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정서(蘭亭序)

沙月李盛永(2013. 1. 18)

2002년 중국 서안(西安)관광여행 때 진시왕릉, 화청지 등 중요 관광지 구경을 끝내고, 서안 시내 구경에서 장안성(長安城)에 이어 비림(碑林)을 구경했다.

비림(碑林)은 비석으로 숲을 이루었다는 뜻으로 당조(唐朝) 때 향교의 일종인 교육기관 건물을 복원하여 북송(北宋)-청조(靑朝) 아편전쟁 때까지의 비석 3,000기를 진열한 비석박물관이다.

비석 숲 속에서 여러 가지 비석을 구경하고 나오는 출구에 여기도 예외 없이 매점이 있다. 주로 서점인데 고서 탁본으로 책을 엮은 것이다. 이것 저것 뒤적거리다가 얄팍한 ‘晉王羲之蘭亭序帖’(진왕희지난정서첩)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비림(碑林)과 晉王羲之蘭亭序帖(진왕희지난정서첩) 책

책을 보는 순간 ‘蘭亭’(난정) 글자에 관심이 끌렸다. 내가 이 난정이란 말을 본 것은 거창 주상면 도평(道坪)에 있는 나의 15대조(諱元禮)의 유허비(遺墟碑)와 진주 촉석루에 걸려있는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 찬(撰) 금난계(金蘭契) 진양수계서(晉陽修契序)에서 두 번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60위안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책장을 넘겨봐도 모두 한문으로 된 붓글씨라 뜻도 잘 모르겠다. 망설이다가 지갑을 꺼내 값을 치르고 봉투에 넣어 숙소로 와서 여행가방 깊이 넣어 왔다.

현감공(諱元禮) 유허비와 난정서 관련 부분

<난정서 관련부분>
『今拒四百年後傍裔承和觀光於晉州之矗石樓上得金蘭契錄於楣間卽李朝成宗己酉年間事也列書契員郡守曺偉敎授金馹孫等三十人公與焉是無異於陸廚之出果奇蹟也』
(譯) 40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방예(傍裔: 傍孫) 승화(承和: 忠簡公 휘 崇元의 17대손,김천 구성면 상좌원에 살았음)가 진주(晉州)의 촉석루(矗石樓) 위에 관광 하다가 미간(楣間: 중방과 상량 사이) 현판에서 금난계록(金蘭契錄)을 얻었는데 이는 조선 성종기유년(成宗己酉年: 성종 20년,서기1489년) 간의 일이다.
계원 전 함양군수 조위(曺偉: 梅溪, 沙溪金宗直의 사위, 戶曹參判, 김천 봉산면 봉계에 살았음, 戊午士禍被禍), 진주교수 김일손(金馹孫; 濯瓔, 沙溪金宗直의 제자, 春秋館記事官으로 김종직의 弔義帝文을 成宗實錄史草에 넣은 것이 戊午士禍의 원인이 되어 被禍) 등 30인이 열서(列書: 列錄, 列記,죽 늘어서 기록함)되어 있는데 공도 함께 있다. 이는 육주(陸廚; 땅속 광)에서 과일(果實)이 나오는 기적(奇蹟) 이 아닐 수 없다.

『序文言蘭亭古事可想一代之盛會而如曺金兩先生是戊午禍中名臣淸忠大節洽傳百世所與交者必非尋常醜齊則此所謂欲知其人先觀其友豈不偉哉但未詳所與從事於功시之道實爲千古之慨也』(시:人변思, 재주많은시, 多才)
(譯) 서문에 난정고사(蘭亭古事: 중국 晉나라 때 왕희지등 42인의 修契에 관한 일)를 말하고 있으니 가히 한 시대의 큰 모임으로 생각되는데 조위(曺偉), 김일손(金馹孫) 두 선생은 무오사화(戊午士禍: 연산군 4년, 1498년의 사화) 중에 명신(名臣)이요 청충대절 (淸忠大節: 깨끗한 충성과 큰 절개)로 백세(百世)에 전해지고 있는 이런 분들과 함께 교유하였으니 필시 심상(尋常: 凡常, 대수롭지 않은)한 일이 아니다.
이는 (옛 성현이) “그 사람을 알고 싶으면 먼저 그 친구를 보라”고 이르는 바와 같으니 어찌 위대하지 않으리오. 다만 함께 종사하면서 간절히 생각한 공의 도(道: 뜻,사상,행적)를 자세히 알 수 없으니 개탄(慨嘆)스러운 일이로다.

