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2 신 )
玉이 당신에게
  이제 자리를 잡은 것 같애. 어디냐구?
  인연이란 게 있나 봐. 光州서
(특별)보수반 工夫할 때 열심히 듣던 (라디오)連續放送劇(연속방송극) '달아달아 밝은 달아'라는 거 당신도 기억하는지 몰라. 거기에 '슈엔'이란 월남 여선생 이름이 나오잖아. 그 방송극의 무대가 바로 여기야. '안꽝'이란 마을이야. 바다가 눈 앞에 전개되고, 경치가 참 좋은 곳이야.

  또 한가지는
(특별)보수반에서 '공중기동작전'이란 과목 실습 때 지도를 가지고 많이 보던 지역이니 어쨌던 인연이 많은 지역에 이제는 실제로 와서 (내가)서게 되었군.

  참, 그 동안 잘 있었겠지. 혹시 서울 갔다 와서 아이들하고 앓아 들어 눕지나 않았는지 걱정되는군. 부모님들도 안녕하시고, 석희하고 무영이 하고는 학교에 나간다고 김천에 나갔겠군.

  보직이 뭐냐고? 내가 원하고 온 중대장은 처음은 곤란한 모양이야. 대대 교육관
(s-3)을 인수하게 되겠어. 전망은 이 교육관을 4개월쯤 하고, 중대장으로 나갈 것 같애. 뒤늦게 '막차로 온 손님들'이란 설움인지도 몰라. 보직이 무엇이던 꾹 참고 착실히 근무하는 게 군인의 자세랄까-. 대대장님도 (육사)11기 선배님이고(안교덕 중령), 부대대장님은 보병학교에서 교관을 할 때 조석으로 만나던 분이고, 전임 교육관은 동기생(반준석대위)이고 하니 모든 사람들이 낯설지 않군. 참, (보병학교)교육통제실에서 같이 근무하던 (육사 20기)이규완(중위)(월남에 와서) 대위로 진급하여 계속 월남에 있으면서 중대장을 우리 대대에서 하고 있어. 아직 만나 보지는 않았는데 만나면 무척 반가울 거야.

  이렇게 후배가 일찍 와서 중대장을 하고 있는데
(나는) 이게 뭐야, 뒤늦게 와서 대대교육관을 하다니. 하기는 당장 나가서 당황하는 것보단 대대에서 모든 상황을 익히고 나가는 게 좋기는 하다는군. 그렇지만 이렇게 되면 귀국은 불가피하게 약간 늦어져야 하는 수 밖에. 얼마나? 그건 몰라. 교육관 자리에 얼마나 오래 있느냐에 달렸지. 더군다나 내년에 진급이 있어서 시련의 해니까. 신중을 기해야겠지.

  본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단 안전해. 적도 한국군 특히 맹호와는 대결 할려고 덤비질 않는 모양이야. 옛날
(휴전선)GP근무 때보다 약간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돼. 그러면 걱정할 필요 없지? 당신이나 애들 데리고 건강에 조심하구려.

  서울서 찍은 사진을 찾았거든 겉봉 주소대로 한 장 보내 주구려. 잘 됐겠지 뭐.
  자 그럼 오늘은 이만, 다른데도 편지 써야지. Good night.

고국 편지 ('69. 2. 22)
그리운 당신에게
  여기 부모님도 평안하시며 나도 역시--- 시화, 미애도 잘 놉니다. 구정이라고 대구 남서방네 식구도 왔다가 오늘(22일)에야 갔습니다. 몇일 동안 떠들썩 한 날이었지만 내 마음 속엔 당신이 더 그려지더군요. '형제들이 다 모였는데'하는 데서 말이에요.

  김포에서 당신을 떠나보내고 뒤 돌아 오는 우리 세 식구는 허전했습니다. 아이들을 보니 가엽게만 보였어요. 아빠를 보겠다고 와서 "안녕히!"라는 말 한마디 똑똑히 못하고 헤어졌으니-. 시화는 "아빠 비행기 타는 것 보았냐?"고 했더니 "안 봤다"며 아쉬워 하는 모양. 춥다고 우는군요.
  서울에 있고싶은 마음이 없어 그 이튿날로 김천 집으로 무사히 왔으나 너무나 많이 내린 눈으로 3일을 김천(석희 자취하는 집)에서 지내고 무사히 (시골)집에 왔습니다.

  오늘은 당신 생일이군요.(음력 1월 6일) 날이나 알고 지내는지 모르나 집에선 미역국을 끓여 먹었어요. 내일 미애 돌이 돌아오는군요. 마륵리(광주 상무대 옆동네)에서 낳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년이 흘렀군요. 올해의 일년도 이렇게 빨리 가야 할 텐데. 가만히 앉아있으면 "시화야!"하고 문을 여는 당신과 시화가 빙그레 웃는 모습이 그려지는군요.

  돈
(국내 1년분 봉급 선불한 것)을 가지고 와 소 한 마리 샀습니다. 57,000원 주고. 상품은 아닌가 봐요. 새끼를 뱄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채가 거의 50,000원. 나머지는 저금을 했는데 20,000원은 따로. 집에선 모릅니다. 아버님의 병환이나 고치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다음에 부치는 돈은 전부 적금이나 들려고 합니다. 부모님도 당신이 멀리 전쟁터에 보내 번 돈이라고 낭비 없이 할려고 생각하십니다.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쓸 돈은 가축에서 나오는 것 가지고 쓸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S-3
(작전장교)에 있다고요? 빈틈없는 당신이기에 잘 해 나가리라 생각합니다. 항상 주위를 살피셔서 몸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중대장을 늦게 하면 귀국이 늦다고요? 나에게는 좋은 소식이 못 되는군요. 그러나 당신이 하는 일이니 따를 수 밖에 없겠군요. 무리는 안 하는 것이 좋아요.

요사이 라디오에서 (베트콩의)공세가 시작된 것 같던데 몸조심 하세요. 이것이 내가 항상 하고싶은 말입니다. 그리고 '슈엔'
('68-'69 간의 MBC라디오 드라마 '달아달아 밝은 달아'의 여주인공, 월남 직업학교 여선생)과 같은 여자에게 홀리지 말고요.

 그러면 항상 몸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의 사진이 잘 되었군요. 시화, 미애가 아주 귀엽게 생겼군요. 더구나 믿음직한 당신도 말입니다. 보고싶을 땐 사진을 보게 되는군요. 자주 편지 해 주세요. 이것이 나에겐 용기이니까요. 가끔 사진도 보내주세요. 당신을 그리면 안녕히. 다음에 또 쓸게요.

당신의 옥이 올림.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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