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38 신 )
옥이 당신에게
  고보이 모기와 싸우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인가 봐. 아울러 칠월도 마지막 날이고--- 그러니까 꼭 40일 만에 (베이스로) 돌아가게 되는군. 나올 때 생각으로는 종종 사단사령부도 가 보고, 퀴논 시내도 나가 바람 좀 쏘일까 했는데 그건 (나) 혼자 생각이었군.

  하루 교통수단으로는 오뚜기
(헬리콥터)가 다녀가는 것 뿐--- 폐허와 이를 조금씩 치우고 재건 해 가는 것을 보는 동안 한달 열흘이 지났군.

  그래도 따이한을 믿고 2년 이상 비워두어 V.C와 한국군 만이 드나들던 옛집 -집이래야 다 부숴지고 집터만 남았지만- 을 재건하겠다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잡초와 잡목을 찍어 내는 걸 보면서 어떤 보람을 느끼곤 했지. 이제 다른 중대에게 넘겨주고 베이스에 돌아가 다음 부여되는 임무를 기다리며 정비하고 훈련해야지.

  그저께 당신 말같이 아버님께서 편지를 하셨더군, 안부와 정영이와 학생들 때문에 빚이 많다고 하셨더군. ‘빚이란 농사 밑천’이란 말이 있는데 가난한 시골이니 이런 말도 생겨났으리라.

  여보! 농사철도 우선 한 고비 넘긴 것 같은데 왜 편지가 이렇게 뜨지? 아마 중간에서 없어지는 게 많은 모양이지?

  어쨌든 시화, 미애 잘 놀아? 할아버지 말에 의하면 트집을 잘 부린다는데 그래서야 되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너무 귀여워 하니까 그런 모양이지? 짜-식들!석희, 무영이가 방학을 했겠군. 집에 들어왔나?

  그래도 가장 더운 때라는 7월을 이렇게 고보이에 와서 수월하게 지냈군. 건강도 좋아. 또 힘이 축적됐으니 팔월에 접어들면서 또 한바탕
(작전을) 하게 되겠지.
  잘 할 꺼야. 걱정 말아. 그럼 오늘은 이만 간단히 줄일래.
월남서 영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