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무 (서언)
태백산 주목의 겨울나기
  산을 오르는 그 자체도 이미 즐거운 일이지만 산을 산답게 꾸미는 또 하나의 주인, 나무에 대해서 알게 되면 산행의 즐거움은 배가(倍加)됩니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이란 말을 ‘어진 사람 산을 좋아한다’고 해석하지만 역으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 어질게 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조령모개(朝令暮改)로 변덕스런 인간사에 비하여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계절이 바뀜에 따라 대자연에 순응하는 그 자태, 산을 오르는 사람은 그것을 배우게 되니 그것이 곧 인(仁)인 것입니다.

  나무 또한 그 자리에서 봄 되면 새 잎 나고 꽃피어 신록(新綠)과 꽃동산을 이루고, 여름이 오면 짙은 녹음(綠陰)을 드리우며, 가을에 단풍 들고, 겨울에 눈꽃을 피우면서 계절에 순응할 뿐만 아니라 어린 묘목(苗木)이 자라 성목(成木)이 되고, 수명을 다하여 고사목(枯死木)이 되어 바람에 쓰러질 때까지 말없이 산을 지키고 있으니 이 또한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인(仁)을 가르치는 스승인 것입니다.

  우리 이 땅에도 오래 전부터 수많은 나무가 우리 조상들과 함께하면서 자라왔습니다. 때가 되면 환하게 꽃을 피우고 또 탐스런 열매를 맺는 우리 나무들은 사람들에게 유형무형의 혜택을 주어왔지만 사람들은 이런 것을 모르고 생활에 바쁘다는 핑계로 나무에 대하여 무관심한 것이 보통입니다.

  학술적인 것을 떠나 그 동안 수집된 나무 이름의 유래, 줄기와 가지와 잎의 모양, 그 나무와 관련된 전설과 나무에 얽힌 이야기 등을 엮어 봅니다.

  나는 원래 심심산골 태생으로 어린시절부터 나무와 풀과 돌을 친구로 삼아 자랐지만 내가 국과연에 근무하던 중간쯤 되는 '95년 어느날 구내 책방에서 임업연구원 광릉수목원에 근무하는 이유미(李惟美) 박사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나무 백가지’라는 책을 사서 읽으면서 딴은 나무를 안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그 때부터 이 책에서 얻은 재미나는 이야기며 자료들을 소중히 정리하고, 국립공원 등의 산행 때 나무에 붙어있는 표말들을 열심히 읽고, 문화재 천연기념물 목록, 옛날에 들은 이야기, 신문 등에 나온 이야기들을 모아 두었던 것을 나름대로 종합 정리하였습니다.

  상식이지만 나무를 분류함에 있어서 상록수와 낙엽수, 교목과 관목으로 나누는데 상록수와 낙엽수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고, 교목은 소나무, 참나무처럼 한 뿌리에서 하나의 줄기가 돋아 나서 작은 줄기와 가지를 뻗는 나무를 말하고, 관목은 개나리, 진달래, 철쭉처럼 뿌리에서 계속적으로 줄기가 돋아나는 나무를 말합니다.

  산을 찾거나 길가다가 소개된 나무를 만나면 한번쯤 생각해 볼 것을 권합니다. 상록수(常綠樹), 대교목(大喬木), 소교목(小喬木),관목(灌木), 과수(果樹), 덩굴나무 순으로 이어갈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