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다’도 이젠 표준말
沙月 李盛永(2015. 7. 2)
나의 동료 중에 “요즈음 사람들이 ‘너무’라는 말을 함부로 쓴다. ‘너무’는 ‘나쁘다’, ‘밉다’, ‘슬프다’ 같은 부정적인 말에 붙여 더욱 강조하는 부사인데 이에 상대적인 용어인 ‘좋다’, ‘예쁘다’, 기쁘다’ 같은 긍정적인 말에도 붙여 ‘너무 좋다’, ‘너무 예쁘다’, ‘너무 기쁘다’ 라고 표준말에 틀리게 쓴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도 그의 이 말에 동감은 하지만 나 스스로도 그렇게 써 온 터이라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말이라는 것이 태고에 인류가 생겨나면서 함께 생겨나 의사소통의 주된 도구로 사용해 오면서 지구상에 수없이 많은 민족마다 저 나름의 말(언어)를 가지고 써 왔다.
한 나라에서도 시대와 지방에 따라 말이 변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나라마다 국민간 말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표준말이라는 것을 정하고, 이외의 말은 방언(方言) 또는 사투리라 하여 공문서, 교과서, 방송 등에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오래 전에 어디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학교 교무회의에서 훈육 담당 선생님이 “학생들이 다니라는 길로 안 다니고, 못 다니게 한 잔디밭으로 다녀서 길이 반들반들 났습니다” 하고 보고하자, 교장선생께서 “그건 그곳으로 다니는 것이 학생들에게 편하니까 그런 거니 그곳으로 길을 내 주라”고 했다 한다.

지금까지 ‘너무’를 긍정적인 말에 붙여 쓰는 것이 표준어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쓰고 있고, 이로 인하여 개인 생활이나 사회, 나아가서 국가 운영에 문제가 되지 않는 다면 이를 새로 표준말로 정하면 되지 애써 사람들로 하여금 쓰지 말도록 통제하거나 권할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나라 표준말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하고, ‘현재 서울의 중류 계급이 사용하는 회화어(會話語)’를 기준으로 제정하고 있으며, 국립국어원에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登載) 함으로써 표준말로 인정이 된다.

‘너무 좋다’, '너무 예쁘다’, ‘너무 기쁘다’ 하는 것이 위 표준말 기준인 ‘현재’, ‘서울’, ‘중류 계급’, ‘회화어’에 저촉되는 것이 없다. 다만 국립국어원에서 표준국어사전에 올리지 않은 것이 ‘표준말이 아니다’라는 근거일 뿐이다.

그렇다면 위 잔디밭길과 같은 맥락에서 ‘너무 좋다’ , ‘너무 기쁘다’, ‘너무 예쁘다’ 등을 표준말로 정하면 될 것이 아닌가? 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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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은 2015년 6월 15일자로 표준국어사전에 지금까지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는 부사로 정의 되어 있던 ‘너무’라는 단어의 뜻을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로 정의를 변경하고, 1주일 후(22일) '2015년 2분기 수정 내용'을 공개하면서 예제로 '너무 좋다, 너무 예쁘다, 너무 반갑다'를 추가하고, ‘현실 쓰임의 변화에 따라 긍정적인 서술어와도 어울려 쓸 수 있다’면서‘정말과 동의어’라고 설명했다 한다.

이제 ‘너무 좋다’, 나무 예쁘다’, ‘너무 기쁘다’ 등도 틀린 말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표준말이 된 것이다.

RG! 이제 사람들 앞에서 ‘너무’ 또는 ‘너무 너무’를 긍정적인 말에 붙여 잘못 쓴다고 흠 잡지 말게나. 자칫 ‘시대에 어두운 친구’라고 도리어 흠 잡힐 수도 있으니까.

[첨부] 2015년6월 23일자 조선일보 사회 A14 면 기사

'너무 좋다'… 이제 틀린 말 아닙니다

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부정문에만 쓰던 '너무' 긍정문에도 쓸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말할 수 있어 '너무' 좋네요."

그동안 부정적인 서술어에만 어울려 쓸 수 있었던 '너무'라는 부사를 긍정적인 서술어와도 쓸 수 있게 됐다. 국립국어원은 22일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공고하면서 "'너무'의 뜻을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에서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그간 '너무'는 '위험하다', '어렵다' 같은 부정적인 서술어와만 어울릴 수 있었지만, 국립국어원의 이번 수정 조치로 "너무 좋다", "너무 반갑다, "너무 예쁘다" 같은 표현도 어울려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립국어원이 '너무'의 뜻을 바꾸게 된 건 "사람들이 '너무'를 긍정과 부정의 의미로 폭넓게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표준어라는 것이 규범성이 있어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지만, 국어의 정체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라면 변화된 언어 현실에 맞게 표준어를 조금씩 개선하는 게 국어원의 일관된 기조"라고 설명했다. 다수 언중(言衆)이 사용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란 얘기다.

국립국어원 측은 '빌려주다'라는 단어를 '너무'와 비슷한 경우로 꼽았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써온 '빌려주다'라는 단어도 지난해에야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됐다. 그전까지 국립국어원은 '남의 물건이나 돈을 나중에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는 뜻의 '빌리다'와 '주다'라는 단어가 논리적으로 상충한다고 판단해 '빌려주다'는 단어를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빌려주다'는 단어를 널리 쓰는 현실을 반영해 표준어로 인정한 것이다.

'너무' 때문에 특히 골치를 앓던 예능 PD들은 국립국어원의 이번 수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예능 PD들은 방송 출연자 등이 '너무 좋다'고 해도 자막에선 '정말 좋다'로 바꿔 표기해왔다. 모 종편 방송사에서 예능 프로를 연출하는 김모(27) PD는 "출연자들은 '너무 좋다'고 자주 말하는데, 자막은 '정말 좋다'로 내보내면 '보기 거슬린다'는 시청자의 불만이 쏟아졌고 '너무 좋다'는 자막을 무심결에 넣었다가 심의에 걸리는 일도 잦았다"며 "이제는 그럴 일이 없어졌으니 다들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배준용 기자 .


◆ 첨부 [표]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
(2015년 2분기 수정 내용)
단어 이전 수정
너무 부정적인 서술어에만 어울릴 수 있음 부정, 긍정 서술어와 모두 어울려 쓸 수 있음
흥행 ‘영리 목적으로 연극, 영화, 서커스 따위를
요금을 받고 대중에게 보여 줌’
‘공연, 상연 따위가 상업적으로 큰 수익을
거둠’ 이라는 뜻 추가.
도긴개긴 없음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비슷해
견줘 볼 필요가 없음’이라는 뜻으로 새로 등재
도찐개찐 없음 ‘도긴개긴’의 잘못된 표현으로 새로 등재
들통나다 없음 ‘비밀이나 잘못된 일 따위가 드러나다’
는 뜻으로 새로 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