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44 신 )
옥이 당신에게
  여보! 지금쯤 한 잠 들었을까? 초저녁 잠이 많은 당신이니까 열 두시가 좀 넘었으니 미애, 시화도 나둥그러져 자겠구먼.
  오늘 저녁에는 영화상영을 시작하다가 소나기를 만나 그만 올라와서 매복 나간 아이들을 이것 저것 생각하다가 자리에 누우려니 비가 들이쳐 침구가 흠뻑 젖었구먼. 지금은 말끔히 하늘도 개였고, 잠이 오질 않아 읽다 남은 女人百景을 읽다가 덮어두고 이렇게 펜을 드는 거야.

  여보! 시골 생활 힘들지? 여보! 행복이란 자기 마음 가짐이라고 누가 말 했던 것 같은데 오늘저녁
(여인백경) 읽던 부분에서는 (작가) 정비석씨가 이런 말을 했군
  “행복이란 백화점 쇼윈도우에 진열되어 있는 기성품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의지와 노력으로 창조해야 하는 것이다”
  멋있는 말 같애. 그리고 공감이 가고--- 안 그래? 여보! 정비석씨는 ‘비참한 현실을 아름답게 살아 보려는 여자의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서 그런 말을 썼군.

  여보! 이 말은 이렇게 펜으로 써 보고 말아서는 안될 것 같애. 의지와 노력으로 창조해야지---
  여보! 당신이 보고싶어. 이렇게 보구싶은 당신이 있는 난 행복한 거겠지? 이제 반년 남짓만 지내면 당신도, 시화도, 미애도 모두 만날 수 있고, 얼싸 안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용기가 솟아나고 부대 지휘에도 자신이 있는 것 같애.

  여보! 보구싶다는 말 외에는 별로 쓸 말이 없군. 여보! 반갑게 만나는 날을 위해서는 건강에 조심해야겠지? 나도 당신도 모두 말야.
  그럼 오늘은 이만 쓸래. 그 외엔 할 말이 없어. 안녕
월남에서 당신의 영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