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15 신 )
옥이 당신에게
  여보! 하루가 또 저물었군. 낮에는 각 중대장과 대대장님이 (안꽝 휴양소에)오셔서 수상스키로 하루 오후를 보냈어. 나도 탈 줄 아느냐고? 이제 신입생이야. 처음 수상스키를 신어 보았으니까. 그렇지만 몇 번 신어 본 다른 중대장들 보다 낫다고 환성이더구만. 이번 휴양기간 동안에 완전히 마스터 해야지. 배워서 남주나?

  여보! 요사인 참 신경이 예민해졌나 봐. 부하를 가진 자는 가장 강하면서도 또 가장 약한 것 같애. 적과 부디쳐 밀고 나갈 때는 정말 맹호의 두목처럼 되지만 가지각색의 성격과 생각들을 가진
(부하를 거느린) 부대 지휘관은 항상 불안한 거야. 마치 화로 가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처럼. 아직 꾿꾿한 신념을 갖지 못한 초년생 전투지휘관이라 그럴까?

  저녁에도 아이들
(중대원들)과 영화를 구경하고 몇몇이 돌아앉아 이런 저런 얘기하며 늦게까지 있다가 지금 들어 온 거야. 무슨 얘기들을 했느냐고? 80%가 적을 잡는 얘기, 20%는 기타 얘기.

  월남에는 목화나무가 있어. 한 나무에 목화가 주렁주렁 여는 나무가 있단 말야. 지난 고보이 작전 때 씨를 좀 줏어 모아 왔는데 이 편지 봉투 속에 넣어서 보내려고 했는데 중대기지 내 방에 갖다 두었다누만. 다음 편지 봉투 속에 넣어보낼게. 현대판 문익점이 될지 누가 알아. 목화 송이가 한국에서 재배하는 것 보다 5-6배 크고 질도 좋은 것 같애. 고국에 봄이니까 지금쯤 보내면 꼭 맞겠구먼.

  오늘은 무슨 얘기 끝에 콩나물 사 들고 오는 시화를 보고 당신이 "다시는 그런 심부름 시키지 않겠다"고 했지? 또 시화를 데리고 콩나물 사러 갔다가
(시화가)주인 모르게 콩나물 몇 개를 집어 넣었다가 도루 갔다 놓더라는 당신의 얘기가 머리에 떠 올랐어. 참 영화 제목이 ‘남자 식모’여서 그랬군.

  정영이가 그래도 허공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겠다고 애쓰는 모습이 참 안타깝구먼. 그렇지만 그는 성공할 수 있을거야. 당신의 10신 답장하고
(정영이가)서울에서 쓴 편지를 받았는데 직장이 됐는지 모르겠구먼. 그래도 주재에 석희와 무영이 걱정하는 것이 기특하고 고맙지 뭐야. 못나고 무능한 형을 두어 고생하는 것 같애.

  서울 기수에 대한 부탁은 바로 편지 썼는데 바쁜 직책에 그런 것까지 답장은 못 쓰는 모양이지. 소식이 없어. 어떻게 됐는지. 못 들은 척 하는 건지 모르겠군.

  OP에서 81미리 박격포
(조명탄)를 띄우는구먼. 무슨 상황이 있는지 알아 봐야지. 그럼 이만- 안녕
월남에서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