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5 신 )
玉이 당신에게
  예상보다는 빨리 (기지)로 내려왔어. 그래도 전쟁터에서 집이라고 기지에 돌아오니 마치 고향에 돌아 온 기분이구만. 하지만 부하를 잃는다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야. 그것도 후배를-.

  그 동안 잘 있었지? 이원은 다녀왔나? 그리고 아버님 어머님도 이젠 농사철이 다가오니 준비에 바쁘시겠지? 시화, 미애도 잘 놀고? 종종 아빠를 찾을 테지. 넓은 마당에 나와 맨발로 뛰어다닐 애들이 눈에 보이는 듯 하구만. 이원 어머님과 옥란이도 무사하시겠지? 난 그 동안 잘 있었어. 의외로 식성이 괜찮게 맞는 셈이라 내 생각에는 얼굴에 축난 것 같지는 않아.

  '정글'이란 말은 많이 듣고 써 왔지만 이번 작전에서 진짜 정글을 보았군. '수해(樹海)'란 말이 꼭 맞을 거야. 이름은 하나도 모르겠고 기껏해야 야자, 바나나, 선인장 정도이고, 꽃집에서 보던 낯익은 나무들이 많더군. 이런 정글과 VC는 깊은 관계가 있는 거야. 월남을 평정하자면 이런 정글이 없어져야 될 것 같아.

  미애 돌에는 어떻게 간단히 행사라도 했나? 사진 한 장쯤 찍어 주지. 이 다음 커서 불평 듣지 않으려면. 같이 온 따블빽 동기생들이 모두 첫 편지
(답장)을 받은 모양인데 난 왜? 아마 2일에 한 번씩 우체부가 들어오는 산골이라서 그렇겠지 하고 며칠 더 기다려 봐야지. 3대대에 계신 선배 한 분은 편지 4통을 한꺼번에 받아 들고서도 "왜 이렇게 편지가 안 오지?"하고 투덜투덜 하더구먼. 그 뜻을 지금은 알 것만 같애.

  첫 수당은 1$ 10센트 밖에 못 받았군. 당신에게 60$ 송금된 모양이야. 돈에 눈이 뒤집힌 친구들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받거든 즉시 회답해
(당시 파월 된 군인과 민간인들 중에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는 것이 사람들이 많아서 혹시 수당 송금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도중에 교묘하게 착복하는 일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쓴 것으로 생각됨)

  의무적으로 적금을 해야 되는 모양인데 18%가 아니라 30%로 상승했구먼. 45$을 적금으로
(별도)송금했나봐. 어느 은행인지 영수증이 와 봐야 알지. 이런 식으로 한다면 다음달부터도 80$ 정도 밖에 송금을 못 할 것 같으니까 그렇게 계산해서 당신이 잘 해 봐. 적금을 들든지 예금을 하던지 말야.

  전쟁터에선 아니 월남이란 곳에서는 인간 그 자체의 본성이 나타나는군. 아무리 허식을 잘 꾸밀려고 해도 인간의 추한 일면이 남김 없이 폭로되는군. 남들 아니 모르는 사람이 들을 땐 사랑방에서 구수한 이야기 꺼리가 될는지 모르지만 곁에서 보고 듣고 할 때는 구역질이 날려고 하는군.

  병사가 죽어가면서 똥을 싸고, 고통을 못 참아 몸부림치는 장면과는 정반대로 최고사령부의 보고서에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라고 쓰여지는 전쟁의 부조리를 엮은 영화의 생각이 나는군. 높은 고지의 밤은 남국에서도 꽤 쌀쌀해. 야전잠바를 가져왔고, 추리닝을 가져 오기를 참 잘한 거야.

  여보! 1개 대대의 작전분야를 맡은 작전관이야. 다른 사람에 비해 몹시 바빠. 그리고 큰 책임감을 느끼면서 지휘관을 보좌하는데 잘못이 없도록 하기 위해 무척 노력하는데 잘 안 되는 것 같애. 이런 땐 당신이 옆에서 도와 줬으면 싶더군. 둔한 머리를 짜내서라도 작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휘관을 돕는 것이 현재 나의 임무인 만치 그것만 생각할래. 그리고 잠자리에 들면 당신과 시화, 미애를 생각하며 푹 자고 또 눈을 뜨면 가지가지의 다가오는 각종 작전을 계획하고, 통제하고, 감독해야지.

  그럼 오늘은 이만. 난 일주일에 1장을 쓰더라도 1일에 한 통씩 받고 싶어. 참 이기적이지?
  그럼 안녕.

월남에서 당신의 영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