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을 못 가고 머뭇거리게 하는 봄 산 꽃축제의 주인공

철죽

 

 

 

 

 

 

 

 

 

 

 

 

 

 


배고프던 시절 먹을 수 있는 진달래를 ‘참꽃’이라 하고, 먹지 못하는 철쭉을‘개꽃’이라 하며 차별대우를 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꽃을 따 먹어야 하던 가난이 지나간 지금은 형편이 달라졌다.

 

철쭉은 여러 가지 색깔로 개발하여 조경용으로 팔리고 있는가 하면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등 웬만한 큰 산에서는 매년 봄마다 철쭉제를 연다. 개꽃이 지금은 축복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달성의 비슬산, 여천의 영취산 등 여러 곳에서 진달래축제를 열기는 하지만  행사규모나 호응면에서 철쭉축제를 따르지 못한다.

 

옛날 경상도에서는 철쭉을 연달래라 부른 적도 있는데 이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한다. 그 하나는 봄에 진달래가 피고 곧 철쭉이 ‘연이어 피는 꽃’이라 해서 얻은 이름이라고도 하고, 진달래가 진한 분홍색인데 대하여 철쭉은 ‘연한 분홍색’이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철쭉의 학명 로도덴드론 슈리펜바키(Rhododendron schlippenbachii)의 로도덴드론은 진달래과에 붙여지는 성(姓)에 해당하는 것이고, 철쭉을 지칭하는 슈리펜바키는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이 철쭉을 처음 발견하여 서방세계에 소개한 러시아 해군장교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그러니까 비록 외국인이 한 것이기는 하지만 철쭉이 학계에 처음 보고된 것은 곧 우리 땅의 철쭉인 것이다.  철쭉은 원조인 철쭉 외에도

     진달래꽃처럼 진한 분홍색의 꽃을 피우고, 옛날 개꽃이라 불리던 산철쭉, 경북 청송의 주왕산 계곡의 물가에 예쁘게 피는 산철쭉을 이 지방에서는 수달래라 부르며 매년 수달래축제가 열린다.

주왕산에서는 수달래라 부르는 산철쭉

 

 

 

 

 

 

 

 

 

 

 

 

 

 

 

 

 

 


     전남 불갑산에서 만 자라며 흰 꽃이 피는 흰산철쭉,

     꽃이 겹으로 피는 겹산철쭉,

     백두산 일대에 고개 숙이고 피는 가솔송,

     북한에서 열매로 술 담근다는 들쭉나무,

     눈 속에서도 푸른 잎을 달고있는 상록수로 이름 때문에 수난을 당하는 만병초(萬病草)

  조경수로 개발한 황홍철쭉 20여종이나 된다.

 

황홍철쭉의 탐스럽고 화려한 꽃(시골집)

 

 

 

 

 

 


 

 

 

 

 

 

 

 

 

 

철쭉도 진달래과에 속하여 진달래와는 형제 나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두 나무를 구분하지 못한다. 꽃, 잎, 열매 그리고 줄기로 구별할 수 있다.

      우선 진달래와 원조 철쭉은 꽃의 색깔에서 구분된다. 진달래가 진분홍인데 비하여 철쭉은 아주 연한 분홍색이다. 그러나 털진달래나 산진달래는 철쭉처럼 연분홍색이어서 꽃 색깔만 가지고는 구별하기 힘들다.

      철쭉 중에서 산철쭉의 꽃은 오히려 진달래  보다도 더 진한 분홍색이나 꽃 밑 부분의 자주색 반점과 꽃받침의 끈끈한 점액이 있고, 꽃닢 안쪽 수술과 닿은 부분에 선명한 자주색의 반점이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게 한다.

