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견새 눈물이 씨가 되어 돋아 나, 온 산을 불태우는 참꽃

진달래

 

봄이 되면 잎도 나오기 전에 이 산 저 산에 지천으로 피는 꽃, 진달래꽃이다. 두견화(杜鵑花)라고도 부른다. 두견화는 중국에서 전해진 이름인데 옛날 중국의 촉(蜀)나라의  망제(望帝) 두우(杜宇)가 전쟁에 패하여 나라를 잃고 죽어서 두견새(소쩍새, 자규)가 되어 매년 봄이 오면 찾아와 밤마다 이 산 저 산 가리지 않고 온 산을 다니면서 슬프게 우는데 진달래꽃은 바로 두견새가 울면서 흘린 눈물이 떨어져 핀 꽃이라는 전설에서 얻은 이름이라고도 하고, 두견새의 입속이 진달래꽃처럼 붉어서 얻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한방에서는 진달래꽃을 만산홍(萬山紅)이라고도 하는데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꽃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어린 배고팠던 시절, 입 언저리가 새파랗도록 진달래 꽃을 따 먹었다. 때가 지나 진달래가 지고 이어 핀 산철쭉을 진달래로 잘 못 알고 따 먹다가 위독하거나 죽은 사람도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진달래는 ‘참꽃’, 철쭉은 ‘개꽃’이라 불렀다.

 

두견새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미 아사달동기회 홈페이지에‘이성영의 한시 감상’에 이미 소개한 바 있지만 단종어제 한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端宗御製(단종어제) 子規樓詩(자규루시)

 

一自寃禽出帝宮(일자원금출제궁)

孤身隻影碧山中(고신척영벽산중)

假眠夜夜眠無假(가면야야면무가)

窮恨年年恨不窮(궁한연년한불궁)

聲斷曉岑殘月白(성단효잠잔월백)

血流春谷落花紅(혈류춘곡낙화홍)

天聾尙未聞哀訴(천롱상미문애소)

何乃愁人耳獨聽(하내수인이독청)

 

단종어제 자규루시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을 나온 뒤로

외로운 몸 짝 없는 그림자 푸른 산 속을 헤맨다

밤이 가고 밤이 와도 잠을 못 이루고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은 끝이 없구나

두견새 소리 끊긴 새벽 뫼ㅅ부리에 달빛만 희고

피 뿌린 듯 봄 골짜기에 지는 꽃만 붉구나

하늘은 귀머거리인가 슬픈 이 하소연 어이 못 듣고

어찌 수심 많은 이 사람의 귀만 홀로 듣는가

 

우리나라 산에 자라는 진달래는 거의 같은 품종이고 간혹 진달래의 변종이 몇 가지 있다.

   흰 꽃이 피는 흰진달래,

   잎자루에 털이 있는 털진달래,

   잎이 더 넓은 왕진달래,

   잎 표면에 돌기가 나고 윤이 나는 반들진달래,

   열매가 가늘고 길며 한라산에만 자라는 한라산털진달래 등이 있다.

 

진달래가 이 땅에 자라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지만 무척 오래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진달래꽃으로 만들어 먹는 음식과 진달래에 얽힌 이야기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화전(花餞)놀이: 진달래꽃이 만발하는 삼월 삼짇날(음력 3얼 3일)에 부녀자들이 화사한 봄볕 아래서 진달래꽃으로 전을 붙여 먹고 노래하고 춤추며 하루를 보내던 봄놀이다. 집안 남정네들이 냇가에다 호박돌을 모아 솥뚜껑 뒤집어 얹어 화덕을 만들고 슬그머니 사라지면 아낙들이 솥뚜껑에 참기름을 둘리고 찹쌀가루 반죽에 진달래 꽃닢을 올린 부침이 즉 화전을 지져 먹고 각자 싸서 집에 남아있는 노인네와 남정네들에게 가져가는 것이다.

  진달래화채: 녹말가루를 묻힌 진달래꽃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오미자즙이나 꿀물에 띄워 마신다.

  두견주(杜鵑酒): 진달래 꽃잎으로 빚은 술을 두견주라 하는데 술을 담근지 100일만에 마시는 백일주(百日酒)가 좋고, 충남 당진의 두견주가 유명하다. 두견주는 찹쌀과 진달래꽃을 겹겹이 넣어 빚기도 하고, 청주에 진달래꽃을 넣어 담가두어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진달래꽃은 여러 가지 음식으로 만들어 먹고, 또 그 냥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참꽃이라 했고, 반면에 비슷한 꽃이지만 독성이 있어서 먹을 수가 없는 철쭉꽃을 개꽃이라 한 것이다.

  화전(花戰)놀이: 화전놀이 하는 사이 아이들은 화전을 부치느라고 꽃닢만 떼고 남은 암술대를 골라 서로 걸고 당겨서 상대방 것을 끊으면 이기는 또 다른 화전(花戰)놀이를 하며 논다.

  여의화장(如意花杖): 무병장수를 빌며 성(城)밟기 할 때 진달래꽃을 꺽어 꽃방망이를 만들어 여의화장이라 부르고 그 여의화장으로 서생(書生)의 머리를 때리면 그 해에 과거에 붙고, 기생의 등을 치면 정을 준다고 했다.

  진달래점: 진달래꽃이 한 해에 두 번 피면 가을 날씨가 따뜻하고, 진달래꽃이 여러 겹으로 피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진달래 나무 숯 물로 삼베나 모시를 물들이면 화학 염료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푸른 빛 또는 회색으로 염색된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헌화가(獻花歌): 신라 성덕여왕 때 수로부인이 강릉태수로 부임해 가는 남편 순정공을 따라 가다가 산에 핀 진달래꽃의 아름다움에 반해 수래를 멈추고 꽃을 따 줄 것을 부탁했으나 산이 너무 험해 주위 모든 사람이 주저하는데 소를 몰고 가던 한 노인이 그 진달래꽃을 따서 헌화하면서 부른 노래라고 한다.

   김소월시에도 진달래꽃이 나온다.

                 진달래 꽃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영변의 약산에 핀 진달래꽃을 한아름 따다가 나를 버리고 가는 임의 발길에 뿌려 놓겠으니 사뿐히 즈려밟고 가라는 애절한 시에 진달래꽃을 등장시킨 것은 무슨 뜻일까! 아마 그 애련한 꽃의 모습에서 찾아야 할 것만 같다.

 

개축한 나의 시골집 언덕바지에 철쭉 5그루와 함께 진달래도 5그루를 캐다 심었는데 살기는 모두 살았지만 올해는 옮겨 심은 데 따른 홍역을 치루는 때문인지 꽃이 신통치 않았다. 내년부터는 풍성하게 꽃이 필 것을 기대하며 한 해를 기다려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