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준령에 고고히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붉은 심재(心材)

주목(朱木)

 

 

 

 

 

 

 

 

 

 

 

 


태백산, 소백산, 덕유산, 한라산 등 높은 산에 속이 텅 비어 몇 사람이 들어서도 되는 노거수(老巨樹)가 붉은 색 줄기에 죽은 가지와 진한 초록색으로 반짝이는 침엽을 가지런히 단 산 가지가 어우러진 멋스런 나무! 그 가지에다 백설이라도 얹고 보면 사진작가를 그냥 보내지 않는 나무, 그것이 주목이다.

 

주목(朱木: 붉은 나무)이란 이름은 붉은 줄기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속의 심재(心材) 때문이다. 나무의 목재는 자란지 오래되어 굳어진 안쪽을 심재(心材)라 하고, 자란지 얼마 안 되는 바깥 부분을 변재(邊材)라 하는데 주목은 심재가 유난히 붉어서 얻게 된 이름이다. 향나무 또한 심재가 붉지만 주목을 따르지는 못한다.

 

주목을 강원도 일부에서는 적목(赤木)이라고 한다. 주목이란 이름보다 붉은 것을 더 강조한 이름이다. 경기도에서는 경목이라고 하고, 제주도에서는 노가리나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주목을 몹시 귀하게 여긴다고 한다. 신사에서 신을 모시는 ‘간누시’라는 사람은 항상 합죽선 같이 생긴 ‘홀’을 들고 있는데 이 홀은 반드시 주목의 붉은 심재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또 일본사람들은 주목을‘이찌이’라 하는 데 이것은‘제일’,‘최고’라는 뜻이다.

 

주목은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어 이로써 활을 만들면 좋은  활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미국의 인디안 들이 들소 떼를 쫓으며 사용하던 활이 주목나무 활이었다고 한다. 주목은 예로부터 재질이 탄력성이 있고 붉은 색깔에 광택과 향기가 있어 바둑판은 물론이고 불상 등 조각재로 각광을 받았다

 

주목의 용도는 조경수 외에도 붉은 색의 염료로도 쓰였으며 한방에서 약재로도 쓰여 왔다. 현대 의학에서도 주목에서 유방암, 인후암, 후두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꺟뭡?이라는 물질을 추출하였다고 하며 이뇨, 당뇨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주목은 통상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지, 그것도 응달에 많이 자생하는 것으로 보아 그늘을 좋아하는 나무이며 이 또한 자웅이수(雌雄異樹)이다. 충매화(蟲媒花) 가 아니기 때문에 꽃이 화려하지 않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친다. 열매는 앵두처럼 새빨갛게 생겼으나 자세히 보면 밑이 틔어져 있고 그 속에 까만 씨가 있어서 마치 작은 항아리 속에 종자가 들어있는 듯 하다.

 

주목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총 4만5천 평에 대부분 200년이 넘은 노거수 1,500그루가 자생하는 소백산의 주목군락(재244호) 뿐이지만 태백산의 주목들도 유일사-문수봉 일대가 천연보호림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이에 비하여 덕유산 주목은 지역개발이란 명목 아래 학살이 자행되었다.

 

덕유산 주봉 향적봉(1610m)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40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어 천년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목을 이 곳에서 향목(香木) 또는 적목(積木)이라 부른 데서 덕유산 주봉 향적봉(香積峰)의 이름까지 유래되었지만 북쪽 주목군락지에 스키장이 개발되면서 거의 없어지고 지금은 높은 곳에만 간간이 남아 옛 슬픈 일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스키장 개발을 추진한 회사 쌍방울은 수 백년 된 주목을 마구 베어 내면서 몇 그루를 살려 보겠다고 이식하는 쑈도 하였지만 결국 다 죽고 말았다. 이 곳 산꾼들은 무주스키장을 개발한 쌍방을이 망한 것을 빗대어‘산(덕유산)도 죽이고, 나무(주목)도 죽이고, 기업(쌍방울)도 죽었다’고 빗대어 말하고 있다.

 

주목은 장수목일 뿐만 아니라 줄기와 가지의 조직이 치밀하여 쉽게 썩지 않고 오래간다. 그래서 주목나무가 있는 곳에 가면 한 그루가 전체이든 가지이든 죽은 지 오래 되었지만 쓰러지거나 부러지지 않고 서 있는 고사목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목을 말 할 때‘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란 찬사를 붙이는 것이다.

 

2001년 12월 14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13일 동부산림관리청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임업연구원들이 정선군 사북읍 두위봉(해발 1466m) 정상에 있는 둘레 4.68m, 높이 14.5m의 주목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측정한 결과 수령이 1400년으로 삼국시대 중반부터 자라 온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 주목은 국내 최고령인 나무가 되었다.

 

 

 

 

 

 

 

 

 

 

 

 

 

 


수령 1400년의 나무중의 최고령 주목

주목은 자연스런 수형도 아름답고, 맹아력이 좋아 잔가지가 많이 나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원하는 모양의 수형으로 만들 수 있어서 정원수 등 조경수로 환영을 받고 있다.

 

나는 10년 전에 조경수 카다로그에서 주목을 보고 묘목 100주를 시골 터 밭에 심었으나 기술 부족으로 이래저래 다 죽이고 지금은 20그루 정도가 사람 키를 넘을 정도로 자랐다. 

 

주목 씨앗은 단풍나무 씨앗처럼 2년 발아하는 성질이 있는데 가을에 따서 모래와 섞어 그물 망에 넣고 10-20Cm 정도의 땅속에 묻어 얼도록 하였다가 이듬해 봄에 심으면 그 해에 싹이 난다.

 

나는 대전 국과연 정원에서 씨를 채취하여 심은 것이 200여 그루의 2년 생 묘목을 얻게 되어 금년 봄에 논에 다 이식하였다.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