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17 신 )
옥이 당신에게
  Base에 있는 동안이나마 자주 펜을 들어야지. 내일 또 작전을 나간다오. 여기 온 지 석달이 넘었지만 지나 다니며 구경만 한 푸캇산(Nui Ba)(주)을 이제 내일부터 누비게 됐군. 물론 멀리 고국에서 당신이 걱정해주니 중대원 전원이 이상 없이 개선하리라고 믿고 자신있게 출발하겠어.

  기수가 우선 원하는 통신병과를 받아 통신학교에 가 있다니 누구의 힘이든 고사하고 큰 다행이구료. 다음 단계도 잘 되어야 할텐데.

  4월 달에 눈이 내렸다니 참 신기한 얘기를 듣는 것 같구려. 아마
(날씨가) 꽃샘을 하는 모양이지. 요사이 월남은 건기라 작전 나가면 더위와 갈증과 싸우는 셈이야.

  4월분 수당 송금도 역시 부항우체국으로 했는데 다음 5월부터는 김천으로 할게. 자- 오늘은 이만 쓸래. 빨리 자고 내일부터 가벼운 맘으로
(작전을)한바탕 해야지.
  그럼 안녕.
월남에서 당신을 그리며

(주) 푸캇산(Nui Ba): 해발 995m로 기억됨. 우리말로 ‘어머니 산’ 동북쪽 9부 능선에 젖꼭지 모양의 바위가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며, 풋캇군에 있다 하여 한국 군인들이 ‘풋캇산’이라고 불렀음, 해안 가까이 우뚝 솟아 배로 월남에 도착하는 파월 한국 군인들이 맨 먼저 보게 되고, 임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군인들은 맨 마지막까지 보는 월남 땅임
고국 편지 ('69. 5. 30)
여보!
  산천이 녹색으로 변한 초여름. 다른 해에 비해 시원하고 좀 서늘한 기분으로 아주 맑게 개였군요.
  여보! 당신의 편지를 받은 지 일주일이나 늦게 펜을 들었군요. 미안---

  작전을 나갔었다고요? 모든 장병들과 개선하고 돌아왔을 줄 압니다. 까맣고 텁수룩하니
(해 가지고) 작전의 고생을 이야기 하듯이 돌아왔겠지요. 그런 것을 생각하니 옥이도 좀 피곤하고 피로가 와도 잊어버린답니다.

  이젠 누에가 석 잠을 자고, 뽕 주기에 바쁘군요. 어젠
(정희)아가씨와 어머님이 큰 산에 가서 뽕을 딴다고 갔다 왔는데 아주 많이 따왔군요. 많은 수입도 없는 것이 애만 먹는가 봐요.

  미애, 시화는 잘 놀아요. 미애는 아주 재롱이 늘고, 말을 한다고 중얼거리는 품이 온 집안 식구들을 웃음바탕으로 만들곤 해요. 시화는 손발이 모두 까맣게 타고, 들과 산으로 다니며 잘 논답니다.

  어젠 소가 송아지를 낳았어요. 암송아지군요. 황송아지가 값이 많다고 하던데. 어쨌던 기쁜 일--- 그런데 어느 구멍으로 들어갈 지 모를 판---.

  여보! 많은 중대원들, 생각이 각각 다른 사람들을 통솔하기에 힘들겠지? 빨리 이 해가 가야지. 빨리 빨리요. 여보! 다른 여러 말보단 ‘빨리 나날이 가거라’ ? 당신이 빨리 돌아오게 말이에요. 시화도 심심할 땐 아빠생각이 간절한 모양-. 신문이 오면 “편지는 안 왔어?”하고 이야기 하며 못내 서운한 모양.

  그리고 대구 큰아가씨는 두 번이나 편지를 했는데도 편지-답장-가 안 온다고 서운해 하는 모양인데 한 장 써 보내세요. 큰 도련님은 먼저 이야기 한대로 대기 상태에 있는데 곧 소식이 올 줄 압니다.

  여보! 오늘도, 내일도 항상 무사하기를---- 안녕-
고국에서 옥이가.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