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수실 같은 꽃송이가 쌀 농사 풍흉을 점쳐주는 나무

이팝나무

 

 

 

 

 

 

 

 

 

 

 

 

 


‘이밥에 고깃국!’배고프던 시절 고깃국과 함께 하얀 쌀밥을 먹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 경험은 나이 지긋한 사람이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지금도 배고픈 곳, 북한에서는 쌀밥을‘이밥’이라 한다. 그 이밥이 변음하여 ‘이팝’이 되어‘이팝나무’가 된 것이니 이는 곧 ‘쌀밥나무’라는 뜻이다.

 

또 쌀밥을 이밥이라 하게 된 것도 가난했던 조선시대에 쌀밥은‘양반인 이씨들만 먹는 밥’뜻에서 생겨난 이름이라고도 한다. .  이름이 쌀밥에서 유래했듯이 이팝나무는 쌀과 관련이 깊은 나무다. 이 나무가 ‘이팝나무’라는 부르게 된 유래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增補>(2014. 5. 25) KBS 주말 인기 역사드라마 '정도전'에서 고려 조정의 권력을 장악한 수문하시중 이성계가 정도전의 제안에 따라 권신 귀족들이 독점하다시피 한 농지를 몰수하여 서민들에게 나누어주고, 9등분(井)하여 그중 하나(1/9)의 수확을 나라에 세금으로 바치는 이른바 '정전제(井田制)'를 강행하여 서민도 쌀밥을 먹게되자 서민들이 쌀밥을 '이성계가 준 밥'이란 뜻으로 '이밥'이라 한다면서 고려를 지탱하려고 혼신의 힘을 쏟는 충신 정몽주는 민심이 이성계에게로 넘어가는 것을 걱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니까 이팝나무의 '이팝''이밥'이 변음한 것이고, '이밥''이성계가 준 밥'에서 온 말이라는 뜻이다.

 

① 이팝나무가 옆으로 가지가 뻗어 펑펑한 수형에서 하늘을 향해 새하얀 꽃을 뭉게구름 처럼 피어서 온 나무를 덮고 있는 모습이 한창 힘께나 쓰는 일꾼의 밥 주발 위로 붕긋이 올라온 쌀밥그릇 모양이기 때문이라 이팝나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② 이팝나무가 오랜 옛날부터 쌀 농사가 잘 될 것인가 즉 그 해에 풍년이 들것인가를 점쳐주는 나무로 알려져 온데서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즉 이팝나무가 꽃을 풍성하게 피우면 그 해 쌀 농사가 풍년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된다는 것이다. 나무가 무슨 신통력이 있어서 점을 치겠는가 마는 오늘날 과학적인 사고로 접근한 해석은 이러하다.

 

이팝나무 꽃이 다른 나무보다는 좀 늦게 음력 오월에 꽃을 피우는데 이때가 바로 모내기가 한창일 때이다. 이팝나무가 꽃을 풍성하게 피운다는 것은 곧 토양이 수분을 충분히 품고 있다는 뜻이니 모내기철에 물이 많으면 그 해의 쌀 농사는 잘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③ 옛날 경상도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열 여덟 살에 이 마을로 시집 와서 시어머니의 터무니없는 구박에도 순종하며 사는 착한 며느리가 있었다.

 

어느 날 제사가 있어서 시어머니가 내주는 쌀로 제삿밥을 짓게 되었는데 친정이 워낙 가난하여 시집 올 때까지 잡곡밥만 짓고 한번도 쌀밥을 지어 본 적이 없어 밥물을 얼마로 잡아야 할지 잘 몰라 혹시나 제삿밥을 잘못 지어 낭패 할 까봐 몹시 겁이 났다.

 

그래서 뜸이 제대로 들었나 보려고 밥알을 조금 떠서 먹어보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시어머니가 부엌 문틈으로 이 광경을 보고 말았다.‘제사에 쓸 멧밥을 몰래 퍼먹고 있다’ 면서 온갖 구박을 다하였다. 며칠을 두고 시어머니의 학대를 견디다 못한 며느리는 몰래 뒷산으로 올라가 나무에 목을 메어 죽고 말았다.

 

이 며느리가 묻힌 무덤에서 이듬해 봄에 낯모르는 나무 하나가 자라더니 흰 꽃을 나무 가득히 피워 냈다. 동네 사람들은 이밥에 한이 맺힌 며느리가 죽어서 이밥처럼 생긴 꽃을 피우는 나무라 하여 이 나무를 ‘이팝나무’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④ 그러나 이팝나무 이름의 유래에 대하여 쌀과 관계없는 다른 전설도 있다. 이 나무의 꽃이 여름에 들어서는 절기인 입하(立夏) 에 피기 때문에 한자어로‘입하목(立夏木)’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입하’가 연음화 하여 ‘이파’가 되고, 나무이름이 되면서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전라북도 일부 지방에서는 지금도 이 나무를 입하목이라 부르고 있다.

 

또 다른 한자 이름으로는

‘여섯 가지 도를 깨우친 나무’뜻으로 육도목(六道木),     

‘꽃 모양이 수실처럼 생겼다’ 유소수(流蘇樹),

중국과 일본에서‘이팝나무 잎을 차(茶) 대용으로 쓴다’다엽수(茶葉樹)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서해의 외로운 섬 어청도에서는 뻣나무라고 부르는데 아마 이 나무가 물푸레나무과에 속하여 몹시 야물면서 그 가지와 줄기가 몹시 뻣뻣한데서 온 이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암나무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고 하는 데 그 뜻은 모르겠다.

 

이팝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9점으로 랭킹 6위이다.

