것이다. 투표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반대’를 의미하고, 불참하는 것이 ‘찬성’을 의미한다는 생각은 한낱 추측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울 시민의 시민정신을 깔보고 모독하는 생각일 수 있다.

  책상머리에 앉아 생각하는 것보다 서울시민의 정치적 수준이 높다. 옛날 자유당 시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 때처럼 서울시민이 핫바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주민투표에서 1/3이상이 투표해야만 효력을 갖게 한 조항이 있는 한 이번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 투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주민투표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뭣 하러 ‘주민투표’라는 제도를 만들었는가.

  주민투표가 아닌 다른 선거 때에도 '투표율이 높으면 누가 유리하고, 낮으면 누가 유리하다'는 추측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선거에서도 공무원들은 투표를 독려하는 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투표를 독려하면 ‘투표율이 높으면 유리한 측’을 돕게 되는 정치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낱 추측과 억측을 가지고 공무원들에게 주민들이 많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해야 하는 기본 책무를 못하도록 제한한다면 앞으로 모든 주민투표, 모든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선관위를 비롯한 정부기관이 선거 때마다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홍보하면서 노력한 것이 잘못된 일이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민주주의 국가가 기본적인 민주제도로서 선거제도, 주민투표제도를 두고 있으면서 이를 활성화하고, 진정한 국민의 의사, 주민의 의사를 파악하는데 역행하도록 운영하면 되겠는가.
  선관위의 이번 조치가 오히려 '찬성측'을 돕기 위하여 잔머리 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생긴다. 그렇다면 이것이 오히려 '공무원의 정치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중앙선관위의 이번 조치는 자칫 주민투표제도 자체를 무용지물로 무력화 할 수 있는 이른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의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 * 增補 >
  2012. 4. 11. 총선에서도 전문 관측기관은 물론 민주통합당 자신들도 '투표율이 오를수록 자기들(민주통합당)이 유리하다'면서 막판 선거유세 때는 '투표 독려'로 일관했다.
  동시에 선거관리위위원회의 선거 홍보도 TV 방송의 많은 화면을 '투표에 많이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2011. 7. 14.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서울시 공무원의 투표 독려 행위선거법 위반이라면서 금지시킨 선관위(공무원)4.11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에 유리한 '총선투표 독려'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이 역시 선거의 공평한관리를 저해하는 선거법 위반으로 당연히 금지되어야 형평성에 맞는 것 아닌가?

  투표 독려주민투표에서는 안되고, 총선에서는 되고, 서울시 공무원은 안되고, 선관위 공무원은 되고, 이런 경우없는 조치가 대한민국 정부가 버젓이 하고 있는 짓거리라면 소도 웃을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