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4 신 )
玉이 당신에게
  내일부터 한 보름 들놀이를 가나 봐. 나가서 펜을 들 수 없을런지도 몰라. 그래서 펜을 들었지.
  지금쯤 당신은 이원에 있을런지도 모르겠군. 부모님들 무사하시고 동생들도 잘 있겠지. 시화, 미애도 잘 있고. 당신도? 이원 어머님도 안녕하시고 옥란인 학교 잘 다니겠지.
  난 그 동안 잘 있었어. 식욕도 괜찮은 것이 이곳 기후나 음식이 (내)체질에 어느 정도 맞는 모양이야.
  지금까지는 견습 식으로 따라 다니며 배웠는데 내일부터는 이제 내가 무전기 송신기를 잡아야지. 월남전에 있어서 한국이 (적)보다 우수한 것은 전 번에 말 한 바와 같이 팔방미인 헬리콥터와 무전기야. 웬만한 데는 전부 통할 수 있는 아주 성능이 좋은 무전기를 가지고 있으니까-.
  월남전은 전쟁 치고는 참 재미있는 전쟁이야. 적이 아군의 진지를 부수겠다고 특히 따이한 군대를 공격하겠다고 나선다는 것 지금 상태로는 생각도 못해. 다만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달려드는 식이지.
  (전장에서) 적을 만나면 무서워 해야 할 텐데 보물을 찾은 양 좋아하는 판이야. 월남은 더운 것 빼고는 참 살기 좋은 곳인 것 같애. 일년 내내 산과 들에 먹을 것이 있으니. 같은 들에서도 한 쪽은 모를 심는데 다른 쪽에서는 벼를 베니까. 이런 조건이 베트콩은 멸종시킬 수 없는 원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돼.
  사진 3장 보내는데 온 지 얼마 안 돼서 찍은 스냅이라 인상이 고약하군. 지금은 이(사진)보다 얼굴이 새까맣게 탔어-.시화, 미애가 보고싶군. 당신도-. 빨리 당신에게서 답장 오고 서울서 찍은 우리 가족사진이 와야 될 텐데---
  농사철 바쁜 때가 오기 전에 아버님이 병원에 가셔야 할 텐데. 어떻게 가기로 결정됐나? 서둘러서 수술을 하시도록 해야지.
  자, 오늘은 이만. 빨리 자야지 내일 아침부터 또 설치지. 그럼 안녕.

월남에서 미애 아빠가
대대 각 중대기지와 시설을 둘러보기위해 헬기타고

대대 OP벙커 위에서 대대 지역을 둘러보며

대대 작전장교로서 첫 전투 '박마산 전투' 때 대대전투지휘소
예기치 못한 교전으로 아군 피해도 발생했었다.
고국 편지 ('69. 3. 18)
그리운 당신에게
  여보!
  펜을 들고 보니 무엇을 먼저 써야 할지 모르겠군요.
  여보! 그간 안녕?
  먼저 편지에 들(작전) 간다고 했는데 작전을 하러 갔겠지요? 그렇게 되면 잠과 고달픔, 그것 뿐이겠어요. 라디오를 통해 각 부대에서 전과 상황을 이야기 할 때는 당신도 얼마나 고생을 하랴 하는 마음이 먼저 앞서는군요. 또한 무사하기를 빌면서 말입니다.
  오늘은 당신이 부친 돈이 도착했습니다. 김천우체국에서 부항우체국으로 옮겨져 왔군요. 액수는 16,929원입니다. 받고 보니 반가움보다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 지 걱정이 생기는군요. 한 푼도 쓰지 않고 적금이나 들려고 하는데---
집에선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모르겠군요. 어떻게 해서든 한 푼도 쓰지 말아야지요. 너무 염려는 마세요. 이 돈이 어떤 돈인가 생각하면 1원 한 장이 나에겐 살과 같군요. 여보! 너무 골치 아픈 이야기를 썼나 봐요.
  여긴 이제 차츰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여기 저기서 봄이라는 소식과 함께 잔설만 음지에 남아 있고, 한 낮이면 아지랑이가 아롱거립니다. 방에서만 떠들썩 하던 아이들이 이제 마당으로 뛰어다니며 놀고요. 우리 집에 시화도 벌써 끌어 새까맣게 되었어요. 미애는 역시 아빠를 닮아 가나 봐요. 당신도 까맣게 되었다니 말입니다.
  시화는 여전히 개구장이이고 미애는 이제 재롱도 늘고 무엇을 말하려고 제법 종알거립니다. "엄마-"하고 부르기도 하고, 당신 사진을 보면서 "아빠-"라고 하면 "빠, 빠"하면서 바라보며 종알거립니다. 혼자 보기에는 아깝군요.
  집에 아버님은 대구에서 2월 28일 수술을 하셔 이제 퇴원을 해서 김천 석희아가씨 한테서 조리를 하고 계십니다. 집에 오시면 아이들과 움직여야 하니까 조용히 계시는 것이 아직은 좋다고 하는군요. 어머님도 아버님 병환 간호하시러 김천에서 안 오셨습니다. 집엔 우리 세 식구와 큰삼촌, 고모(정희) 5식구가 있지요. 앞으로 10일이나 있으면 아버님도 들어 오실 것 같습니다. 경과는 양호하시다고 합니다.
  전 번 제4신 속의 사진 받았습니다. 당신의 사진을 보니 우리 세 식구는 아빠를 본 양 좋아했습니다. 시화도 (밖에서)놀다가 뛰어 와 보고, 옥인 반가움과 보고싶음에 눈물이 나와 혼났어요.
  여보! 정말 보고싶어요.
  요사이 라디오에선 춘계공세가 계속된 속에 오늘도 사이공 주변에 공세가 있을 거라는 소식을 들으니 걱정스럽군요. 우리 아빠에겐 무운을 빌께요.
  여보! 빨리 마치고 아들 딸이 있고, 옥이가 있는 이곳으로 빨리 오세요. 가신지 얼마 안 되는데 성급히 썼는지 모르지만,
  여보! 다음에 쓸께요. 지금도 베트콩 잡기에 잠도 못자고 고생하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무사하기를 빌며 이 밤도 안녕히!

당신의 옥이 드림 3. 18
자주 편지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