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송이 지고 피고 백일을 바라보는 목백일홍

배롱나무

 

 

 

 

 

 

 

 

 

 

 


한여름에서 가을까지 백일간을 진분홍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는 본 이름 보다 꽃이 백일간이나 핀다는 점이 강조되어 ‘백일홍(百日紅)’또는 맥시코 원산의 초본성 백일홍과 구분하여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배롱나무 꽃이 백일 동안을 피기 때문에 ‘花舞十日紅’(화무십일홍: 열흘이상 붉은 꽃은 없다)이란  말을 무색케 하지만 실은 배롱나무 꽃도 낱개로 보면 열흘을 넘지 못한다.

 

배롱나무 꽃은 수많은 꽃들이 원추상의 꽃차례를 이루어 차례로 피는데 다 피는 기간이 100일이 되는 것이다.  이런 배롱나무 꽃이 피는 모양을 놓고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成三問)이 지은 배롱나무 한시가 있다.

    昨夕一花衰(작석일화쇠) 어제 저녁 꽃 한 송이 지고

    今朝一花開(금조일화개) 오늘 아침 꽃 한 송이 피어

    相看一百日(상간일백일) 서로 일 백일을 바라보니

    對爾好銜杯(대이호함배) 내 너를 대하며 좋이 한 잔 하리라

 

배롱나무 꽃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오래 가는 특성 때문에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왔다. 특히 기후와 토질이 배롱나무 성장에 알맞은 경북지방에 많아서 경상북도 도화(道花)로 지정되었으며, 웬만한 사당과 묘지에는 한 두 그루씩 심어져 있다.

 

나 또한 그 중의 하나다. 1982년 울진에서 연대장으로 근무할 때 이곳에서는 구하기 쉬운 배롱나무 묘목 두 그루를 구해서 선친 산소 앞에 심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크게 자라서 매년 개나리, 진달래, 철쭉이 끝나 꽃이라고는 보기 힘들고 온 산이 녹색 일색일 때 홀로 붉은 빛으로 선친의 유택 앞을 가득 채워 그야말로 ‘만당홍(滿堂紅)’을 이룬다.

 

배롱나무 꽃이 붉기 때문에 꽃 이름에 (홍)자가 붙지만 배롱나무 중에는 흰 꽃이 피는 흰배롱나무도 있으니 배롱나무를 모두 ‘백일홍’이니 ‘목백일홍’이니 하는 것도 꼭 맞는 말은 아닌 듯 싶다.

 

배롱나무 꽃말이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인데 아마도 목백일홍 꽃이 질 때면 계절은 이미 가을의 문턱에 와 있기 때문에 지난 여름에 떠나간 벗을 생각하게 하는 데서 온 말인지도 모르겠다.

 

배롱나무도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어진다.

  자미화(紫薇花): 자주색 꽃이 핀다 하여 붙여진 한자어 이름이며, 중국사람들은 이 꽃을 특히 사랑하여 이 나무가 많이 있는 성읍을 자미성(紫薇城)이라 이름을 지었다.

  백양수(伯痒樹): ‘줄기에 옴이 올랐다’뜻의 한자어 이름인데 줄기가 얼룩얼룩한데서 얻은 이름이다.

  만당홍(滿堂紅): 정원에 심어 놓은 배롱나무기 꽃이 피기 시작하면 온 집안이 붉은 빛으로 가득한 것처럼 보이는 데서 온 한자어 이름이다.

  간질나무 또는 간지름나무: 배롱나무의 얼룩무늬 줄기 가운데 하얀 무늬를 손톱으로 긁으면 나무 전체가 움직여서 마치 간지름을 타는 듯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자금타는낭: ‘간지름 타는 나무’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 이름이다.

  사루스베리: 수피가 미끄러워서 ‘원숭이 미끄러지는 나무’ 라는 뜻의 일본 이름이다.

 

배롱나무가 유일하게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지정된 부산 양정동에 있는 배롱나무는 동래정씨의 시조인 정문도공(鄭文道公)의 묘소 앞 동쪽과 서쪽에 있는데 수령이 800년을 넘었고, 키가 8m가 넘으며 가슴높이(胸高)의 둘레가 4m나 되며 여섯 개의 굵은 가지가 부채살처럼 퍼진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올라 있는 서출지(書出池: 경주 남산동에 있는 못으로 신라 21대 소지왕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방죽에 비스듬히 줄기를 누이고 수 백년을 자라고 있는 배롱나무도 경륜과 위엄과 함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순창 용남리의 백년이 넘는 배롱나무는 서씨 성을 가진 사람이 이 동네의 재난을 막아 달라는 염원으로 심은 것이라 하며, 전남 단평리의 배롱나무 노거수는 그 마을의 청년들이 조졸(早卒)하자 이 나무를 심고 제사를 지낸 후로는 그런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