전북 고창(제183호),

진안(제214호), 어린아이가 죽으면 이 나무 밑에 묻어주는 풍속이 이어져 왔는데 신통하게도 흉풍년을 잘 맞혀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의 죽은 영혼이 농사에 애쓰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려 미리 흉풍을 예견해 준다고 생각해 왔다.

전남 광양(재235호),

승주 쌍암면(제36호), 맨 처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으로 550살쯤 되었는데 이 나무는 동네사람들의 기상목이며, 정자목이고 신통력이 있는 신목이요 당산목이다.

경남 양산 상북면 석계리(제186호), 양산의 이팝나무는 지금 한창 전성기인데 170년 전에 정씨의 선조 한 분이 어린것을 뒷산에서 마을 앞으로 옮겨 심어 지금까지 삼대가 돌보고 있는 나무라 한다.    

신전리(제234호),

김해 한림면 신천리(제185호). 동네 사람들이 마을 샘을 보호해 주는 귀한 나무로 여기고 있다한다.

부산 구포(제309호), 지금도 정월 대보름이면 동네 사람들이 한해의 안녕을 비는 치성을 드리는 나무이다.

양정동(제187호), 풍년을 점치는 기상목의 역활을 톡톡히 해 왔는데 요즈음을 신통력을 잃었다 한다. 아마 공해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승주 송광사에 있는 이팝나무는 수 백년 된 것으로 한 때 명성을 누려 천연기념물 제44호로 지정되었으니 지금은 너무 늙어서 기운이 쇠잔하여 지정에서 해제하였다 한다.

 

이팝나무의 적지는 원래 전라도와 경상도의 따뜻한 남쪽이지만 내륙에도 옮겨 심으면 죽지 않고 잘 자란다. 90년대 중반에 농원에서 묘목을 50그루 사서 고향 집 뒤 공터에 심었는데 90%가 살았다. 다른 나무와 함께 좀 촘촘히 심었는데 생존경쟁에서도 강하여 키가 엄청 크게 자라 햇빛을 다른 나무에게 빼앗기지 않고 잘 자라고 있다.

 

잘 핀 순백의 이팝나무 꽃을 보면 우아하면서도 황홀경에 빠진다. 대전 유성의 관광지구의 가로수를 이팝나무로 바꾸었는데 아직 어린 나무인데도 이 꽃이 필 때(5월 하순)면 정말 황홀하다. 끝

 

'쌀밥나무' 이팝나무
2014. 3. 5. 조선일보 萬物相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전북 진안군 마령면 마령초등학교 정문 양쪽 담장 안에 이팝나무 일곱 그루가 서 있다. 키가 13m까지 치솟은 천연기념물 '평지리 이팝나무군(群)'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아기사리'라고 부른다. 아기가 묻혔던 곳이라는 뜻이다. 300년 전 마령 들녘에 흉년이 들었다. 엄마 빈 젖만 빨다 굶어 죽은 아기를 아버지가 지게에 지고 가 묻었다. 아버지는 무덤 곁에 이팝나무를 심어줬다. 죽어서라도 쌀밥 실컷 먹으라 했다.

▶이팝나무는 오뉴월 보릿고개에 흰 쌀밥 같은 꽃을 가득 피웠다. 꽃이 얼마나 푸지고 눈부신지 쌀밥치고도 윤기 자르르한 고봉밥이었다. 이팝나무엔 밥 한번 배불리 먹고 싶어 했던 백성의 한(恨)이 서려 있다. 마령면 사람들이 아기 무덤을 피해 다니면서 이팝나무는 잘 자라 숲을 이뤘다. 그 숲에 초등학교가 들어섰다. 슬픈 이팝나무 아래서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뛰어논다.

▶이팝이라는 이름은 잡곡 없이 입쌀로만 지은 이밥에서 나왔다고 한다. 김일성이 인민 먹이겠다던 그 이밥이다. 입쌀밥을 가리키는 옛말 니밥이 변한 말이다. 조선왕조 이씨 은혜 입은 사람만 먹었다 해서 이밥이라는 얘기도 있다. 조팝나무는 이팝보다 키도 꽃도 작다. 하얀 꽃에 노란 꽃술 박힌 게 좁쌀 섞은 조밥 같다. 그래서 조팝이다. 영어로 이팝은 Snow flower, 눈꽃이다. 조팝은 Bridal wreath, 신부(新婦)의 화관(花冠)이다. 같은 꽃 보는 눈이 그렇게나 달랐다.

▶그제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 동상 옆에 여야 의원들이 이팝나무를 심었다. 영·호남 동서 화합을 이루자며 경북·전남 지역구 의원들이 만든 동서화합포럼의 두 번째 행사다. 지난 1월엔 전남 신안 하의도의 김대중 대통령 생가를 찾았었다. 눈 속에서도 피는 홍매화를 앞마당에 심었다. 새누리당 경북 의원들이 김대중 생가를, 민주당 전남 의원들이 박정희 생가를 찾은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이팝나무는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좋아했던 나무라 한다. 국민 모두 쌀밥 먹게 하겠다는 소망과 의지가 담겼다. 박근혜 대통령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신하던 시절 식수 행사에 이팝나무를 자주 심었다. 구미 생가에선 새누리당 당원과 주민들이 "김대중" "민주당"을 외치며 민주당 의원들을 맞았다. 이팝나무를 고른 의원들 안목이 돋보인다. 이팝나무와 홍매화처럼 아름다운 화합의 꽃이 피면 좋겠다. 봄이 오면 청계천변 이팝나무도 흐드러지게 꽃을 피울 것이다. 차고 넘치는 세상에 이팝 꽃 보며 배고픔과 쌀밥 떠올릴 이가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