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R S A
- WAR RESERVE STOCK for ALLIES -
(한-미연합군을 위한 전쟁예비물자비축)
沙月 李 盛 永(2005. 11. 9)
  옛날 그러니까 73년 초 내가 처음 합참에 근무하게 된 초기에 내가 첫 과제로 부여 받은 것이 '전시 탄약소요 판단'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당시 이병형 합찹본부장이 전략기획국 제1과(과장 임동원대령)에 부여한지 1년 여를 지나면서 무려 8명을 거쳐서 합참대학을 졸업하고 합참에 갖 전입한 나에게까지 오게 된 거창한 과제였다. 컴퓨터는커녕 전자계산기 하나 없고, 기계식계산기 한대가 덜렁 있는 지금 생각하면 원시시대 같은 근무 환경 속에서 말이다.

  전시 탄약을 판단하는 것은 우선 소요 기준을 선택하는 것이 첫째다. 당시 탄약소요 기준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미 국방성에서 제시하는 보급기준에 포함된 탄약소모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교범 101-10(보통 장교들은 '왕왕탕'이라 불렀다) 상의 전투 유형별 탄약소요기준이 있었다.

  전자는 전투지역, 후방지역, 병참지대를 망라하는 전구(戰區)급 단위에서 전쟁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소모량을 ‘일일 정(문)당 몇 발’로 표시된 기준이다. 한국전쟁을 치루는 태평양전구를 예로 들어보면
    -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FEBA의 병사나
    - 사단 예비대에서 전투에 투입하기 위하여 대기중인 병사나,
    - 군단 또는 군 후방지역에서 대침투작전에 임하는 병사나,
    - 2군지역에서 해안, 병참선, 항만, 공장 등 주요시설 경계에 임하고 있는 병사나,
    - 일본 오끼나와에서 한국 전선에 투입하기 위하여 훈련 중인 병사나,
    - 하와이 진주만 경비임무에 임하고 있는 병사나,
    - 미 본토 워싱턴 주에 있는 장차 한국으로 이동하여 작전지휘부가 될 1군단사령부에 이동 준비를 하고 있는 병사나,
    - 씨아틀에서 한국전에 출동하기 위하여 승선 대기중인 병사나
    - 어느 주 동원부대에서 동원령을 받고 입영하여 무기를 지급 받고 있는 병사를 막론하고 이 전쟁을 치루기 위하여 여러 가지 형태로 직, 간접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든 병력이 평균적으로 하루에 소모하게 될 탄약의 양을 말한다.

  나의 기억으로는 M1소총을 가진 병사가 1일 5.3발, 칼빈소총 3.7발을 소모하도록 되어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물론 최전선에서 전투에 임하고 있는 병사에게는 턱도 없는 양이고, 후방에서 휴식하고 있는 병사에게는 필요 없는 소모량이다.
  이러한 기준은 한국전쟁을 기획하는 미국방성 군수책임자 입장에서는 유용한 기준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가 한국군의 탄약소요를 산정하는 기준으로는 적합치 않다. 기준량이 실제 소요보다 적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한국군은 위의 전구차원에서 보면 가장 치열한 전쟁행위를 치루는 최일선 부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후자는 사단, 군단 정도의 부대가 작전계획을 수립하면서 편성된진지공격, 급조진지공격, 요새진지공격, 편성된진지방어, 급조진지방어, 요새진지방어, 지연전, 후퇴, 후방지역경계, 훈련, 재정비 및 휴식 등 다양한 형태의 전투에서 소요될 탄약량으로 1일 정(문)당 발수로 기록된 탄약소요 기준이다. 이 기준은 전선에서 제한된 기간의 작전을 계획을 뒷받침 하기 위하여 확보할 탄약의 소요를 판단하는데 적합한 기준이다.

  나의 전시탄약소요를 판단은 후자의 기준을 적용 하고, 각종형태의 전투에 투입될 부대 산정은 연중행사로 치루어 왔던 을지-포커스랜스 연습 씨나리오를 적용했다. 그것은 전술한바와 같이 태평양전구 입장에서 보면 한국군은 한반도 내에 위치하면서 탄약을 많이 소모하는 부분에 속하기 때문에 미 국방성 보급기준은 적합하지 않다고 보았고, 각종 형태의 전투에 투입되는 병력은 그래도 가장 현실적일 것으로 생각하고 고안해 낸 것이 을지-포커스랜스 연습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 달 간의 연구결과는 과장, 국장에 이어 본부장에게 보고되었다. 보고를 받은 이병형 합참본부장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소령! 자네가 판단한 이 탄약 소요가 많은 것인지 적은 것인지는 판단한 자네나, 보고 받는 나나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접근 방식이 다분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 마음에 든다”고 한 말이다.

