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名言): "죽은 사람더러 헌법소원을 내라는 말이냐"
沙月 李 盛 永(2009, 5, 5)
  오늘 아침 나는 신문을 펼쳐 들고 사설 난의 첫머리를 읽다가 정말 고소(苦笑)를 금할 수 없는 기사를 읽었다. ‘동의대 순직 경찰 추도식에 20년 만에 참석한 경찰청장’(첨부) 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죽은 사람더러 헌법소원을 내라는 말이냐" 는 문구를 읽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헌법소원을 심판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법조인들로 구성된 헌법재판소 재판관에게서 나온 말이라 더욱 그랬다.
  군견부대 지휘관이 군견 식비를 횡령한다는 소문이 들렸을 때 동료 한 사람이 “군견은 소원수리를 할 줄 모른다”고 말했을 때와 같은 씁쓸한 심정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는 말은 결정적인 증언을 할 사람이 죽어버렸기 때문에 그 증언은 재판에 전혀 영향력을 미칠 수 없을 때 곧잘 쓰이는 말이다. 물론 재판은 진실과는 전혀 다른 결과로 판결될 가능성도 다분히 있다.

  내용인즉 1989년 3월 14일부터 5월 3일 간에 있었던 부산 동의대 사건 과정에 시위대에게 납치된 5명의 경찰관을 구출하기 위하여 경찰관이 감금된 이 학교 도서관에 진입했을 때 시위대가 책걸상으로 바리케이트를 쌓고 복도에 석유를 부어 놓고 있다가 경찰이 진입하자 화염병으로 석유에 불을 붙여 진입한 경찰 7명이 화상 또는 질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의 대법원 최종 판결이 1990년 6월에 있었는데 관련 학생 31명이 방화치사죄로 징역2년-무기장역을 선고받아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회괴한 위원회 중의 하나인 소위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란 기관이 이 일이 있은 지 10년도 더 지난 2002년에 동의대사건 관련자 46명을 ‘민주화운동자’로 심의 결정하고 보상금 2500만원씩을 지급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이 속에는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판결 되어 벌을 받았거나 벌을 받고 있는 31명의 방화치사범 학생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화염병으로 석유를 뿌린 책걸상 바리케이터에 불을 질러 7명의 경찰관을 불태워 생화장한 방화치사범이 하루 아침에 ‘민주화운동자’가 되어 국가로부터 보상까지 받은 그야말로 회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천지개벽(天地開闢)과 같은 역전(逆轉)이 일어난 것이다.

  방화치사범이 ‘민주화운동자’가 되는 역전의 그 반대측에 있는 순직한 7명의 경찰관은 ‘민주화탄압자’가 되는 또 다른 반전(反轉)이 있는 법이다.
  경찰관들은 ‘치안유지’고유의 경찰임무를 수행하다가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나라를 위한 순직자(殉職者)로 분류되어 국립현충원에 묻혔는데 하루 아침에 ‘민주화탄압자’로 전락한 것이다. 정말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순직 경찰관 유족(遺族)들은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이 고인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헌법소원을 냈는데 2005년 10월에 이를 판결할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유족들이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방화치사범을 민주화운동자로 심의 결정하고 보상금을 지급한 일)으로 기본권(명예)을 침해 당한 일이 없어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궤변(詭辯)을 놓고 표결한 결과 5:4로 각하시켜 결국 심의 한번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죽은 사람은 말을 할 수 없고, 글도 쓸 수 없다’ 그러니 대신 그 유족들이 억울함을 호소해야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유족(遺族)'이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죽은 사람의 남아있는 가족' 이라고 정의하고있다. 또 '유족보상'이란 말에는 '노동자가 업무상의 과실로 사망했을 경우 그의 유족이나 그 사람의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여 온 사람이 그 노동자의 고용주로부터 받는 보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전쟁에 나가 전사한 사람의 유족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유족연금(遺族年金)'이란 것도 있다. 이렇게 망자(亡者)를 대신해서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고 또 책임도 지는 것이 유족(遺族)이 아닌가?
 
  그런데 이 나라 최고의 법조인들이 모인 헌법재판소‘유족들은 망자(亡者)를 대신해서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고 한 것이다. '유족(遺族)'이 자격이 없다면 제3자는 더더욱 할 수 없다는 말이 되니 그럼 누가 죽은자의 억울함을 소원하란 말인가?

  억울하게 죽은 원혼(寃魂)이 하소연하려고 새로 부임한 사또 방에 나타났더니 사또가 연이어 기절해 죽어서 원혼은 원한을 풀지 못했는데, 어떤 담력이 큰 사또가 부임해서 원혼이 나타나도 기절하지 않고 억울함을 듣고 그 원한을 풀어주었다는 할머니들이 들려주던 옛날이야기처럼 원혼이 직접 하란 말이 아닌가?

