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42 신 )
여보! 그간 안녕
  난 그간 잘 있었고, 중대도 잘 되어가고 있어. 멀리서 당신이 주야 걱정 해 주니까 그렇겠지.
  여보! 오늘은 사실 별 할 얘기가 없는데 왠지 당신이 보고 싶어져 이렇게 펜을 든 거야. 지금은 좀 한가한 편이라 그런가 봐. 다리가 묵직한 게 좀 피곤하기도 하고--- 왜냐구? 오늘 오후에는 중대가 맡은
(책임)지역을 거의 한바퀴 걸어서 돌았거든. 하기야 차가 다닐 수 없으니까 걸을 수 밖에--- 한 40리 될까?

  요사이 정비석 작 ‘女人百景’이란 소설을 빌려 와 읽는 중인데 갖가지 여자들의 얘기를 토막 얘기로 쓴 것이야. 새로운 경지를 많이 알게 되는군. 아름다운 일, 추한 일 가지각색이야. 심심하니까 읽어보는 거지만---물론 책이 많이 팔릴 수 있도록 쓴 것이니까 독자의 구미에 당겨야 되겠지.

  여보! 정말 보구싶어. 아니 당신과 함께 언제고 있고싶어. 시화도 미애도 꼭 껴 안아 주고 그리고 당신은 더 꼭---
  미애가 “아빠 아빠”하고 부른다고 했지? 기집애--- 똑똑 할라나봐. 당신처럼--- 여보! 당신 말같이 빨리 세월이 흘러 빨리 만나야 될 텐데--- 비록 새까맣게 됐지만 건강한 얼굴로 당신에게 돌아가야지. 아직 멀은 것 같은데 벌써부터 만날 걱정이야.
  여보! 오늘은 보구싶다는 말 외에 별로 쓸 것이 없군. 이만 간단히---그럼 안녕
월남에서 당신의 영으로부터
고국 편지 ('69. 8. 29)
보고싶은 당신에게
  무더위도 차츰 가시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싸늘한 바람이 불고, 벼 이삭이 하 둘씩 올라오니 가을도 멀지 않은 모양입니다.
  여보! 그간 안녕? 당신 편지 읽은 지가 보름이 된 것 같군요. 집엔 왔을 텐데--- 요사이는 어떻게 세상이 돌아가는지 모르겠군.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빨리 집에 가야 당신의 글을 읽지. 하루가 지루할 뿐. 그러나 시화, 미애를 보며 잃어버려야지 ---

  여보! 보고싶다.
  미애는 옆에서 무엇을 쓰겠다고 그리고 있고, 시화는 밖에서 차 놀이, 옥란이는 간단한 빨래 가고, 어머니는 26일 대전 병원에 치료하러 가셨는데 어제 오실 줄 알았더니 아직 안 오셨어요 오늘은 오시겠지 우리 사진도 찾아 가지고--- 치료나 하고 나았으면 좋겠는데 경과가 어떤지 궁금하군요.

  부항 집엔 다 편할 거에요. 몇일 있으면 곧 방학도 끝나고 집이 빈 것 같겠군. 빨리 시간이 흘러야지. 미애나 시화는 당신 사진만 보면 아빠라고 사진을 가지고
(서로 볼려고) 싸웁니다. 시화는 아빠가 보고싶다고 곧 잘 한답니다. (다른) 아이들한테 우리 아빤 월남에 장난감 사러 갔다고 하면서--- 달력을 바라 볼 때마다 시화 막 낳아서 날자 가기를 바라던 때를 자꾸 생각합니다.

  8월 달은 이제 다 갔어요. 여보!- (그냥) 불러 봤어. 마음 속으로--- 시화가 미수가루 타 달라고 야단이고, 미애는 등어리에 매달리며 야단이군. 어쨌던 내 새끼라서 귀엽고 이쁘기만 해. 오늘이라도 사진이 오면 보낼게.
  여보! 그럼 안녕---
고국에서 당신의 옥이가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