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와 성전세(聖殿稅) 그림
沙月 李盛永(2012. 3. 23)
  2012. 3. 20일 조선일보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종교인 과세(課稅)’에 관한 기사가 실렸는데 박장관이 한 방송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종교인의 비과세에 대해) 개세주의(皆稅主義) 관점에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고, 이어서
  “사회적 공감대를 빨리 이루고, 다른 조치를 통해서라도 예외 없이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자”고 주장했다고 전하면서 ‘(세금 관련) 주무장관인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반기는 눈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2012. 3. 20)
(프로필) 1955년 경남 마산 출생, 성호초교, 마산중, 부산고 졸업
 서울대 경제학 학사, 하버드 정책학 석사, 박사,
    전 국회의원, 2011.6. 제3대 기획재정부장관 취임.
  우리 세법에는 성직자에 대한 비과세 조항이 없지만 종교단체와 성직자들은 관행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정부는 종교계의 반발을 두려워 하여 이런 관행을 눈감아 오다가 2006년에는 국세청이 처음으로 당시 재정부에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가능한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재정부는 지금까지 ‘검토중’ 이라며 판단을 미루어 왔다고 한다.
  어찌 보면 재정부가 6년째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인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번 언급은 비합리적인 관행을 깨고 과세 원칙(皆稅主義)에 충실하여 국민들의 과세형평(課稅衡平)을 기하고, 세원(稅源) 확충(擴充)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사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종교인 과세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 이라며 몸을 사리면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인상을 주는가 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과세방침을 결정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 문제(종교인과세)에 대해 결론을 가릴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부처 내에 있다”고 하여 정부기관의 상당한 검토가 진행중임을 시사하고 있다.

  다른 언론 매체에 따르면
  “일부 개신교단 쪽에선 성직자의 사역은 근로가 아닌 ‘영적 봉사활동’이라고 주장한다. 목회활동에 대한 ‘사례비’에 세금을 부과하면 하나님으로부터 고용된 성직자를 세속화시킨다는 논리도 편다”고 반론을 전하는 가 하면, 또 이 매체는
  “종교는 인간 정신을 고양시키고 영혼을 위무한다. 종교의 자유와 성직자의 활동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종교계 역시 국가와 사회의 한 축으로서 헌법과 실정법에 따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 헌법에는,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으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유독 종교계에만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특수계층이 존재한다.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도 없이 특정 계층만 ‘성역’으로 인정되는 것은 종교적 관점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다.”
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성직자에 대한 과세에는 아무런 법적, 제도적 걸림돌이 없다. 정부가 원칙과 의지를 확고히 하면 된다. 천주교 사제와 일부 개신교 목사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고 하는 등 지지하는 주장을 전하기도 한다.

  다음 날 3월 21일자 조선일보에 우연의 일치인지 글쓴이와 조선일보가 의도적으로 올린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예수님도 알고 보면 모범 납세자였네’라는 제목의 글과 이탈리아의 화가 마사치오(1401-1428)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성전세(聖殿稅)’라는 그림이 게재되었다. 아래 그림이다.
마사치오의 성전세(聖殿稅) 그림
1426-1427. 프레스코.255 x 598cm.
피렌체 산타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 브란카치 예배당 소재
1420년대 피랜체의 거부였던 브랑카치 가문의 주문을 받아 그 가족 예배당에
가문의 수호성인인 성(聖) 베드로의 일생을 그린 벽화 중 가장 유명한 장면이다.
예수 그리스도
(사도들에게 둘러 쌓인 사람)가 세리(稅吏)에게 세금을 내기 위해
사도 베드로를 통해 기적을 일으켜 돈을 구하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 한 것이다.


< 그림 내용 설명 >
(가운데) 예수 앞에 선 세리(다리가 노출된 주황색 옷)가 예수에게 세금을 요구하자
사도들은 반발했지만 예수는 베드로
(푸른색 옷)에게 손짓하며 명을 내린다.
“강가로 가 물고기를 잡으면 그 입 안에 동전이 있을 테니 그것으로 세금을 내라”

(왼쪽) 원래 어부였던 베드로(푸른색 옷)는 강에서 겉옷을 벗어 던지고 물고기를 잡고 있다.
(오른쪽) 베드로 (푸른색 옷)가 퉁명스럽게 세리(다리가 노출된 주황색 옷)에게 돈을 내민다.
  우정아씨는 이 그림에서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설명도 하고 있다.
    - (세리가 예수에게 세금을 요구하자) 사도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아들이자 구세주, 성전의 주인인 예수가 성전(聖殿: 여기서는 교황청을 말함)에 세금을 내는 것이 어불성설(語不成說: 말이 안 된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지상에 있는 동안에는 지상의 법을 따라야 한다’며 세금을 냈다.