  이 표결 과정에서 아마 유족들의 헌법소원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던 어느 재판관이 제출한 의견에서 "죽은 사람더러 헌법소원을 내라는 말이냐" 는 반론이 나왔지만 소수의견으로 기록되었을 뿐 표결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이 의견이 옛날이야기에서 '원혼의 하소연'으로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법 이론을 가졌다고 자타가 공인하여 헌법재판소 대법관이란 높은 직위에 올라 나라로부터 최고의 대우를 받는 9사람 중 5사람이 결국 ‘죽은 사람이 직접 헌법소원을 내어야 심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 샘이 되니 기가 찰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소도 웃고, 삼척동자도 웃을 이런 야바위 논리에 다수결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보편적으로 다수의 의견이 진리일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전 정권이 즐겨 이용했던 소위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것도 포퓰리즘이 이 다수결 원칙을 오용(誤用)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어느 재판관이 냈다는 의견 "죽은 사람더러 헌법소원을 내라는 말이냐" 는 이 말은 21세기 아니 이 밀레니엄 내내 최고의 명언(名言) 중의 명언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나라에 헌법재판소가 존속하는 한 따라다니며 비웃음과 그 수준을 말해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시침이(꼬리표)로 남을 것이다.

첨부 [조선일보 2009년 5월 5일 사설]
동의대 순직 경찰 추도식에 20년 만에 참석한 경찰청장
  3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동의대 사건 순국(殉國) 경찰관 20주기 추도식에 강희락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현직 경찰청장으론 처음이었다. 숨진 고(故) 조덕래 경사의 형 말대로 "기막힌 세월"이었다. 7명의 현직 경찰관이 시위대의 방화로 불타 목숨을 잃은 지 20년이 흐르는 세월 동안 16명의 경찰총수 가운데 단 한 명도 동의대 순직 경찰관 추도식에 참석한 적이 없었다.

  1989년 3월 14일 부산 동의대 어느 교수가 "입시부정이 있었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총학생회 간부들은 그 말을 받아 21일부터 총장실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다 학생들은 5월 1일에는 교문 밖 500m까지 나가 파출소에 화염병 10여개를 던졌다. 근무 경찰관이 공포를 쏘아 해산시켰고 경찰은 시위학생 한 명을 검거했다. 그러자 학생 100여명이 검거 학생을 구한다며 파출소를 기습 포위해 화염병 50여 개를 던졌고 파출소장이 다시 공포탄을 발사하고서야 포위를 풀었다.

  5월 2일 오후 학생 300여명은 '경찰 규탄대회'를 연 후 교문 밖 300m 지점까지 나와 전경 5명을 납치해 교내 도서관으로 끌고 갔다. 경찰은 3일 새벽까지 학생들과 협상을 벌이다 결렬되자 5개 중대 634명을 도서관으로 투입해 납치 전경 구출작전을 폈다. 학생들은 책걸상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후 복도에 석유를 붓고 경찰이 진입하자 화염병을 던져 경찰관 7명이 화상과 질식으로 사망했다. 이것이 이른바 부산 동의대 사건이다.

  대법원은 1990년 6월 이 사건 관련학생 31명에 대해 방화치사죄로 징역 2년~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고 10년도 더 지난 2002년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가 관련자 46명이 '민주화운동자'라며 평균 2500만원씩 보상금을 지급했다. 경찰관 방화치사범이 하루아침에 '민주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 자유와 권리를 회복 신장시킨' (민주화운동보상법 2조) 민주화운동자’가 된 것이다.

  순직 경찰관 유족들은 민주화보상심의위의 결정이 고인들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2005년 10월 5대4로 "유족들이 (방화범을 민주화운동자로 인정한) 심의위 결정으로 기본권을 침해당한 일이 없어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한 재판관은
"죽은 사람더러 헌법소원을 내라는 말이냐"는 반론을 폈으나 소수 의견이라 힘이 없었다.

  국가기관이 경찰관을 화염병으로 태워 죽인 경관 납치범들을 민주화 인사라 치켜세우며 보상금까지 내주고, 경찰조직은 납치된 경찰관들을 구출하려다 납치범이 지른 불에 타 죽은 경찰관을 본체만체하는데 어느 경찰관이 자기 목숨을 걸고 공권력을 사수하려 하겠는가.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지난 2월 민주화보상심의위의 동의대 사태 관련 결정을 재심(再審)토록 하는 '민주화운동 보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국회는 하루빨리 전 의원의 개정법안을 심의해 통과시켜야 한다. 경찰관을 불태워 죽인 방화 납치범을 민주화 공로자로 현창(顯彰)하면서 방화 납치범에 의해 불타 죽은 경찰관을 외면하는 나라는 나라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