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24 신 )
옥이 당신에게
  이렇게 펜을 들 수 있는 전쟁터라면--- 당신은 여기 전쟁터를 상상이 잘 안될거야. 주위가 온통 정글로 덮힌 산들로 둘러 싸이고, 산에서 흘러내린 송충이(등) 같은 능선과 보기에는 약간 패인 듯한 계곡, 그렇지만 한 번 빠지면 눈 감은 봉사처럼 방향을 못 찾을 정도의 계곡들이야.

  여보! 당신이 몹시 바쁜가 봐. 토끼집
(기지를 말하는 은어)에 당신의 파랑새(편지를 말하는 은어)가 와 있는지 모르지만 오늘도 (이곳에) 올 오뚜기(헬리콥터를 말하는 은어)가 모두 다 다녀 갔는데 파랑새는 없군.

  여기는 당신이 무시 무시하게 상상하고 있을 월남 중부 산악지대, 정글이 뒤덮힌 전쟁터, 그렇지만 이렇게 펜을 들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군. 하기야 이 편지가 끝나기도 전에 앵무새
(무전기를 말하는 은어)가 바빠서 (편지쓰기를) 그만 둘런지도 몰라.

  산 중턱, 하늘과
(우리 중대) 담당지역이 잘 보이는 바위 위에 (임시) 지휘소를 차려 놨지만 저 밑에 내려간 물고기들(병사를 말하는 은어)은 아주 땀에 흠뻑 젖었을거야. 보급 오뚜기가 다녀갔지만 저녁 때나 되어야 물을 한 번 실컷 마시겠지. 지금은 밑바닥에 조금 남은 수통을 몇 번 흔들어 보고는 갈증을 참아 가겠지.

  군데 군데 포탄에 맞아 불이 붙어 연기를 낼 뿐 정글 속은 조용하군. 그렇지만 우리 물고기들을 노리고 있는 적이 어디서 튀어 나올 지 몰라. 또 조심성 없는 사람의 생명을 노리는 부비추랩이 어느 구석에서 터질지도 몰라.

  그렇지만 여보! 당신은 크게 걱정하지 말어. 우리 물고기들은 모두 침착하고, 조심성 있고, 훈련이 다 잘 되어 있으니까. 이것만이 내가 밑천으로 삼고 있는 것이니까.

  여보! 너무 자주 편지 쓰지 말아야겠어. 왜냐구? 당신은 몇 장 모아 한꺼번에 답장 쓰나 봐. 좋아. 어쨌던 힘든 농촌 생활이니까 그렇겠지.

  저 산꼭대기 연대 지휘소에서는 스피커로 맹호부대가를 비롯해서 군가들을 녹음방송 하는군. 전쟁터라기보다 어떤 시골 국민학교 운동회날 같군. 그렇지만 골짝 골짝 마다 내려 간 물고기들에게
(신경이) 쓰이는군.

  시화, 미애 재롱 잘 피우나? 부모님도 안녕하시고, 당신도?

  오늘이
(작전) 나온 지 나흘째인데 아직 한 열흘 더 있어야 이 작전이 끝날거야. 오늘은 이 골짝, 내일은 저 계곡, 적이 숨어있는 아지트(소굴)를 찾아 땀을 흘리고, 갈증을 참아야지.

  자- 그럼 오늘은 이만 그칠래. 쓰기는 지금 썼지만 출발은 언제 할지는 몰라. 하루에 한 번 오는 오뚜기 편이 아니면 무인도 격이니까.그럼 안녕
월남의 전장에서 영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