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는 팥, 꽃은 배(梨)처럼 생긴 두리(豆梨)

팥배나무

 

 

 

 

 

 

 

 

 


지금은 없어졌지만 내가 어리던 시절에는 내 시골집 뒤 골짜기 대나무밭 가에 엄청나게 큰 배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어른들이 이 나무를 팥배나무라 불렀다. 그런데 이 배나무는 무척 많은 배가 열렸지만 덩치 값도 못하게 배는 탱자 정도로 잘고 시큼하면서 맛이 없었다. 그래도 주워 다가 광속에 넣어두면 서리가 내릴 때쯤은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것이 제법 먹을 만 했다. 워낙 먹을 것이 없었으니까 그랬었겠지.

지금 알고 보니 그 나무는 팥배나무가 아니라 돌배나무다.

 

팥배나무는 ‘꽃은 배꽃을 닮았고, 열매는 빨간 팥처럼 생겼다’해서 팥배나무라 부른다 한다. 한 십여 년 전 어느 늦가을에 집사람과 모처럼 사직공원을 거쳐 인왕산을 올랐는데 나무 잎이 다 떨어진 그리 크지 않은 나무들에 팥처럼 생긴 잘고 빨간 열매를 온 나무에 가득 차도록 매달고 있는 나무가 온 산을 덮을 정도로 무척 많았었다는 기억이 있다. 지금 알고 보니 그 나무가 바로 팥배나무다.

 

지금은 북한산이건 광교산이건 웬만한 산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봄에는 흰 꽃인데 다가 나무가 굵지는 않는 것이 키만 커서 꽃이 피었는지 어쩐지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지나간다.

 

그러나 가을 철 산행 때는 쉽게 팥배나무를 알아 볼 수 있다.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에 빨간 팥 같은 열매를 조롱조롱 매달고 있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산이면 어디서나 팥배나무를 볼 수 있는 것은 여러 큰 나무 사이에서 햇볕이 부족해도 잘 견디고 추위에도 강하고 땅이 비옥하지 않아도 끄떡없이 잘 자라기 때문이다.

 

잎은 손가락 만한 길이에 달걀처럼 둥글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이중으로 나 있고 잎맥이 아주 뚜렷하다. 꽃은 배꽃을 닮은 것이 늦봄에 한두 개가 아니라 열 개쯤 모여 부채춤을 추듯 둥글게 모여서 달린다. 열매는 이름 그대로 팥을 닮았다. 외모로는 어떻게 보면 찔레 열매 같기도 하지만 속을 잘라보면 배의 구조를 닮았다.

 

배나무에도 몇 가지 종이 있다.

  잎의 결각이 심하지 않으면 벌배나무,

  잎과 열매가 큰 것은 왕잎팥배나무,

  잎이 길죽한 것은 긴잎팥배나무,

  열매가 길죽한 것은 긴팥배나무,

  잎 뒤의 털이 잎이 질 때까지 남아 있으면 털팥배나무.

 

팥배나무 또한 지방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강원도에서는 벌배나무 또는 산매자나무,

   전라도에서는 물앵도나무,

   평안도에서는 운향나무,

    황해도에서는 물방치나무라고 부른다.

 

팥배나무를 한자어로는 감당(甘棠), 당리(棠梨), 두(杜), 두리(杜梨), 두리(豆梨) 등으로 쓰는데 배와 연관이 있는 이름들이다.

 

팥배나무 열매는 사람이 먹어도 해롭지는 않지만 별 맛이 없어서 먹질 안는다. 그러나 새와 짐승들에게는 좋은 먹이가 된다. 얼마 전에 아산회 전회장 김상근이 팥배나무 열매로 담근 술이라면서 가져 왔는데 원래 나는 술맛을 모르니까 좋은지 어떤지 모르지만 색깔만은 양주 빛을 띈 것이 먹음직스러웠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