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볏 꽃 피우고 금실 좋게 밤 잠자는 나무

자귀나무

 


 

 

 

 

 

 

 

 

박꽃은 낮에는 닫혀 있다가 밤에만 핀다. 중국 노래에 나오는 예라이샹(夜來香)이라는 꽃도 낮에는 꽃닢을 오무리고 밤에 피어나 진한 향기를 내품기 때문에 밤거리의 아가씨를 말하기도 한다.

 

식물도 생물이니 낮과 밤의 변화에 따른 생리현상이 있겠지만 사람의 눈으로 보아서는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누가 봐도 밤에는 잠을 자는 나무가 바로 자귀나무다.

 

미모사가 건드리면 잎새가 움츠려 드는 것처럼 자귀나무는 밤이 되면 예외 없이 마주 난 두 잎이 서로 맞대고 잠을 잔다. 이들을 수면운동(睡眠運動)이라 하며 자귀나무가 밤에 두 잎을 맞대고 있는 것은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는 밤에는 에너지 발산이 적도록 잎의 표면을 되도록 적게 하고자 하는 생존 전략의 하나라고 한다. 

 

자귀나무가 두 잎을 맞대고 밤을 지내는 특성 때문에 합환목(合歡木),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등 여러 가지 이름을 얻었다.

 

아카시아나 장미가 복엽(複葉)으로 잎자루를 사이에 두고 잎이 마주 나지만 끝의 한 개는 외톨로 남게 되는데 자귀나무는 항상 잎이 짝수로 혼자 외따로 남는 것이 없다. 그래서 금실 좋은 합혼수라는 것이다.

 

자귀나무 수꽃은 꽃잎이 퇴화되어 없어지고, 한 개 꽃받침 위에 3Cm 쯤 되는 스물 다섯 개 정도가 수술이 다섯 방향의 위쪽을 향해 나 있다. 아래서나 옆에서 바라보면 공작의 볏처럼 보인다.  더구나 수술의 위쪽은 분홍색이고 아래쪽은 흰색이라 그 모양과 함께 색상이 매우 인상적이다. 수술의 위쪽 분홍색 대신에 노란색의 나무를 왕자귀나무라한다.

 

자귀나무의 수꽃이 숫 공작새의 볏처럼 색상이 아름다운 반면 암꽃은 미처 터지지 않은 꽃봉오리처럼 봉곳한 망울을 맺고 있어서 유심히 보지 않으면 꽃으로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자귀나무 열매는 콩깍지 속에 씨앗을 담고 있어 이 나무가 콩과식물로 분류되고 있다. 겨울 바람이 불어와 잎이 다 떨어져도 콩깍지는 그냥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면서 서로 부딪혀 달가닥거리는 소리를 낸다.         

 

옛날 사람들이 이 소리가 얼마나 귀에 거슬렸는지 자귀나무를 여설목(女舌木: 여자의 혀 같은 나무)이라 불렀다. 

 

자귀나무 잎을 소가 좋아하여 잘 먹기 때문에 소쌀나무라는 별명도 얻고 있다. 또 서양에서는 자귀나무를 비단나무(Silk tree)라 부른다고 하는데 이렇게 부르게 된 내력은 잘 모르지만 아마 작은 잎새가 촘촘히 난 것이 비단결 같이 고와서 그렇게 부르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제주도에서는 자구낭(=나무)이라 부르며 아이가 이 나무 밑에 누우면 곧 학질에 걸린다고 믿기 때문에 집에 심기를 금하는 나무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그러나 옛날도 육지의 다른 지방에서는 신혼부부의 창밖에 자귀나무를 심어 부부의 금실이 좋기를 기원했다고 한다.

 

전해오는 이야기 중에 어느 현명한 아내는 단오 날에 자귀나무 꽃을 따다가 말려서 벼개닛에 넣어두고 남편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조금씩 꺼내서 술에 넣어주곤 하였다 한다. 울적할 때 자귀나무 꽃의 향긋한 향이 기분전환을 해 주었던 모양이다.

 

중국에서는 자귀나무를 뜰에 심으면 가족간의 미움이 사라지고, 친구의 노여움을 풀고자 할 때는 잎을 따서 보내는 풍속도 있었다고 하며, 일본에서는 자귀나무로 절굿공이를 만들어 부엌에 두고 쓰면 집안이 화목해 진다고 믿는다고도 한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자귀나무와 깊은 관련을 맺으면서 농사일을 했다고 한다.

  봄이 와서 자귀나무 마른 가지에 움이 트기 시작하면 농부는 늦서리 걱정을 접고 서둘러 곡식을 파종하며(서리가 다 온 후에 잎이 늦게 피는 데서 얻은 지혜)  

  자귀나무에 첫 번째 꽃이 피면 팥 씨를 뿌려 놓고, 꽃이 만발하면 올해 팥 농사는 풍년일거라고 안심하고 굽혔던 허리를 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