    - 이 그림에 표현된 일화는 복음서 중 『마태복음』에만 기록되어 있는데 마태는 사도가 되기 전에 세리(稅吏)였다.

  사도 마태마가라고도 한다. 헤브라이 이름은 요한네스이다. 예수가 직접 택한 제자는 아니었으나 예루살렘 교회의 유력자였다. 사도 바르나바의 종형이며, 사도 베드로의 통역 비서였고, 여러 모로 사도 바울로를 도왔다. 바울로의 제1차 전도여행 때 바르나바와 함께 사이프러스 밤필리아까지 동행하여 선교했는데, 바울로는 그(마가)를 유용한 인물로 언급하고 있다.

  예루살렘에 있는 그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이 초대 교회 집회장소로 쓰였기 때문에 사도들을 비롯하여 유력한 많은 선배들과 친분을 가지고 있었다. 또 예수가 베푼 ‘최후의 만찬(晩餐)’도 이 집 2층 다락방에서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집트 알랙산드리아에 있는 마가교회
(2006년 3월 30일 지중해연안 3국 여행 때 찍음 - 앞에 선 부인은 이학종 부인)

서기60년 경에 12사도의 한 사람인 마가가 이곳에 와서 포교하면서 마가복음을 집필했다고 한다.
68년 세라피스 축제기간에 체포되어 순교하여 이 자리에 안장되었는데
2세기에 이곳에 아프리카에서는 처음으로 마가교회가 세워졌고,
311년에 본당이 세워지고, 321년에 대대적인 증축이 있었으나
838년 베네치아인 들이 마가의 유해를 도굴해가 베네치아에 안치하였고,
11세기 십자군 공격으로 일부 파괴되고, 1798년 나폴레온 전쟁 때 폐허가 되었다가
1819년에 재건되고, 1950년 대대적인 보수를 하였으며
1968년 교황이자 알랙산드리아 주교였던 시릴(Pope Cyril VI, 1959-1971 재임)의 요청으로
마가의 유해가 아탈리아 베네치아로부터 이곳으로 반환되었다 한다.
  9세기에 마가의 유골이 알렉산드리아에서 발견(도굴?)되어 베네치아에 운구되었는데, 그 도중에 많은 이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 때 베네치아에는 그 유골 안치를 위해 성 마르코대성당이 세워졌다.
베네치아(베니스)의 성 마르코 대성당
(2002년 3월 임관40주년 기념 서부 유럽 여행 때 찍음)
성마르코성당은 13세기에 궁전과 함께 완성된 것으로
대성당의 5개의 돔 지붕과 같이 동방의 영향을 받은 비잔틴풍/리엔트풍의 건축양식,
. 광장은 베네치아공화국 당시 화려한 행렬과 행사를 하던 곳이었다 한다.
  종교인 과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심천포로 빠지듯’ 이집트 알랙산드리아의 마가교회를 거쳐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성마르코스성당까지 온 것 같은데, ‘종교인 과세’ 문제는 어떤 논리로도 위 ‘마사치오의 성전세(聖殿稅)’ 그림이 말해주고 있는 개세주의(皆稅主義) 사상을 뒤엎을 수는 없다.
    ‘마사치오의 성전세(聖殿稅)’ 그림이 그려지게 된 배경도 ‘피렌체의 거부 브랑카치 가문이 당시 새로운 세금을 걷우기 시작한 로마 교황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장면을 선택해 주문했다’고 하니 더욱더 그렇다.

  조선일보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마사치오의 성전세(聖殿稅)’ 그림과 관련 이야기를 게재한 것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종교인 과세에 대한 개세주의(皆稅主義) 주장을 뒷받침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 역시 세금 한 푼 안 내는 종교인들이 국민의 피땀어린 세금으로 천성산 고속철 터널 같은 국가 기간 시설, 제주해군기지 같은 안보시설 등 국책사업을 반대하는 시위대 앞에는 예외없이 종교인이 앞장 서 있는 것을 보면서 '세금이라도 내면서 저런다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들 소재를 엮어 홈피에 올리는 것도 같은 생각이고, 박장관에게 용기를 잃지말고 소신껏 추진하라고 격려하고 싶은 심정이기 때문이다.