진주 촉석루 금난계록 현판과 필사본

아래 것은 承和씨가 촉석루 현판을 보고 써 온 것을 보고
1975년 12월 나의 선친이 필사한 것임
금난계 회원 명단 맨 끝에서 두번째가 나의 15대조(諱元禮)다.

<진주 촉석루 금난계록의 난정서 관련부분>
『蘭亭修契謝安石王右軍等四十二人洛陽耆英文彦博司馬公等十二人今我同契三十餘人多於洛會少於蘭亭風流文雅德業名望雖괴於蘭亭之群賢洛陽之諸君子而乘朝野之無事진湖山之淸遊則固亦有焉』(괴: 女+傀에서 人을 뺀것, 부끄러울괴)(진: 走+欠에서 人대신 小 , 쫓을진)
(譯)난정계(蘭亭契)는 사안(謝安: 東晋의 재상. 字安石, 諡號文靖)과 왕희지(王羲之: 東晉의 서예가. 古今 제일書聖, 字逸少. 右軍將軍 벼슬을 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王右軍이라 불렀다) 등 42인이고, 낙양기영회(洛陽耆英會)는 문언박(文彦博; 北宋 때 재상, 字寬夫. 諡忠烈). 사마공(司馬公: 司馬溫公 즉 司馬光을 말함. 北宋의 정치가,사학자. 字君實. 號迂夫, 諡文正. 涑水先生이라고도 하며, 죽은 뒤 溫國公에 봉해져 司馬溫公이라 불린다) 등 12인이니 지금 우리의 계(金蘭契)는 30여인으로 낙양기영회보다는 많고, 난정계보다는 적다.
풍류나 글재주나 덕행이나 명망은 비록 난정계의 여러 현인들과 낙양기영회의 여러 군자들에 비해 부끄럽지만 조야(朝野)에 일이 없을 때를 이용하여 산과 호수를 쫓아 청유(淸遊: 淸游)를 즐기는 것만은 확고(確固)하다.

2013년 1월 12일자 조선일보 萬物相에 『왕희지 글씨』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는데 여기에 ‘난정서(蘭亭序)'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난정(蘭亭)이란 유적은 중국 항주시(杭州市) 동쪽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소흥(紹興,사오싱, 옛이름 會稽회계) 교외에 있고, 왕희지(王羲之)가 서예사(書藝史)상 최고 걸작 '난정서(蘭亭序)'를 쓴 곳이라 한다.

난정(蘭亭)이 있다는 소흥시(紹興市) 위치

소흥시에서 가까운 절강성도(浙江省都) 항주(杭州)에는 2012. 11. 26. 관광한 적이 있다.

<난정서 관련부분>
「왕희지는 서기354년(東晉 5대 穆帝司馬聃 11년) 3월 친구, 후배, 문인 마흔한 명과 난정에서 봄맞이 잔치를 열었다. 경주 포석정처럼 흐르는 물에 술잔 띄우고 누군가의 앞에 잔이 머물면 시를 한 수 짓게 하는 자리였다. 이 시들을 한데 묶어 서문을 붙인 게 ‘난정서’다.
기념관에는 중국 역대 내로라하는 글씨 대가들이 왕희지를 흉내 내 쓴 제2, 제3의 '난정서'들이 수십 점 걸려 있다. 안진경 우세남 소동파 구양순 조맹부 정판교…. 그러나 정작 왕희지가 쓴 '난정서'는 없다. 」고 난정서의 유래와 뜻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왕희지가 쓴 난정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원인을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설명하고 있다,
「200여년 뒤 당(唐) 태종은 왕희지 글씨에 빠졌다. 왕희지의 글씨를 거의 다 모았지만 '난정서'만은 보질 못했다. 당 태종은 왕희지 집안에 내려온 '난정서'를 온갖 계략을 다해 손에 넣었다. 죽을 때가 되자 아들에게 "꼭 '난정서'를 나와 함께 묻어달라"고 했다.
중국 진서(晋書) 왕희지전(傳)은 왕희지 글씨에 대해 이렇게 썼다. "떨어지는 이슬을 구름이 이어주듯 끊어질까 싶으면 이어지고, 봉황의 날갯짓에 용이 휘감기는 모습 같구나." 그러나 지금 지구상엔 왕희지가 직접 쓴 글씨가 한 점도 남아 있지 않다. 당 태종이 죽으면서 갖고 있던 왕희지 글씨 2300점도 모두 땅속에 함께 묻었다고 전해 온다. 후학들은 누군가 왕희지 진본(眞本)을 보고 베껴 쓴 모본(模本)을 왕희지 글씨로 알고 배우고 또 베껴 쓰며 서예의 전통을 이어 왔다」
그러니까 내가 중국 서안 비림박물관에서 60위안을 주고 산 ‘진왕희지난정서첩’에 있는 글에도 왕희지 글씨는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경북 군위군 고로면 화북리 인각사에 있는 일연선사비(碑)가 왕희지 글씨를 4000자나 집자(集字)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 옛날 조선에 왔던 중국 사신들은 이 비문을 탁본 떠 가져가는 것이 최고의 귀국 선물이었다고 한다. 탁본 작업이 너무 잦다 보니 글자가 뭉개지고 비석에 흠집이 나 2006년 일연스님 탄생 800년을 맞아 복원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만물상의 글 ‘왕희지 글씨’

