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23 신 )
옥이 당신에게
  작전 출동을 눈 앞에 두고 중대는 퍽 조용한 분위기야. 건기라서 갈증 때문에 고생하겠지. 그러나 많은 작전에서 훈련과 실전을 거듭 해 온 물고기들(병사들)인 만치 잘 들 하고 한 보름 후에는 웃는 낯으로 개선할 것을 의심치 않아.

  여보! 그 동안 잘 있었겠지?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누에가 고치 지을 곳을 찾을 때면 농촌은 바쁘기 마련이지. 시화, 미애도 잘 논다고 했으니까 지금도 재롱 피우며 잘 놀겠지? 부모님도 무사하시고 비쁜 농사철이라 몹시 힘드시겠구먼. 그리고 당신도 퍽 힘들지? 안 해 보던 생활이라 더욱 더 할꺼야.

  작전기간 중에 편지를 못 쓸지 몰라. 약 보름쯤 걸릴 테니까 편지가 없더라도 너무 애 태우진 말어. 그럴수록 당신은 더 자주 소식 전해 줘야 돼.
  좋은 성과를 안고 돌아 올 것을 약속하며 오늘은 이만 간단히 줄일래. 그럼 안녕.
월남에서 영

고국 편지 ('69. 6. 30)
그리운 당신에게
  또 편지가 늦었나 봐요. 요사인 몸을 어떻게 할 줄 모르게 바쁘군요. 여보! 그간 어떻게--- 3일 전에 당신의 23신을 받았으나 매일 벼르고 벼른 끝에 이제 펜을 들었군요. 미안--- 어떻게 바쁜지 밤 열시나 되어야 저녁이 끝나고, 아침이면 보통 5시면 일어나야 되고, 낮엔 손발을 잠깐 쉴 사이 없이 바쁘군요. 그러나 일을 하면서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어요.

  고되고 물동이에 온 몸이 젖으면 젖을수록 당신이 아쉬웠고, 보고 싶었고 또 힘들다 지만 전쟁터의 당신을 생각하며 잊곤 합니다. 여보! 편지가 너무 늦었다고 화내지는 마--- 고된 일을 하는 것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어요.

  숫한 변명만 늘어 놓았군. 여긴 부모님, 형제간 다 무고하고요. 미애, 시화 역시 잘 놀아요. 시화는 냇물에 가 살기가 일수고, 미애는 엄마 치마 꼬리 붙잡으며 따라다니고. 대체로 제대로 잘 놀아요. 계집애라 그런지 얄밉게 놀 때가 많군요. 표정이나 하는 짓이 혼자 보기에는 아깝군요. 아이들 사랑에 남다른 당신이
(여기) 있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엄마, 아빠 소리를 아주 똑똑히 한답니다. “아빠 어디 있니?” 하면 사진을 가리키곤 합니다.

  옥이는 시화, 미애를 바라보며 아빠가 오면 좋은 구경도, 좋은 옷도, 좋은 사탕 등 많이 해 준다고 속으로 말하고 있답니다. 빨리 세월이 가야지. 그리운 시화 미애 아빠가 빨리 오게 말이에요.

  여보! 정말 보고싶군요. 흙과 땀과 섞이며 살아도 당신의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니 내게는 더 좋을 바 없군요. 여보---! 그냥 불러 봤어요.

  바쁘니 자식 자랑도 이만 하고 이제 감자를 캐러 갈라나 봐요. 감자 캐러 가자고 하시며 나가셨는데 뒤따라 가 봐야지. 시화, 미애가 옆에서 주워 담으며--- 모는 2마지기만 남고--- 콩, 고구마 등을 심었군요. 고국의 날씨는 모심기에 좀 모자라는 비가 엊그제 왔군요. 물 때문에 싸움을 하는지 큰소리가 들려 오는군요.
  여보! 그럼 안녕?

  참 박대위
(박용원) 한테는 편지 한 장 못했는데 당신이 대신 먼저 고맙다고 해 주세요. 글씨가 엉망진창인 것 같군요.
고국에서 당신의 옥이가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