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특산의 작은 잎새 Koreana 상자나무(box tree)

회양목

 

 

 

 

 

 

 

 

 

 

 

 

 

 

 

 


사람들은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길 경계, 축대의 바위틈 등에서 잔가지와 작은 잎을 가지고 공처럼 동그랗게 전정한 조경수 회양목은 흔히 보지만 산에서는 보기 힘들기 때문에 외국산 나무인줄로만 안다.

 

그러나 회양목은 우리나라가 고향이다. 회양목의 학명 벅스서 마이크로필라 버라이어티 코레아나(Buxus microphylla var. koreana)의 종소명 코레아나(koreana) 그 증거이다.

 

학명에서 속명(屬名) 벅스서(Buxus)는 ‘상자(Box)’라는 말의 라틴어인데 회양목의 영어 이름 박스트리(boxtree)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고, 옛날 서양에서는 이 나무의 질기고 야문 줄기를 엮어서 상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종소명 마이크로필라(microphylla)는 ‘작은 잎’이란 뜻으로 회양목의 작은 잎을 표현한 것이다.

 

회양목을 한자로는 황양목(黃楊木)이라 하는데 이 나무 목재의 속이 누런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회양목은 함경도와 전라도의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분포하여 자라는데 특히 경북, 충북 등 석회암지대에 지표식물로 많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회양목은 경기도 화성군 용주사에 있는 나무인데 전하는 바로는 정조 임금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융건능(隆乾陵)을 이 곳에 창건하면서 함께 건립한 용주사에 심은  나무라 하니 300년 이상 지난 것으로 본다. 그 높이가 5m, 굵기가 한 뼘으로 우리나라에서 살아 남아 있는 회양목 중에서는 가장크기 때문에 1979년에 천연기념물 제264호로 지정되었다.

 

다음으로 큰 회양목은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의 퇴계선생이 거처하던 집 앞에 있는 나무인데 높이는 고작 2m 밖에 안되지만 전해지는 바로는 1년에 1치(寸) 밖에 크지 않고, 윤년(閏年)에는 오히려 오그라든다고 한다.

 

회양목은 상록성 나무로 여름에는 진초록색 잎을 갖고 있다가 겨울에는 색깔이 다소 퇴색된 붉은 빛이 돈다. 1Cm도 못 되는 작은 타원형의 잎은 통통하게 느껴질 정도로 두껍고 반질반질하다.

 

이른 봄에 녹색이 섞인 노란 색의 작은 꽃은 밀원이 귀한 이른 봄 피어 월동한 벌 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 주어 원기를 회복케 하는 중요한 밀원이다.

 

회양목의 꽃은 암수가 따로 있는데 수꽃은 암술은 흔적만 있고 세 개 정도의 수술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로 암꽃은 세 가지로 갈려진 암술만 가지고 있다. 이 암수 꽃들은 함께 몰려 피는데 암꽃이 가운데 있고, 수꽃이 그 둘레에 있다.

 

열매는 암술대가 세 개의 뿔처럼 남아있는 재미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여름에는 초록색이고 점차 갈색으로 변하면서 익기 시작하여 다 익으면 저절로 벌어져 아주작고 윤기 나는 씨앗을 퍼트린다.

 

회양목의 사촌격인 변종으로는

긴잎회양목: 잎이 좁고 길다.

섬회양목: 섬지방에서만 자라며, 잎이 더 크고 잎자루에 털이 없다.

 

회양목이 지금은 고작 조경목으로 개발되어 관상에만 쓰이지만 옛날에는 용도가 자못 다양했던 것 같다.  우선 나무 목질이 단단하여 옛날에는 도장 재료로 많이 쓰였기 때문에 ‘도장나무’라는 별명을 얻었다. 회양목은 직경 25Cm가 되려면 600-700년은 자라야 할 만큼 성장이 아주 느려서 재질이 치밀하고 균일하며 광택까지 나기 때문에 도장을 비롯하여 조각재, 목관 악기, 현악기 줄 받이, 장기 알, 각종 측량도구의 목질부분 등에 이용되는 고급 목재였다.

 

조상들은 여인네들이 머리를 빗던 빗 중에 참빗은 촘촘하여 살이 잘 부러지지 않기 때문에 흔한 대나무로 만들었지만 얼레빗(경상도에서는 얼기빗)은 성기기 때문에 자칫 살이 잘 부러져 단단한 회양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 지금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양반의 호패(號牌)를 만드는데 높은 벼슬아치는 상아나 검은 뿔 같은 수입한 고급 재료로 만들었지만 생원이나 진사급 신분의 사람들의 것은 회양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회양목이 워낙 느리게 자라는데다 얼레빗 만드는데 쓰여 호패 만들 재료가 부족하자 다른 용도에 쓰는 것을 금한 적도 있다 하며, 회양목을 공물로 바치게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지금 산에 큰 회양목을 볼 수 없는 것도 이렇게 회양목의 쓰임새가 많고 고급으로 쓰였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회양목은 약용으로도 이용되었다고 하는데 잎과 가지 또는 수피는  북신, 파라북신 등의 성분이 류마티스, 산모 난산 후 지혈 등에 쓰였고, 뿌리는 풍과 습기로 인한 통증, 줄기는 지혈과 타박상, 그 외에도 백일해, 치통 등에 쓰였다고 한다.

 

회양목이 전정을 해도 그 모양을 유지하면서 굳건히 살아 남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관상용 조경수로 개발될 수 있는 천성을 지녔다. 그래서 회양목의 꽃말도 ‘극기와 냉정’이라 한다.

 

우리나라 회양목이 1917년 윌슨이라는 미국사람이 관악산에서 채집한 것이 미국으로 들어가서 ‘윈트 그린(Winter green)’이란 이름으로 개발되었고, 1989년 단양에서 채집된 것이 미국으로 들어가 ‘윈트 뷰티(Winter beauty)’라는 새 품종으로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다고 한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 땅의 회양목에 이렇게 관심을 쏟고 있는데 정작 주인인 우리는 아주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90년대 초반에 내가 국과연에 근무하면서 개발에 참여했던 C3I지휘소자동화체계 선행개발품 시험평가차 관악산 남쪽에 있는 육군통신사령부에 약 6개월간 파견 나와 있을 때 아내와 관악산 남쪽 부분인 육봉능선을 오르면서 키가 2m 쯤 되는 엉성하게 자란 회양목을 보았지만 별 관심 없이 지나쳤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는 다시 그 곳을 가서 그 때 일을 사과하는 뜻으로 유심히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회양목은 그늘이건 양지건 가리지 않고, 건조와 공해도 잘 견디기 때문에 기르기 쉽지만 석회질을 좋아하여 잎이 황색으로 변질되면 석회질이 부족한 징후이므로 보충해 주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