◆ 왕희지(王羲之)

중국 동진(東晉)의 서예가.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의 각 서체를 완성함으로써 예술로서의 서예의 지위를 확립하였으며, 특히 예서(隸書)를 잘 썼다.
자(字) 일소(逸少). 우군장군(右軍將軍)의 벼슬을 하였으므로 세상 사람들이 왕우군(王右軍)이라고도 불렀다. 오늘날의 산동성(山東省) 임이현(臨沂縣)인 낭야(琅?) 출신이며, 동진 왕조 건설에 공적이 컸던 왕도(王導)의 조카이고, 왕광(王曠)의 아들이다.
중국 고금(古今)의 첫째가는 서성(書聖)으로 존경 받고 있으며, 그에 못지않은 서예가로 알려진 일곱 번 째 아들 왕헌지(王獻之)와 함께 ‘이왕(二王)’ 또는 ‘희헌(羲獻)’이라 불린다.

16세 때 치감(?鑒)의 요청으로 그의 딸과 결혼하였다. 처음에 서진(西晉)의 여류 서예가인 위부인(衛夫人)의 서풍(書風)을 배웠고, 뒤에 한(漢)나라, 위(魏)나라의 비문을 연구하여 해서, 행서, 초서의 각 서체를 완성함으로써 예술로서의 서예의 지위를 확립하였다.
벼슬길에 나아가 비서랑(秘書郞)으로부터 출발하여 유량(庾亮)의 장사(長史)가 되고, 351년에는 우군장군 및 회계(會稽: 浙江省紹興)의 내사(內史)에 이르렀다.

그는 명문 출신이며, 경세(經世)의 재략이 있어 은호(殷浩)의 북벌을 간(諫)하는 글과 사안(謝安)에게 민정(民政)을 논한 글을 쓰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찍이 속세를 피하려는 뜻을 품고 있었는데, 왕술(王述)이 중앙에서 순찰을 오자 그 밑에 있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355년(永和 11年: 난정서를 쓴 다음해) 벼슬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경치가 아름다운 회계의 산수간에서 사안(謝安), 손작(孫綽), 이충(李充), 허순(許詢), 지둔(支遁) 등과 청담(淸談)을 나누고, 또 도사(道士) 허매(許邁)를 따라 채약(採藥)에 몰두하는 등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다가 한평생을 마쳤다.

그는 내사 재직 중이던 353년(永和 9年, 조선일보 만물상에는 354년) 늦봄에, 회계의 난정(蘭亭)에서 있었던 유상곡수(流觴曲水)의 연회에 참석하였다. 그때 모인 41인 명사들의 시를 모아 만든 책 머리에 그는 스스로 붓을 들어 서문을 썼다. 이것이 난정서(蘭亭序)라는 그의 일대의 걸작이며, 산수문학(山水文學)의 남상(濫觴 ; 근원, 첫 출발)이 되었다.

