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22 신 )
여보!
  Base에 있을 때나마 자주 편지 써야지. 여보! 그 동안 잘 있었나? 시화도 미애도 잘 놀구?

  난 그간 잘 있어. 그래도 이번에는 상당히 오래 Base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좀 쉴 수가 있군. 그렇지만 맘은 불편해. 역시 군인은 작전에 나가야 되나 봐. 작전을 나가면 다른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 어떻게 하면 우리 병아리들
(중대원들)이 다치지 않느냐? 어떻게 하면 적을 잡느냐? 이것 두 가지 외에 잡념이라고는 없으니까. Base에 들어 있으니까 그래도 인간이 모인 집단이기에 여러 가지 골치 아프게 생각해야 할 것이 많군 그래.

  먼저 번 편지에 5월 분 송금을 110$하라고 일러 뒀는데 이제 확인해 보니까 150$을 했군 그래. 전 번 편지에도 말했지만 송금을 하지 못할 경우도 있을 지 모르니까 당신이 하는 적금 외에 여분의 예비로 확보해야 될 것 같아. 여보! 또 돈 얘기가 나왔구먼. 쥐꼬리 만한 것 가지고 당신에게 속태우게 하나 봐?

  Base에 있으니까 늦잠을 잘 수 있어 좋군. 당신도 알다싶이
(나는) 저녁에는 늦게까지 (안 자고)있고, 아침에는 늦잠자고 하는데 군대생활에서 얻은 제2의 습관인가 봐. 그렇지만 하루 3끼 밥을 약으로 알고 열심히 먹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하루에
(기온이) 최고 40도C까지 오르지만 (중대기지가) 바닷가에 있는 덕분에 10시 이후면 시원한 바다바람 덕을 단단히 보고 있어. 아직 작전 출발 일자가 며칠 남았으니 그 동안 또 쓰겠지만 이번에는 신경이 퍽 쓰이는군. 큰 작전이니까 그런 모양이지.

 그럼 또 쓸게. 이만 안녕
월남에서 영 씀

고국 편지 ('69. 6. 23)
보고싶은 당신에게
 무척 바쁜 일 철입니다. 어제는 보리타작을 하다가 비를 만나 어쩔 줄 몰랐고. 요사이 대구 큰아가씨도 와서 바쁜 일손을 덜어주고, 석희 아가씨도 가정실습이라고 들어 와 아이들을 봐 주면서 아주 바쁜 시기를 돌보는군요.

 여보! 오랫동안의 작전이라더니 병사들과 무사히 돌아왔는지. 무더운 날씨에 건강 상태는---

 옥인 타작하고, 보리도 베고, 먼지에 싸여 짜증이 나다가도 당신을 생각하며 잊어버리곤 합니다. 시화, 미애는 잘 놀아요. 시화는 아마 당신보다 더 까맣게 탔을거고, 미애는 인형 같이 잘 놀아요. 요사이 대구 애기가 와 바쁘기는 하고 저 볼 사람을 빼앗기고
(애기)업은 사람(엄마) 앞에서 아장 아장 걸어 다니는 것을 보면 아주 얄미워요. 딱하기도 하고---

 그리고 당신의 근무수당을 받았어요. 110불이라더니 150불이 도착했군요. 42,570원이더군요. 적금하고 나머지는 예금 해 놓았어요. 당신 말 같이 돈이 안 올 때를 생각해서요. 그리고 먼저 돈 이야기를 했는데 아버님도 “너희 대로 잘 모으라”고 합니다. 너무 마음 쓰시지 말고 되는 대로 이곳으로 부치세요. 너무 변덕을 부리는 것 같지만 부모님들이 이렇게 이해 해 주시는데 감사하구요. 이제는 돈 이야기 안 할께요.
 여보! 간단히 그칠래요. 모두 다 보리 베러 갔는데 안 나오나 기다릴지 모르니까. 그럼 이만. 여보! 안녕히---
당신의 옥이가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