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41 신 )
옥이!
  여보! 잘 있다니 다행이야. 농사도 잘 되고 있고. 또 남보다 먼저 해 나간다니 아마 당신의 응원 때문이겠지. 아니 직접 나서서 거들어 주니까 그런 거 아냐. 당신이 내가 써 보내는 데도(안 믿고 나의) 여름철 건강을 의심하는 것처럼 나도 그런 심정이야. 원래 당신이야 뚱뚱하게 살찌는 체질이 아니니까 그러리라고는 생각 지 않지만 고된 농촌에서 앙상하게 되지나 않았나 해서 말야.

  난 지금은 정말 건강해. 그렇다고 뭐 운동을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전쟁에 나선 나이니 만치 적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노력하니까 그런 거지 뭐. 밤낮 앉아서 이기겠다고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서 말야.
  사격장에도 나가서 내 자신이 일발필살의 진리를 터득하고, 산에 올라서 정글을 헤치고 하니 그게 곧
(나의) 신체조건에 윤활유 노릇을 하는 지도 몰라. 물론 새까만 깜둥이가 된 건 말할 것도 없고---

  오늘은 마침 위문공연이 왔군. 예그린예술단이 꾸며 온 것이라는데 지금껏 수차 보아 온 것보다 좀 무게가 있었다고나 할가--- 나야 물론 예술에는 무뇌한이고 백지이지만 어쩐지 향수를 더하게 하고 내 조국이 좋은 곳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하는군. 흥겹고, 구수하고, 소박하다고 할까---

  여보! 내 조국은 가난했고, 아직도 그렇지 뭐. 그러나 그것은 물질적인 면이지. 정신적인 면에서는 풍부하고 부자인 것 같아.

  그런데 여보! 세상에는 닮은 사람도 많은가 봐. 무냐고? 공연자들 중에서 상당한 활약을 하던 한 사람이- 물론 여자인데 숙모님-선희 엄마-와 꼭 같잖아. 물론 나이는 젊지만 --- 그래서 상당히 여러 번 나오는데 유심히 봤어.
(내) 생각으로는 혹시 숙모의 친정 동생이나 아닌가? 하고 말야. 내가 알기로는 한 사람 있다가 결혼해서 애기까지 있는 줄 아는데---
  그리고 음악과 나온 동생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데--- 한가하니까 혼자 생각 해 본 거지 그것도 한 때고 또 맘의 자세는 전쟁에 나선 나로 돌아가야지.

  여보! 미애가 말을 배운다고 한 창 재롱을 피운다니 난 꼭 한 때를 놓치고 있는 기분이야. 하기야 언제 귀엽지 않겠나 만---

  여보! 당신이 숨통이 꼭 막히는 것 같은 시골에서 고생이 많아. 그리고 외롭고--- 하지만 참고 견디어 나가야지. 현재 눈 앞에 다가 선 현실에 굴복해서야 되겠나? 참고 견디고 성실히 내 앞길을 개척해 나감으로서 내일을 기대하며 꿈을 갖고 사는 거야. 우리는 아직 젊음을 밑천 삼아 일할 수 있으니까---

  여보! 나도 당신이 보고싶어. 꼭 껴 안아도 보구 싶고. 그렇지만 그것도 더 반갑게 만나고, 더 꼭 껴안아 줄 수 있는 내일을 위해서 참아야지. 그리고 내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해야지---

  여보! 시화 녀석은 좋은 친구 만났구먼. 삼촌 공부하는데 아주 방해는 안 되나? 하기는
(삼촌이)무슨 공부나 할라구. 자-식! 뛰노는 게 보고 싶군. 광주에서 연 만들어 띄우러 다니던 때가 생각이 난다.

  여보! 난 당신과 아이들이 보고싶을 때는 사진을 들여 다 보며 속으로 말 한다오. 너희들이 이렇게 지켜보고 있는 한 난 용기를 잃지 않을 거라고--- 암- 그렇고 말고. 그리고 건강하고---

  오늘은 이만 쓸래. 마침 내일이 광복절이군. 무슨 무슨 행사들이 많겠구나. 끝으로도 당신과 아이들의 건강을 빌며--- 안녕.
월남에서 미애, 시화 아빠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