그는 예서(隸書)를 잘 썼고, 당시 아직 성숙하지 못하였던 해, 행, 초의 3체를 예술적인 서체로 완성한 데 그의 가장 큰 공적이 있으며, 현재 그의 필적이라 전해지는 것도 모두 해, 행, 초의 3체에 한정되어 있다. 해서의 대표작으로는 악의론(樂毅論), 황정경(黃庭經), 행서로는 난정서(蘭亭序), 초서로는 그가 쓴 많은 편지를 모은 십칠첩(十七帖)이 옛날부터 유명하다.

또 송(宋)의 태종(太宗)이 992년에 조각한 순화각첩(淳化閣帖)이라는 법첩에는 그의 편지가 많이 수록되었고, 당(唐)나라 회인(懷仁)이라는 중이 고종(高宗)의 명을 받아 672년에 왕희지의 필적 중에서 집자(集字)하여 세운 ‘대당삼장성교서비(大唐三藏聖敎序碑)’ 등도 그의 서풍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그 밖에 상란첩(喪亂帖), 공시중첩(孔侍中帖), 유목첩(遊目帖), 이모첩(姨母帖), 쾌설시청첩(快雪時晴帖) 등의 필적이 전하여온다. 그러나 이것들은 왕희지의 육필(肉筆) 그대로는 아니고 진적(眞跡)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짐작된다.

당나라 태종(太宗)이 왕희지의 글씨를 사랑한 나머지 온 천하에 있는 그의 붓글씨를 모아, 한 조각의 글씨까지도 애석히 여겨 죽을 때 자기의 관에 넣어 묻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전하여오는 필적만 보아도 그의 서풍(書風)은 전아(典雅)하고 힘차며, 귀족적인 기품이 높다.

< 蘭亭記(난정기) 全文(전문) >(補)

蘭亭記(난정기)
王羲之(왕희지)

「永和九年歲在癸丑暮春之初會于會稽山陰之蘭亭修契事也群賢畢至少長咸集此地有崇山峻嶺茂林脩竹又有淸流激湍映帶左右引以爲流觴曲水列坐其次雖無絲竹管絃之盛一觴一詠亦足以暢敍幽情」
(영화구년세재계축모춘지초회우회계산음지난정수계사야군현필지소장함집차지유숭산준령무림수죽우유청류격단영대좌우인이위유상곡수열좌기차수무사죽관현지성일상일영역족이창서유정)

(譯) 영화(永和) 9년 계축(癸丑)(서기353년) 늦은 봄 초승에 회계산(會稽山) 북쪽 난정(蘭亭)에 모였는데, 계제사(契祭祀)를 지내기 위해서였다.
많은 현재(賢才)이 모이고 젊은 이, 나이 많은 이들도 모였다. 이 곳은 높은 산 험준한 봉우리들이 있고, 무성한 숲과 길게 자란 대나무들이 있다. 또 맑은 시냇물과 여울이 정자(亭子)의 좌우를 띠처름 서로 비치며 둘러싸고 있다.
시냇물을 끌어들여 술잔을 띄울 구비쳐 흐르는 물줄기를 만들어 놓고 차례로 줄지어 둘러앉았다. 비록 거문고나 피리같은 음악이 있는 성대한 연회는 아닐지라도 술 한 잔 마시고 시 한 수 읊으니 또한 그윽한 감정을 펴기에 족하다.

「是日也天朗氣淸惠風和暢仰觀宇宙之大俯察品類之盛所以遊目騁懷足以極視廳之娛信可樂也」
(시일야천랑기청혜풍화창앙관우주지대부찰품류지성소이유목빙회족이극시청지오신가락야)

(譯) 이 날, 하늘은 깨끗하고 공기는 맑았으며, 은혜로운 바람은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우주의 광대함을 우러러 보고, 고개 숙여 만물의 무성함을 살피면서 자유롭게 눈울 돌리며 마음 가는대로 생각을 달려보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즐거움을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夫人之相與俯仰一世或取諸懷抱悟言一室之內惑因寄所託放浪形骸之外雖趣舍萬殊靜操不同當其欣於所遇잠得於己快然自得曾不知老之將至及其所之旣倦情隨事遷感慨係之矣向之所欣면仰之間以爲陳迹尤不能不以之興懷況脩短隨化終期於盡古人云死生亦大矣豈不痛哉也」(잠:暫 아래부분이足)(면:人변免)
(부인지상여부앙일세혹취제회포오언일실지내혹인기소탁방랑형해지외수취사만수정조부동당기흔어소우잠득어기쾌연자득증부지노지장지급기소지기권정수사천감개계지의향지소흔면앙지간이위진적우불능부이지흥회황수단수화종기어진고인운사생역대의기불통재야)

