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산 진한 꽃향기, 노란색 꽃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

 

 

 

 

 

 

 

 

 

 


보통 사람들은 봄에 맨 먼저 피는 꽃이 매화, 개나리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빨리 꽃을 피우는 것이 생강나무다. 꽃이 노란색인데다 개나리처럼 흐드러지게 피지 않기 때문에 이른봄에 산에 올라 유심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친다. 그래서 전국 어느 산에나 있는 생강나무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고 지낸다.

 

생강나무 햇 가지를 꺾거나 잎을 따서 손으로 비벼서 냄새를 맡으면 코를 찌르는 아주 진한 생강 냄새를 풍긴다. 뿐만 아니라 꽃도 아주 진한 난향(蘭香)과 유사한 향기를 풍긴다.

 

내가 국과연 기숙사에서 계절과 일기를 가리지 않고 매일 오르던 계룡산 우산봉 중간의 연화봉 등산로 양측에 생강나무가 많다. 아직 사람들이 춥다고 웅크리는 이른봄에 꽃이 드문드문 매달린 가지 몇 개를 꺾어와 화병에 꽂아 놓으면 온 방이 진한 꽃향기로 차고, 연구실에다 놓으면 특유의 향기가 온 연구동에 퍼진다.

 

알고 보면 그 흔한 생강나무를 그냥 무심코 지나친 것이 아쉽고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몇 그루를 캐다가 시골집 울타리 가에 심었는데 딱 한 그루만 가냘프게 살아 남아 보기에 너무 애처로워 지난번 시골에 갔을 때 또 한 그루를 옆에다 심어 주었는데 잘 살아서 친구처럼 자라 주고 있다.

 

생강나무는 이른 봄 노란 꽃으로 시작하여 늦가을에 노란 단풍으로 끝난다. 다른 나무들이 아름답게 물들었던 단풍도 다가오는 겨울 준비 때문에 힘겨운 듯 낙엽으로 떨어뜨린 늦가을까지 생강나무는 노란 단풍을 달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노란 단풍을 달고 있는 가지에 자칫 열매로 오인할 정도로 둥글고 큰 꽃망울이 달고 있다. 잎도 지기 전에 내년 이른봄에 남보다 먼저 꽃을 피우기 위해 미리 꽃망울인 미리 준비하고 있는 부지런한 나무다.

 

생강나무 꽃은 산수유 꽃과 구별하기 힘들도록 닮았다. 꽃의 크기와 색깔과 모양이 아주 흡사하다. 그래서 처음 생강나무 꽃을 보는 사람은 누구나 산수유 꽃으로 생각한다. (산수유나무참조)

 

우리나라에 생강이 들어 온 기록이 1608년이니까 그 이전에는 생강나무의 어린 가지와 잎을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향료로 썼다고 한다. 생강나무 향료는 생강보다 톡 쏘지 않고, 산뜻하여 냄새가 아니라 향기로 느껴진다.

 

생강나무가 우리나라 어느 산이건 넓게 분포되어 있는 것은 기껏 커 봐야 3미터 정도의 소교목인데 대 교목 사이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그래서 참나무  숲 속이건, 소나무 숲 속이건 가리지 않고 자라고 있어 산의 초입에서부터 해발 1000m나 되는 높은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생강나무에서 갈라진 몇 가지 품종이 있는데

잎의 뒷면에 유난히 긴 털이 나 있는 털생강나무

잎이 보통의 생강나무처럼 세 갈래가 아니고 둥글게 하나로 연결된 둥근생강나무

잎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전북 내장산에서만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의 고로쇠생강나무 등이 있다.

 

생강나무의 까만 열매는 기름을 짜는데 그 기름으로 동백기름처럼 여인네들이 머리에 발랐기 때문에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중부 이북지방에서는 생강나무를 산동백나무라고 도 불렀고, 특히 강원도에서는 동박나무라고도 불렀다.

 

그래서 정선아리랑 중에는 동박나무가 나오는 구절도 있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 장 철 임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

          아우라지 지 장구 아저씨 배 좀 건네 주게

          싸리골 올 동박이 다 떨어진다.

 

강원도 정선의 아우라지 나루터 건너 싸리골에는 생강나무가 무척이나 많았던 모양이다. 생강나무 열매 따다가 기름을 짜서 머리에 말라 멋 좀 내 보려고 장구가락에 신명 많은 지씨 성의 나룻배 사공에게 배 좀 건네 달라고 사정하는 내용이다.

한방에서는 생강나무를 ‘황매목(黃梅木)’이라 하는데 매화처럼 이른 봄에 노란 꽃이 피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가지를 ‘황매피’라 하여 햇볕에 말려서 잘 개 썰어 한방 약제로 쓰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