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마을과 들녘, 노란색 꽃 봄의 전령사

산수유(山茱萸)

 

 

 

 

 

 

 

 

 

 

 


산에서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나무가 생강나무라면 마을 가까이 들녘에서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전령사는 산수유다. 이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것으로 동백꽃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남쪽 지방에 국한되고 또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한 때 피기 때문에 봄의 전령사라고 할 수는 없다.

 

생강나무는 산에만 있고, 산수유는 개나리처럼 흔하게 있는 나무가 아니라서 보통 사람들은 개나리가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나무로 알고 있지만 생강나무와 산수유 꽃은 겨울 동안에 이미 터질 듯한 꽃망울을 달고 있다가 봄기운이 돌자마자 꽃을 터트린다.

 

봄의 전령사 생강나무와 산수유는 나무 줄기, 잎, 열매 아무 것도 닮은 데가 없는데 꽃만은 신통하게 닮았다.

 

노란 색깔이 닮았고, 꽃술이 한 곳에 모여 피는 꽃송이 모양이 닮았고, 꽃 한 개 한 개의 개체가 무척이나 닮았다. 그래서 보통사람은 꽃만 보고는 생강나무 꽃과 산수유 꽃을 구별하기 힘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무 줄기도 다르고, 꽃도 산수유 꽃송이의 낱개 꽃자루가 긴데 비해 생강나무 꽃의 낱개는 꽃자루가 거의 없이 가지에 달라붙어 있는 듯 하다.

산수유꽃과 생강나무꽃

 

 

 

 

 

 

 

 

 


낙엽수는 늦가을이면 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잠에 들어간다. 그러나 산수유는 낙엽수이면서도 겨울에도 잠들지 않고 봄을 위하여 꽃망울 준비한다.

 

봄에 노란 꽃을 피워 봄을 맨 먼저 알리고, 여름 내내 억새 뵈는 잎새로 생명력을 찬미하다가 가을에 작고, 빨갛고, 앙증스런 산수유 열매로 결실의 기쁨을 만끽하고, 잎새가 채 시들기도 전에 내년 봄을 위한 꽃눈을 맺어 겨울이 와서 찬바람 불고 눈이 쌓이는 동안에도 산수유는 많은 꽃눈을 한 데 포개어 다음 이른봄에 빨리 터트릴 수 있도록 부풀리고 있다.

산수유의 겨울 꽃눈

 

 

 

 

 

 

 

 

 

 

 


그러고 보면 산수유에게는 일년의 계절이 처음과 끝이 없다. 결실의 시기에 또 다른 세대를 잉태하니 처음이 어디이고 끝이 또한 어디인가!

 

산수유는 중국에서 들여와 심은 것으로 알려져 왔었는데 1920년대에 나가이라는 일본인 식물학자가 경기도 광릉에서 산수유 거목 두 세 그루를 발견한 후 학자들의 연구 결과 우리나라도 산수유의 자생지임이 밝혀졌다.

 

200년 전에 기술한 「산림경제」라는 책에도 산수유나무에 대하여 기록한 것을 보면 ‘2월에 꽃이 피는데 붉은 열매도 보고 즐길만하며 땅이 얼기 전이나 녹은 후에 아무 때라도 심으면 된다’고 적힌 것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심었던 나무인 것 같다.

 

산수유의 한자이름은 석조(石棗), 촉산조(促酸棗), 육조(肉棗) 등으로 조(棗)자가 든 것은 열매의 모양이 대추를 닮은 데서 얻은 이름이다.  촉산조(促酸棗)에서 산(酸)자가 든 것은 산수유 열매가 신맛이 나는 데서 얻은 이름이기도 하다.

 

산수유는 한방에서 매우 중요한 약재로 쓰인다. 산수유는 약으로 유정, 조루증, 노인성 빈뇨증, 어린이 야뇨증, 허리나 무릎이 저리고 아픈데, 어지럼증, 귀에서 소리가 나는데, 하체 무력감, 여자 빈혈, 심한 월경 출혈 등 다양한 증상에 처방된다. 그래서 한약방이면 반드시 큼직한 산수유 약 서랍을 보게 된다.

 

산수유의 학명에서 특징을 설명하는 종소명 오피키날리스(officinalis)‘약용한다’는 뜻이라 하니 산수유가 약재로 취급하는 것은 동서양이 같은 것 같다.

 

산수유 열매는 과육이 씨에 착 달라붙어 있어서 한약재로 쓰기 위하여 씨를 과육에서 분리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지금은 쇠퇴했지만 일제로부터 해방 전후 약용으로 산수유를 많이 재배했던 경기도 여주, 이천 등지에는 마을 처녀들이 모여 앉아 산수유 열매를 입에 넣어 씨를 발라 뱉고, 과육은 입 속에 모아 한 입이 되면 그릇에 담곤 하는데 처녀들이 입으로 모은 것이 정력을 높이는 약효가 더 크다는 비약된 소문까지 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산수유 열매로 담근 술은 옛날부터 정력강장 보약제로 알려져 왔다. 산수유 열매를 소주에 몇 개월 밀봉해 담갔다가 걸러서 마시는데 발그레한 볼처럼 약한 홍조를 띄는 반투명하고 은은한 술 빛 보기가 좋다. 그러면서 다른 과실주와 달리 별다른 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산수유나무를 오래 전부터 숭상하여 큰 산수유나무 단지를 이룬 곳은 지리산 북쪽의 남원 산내면과 구례 산동면이다. 특히 산동면 상위마을은 이른 봄 온 산골 마을을 노랗게 물들인 산수유 꽃 풍경이 매년 TV 화면에 소개되곤 한다.

 

이만은 못하지만 우리 내외가 충북 제천의 금수산 산행시 보니 금수산 서편 백운동 마을도 큰 산수유단지를 이루고 있었다. 수령이 꾀 오래된 나무들이 온 동네에 꽉 차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