      진달래와 철쭉을 구분하는데 더 쉬운 것은 잎이다. 진달래 잎의 끝이 뾰족하고 잎 면이 반질반질한데 비하여 모든 철쭉의 잎은  끝이 주걱처럼 둥글고 잎 면에 쭈굴쭈굴한 주름이 나 있으며 꽃과 함께 핀다. 또 진달래가 꽃이 진 다음 잎이 나오는데 철쭉은 꽃이 피면서 곧 잎이 나와 함께 핀다.

     진달래 열매 즉 씨앗을 담은 깍지는 가늘고 작아서 본 사람이 드물 정도지만 철쭉의 깍지는 커서 쉽게 눈에 뜨일 뿐만 아니라 잎이 다 떨어진 겨울에도 가지에 매달고 있다.

   철쭉의 줄기는 진달래보다 더 검은 빛을 띤다.

 

중국에서는 산철쭉을 산척촉(山 足鄭 足蜀)이라 부르는데 우리말 ‘철쭉’의 어원이라는 설이 있다. 또「해동역사(海東歷史)」같은 우리나라 고전에 철쭉을 척촉(足鄭 足蜀) 또는 양척촉(羊足鄭 足蜀)이라 기록되어 있는데척촉(足鄭 足蜀)‘사람으로 하여금 가든 길을 더 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한다’는 뜻이다. 철쭉꽃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가던 길을 멈춰 서서 넋을 잃고 바라보고 섰는 정경을 연상하는 이름이다.

 

양척촉(羊足鄭 足蜀)은어린 양이 철쭉의 꽃봉오리를 어미 양의 젖꼭지로 알고 젖을 빨려고 가던 길을 멈추고 섰다’뜻이라 하니 옛 사람들의 작명에도 재치와 유머가 있다.

 

환단고기(桓檀古記)에 다음과 같은 고조선 시대의 단군에 관한 기록 가운데 철쭉을 말하는 척촉(足鄭 足蜀)   이 등장한다.

 

12세단군 아한(亞漢) 2년(BC 1833년) 임금이 요하에 이르러 순수관경비(巡狩管境碑) 세워 역대 임금의

이름과 호를 새겼는데(金石文化의 시초로 지칭) 후에 한고조의 삼걸 중에 하나가 된 장량의 사주를 받아 박랑사중에서 진시황이 탄 마차를 철퇴로 쳤으나 위장된 가짜를 쳐서 실패했다는 창해역사(滄海力士) 여홍성(黎洪星)이 지나다 이 비석을 보고 시 한 수를 지었다 한다.

 

       村郊稱弁韓別有殊常石(촌교칭변한별유수상석)

       大荒 足鄭 足蜀紅字沒苔碧(대황척촉홍자몰매태벽)

       生於剖判初立了興亡夕(생어부판초립료흥망석)

       文獻俱無徵此非檀氏蹟(문헌무구징차비단씨적)

 

  마을과 주변 땅이 변한이라 하는데  뚜렷이 구분되는 수상한 돌이 있네

  받침은 떨어지고 철쭉꽃만 붉게 피고 글자는 깎이고 이끼만 푸르구나

  천지가 처음 열릴 때 생겨나서 나라가 흥하고 망할 때 세워졌네

  문헌으로 다 고증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단군의 자취가 아니리오

 

근래에는 우리 주변 조경공사를 한 축대나 집안을 꾸민 곳에서 우리 고유의 철쭉과는 거리가 먼 꽃의 색깔과 모양이 형형색색의 철쭉이 조경수로 개발되어 심어져 있다. 대부분이 일본에서 원예 품종으로 개발한 것이 들여와 묘목으로 생산된 것들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사즈키철쭉, 기리시마철쭉 등인데 그 꽃 색깔이 화려하다 못해 조화처럼 보인다.

 

일본에서는 원예종으로 만들어 낸 철쭉만도 수 백 종이나 된다고 하며 일본인들의 철쭉 개발은 역사도 깊고 그 기술이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다.