  고참 중령 8명을 거쳐 내게까지 온 과제를 전입 한 지 얼마 안 되는 풋내기 소령이 처음으로 부여 받아 연구하여 윗사람의 칭찬을 받은 것은 나의 합참 근무에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고, ‘전쟁에서 탄약 확보 문제는 예삿일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다.
  전쟁에서 탄약의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정당이 선거전에서 선거자금(돈)과 같은 것이다. 선거 때면 지방당에서 중앙당을 향해 ‘탄약이 떨어졌으니 탄약을 보내라’는 SOS를 보냈다는 신문 기사를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에 연유하여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회식을 하고 ‘돈을 내는 것’ 을 ‘쏜다’고 한다. 돈이 탄약이니까 돈을 내는 것을 총을 쏘아 탄약을 내보내는 것으로 표현하는 모양이다.

  전투에서 탄약보급 개념은 ①탄약 재보급이 이루어 질 때까지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양으로서 ②각 부대가 편재된 병력과 차량으로 부대가 어디로 이동하던지 동시에 운반 가능한 양으로 각 부대 영내 탄약고에 보관하는데 이를 기본휴대량(B/L)이라 하고, 전투를 하면서 소모된 기본휴대량을 계속적으로 채워주는 것이 전투예비량(C/R)이다.
  그러니까 탄약보급은 소모된 기본휴대량을 채워주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휴대량을 많이 소모하는 부대 즉 치열한 전투에 투입된 부대에 많이 가게 되고, 기본휴대량을 소모하지 않은 부대 즉 전투에 투입되지 않은 부대에는 가지 않는 다. 탄약 예비량은 대용량의 물탱크와 같다. 물탱크의 물은 물을 흘려보내는 수도꼭지 쪽으로만 흘러 가는 것이다.

  탄약기본휴대량은 각 부대 영내 탄약고에 보관하고, 전투예비량은 전방은 대대급 탄약부대가 운용하는 탄약고와 후방 연대급 탄약부대가 관할하는 대규모 탄약창에 저장, 관리된다.

  한반도에서 북괴의 남침도발에 대비해서 확보하고 있는 전투예비탄약은 ①한국군 전용탄약(우리 돈으로 구입한 탄약), ② 미군 전용탄약(WRM: War Reserve Material) ③ 전쟁예비물자비축(WRSA: 99%이상이 탄약) 등 세 가지가 있다.
  전쟁예비물자비축(WRSA)은 글자 그대로 하면 ‘한-미연합군을 위한 전쟁예비물자비축(War Reserve Stock for Allied)’인데 그 내용의 99%가 탄약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북괴의 침략으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에서 증원 병력, 장비, 물자가 도착하기 전까지 즉 개전 초기에 한반도에 있는 한-미연합군이 북괴군을 저지하는데 사용할 탄약이다. 지금은 그 기간이 어떻게 변동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종래에는 45일로 잡고 있었다.

  미군전용탄약은 미국 정부 소유이고 미군이 관리하므로(한국군이 관리해주고 연간 관리비를 받는 경우도 있음) 원칙적으로 한국군이 사용할 수 없는 탄약이지만 전시 긴급한 상황에서는 한국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한국군전용탄약은 물론이고, WRSA탄도 한국군이 저장, 관리하고 있다.

