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향을 산출하는 스노우 벨(Snow Bell)

때죽나무와 쪽동백

 

 

 

 

 

 

 

 


때죽나무와 쪽동백은 그 이름부터 좀 생소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나라 산이면 이 두 가지 중 한가지쯤은 없는 산이 없다.  이 두 나무가 매력을 끄는 것은 여러 가지다. 서로 비교하여 닮은 점과 틀리는 점을 살펴보면 참 재미있다.

줄기가 검은색에 좀 튼 자국이 있는 미끈한 것이 아주 세련돼 보인다. 큰 줄기는 때죽나무와 쪽동백이 비슷하지만 가지는 전혀 다르다. 때죽나무 가지는 가느다란 회초리 같은 잔가지가 촘촘히 나 있는데 비해 쪽동백은 잔가지도 좀 투박하고 많이 나지 않으며 쭉쭉 뻗지 않고 지그재그로 뻗어난다.

 

때죽나무 잎은 길이가 4-5Cm, 폭이 3Cm 정도로 작고 타원형이지만 앞뒤면 모두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그러나 쪽동백 잎은 직경 10Cm정도로 크고 둥근 편이며 잎 면이 매끈하지 않다. 언뜻보면 쪽동백 잎은 함박꽃나무(산목련) 잎과 혼돈할 정도로 닮았다.

 

낱개의 꽃은 하얀 꽃잎에 노란색 수술이 신통하게도 같다. 그러나 꽃이 달리는 모양은 전혀 다르다.   때죽나무는 엄청나게 많은 낱개의 꽃이 각개 흐트뿌린듯 밑을 향하여 매달린다. 그러나 쪽동백은 약 20개의 꽃이 한데 모여 꽃차례를 이루어 아래로 늘어진다.

 

연두색 열매는 작은 도토리 알 만한 것이 아래로 조롱조롱 매달린다. 물론 낱개의 열매는 꼭 같지만 달리는 모양은 꽃처럼 다르다.

 

때죽나무의 학명이 스타이렉스 자포니카(Styrax japonicus)인데 속명 스타이랙스는 ‘안식향을 산출한다’는 뜻이라 하는데 실제로 인도네시아 등에 자라는 일부 때죽나무는 줄기에 홈을 내서 흘러나오는 황색 유액을 받아서 강한 방향성(芳香性)의 안식향(安息香)을 얻는다고 한다.

 

열매에 함유된 여러 성분 중 에코사포닌이란 성분은 독성이 매우 강하여 옛날에는 때죽나무 열매를 찧어서 냇물에 풀어 물고기들을 기절 시켜서 떠오르게 하여 잡았다고 한다. 최근 가축에 의한 실험결과 이 독성분은 적혈구를 파괴한다고 한다. 또 이 성분은 기름때를 없애주기 때문에 비누가 없던 시절에 때죽나무 열매를 찧어 푼 물에 기름때 묻은 빨래를 하였다 한다.

 

제주도에서는 때죽나무를 ‘족낭’이라 부른다. 옛날부터 물이 귀한 제주도에서는 지붕이나 나무 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했는데 지붕에서 받은 물을 ‘지신물’, 나무에서 받은 물을 ‘참받음물’이라 하였다고 한다.

 

제주도 사람들은 때죽나무를 정결한 나무로 여겨 참받음에 가장 많이 이용하였다 한다. 때죽나무 가지와 줄기에 띠를 엮어 줄을 매고 줄 끝에 항아리를 받혀 놓으면 빗물이 줄기를 타고 내려오다가 줄로 갈아타고 항아리에 모이게 하는 것이다.

 

부잣집일수록 많은 항아리를 준비하여 빗물을 많이 받아 놓는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받은 물은 몇 년을 두어도 변질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받은 하늘 물 즉 천수(天水)는 석 달이 지나고 나서 오히려 더 깨끗해지고 물맛도 좋아진다고 한다.

 

때죽나무 목재는 장기 알이나 목기 만드는데 사용하였고, 종자는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이나 불 켜는데 사용했고, 꽃은 향수의 원료로 이용하였다 한다.

 

세계적으로 약 120여 종의 때죽나무 중에서 한국산 때죽나무가 추위에 가장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몇 년 전 미국의 북동부지역에 유래 없는 한파 때 대부분의 때죽나무가 냉해를 입었지만 유독 한국산 때죽나무만은 끄떡없이 남아 튼튼하게 자란다고 한다.

 

1984년 미국 국립수목원 사람들이 한국의 식물을 조사할 때 다른 나무 보다 잎이 두꺼운 변이종을 찾아냈고, 1986년에는 소흑산도에서 채집한 때죽나무는 잎도 꽃도 보통의 때죽나무 보다 2-3배나 커서 ‘소흑산도’로 명명하였다가 다시 ‘에메랄드파고다’라 개명하여 조경수로 개발 중이라 한다.

 

이렇게 외국 사람들은 한국산 때죽나무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데 정작 한국 사람들은 나무도 나무이름도 아는 사람이 드물다.

 

나는 6-7년 전에 묘목 50주를 사서 시골집 뒷밭에 심었더니 지금은 꽃도 많이 피고 열매도 많이 맺고 있다.  또 대전 국과연 기숙사 생활을 할 때 매일 아침 오르는 계룡산 우산봉 중간의 연화봉까지 오르는 등산로에 꾀 큰 때죽나무들이 있는데 밀집해 있어 오르내리며 볼 때마다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었다.

 

유성구청에서 등산로를 변경 확장하면서 무참하게 베어버린 때죽나무 줄기가 아까워서 내려 올 때마다 한 두개씩 날라 다 시골집에 갖다 놓았는데 지금부터 유용하게 활용할 용도를 찾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