    조선 세종 23년에 왜국 사신에 임금에게 철쭉을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조 강희안(세종1년, 1419-세조10년,1464, 집현전 학자, 詩書畵 三絶)이 가까이 두고 보는 여러 꽃나무에 대하여 쓴 「양화소록(良花小錄)」에 꽃나무들을 선호도에 따라 아홉 등급으로 구분하였는데 우리 고유의 진달래 홍두견(紅杜鵑)은 육품(六品)에 둔데 비하여 일본의 철쭉인 왜홍철쭉을 이품(二品)에 두었다고 한다.

 

만병초는 보통 연한 황색 꽃을 피우지만 붉은 색 꽃을 피우는 홍만병초도 있다. 보통 낮은 산에서는 키가 1미터 정도 크지만 백두산 수목한계선 위쪽의 정상 부근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것은 강한 바람을 피하기 위하여 한 뼘 정도 되는 작은 키에 그나마 땅에 딱 엎드려 있어 나무인지 풀인지 얼른 구별하기도 힘든다. 그래서 나무이름에 풀을 말하는 초(草)자가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백두산에 아직 여름이 오기 전에 초록색 융단 위에 노란색 수를 놓은 듯 꽃을 피운 노랑만병초 군락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고 한다.

 

2003년 2월 17-19일 간에 아산회 2차 특별산행으로 실시한 설악산 눈산행 때 서북능선을 걷는 중에 길에서 4-5m 떨어진 곳에 추위를 이기느라고 잎을 말아 오므리고 있는 작은 나무가 있어 카메라에 담았는데 설악동 소공원에 도착했을 때 몇 가지 약재를 놓고 앉은 할머니의 돋자리 한 구석에 이 잎이 보이길래 무슨 나무 잎이냐고 물었더니 그것이 곧 만병초잎이라 한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병초를 만나 사진까지 찍어왔으니 큰 행운이 아닌가.

설악산에서 월동중인 만병초(왼쪽)와 만병초꽃(오른쪽)

 

 

 

 

 

 

 

 

 


백두산 해발 1300-2500m 지역에  군생하는 노랑만병초

 

 

 

 

 

 

 

 

 

 

 


만병초는 한방에서 중요한 약용식물이다. 노랑만병초와 홍만병초의 잎을 쓰는데 생약명은 ‘만병

’,‘석남엽’, ‘풍엽’등으로 불리며 내상음위를 고치고, 강장과 최음효과가 있으며, 여자가 오래 복용하면 정욕이 높아진다고 소문이 나 있다.

 

그 외에도 고혈압, 이뇨제, 신장약, 감기, 두통, 불임증, 발기부전, 관절통 등에 처방하고, 민간에서도 귓병, 담 결리는데, 뼈마디가 쑤시는데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이름 그대로 만병통치약인 것으로 알려져 우리 주변 가까이서 볼 수 있던 홍만병초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환경부는 뒤늦게 특정식물로 지정하여 보호에 나서고 있으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철쭉꽃의 밑 부분에 있는 자주색 반점은 독성이 있어서 사람이 꽃을 먹을 수 없어 ‘개꽃’이란 좋지 않는 이름까지 얻었는데 동물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양봉업자가 철쭉꽃이 만발한 곳에 벌통을 놓았다가 벌들이 집단으로 땅에 떨어져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벌이 잘못하여 반점부분에 닿아서 기절한다는 것이다. 벌이 다시 살아나기는 하지만 꿀을 모으는 일은 허탕을 치는 것이다. 그러나 철쭉과 함께 살아온 토종의 벌, 나비는 요령 있게 꿀을 잘 따가면서 대가로 꽃에게 수분(受粉)을 시켜준다.

 

또 철쭉은 꽃의 독성 외에 꽃받침 주위에 끈끈한 점액을 분비하는데 이것은 수분을 돕는 벌, 나비에게는 해를 주지 않고 새순을 갉아먹는 벌레에게는 점액에 발이 붙어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위(自衛) 수단인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