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백 머릿기름, 동백아가씨, 조매화(鳥媒花), 동박새 전설

동백나무

 

 

 

상당기간 왜색풍 가요라 하여 방송 금지 곡으로 지정된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노래가 있다. 그 노래 말 끝 구절이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닢이 빨갛게 멍이 들었소’ 이다. 노래말 대로 이른 삼사월에 피는 동백꽃은 빨간 색깔의 대명사라 할 만큼 선명하고 밝은 적색이다.

 

동백을 한자로 ‘冬柏’ 이라 쓰는 것처럼 겨울꽃이다. 동백꽃은 3-4월에 피는 것도 있지만 남부 해안지대 동백나무 고장에는 1월에 이미 꽃이 한창피고 있는 곳도 있으니 겨울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빨갛게 꽃이 핀 동백나무에 흰 눈이라도 살짝 앉고 보면 그 아름다움은 필설로 표현할 수가 없다.

 

동백꽃은 보통 다섯장 때로는 일곱장의 꽃닢이 윗 부분은 서로 조금씩 겹쳐 있고, 아래 부분은 하나로 붙어있다. 그 가운데에 수많은 노란색 수술을 일렬로 붙여 마치 말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동백나무는 꽃만 예쁜 것이 아니라 잎 또한 아름답다. 사철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물결치듯하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잎이 엽액(葉腋: 잎 겨드랑이)에 꽃자루도 없이 매달린다.

 

동백나무 열매 또한 보기 좋다. 녹색의 작은 방울 같던 열매가 점점 커지면서 갈색으로 익어서 세 갈래로 벌어지면서 잣보다 좀 더 큰 씨앗이 드러난다.

 

 

 

 

 

 

 

 

 

 

 

 


이렇게 꽃도, 잎도, 열매도 아름다운 동백을 꺼리는 곳도 있다.

   제주도에서는 동백꽃이 떨어지는 모양이 마치 목이 잘리면서 사형 당하는 불길한 연상 때문에 집안에 심으면 도둑이 든다 하여 꺼린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갑자기 생기는 불행한 일을 ‘춘사(椿事)’ 하는데 춘(椿)자는 동백은 말하며, 싱싱하던 동백꽃이 갑자기 떨어지는 동백꽃은 연상하여 생긴 말이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의 동백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여 세계적으로 600여 종에 달하는 동백의 품종 중에서 상당 수가 일본 사람들이 육성한 것이라 한다.

 

동백은 원래 동양의 꽃나무지만 서양에 알려지면서 많은 인기를 모았는데 그 예로 소설 ‘춘희(椿姬)’를 변형한 오페라 가 있는다. 오페라의 원명은 주인공 라트라비아타의 이름을 따 ‘라트비아타’이다.

 

주인공 라트비아타는 한달 30일 가운데 25일은 흰 동백꽃, 5일는 붉은 동백꽃을 들고 사교계에 나타나는 창녀이다. 그래서 그녀를 우리말로 하면 ‘동백아가씨’가 되지만 일본식으로 춘희(椿姬)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춘(椿)자는 일본에서는 동백나무를 말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죽나무를 말한다. 오페라 ‘라트비아타’를 ‘춘희’라고 번역하여 붙인 이름이야 말로 왜색 번역인 것이다.

 

우리나라에 동백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곳은 내륙으로는 지리산 남쪽 화엄사가 가장 높은 위도지만 해안과 도서에는 이보다 훨씬 북쪽인 동해는 울릉도, 서해는 충남 서산과 어청도까지 올라간다.

 

동백꽃에는 여러 가지 전설과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서산 마량리 동백정은 300여년전 마량첨사가 꿈에 ‘바다에 밀려온 꽃을 심으면 만세에 웃음 꽃이 핀다’는 계시를 받고 바닷가에 나가니 마침 이 꽃(동백)이 바다에 떠 있어 갖다 심어 동백꽃동산으로 가꾸었다는 전설이 있다.  

   여수 오동도의 동백숲은 오동도에 예쁜 부인을 둔 한 어부가 고기 잡으러 나간 사이에 도둑이 들었다가 부인이 너무 예뻐서 겁탈을 하려 하자 도망을 치다가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는데 그 부인을 묻은 자리에서 낯모른 나무가 나서 자라 부인처럼 예쁜 꽃을 피웠는데 그것이 곧 동백꽃이었다 하며, 이 때부터 오동도에 동백나무가 자라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 외에도 유명한 동백나무숲은 많다. 영남에서는 보기 드문 섬인 온산 앞바다의 목도는 동백꽃이 많아 사람 들이 ‘동백섬’이라 부른다.

거제도의 동백나무숲에는 팔색조가 산다고 알려져 있다.

해남의 대흥사에도 동백나무숲이 유명하다.

거문도의 동백꽃은 검게 느껴질 정도로 붉다고 하며, 자생하는 흰색과 분홍색 동백도 같이 자라는 아주 귀중한 동백숲이라 한다.

 

동백나무가 다른 나무와 다른 특이한 것은 충매화(蟲媒花)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조매화(鳥媒花)라는 것이다. 수분(受粉)을 벌, 나비가 아닌 새가 하는 것이다. 하기야 그렇게 일찍 꽃을 피우니 추운 겨울에 곤충이 있으리 없지 않겠는가!  동백꽃의 꿀을 먹으면서 대신 동백꽃의 수분을 맡고있는 새의 이름도 동박새다.

 

녹색, 황금색, 흰색의 깃털이 아름다운 동박새는 여름에는 곤충도 잡아 먹지만 주로 동백꽃의 꿀을 먹고, 열매가 익으면 그 씨앗을 먹으면서 상부상조하는 새인데 동박새에 얽힌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나라에 욕심 많고 포악한 왕이 있었는데 임금자리를 물려 줄 아들이 없어서 자기가 죽게 되면 동생의 두 아들 중에 하나가 물려받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욕심 많은 왕은 그것이 싫어서 동생의 두 아들을 죽일 궁리를 하였다.

 

이를 눈치 챈 동생은 자신의 아들을 멀리 보내고 대신 닮은 두 소년을 데려다 놓았는데 왕이 이를 알고 멀리 보낸 동생의 두 아들을 잡아와 동생보고 ‘너의 아들이 아니니 네가 직접 죽이라’ 명하였다.

 

동생은 자신의 아들들을 죽일 수 없어 스스로 자결하여 붉은 피를 흘리며 죽자 이를 보던 두 아들은 새로 변하여 날아가 버렸다.

 

자결한 동생은 죽어서 동백나무가 되어 크게 자라 꽃을 피우자 새로 변하여 날아갔던 두 아들이 두 마리의 새가 되어 돌아 와서 둥지 틀고 살기 시작하였는데 이 새가 바로 동박새라는 것이다.

 

동백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여인네들의 머릿기름으로 써 온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일이고, 동백꽃은 피멍을 풀거나, 토혈, 장염으로 인한 하혈, 월경과다, 산후 출혈이 멎지 않을 때, 화상 등에 약으로 쓰이는데 생약명은 ‘산다화(山茶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