도로묵이다
沙月 李盛永(2012. 1. 19)
  2013년 1월 16일(수) 조선일보 1면에 『기재부, 종교인 과세 백지화』란 기사가 올랐는데 「청와대·종교계 반대로」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작년 3월 성전세(聖殿稅) 그림과 함께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의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 역설과 의지(意志)를 보이는 기사가 올라 이제 뭔가 제대로 되려나보다 하고 큰 기대를 하면서 박수갈채를 보냈는데, 일년이 채 못돼 이 기사를 보고 분노는 넘어서 서글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종교인들이야 그들 호주머니를 축내게하는 일이니 반대할 것이야 불을 보듯 뻔한 일이지만 청와대(?)가 반대한다니 참 어이가 없다.
  물러나는 대통령이 종교인들 특히 그가 믿고 있는 개신교 목회자들이 교회와 신도 수를 돈으로 계산해서 팔고 산다 소문이 난지 오래된 장똘뱅이와 다를 바 없는 그들의 눈총을 받지 않으려는 꼼수인가?
 

  박재완 장관의 '개세주의(皆稅主義)' 운운하던 그 기상과 의지는 어디로 갔나? 생각이 바뀐건가, 용기가 꺾인건가? 며칠 남지도 않은 장관 자리가 그렇게도 아까운가?
  나라를 경영한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조령모개(朝令暮改)로 생각을 바꿔서야 백년대계(百年大計)는 커녕 일년지계(一年之計)인들 제대로 되겠는가?

  더욱더 가소로운 것은 "종교인 과세를 강행해도 세수 증가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성직자를 '근로자'로 규정하는 데 대한 종교계의 거부감이 커서 포기했다"는 기획재정부 고위인사의 변명이다. 그렇다면 '근로소득'이란 용어 외에 다른 과세 대상 소득을 칭하는 용어는 전혀 없단 말인가? 사람이 솔직해야지---

  말짱 도로묵이다!

<2013. 1. 16일자 조선일보 A1면 기사 全文>
  「정부가 의욕을 보였던 종교인 과세가 백지화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5일 본지와 통화에서 "종교인 과세 문제는 현 정부에서 추진할 문제가 아니다""이 문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 주 중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백지화 방침을 공식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제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이번 주 내에 종교인 과세 방침을 제외한 소득세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1월 초까지만 해도 종교인에 대한 과세 방침을 소득세법 시행령에 명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청와대와 종교계의 반대로 사실상 과세 강행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를 강행해도 세수 증가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성직자를 '근로자'로 규정하는 데 대한 종교계의 거부감이 커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종교인 과세 문제는 차기 정부 과제로 넘어갔다. (박근혜 당선인은 종교인 과세에 대한 공약을 따로 내놓지 않았다.
-인터넷판)」(김근태 기자)

<2013. 1. 17일자 조선일보 萬物相 -종교인과 세금- 全文>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해 교황청과 소속 가톨릭 교회의 부동산에 세금을 물리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저소득층 소득세 감면을 추진하면서 세수(稅收) 확보를 위해 내린 보완책이었다. 이탈리아는 1929년 교황청과 무솔리니 정권이 맺은 조약 이후 교황청이 지닌 '종교 목적' 부동산에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이를테면 호텔 내 예배실처럼 수익은 있지만 비영리적인 곳들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세금 납부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성경에도 세금 얘기가 나온다. 예수가 베드로와 함께 갈릴리 지방 성전(聖殿)에 들어갈 때 돈이 없어 성전세를 내지 못했다. 세리(稅吏)가 세금을 내라고 조르자 예수는 이런 취지로 베드로에게 말했다.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기 때문에 성전세를 바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안 내면 세상에 말이 있을 수 있다. 갈릴리 바다에서 낚시를 하면 물고기가 잡히고 그 물고기가 은화를 하나 입에 물고 있을 것이다. 그 은화를 가져다 세금으로 내거라."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떠보느라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물었다. 예수가 답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쳐라." 예수의 말씀은 세속의 법은 법대로 지키라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늘날 많은 나라 종교인이 소득세를 내고 있다. 미국 장로교 목회자들은 예외 없이 모두 세금을 낸다. 감리교도 납세를 국가에 대한 의무라고 정관에 못 박고 있다.