(譯) 무릇,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며 한 평생을 살아감에 있어 어떤이는 회포를 끌어내어 벗들과 한 방에 마주앉아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자기에게 기탁되어 있는 사상을 근거로 육체의 밖에서 마음대로 놀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비록 취향이 만 가지로 다르고 고요함과 시끄러움이 같지 않으나, 저마다 자신이 처한 경우가 기쁘게 느껴지는 때에는 잠시나마 자기 뜻을 얻어 스스로 득의(得意)하여 장차 노년이 다가오리라는 것조차 모르고 지낸다.
그러나 그가 즐기는 일에 권태를 느끼거나 또 자신의 감정이 그 일에 따라 옮겨가서 변하게 되면, 여러 가지 감회가 이어나온다. 이전의 즐거웠던 일이 짧은 순간에 낡은 과거의 자취가 되어버리니, 특히 그것 때문에 감회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하물며 목숨이 길건 짧건 모두가 자연의 조화를 따라 마침내는 모두가 끝에 이르게 되는 대에야! 옛 사람이 말하기를 "죽고 사는 것은 매우 큰 일이다."고 하였으니 . 이 어찌 가슴 아픈 일이 아니겠는가?

「每攬昔人興感之由若合一契未嘗不臨文嗟悼不能諭之於懷固知一死生爲虛誕齊彭상爲忘作後之視今亦猶今之視昔悲夫」(상: 死변傷)
(매람석인흥감지유약합일계미상불임문차도불능유지어회고지일사생위허탄제팽상위망작후지시금역유금지시석비부)

(譯) 나는 옛 사람들이 가졌던 감회를 일으켰던 까닭을 알게 될 적마다 마치 두 개의 부절(符節)을 하나로 맞춘 듯 네 생각과 똑 같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니 고인의 문장을 대할 때마다탄식하고 슬퍼하지 않을 수 없고, 마음을 달래려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죽고 사는 일이 같은 일이라는 말이 허황되고, 팽조(彭祖)와 같이 오래 사는 것과 어려서 죽어 버리는 것이 같다고 하는 말 역시 함부로 지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후세 사람들이 지금 사람들을 볼 때도 또한 지금 우리가 옛 사람들을 보는 것과 같을 터이니, 슬픈 일이다.

「故列敍時人錄其所述雖世殊事異所以興懷其致一也後之覽者亦將有感於斯文」
(고열서시인록기소술수세수사이소이흥회기치일야후지람자역장유감어사문)

(譯) 그래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이름을 순서대로 적고 그들의 시들을 수록하였다. 비록 세상이 달라지고 세태도 변하겠지만 감회를 일으키게 되는 이치는 같은 것이다.
후세에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이 문장에 대하여 감회가 없을 수 없을 것이다.(古文眞寶後集에서)

< 이백(李白)이 왕희지(王羲之)를 읊은 시(詩) >(補)

王友軍(왕우군)
李白(이백)

友軍本淸眞(우군본청진) 우군(왕희지)는 본시 청진(淸眞)한 분이어서
瀟서在風塵(소서재풍진) 거리낌없이 속세에 있네(서: 水변西)
山陰遇羽客(산음우우객) 산음 땅(山陰: 會稽,현 昭興)에서 도사를 만나니
愛此好鵝賓(애차호아빈) 이 거위(鵝)를 좋아하는 손(賓)을 좋아하였다네
掃素寫道經(소소사도경) 흰 비단을 쓸고 도덕경을 베끼니
筆精妙入神(필정묘입신) 필법 정묘하여 신(神)의 경지에 든 듯하여라
書罷籠鵝去(서파롱아거) 쓰기 마치자 거위를 체롱에 넣어가지고
何曾別主人(하증별주인) 주인에겐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났다네

古文眞寶前集에서

< 晉王羲之蘭亭序帖(진왕희지난정서첩)의 글들 >

왕희지 행서(行書) 본(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