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18 신 )
옥이 당신에게
  여보! 귀한 편지를 두 장이나 받고 이제 답장을 쓰는군. 미안--- 또 핑계는 작전 때문이라고 할까. 사실 중대장으로 나온 지 벌써 한 달인데 중대장실 침대에서 자기는 오늘이 꼭 4번째 날이야. 그것도 연이어 BASE에 있은 것이 아니라 심신이 지쳐 아니 내가 지친게 아니라 병아리들(병사들)이 지쳐서 늘어진 것을 데리고 돌아 올 때면 나 역시 그렇군.

  겨우 하룻밤 자고 내일 저녁에나 당신한테 좀 더 고운 글을 띄울까 하면 또 출동--- 이렇게 된 거야. 작전에 지쳤다고 했는데 그건 중대장으로서 병아리들
(병사들)을 보는 마음에 불과한 거야. 맹호들은 지칠 줄 몰라. 또 끌고 나서면 어디서 나온 힘인지 생기 발랄하고 웃으며 나설 수 있는 강건한 남아들을 가졌기에 난들 힘이 나지 않겠나.

  그 동안 부모님들 평안하시다니 다행이야. 그리고 산골에서 답답하고, 힘들고, 외롭겠지만 당신도 잘 있다니 내게는 더욱 큰 힘이야. 더구나 당신이 써 오는 몇 줄의 글에서 시화, 미애가 뛰노는 것을 상상하며 정글을 뚫고, 늪을 건너고, 하루에도 옷이 5-6번 흠뻑 젖었다 따가운 불볕에 말리곤 해도 힘을 잃지 않고 채찍질 하며 부하들을 이끌고 나가는 거야.

  미애가 아주 재롱둥이고 깜찍하다고? 그럴 거야. 기집애 같이--- 당신과 닮은 데가 많은 것 같애. 당신이
(전 번에) 뒷산에 올라 보고 그렇게 감개가 컸다면 (내가) 용기가 나는데--- 고향의 산은 나무들이 많아 아름답지. (이곳) 월남의 산은 아주 징그러워. 말 못 할 정도로 우거진 나무에 가시 없는 나무가 없고, 가시 없는 풀이 없으니 말야. 심지어는 대나무에도 지독한 가시가 있어. 이에 비해서 고향의 산들은 너무 순하고 아름다워.

  옛날 그러니까 사관학교 다닐 때쯤 이라고 해 둘까. 산에 오르면 그 아름다움을 혼자 감상하다간 이런 생각도 한 적이 많아. ‘이 다음에 애인이 생기면
(함께) 삼도봉과 같은 큰 산에 하이킹을 해 보리라’고 말야.

  여보! 앞에서도 말했지만 일가 친척들에게 편지를 꼭 쓰리라고 다짐 해 놓고 당신한테 먼저 쓰고 나면 "내일 쓰기로 하고 오늘은 자야지” 하면 내일은 또 출동 해 버려
(못 쓰고) 마니 어떻거지? 이모님에게는 꼭 써야겠는데 그렇게 안 되는군. 내일 또 출동이니 지금이라도 몇 자 써야지. 12시가 넘었군.

  당신한테 펜을 들 때면 으레 가족사진을 내놓지. 당신도, 시화도, 미애도 꼭 내 좌측 주머니에서 작전을 따라 다닌 셈이야. 지금까지 한 달 동안에 8번 작전에 나갔지만 물고기
(병사) 하나 다치지 않고 돌아온 건 중대장이 덕이 있어 그런게 아니라 우리 병아리들(중대원들)이 잘 해 주고, 당신과 아이들이 (나와 함께) 꼭 같이 다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여보! 오늘은 이만 쓸게. 이번에도 잘 하고 돌아올게. 그럼 안녕---  5월분 수당은 110$ 송금하라고 했으니까 6월 중순 경에나 들어가겠지.
월남에서 당신의 영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