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젖한 산(山) 속에서 아침해 뜨는(旦) 나무(木)

산사(山査)나무

 

 

 

 

 

 

 

 


산사나무는 깊은 산 속 잡목들 틈에 끼어 언 듯 보기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것 같지만 유심히 관찰 해보면 쉽게 구분이 되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꽃은 우산살처럼 둥글게 모여 달리는 꽃차례에 주변이 환해지도록 하얀 꽃이 뭉게구름처럼 피어 웬만한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야광薩(夜光)나무’라는 이름을 얻고 있다.

  이른 겨울까지 매달려 있는 검붉은 색의 열매다. 꽃이 모여 피다 보니 자연히 열매도 여러 개가 모여 송이를 이룬다. 또 열매를 씹어 보면 사과처럼 아삭이며 새콤달콤한 맛이 있어 산사나무가 ‘산에 있는 사과나무’라는 뜻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다.

  나무 잎이 마치 국화잎처럼 깊게 결각이 진 개성 있는 초록빛을 띄고 있다.

  가지에는 기다란 가시가 돋아 있지만 탱자나무나 엄나무처럼 날카로운 것이 아니라 작은 가지인지 가시인지도 구분하기 힘들게 그저 점잖게 위엄만 보인다.

 

산사나무의 (査)자는 붉은 열매와 희고 밝은 꽃이 마치 ‘붉은 태양이 떠서 환하게 밝아지는 아침(旦:단, 해가 뜨는 모양)을 뜻하는 나무(木) 즉 단목(旦木)’이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도 이 나무를 산사수(山査樹)라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에 따라 산사나무를

    야광나무,

    이광나무,

    뚱광나무,

    아가위나무,

    동배 등 여러 가지로 부르고,

 

한자어로는

    산리홍(山裏紅),

    산조홍(山早紅),

    홍과자(紅果子),

    산로(山露) 라고도 부른다.

 

산사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북부, 사할린, 시베리아 등 북방계 식물이며 유럽과 북미 등 서양에도 유사종이 많아 전 세계적으로는 100여 종이 된다고 하며 서양 종은 꽃에 붉은 빛이 도는 것이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산사나무는 기본종 외에 주로 잎의 모양에 따라 여러 종이 있다.

    잎이 크게 갈라지고 열매가 큰 넓은잎산사,

    잎의 열편이 좁은 좁은잎산사,

    잎이 아주 깊게 갈라진 가새잎산사,

    잎 뒷면에 털이 나 있는 털산사 등이 있다.

 

중국에서는 15세기 명나라 때부터 소화기계통에 약효가 있다 하여 재배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재배한 기록은 없으나 고궁의 뜰에 큰 나무가 있는 것을 보면 왕실과 큰 정원을 가진 양반층이 정원수로 기른 것으로 생각된다.

 

「물류상감지(物類相感誌)」라는 고전에 살이 질긴 늙은 닭을 삶을 때 산사자(山査子: 열매)를 몇 알 넣으면 잘 무른다고 하고, 생선을 먹고 중독되었을 때 해독제로 쓴다고 하였다. 생선을 좋아하는 일본에는 산사나무가 자생하지 않기 때문에 조선 영조 때 우리나라에서 산사나무를 가져가 어약원(御藥園)에 재배했다는 기록도 있다 한다.

 

산사나무의 열매 즉 산사자는 옛날에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고 한다.

  껍질을 벗긴 산사육에 찹살가루와 계피가루를 넣고 꿀을 탄 것이 산사죽이 되고,

  산사자를 빻아 걸러서 율무나 녹말가루를 넣어 끓이다가 설탕이나 꿀을 타면 산사탕(山査蕩)이 되며,

  산사자를 쪄서 으깨어 체에 거른 다음 설탕이나 꿀을 타서 끓인 다음 식히면 산사병(山査餠)이 되고,

  산사자는 설탕과 함께 졸여서 산사쨈을 만들수도 있으며,

  산사자 250그램 정도에 소주 1리터를 붓고 적당량의 설탕을 넣고 밀봉하여 2개월쯤 두면 겨울철 별미의 붉은 산사주(山査酒)가 된다.

  열매 뿐만 아니라 산사나무도 달여 마사면 약간 시큼하지만 향긋한 산사차도 된다.

  중국에서는 꿀이나 설탕에 절인 산사자를 후식으로 먹으면서 당호로(糖胡蘆)라 하며 몇 개식 꼬치에 꿰어 팔기도 하는데 특히 고기를 먹은 후 후식으로 먹는다고 한다.