  전시 한국군이 사용할 수 있는 탄약은 평시 한국군이 관리하고 있는 한국군 전용탄약과 WRSA탄이다. 그런데 현재 확보된 양으로 한국군전용탄은 10여 일간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정도의 양 밖에 없고, 나머지 전쟁초기소요는 WRSA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11월 8일자 동아일보에 - 美 '전시 군수지원' 새 협정 거부- "군수물자조달 한국이 알아서 하라" 는 제목의 기사와 사설이 실렸다. "참으로 큰일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용인즉 이 정권 출범 초인 2003년 6월 한미군수협력위원회(LCC)에서 미국은 WRSA 폐기 방침을 통보 하였다. 지난해(2004년) 5월 미 국방부 폴 울포위츠 부장관이 조영길 한국 국방장관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기존 CRDL(긴급소요부족품목록)과 WRSA(전쟁예비물자) 가동에 관한 협정은 수정 또는 종결 시켜야 할 협정”이라고 못을 막았고, 금년(2005년) 4월 18일자 동아일보가 미국의 WRSA 폐기방침 통보에 관한 사항을 보도했을 때 국방부는 “WRSA 탄약 중 상당부분을 한국에서 생산할 수 있으며 WRSA가 없어도 유사시 한국군의 전쟁수행 능력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지금 하와이 호놀루루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안보회의 산하 한-미군수협력위원회(LCC)에서 한국측은 미국측에 WRSA폐기에 앞서 이에 대체할 새 협정을 채결할 것을 요구 하였으나, 미측은 이를 거부하면서 ‘한국이 평시 자원과 재정을 적절히 분배해 유사시 예상 물자 소요에 대비하도록 권고하는 한편, 전쟁 발발 시 초기 30일 동안 소요될 탄종과 탄약을 한국이 스스로 파악해서 자체적으로 마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군의 전시 소요 군수물자 조달은 한국이 알아서 해라’는 말이다. 지난 4월 동아일보가 문제 제기를 하였을 때 ‘별 문제가 없다’고 해 놓고 지금와서는 '새 협정을 맺자'고 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국민을 속인 것이 되었다.

  그래서 긴급소요부족품목록(CRDL)은 작년 말로 종결되었고, 전쟁예비물자(WRSA)도 2006년 말 폐기 될 예정이다. 여기서 긴급소요부족품목록(CRDL)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투 장비와 물자 가운데 긴급히 사용하겠다고 요청한 목록인데 주요품목음 보면 주한미군기지와 미 본토 미군기지들에 배치되어 있는 브래들리장갑차, M1A1전차, 포병 각종 곡사포, 다연장 로켓, 탄약 등이다. 여기서 주한미군 기지에 저장된 탄약은 곧 주한미군 전용탄약 WRM을 말한다.

  이 정권이 빛 좋은 개살구로 2020년까지 자주국방 한다고 제시한 예산 625조원 속에는 탄약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하니 별도의 예산으로 전시대비탄약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한반도에 비축된 미국정부 소유의 WRSA탄을 헐값으로 인수한다고 해도 5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벨평화상에 눈 멀었던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 친북 좌경세력에 옹위된 노무현 정권의 섣부른 ‘자주국방’이 가져온 ‘자주국방의 말 값’이다.(동아일보 사설의 표현)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이것은‘재앙의 싹’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미간의 동맹의식이 해이해져 간다면 앞으로 '정보공유 문제'를 비롯하여 '방산기술 협조' 등 이런 뒤통수를 맞는 경우는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 동안 주한미군, 한-미안보회의, 한-미군사회의, 한-미연합군사령부 및 한-미연합군 편성 등 견고한 한-미안보동맹 속에서 안주해 온 우리의 국방은 되지도 않을 ‘자주’를 앞세워 떠들고 나설 때 그 헛점이 투성이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 시대가 어느 때인데 배타적으로 혼자 자기를 지키겠다고?--- 하기는 지키지 않고 '우리끼리!'를 외치고, '고려연방제'로 슬금슬금 다가가 나라를 상납하겠다는 꿍꿍이 속이라면 더 할 말이 없다.

  미측은 WRSA탄을 한국에 인도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전용할 것인지 등 제반 문제가 협의되지도 않았겠지만 대부분 율곡사업을 통해 우리 돈으로 지은 탄약고에 보관되어있고, 한국군이 관리하고 있으니 국외로 반출하거나, 다른 용도로 전용하지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은 된다.
  실속 없는 섣부른 자주국방을 함부로 지껄이지 말고, 좀 더 부드러운 외교적인 손짓으로 한-미동맹관계를 복원한다면 옛날 70년대 초기 박정희 대통령 시절 개인화기 M1, 칼빈소총을 M16소총으로 대체할 때 엄청난 양의 미정부 소유의 M1, CAR소총을 한국에 무상으로 인도하여 예비군을 무장화 할 수 있게 했던 전례를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 텐데 이 정부와 노무현을 떠받치고 있는 친북좌경세력들은 안보니, 국방이니 하는 문제는 안중에도 없고, ‘국익(國益)’이라는 개념 자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 같으니 그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