  우리 정부가 종교인들에게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방침을 세웠다더니 엊그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보 성향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개신교계가 뜻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국민 가운데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사람이 65%에 이른다.

  우리나라엔 9만개 넘는 교회·성당·사찰과 성직자 36만4000명이 있다. 이 중 천주교는 1994년부터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성공회는 작년 모든 사제가 소득 신고를 하기로 결의했다. 개신교 일부 중·대형 교회 목사들도 소득세를 내고 있다. 그래도 절대다수의 성직자들이 세금을 안 낸다. 성직자 가운데는 급여나 수입이 너무 적어 면세점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이 더 많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종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야만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잡힌다.
  어느 정부도 종교인을 상대로 세금 납부를 밀어붙일 만큼 간(肝)이 크지 못하다.」
(김태익 논설위원)
2013. 1. 7. 조선일보 萬物相(2013.1.18)
<2013. 1. 19일자 조선일보 A6면 기사 全文>
< 종교인 과세 유보, 기재部는 말못할 사정이 많다는데--- >(2013.1.18)
1월 초엔 성사단계라더니---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말 못할 사정이 많습니다."


  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에 종교인 과세 방침을 담지 않는다는 방침을 공개한 지난 17일, 수화기 너머 정부 관계자의 목소리는 맥이 빠져 있었다. 1월 초만 해도 정부 안팎에선 종교인 과세가 성사단계라는 관측이 많았다.
  기재부가 작년 3월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종교계와의 면담에서 '과세 원칙'에 대한 합의에 성공했고, 주요 종교의 대형단체들은 자발적으로 세금을 낼 의사가 있다고 밝혔던 까닭이다.
  공무원들도 사석에선 "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종교인 과세 원칙'만 확인하고 공을 다음 정부에 넘기고 말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2013.1.18)
왜 이렇게 작아 보이나?(필자)
◇종교계 압박이냐, 청와대 압력이냐
  「이 때문에 관가 안팎에선 "보이지 않는 압박이 심했다"는 목소리도 새어나온다.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물밑의 반대 목소리가 더 거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측 관계자는 "대형 종교 단체는 과세 방침을 환영하지만, 규모가 작은 단체나 종교인 개인은 이견을 내비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종교계 입장에서 과세를 공식적으로 거부할 명분은 없지만, 그렇다고 환영할 일도 아니다""자칫 성직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어 논의를 빨리 진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일관되게 종교인 과세에 반대해 왔다. 한기총은 77개 교단과 19개 단체가 가입해 있는 개신교 교단·단체 연합기구 중 하나로,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목사와 승려는 일반적인 근로자가 아니고 기도와 예배, 구제행위를 하는 성직자"라는 입장이다.

  개신교·불교·원불교 등 주요 종교 단체들도 "납세 원칙엔 찬성하지만 '근로소득세'는 종교인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 세목 조정이나 '종교인세'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연말 등 2차례에 걸쳐 7대 종단(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천도교·유교·민족종교협의회) 실무 행정 책임자들과 의견 수렴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한기총 외에 대표적 종교단체 대부분이 "원칙적으로 찬성"이라고 했지만, '각론'에 대해서는 저마다 주장이 달랐다.

  규모가 작고 소득이 열악한 종교 시설들은 "먼저 과세 근거와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부작용 걱정
  「청와대는 처음부터 회의적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종교인 과세가 득보다 실이 많다. 다음 정부에 넘긴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리를 해서 종교인에게 과세하면 반발은 엄청나지만, 더 거둘 수 있는 세금은 연간 3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무리해서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1970년대 말 부마항쟁이 자영업자에게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물리는 결정으로 촉발됐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조세저항은 무서운 것"이라며, "종교계 저변에는 '성직자에게 세금을 물린다'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기재부가 청와대 압력으로 중단해 놓고 '종교계의 반발'을 알리바이로 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신교계 인사는 "기재부가 구체안을 제시해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없던 제도를 새로 만들 때는 당연히 따르게 될 반발을 고려해 공청회·설명회 등을 열며 자발적 참여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구체안을 내놓지 않고 '언론 플레이'만 하다 접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근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