 

이렇게 산사나무나 열매가 여러 가지 음식으로 애용된 것은 위를 튼튼히 하고, 소화를 도우며, 장의 기능을 바르게 하는 약효가 있기 때문이다.

 

산사나무 열매는 새들이 즐겨 먹는 먹이로 이를 정원수로 기르면 꽃피는 봄에는 벌, 나비가 찾아오고, 가을에는 새들이 찾아오는 화조(花鳥)의 낙원에서 산사주나 산사차를 마시는 신선 같은 생활을 시도해 볼만하다.

 

원주 치악산 남쪽 신림면 신림리에는 흉고 둘레가 1미터나 되는 300살이 넘은 큰 산사나무가 있는데 동네 사람들은 ‘노인나무’라고 부른다 한다.

 

경복궁 정원에도 아주 잘 자란 산사나무가 있는데 꽃도 풍성하게 피고, 열매도 풍성하게 달려 그 큰 나뭇가지에 가득 매달린 검붉은 열매를 보고 ‘태양이 부서져 조각조각 이 나무에 매달린 것 같다’고 표현한 사람도 있었다 한다.

 

아산회가 매년 11월 결성기념산신제를 올리는 불암산 봉화대에 두 그루의 큼직한 산사나무가 있는데 누군가가 표지를 달아 놓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미 잎도 지고, 열매도 남아있지 않아서 별 관심 없이 지나치게 된다.

 

산사나무의 열매를 가장 잘 표현한 이름이 산리홍(山裏紅)이다. 그리 흔하지는 않아도 우리나라 섬 지방을 제외하고는 어느 산에 가나 볼 수 있는데 숲의 가장자리 시냇가, 산 속 오솔길 호젓한 곳에서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라는 뜻이니 말이다.

 

서양에서는 산사나무를 하손(Hawthorn)이라 부르는데 이는 ‘벼락을 막는다’는 뜻이라 하며 ‘산사나무가 천둥 칠 때 생겨난 나무라 벼락을 막아 줄 것이라’하여 울타리로 많이 심는다 하며, 아기가 잠자는 요람 옆에 산사나무 가지를 놓아두면 마귀가 아기를 해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예수가 이 나무의 가시에 찔려 피를 흘렸기 때문에 가시를 옷에 꽂아 놓으면 벼락도 피할 수 있고, 집안에 꽂아 놓으면 화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산사나무에 대한 벽사(僻邪:요괴를 물리침)의 신앙도 있다고 한다.

 

또 산사나무를 오월을 대표하는 나무라 하여 메이(May)라고도  부르는데 1620년 유럽의 청교도들이 신대륙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타고 간 배의 이름이 메이 프라워(The May Flower) 즉 ‘산사나무 꽃’이란 뜻인데 이것이 산사나무의 벽사신앙에서 비롯되어 벼락을 막아주리라는 기원이 담긴 이름이라 한다.

 

서양의 그리스, 로마시대 때 결혼하는 신부가 쓰는 관을 산사나무의 작은 가지로 장식했다 하며, 신랑, 신부는 산사나무 가지를 든 들러리를 따라 입장하고, 이 나무의 횃불 사이로 퇴장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는 이 성스러운 결혼식에 마귀가 끼어 드는 것을 막기 위한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고 한다.

 

산사나무는 성자 특히 예수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영웅이나 성자가 산사나무 지팡이를 땅에 꽂으면 거기에서 뿌리가 나고 잎이 나고 꽃을 피운다는 전설이 있는데 성경에 나오는 아론의 지팡이가 한 예다.

  여러 기독교 국가에서는 산사나무를 ‘홀리손(Holythorn)’이라 부르는데 이는 ‘거룩한 가시나무’란 뜻이며 그것은 예수가 수난을 받은 성(聖)금요일에 꽃을 피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1932년 이탈리아 안드리아교회서 성금요일과 천사 가브리엘이 성모님께 그리스도의 잉태를 고한 축제일이 겹친 날에 희미했던 산사나무 껍질에 핏빛을 띄우는 검붉은 얼룩이 생겨서 이를 기적이라며 크게 보도되었고, 같은 해 브릭센성당에서도 산사나무가 피 같은 땀을 흘린다고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하였다 한다.

  에게해의 로도스섬에 있는 산사나무는 반드시 성금요일의 기도시간에 맞추어 꽃봉오리가 부풀어오른다고 한다.

  요셉 아리마테라는 성자가 열 한 명의 제자들과 함께 성배를 받들고 그래스톤버리라는 옛 도시의 언덕에 올라 산사나무 지팡이를 땅에 꽂고 쉬었더니 지팡이에서 뿌리가 내리고 가지가 무성해지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꽃이 피었다는 전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