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46 신 )
옥이 당신에게
  장마가 계속된다니 날씨가 퍽 구질구질하겠군. 신문-사실은 구문이지만- 지상에 홍수 피해가 많다고 들었는데 고향은 어때? 큰 피해는 없겠지 뭐. 농사에는 지장이 있겠지. (벼에) 병이 발생하기 쉬우니까.
  부모님들도 다 무사하시다니 안심이야. 그리고 당신도 아이들도 별 일 없다니 더 없는 다행이지 뭐야.
  여기 월남은 건기가 끝나는가 봐. 퍽 시원 해 진 셈이지. 그러나 아직도 더위는 계속이야. 그래도 우리 Base에 있으면 별 걱정 할 필요 없으니까. 시원한 바다바람이, 확 트인 시야가 심신을 시원하게 해 주니까.
  왕병장이 무슨 얘기를 썼기에--- 그러나 너무 기대하지는 말어. 지휘관으로서 많은 미쓰도 범하고 있다는 것을 내 자신 인정하니까. 어쨌던 그 녀석이 (편지를 보내)당신을 기쁘게 해 줬으니까 고맙군. 그는 이미 귀대해서 착실히 근무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본국으로 휴가 가는 친구들한테 누굴 만나고 오라 하는 심부름을 시키는 것 같이 곤란한 부탁이 또 없어. 짧은 기간을 자기 스케줄에도 정신 없어 택시비로 소모하는 교통비가 어마 어마한데 그런 부탁하는 얌체가 또 있겠나?
  왕병장이 중대본부 요원으로 항상 곁에 있으니까 그 녀석 언제 중대장을 감시하고 있었던 모양이지? 당신과 아이들 사진 들여 다 보고 있는 것까지 봤으니 말야. 그건 사실이야.그렇다고 밤낮 주책없이 거 내 보곤 하는 것은 아니야. 몰래 훔쳐 본다는 것이 그 녀석들한테 들킨 모양이지?
  시화, 미애가 오이넝쿨을 못 살게 하는 모양이지. 그 말을 들으니까 옛날 생각이 나는군. 내가 어릴 때도 또 동생들이 어릴 때도 그렇게 하면서 자라 왔으니까. 옥수수도 채 여물기 전에 꺾어다 구워 먹고---
  여보! 힘들지? 농촌 생활에 너무 진력이 나게 되는 건 아냐? 여보! 지금까지도 잘 참아 왔는데 뭐. 서울이 뭐가 좋아? 그리고 당신과 내게는 더 반가울 게 없는 소식이 될는지 도 걱정도 되는 얘긴데 지금 월남에는 기상도가 하두 복잡하니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 봐서는 중대장 1년도 못 채우고 가야 될는지 도 몰라. 만 일년 만에 귀국시키는 것(방침)이 상당히 강하게 추진되고 있으니까 말야.
  그래서 내년 9월 귀국 설은 아예 생각지도 못 할 일이고, 중대장 1년 채우는 4월에 귀국하는 것으로 추진 중이지만 잘 될 것 같지 않아. 그렇게 되면 1월 말 경이나 2월 초에 쫓겨가야 할 형편--- 그러니까 나도 벌써 귀국 걱정을 해야 하는 고참이 된 거지.
  여보! 당신이 날 그렇게 걱정한다니 물어 볼 말이 하나 있다. 뭐냐고? 당신한테는 그런대로 펜을 자주 든 셈인데 부모님들한테는 자주 들지 못 해 혹시 무슨 오해는 없는가 말야. 하기는 비록 이렇게 떨어져 있지만 부부 일심동체라 했겠다 (내가)당신에게 잘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 당신은 (나의) 대변인으로서 부모님들에게 말씀 드리면 내가 편지 쓴 거나 다를 것이 없지 않느냐 하는 것이 내 지론인데?내 생각이 틀린 건지도 모르지.
  그런데 편지라는 것이 쉬운 건 아니야. 이렇게 난필로 휘 갈겨 쓰지만 한 번 펜을 들면 두 장 이상 쓰기는 힘드는군. 그래서 중대원들의 부모들로부터 온 편지도 답장이 열 장쯤 밀렸는데 써야겠다는 맘은 있어도 잘 안 돼. 펜과 종이 꺼내고 보면 ‘우선 당신한테 한 장 쓰고---’ 로부터 시작되면 그것이 곧 끝이 되고 마니까. 이런 내용을 당신은 쌘스가 빠르니까 부모님들한테도 잘 이해 시켜 드리도록 해 줘. 여보! 너무 무리한 부탁은 아닐까? 친척들한테도 마찬가지 경우가 되겠지.
  갑자기 내일부터 조그마한 작전 하나를 하게 되나 봐. 며칠이 될 지 모르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물론 이상 없이 좋은 성과를 가지고 돌아오기를 바라고 또 노력해야지.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말어. 그리고 건강에 조심---
  그럼 안녕.
월남에서 당신의 영으로부터누가 보냄
고국 편지 ('69. 9. 4)
여보! 보고싶은 당신에게
  떠들썩하기 시끄럽던 방안이 가시고 조용히 당신을 그리며 펜을 듭니다. (외)할머니가 시화, 미애를 데리고 나가셨고, 옥란이는 학교에 갔고, 사진을 보다가 펜을 듭니다.
  여보! 지난 밤엔 당신 꿈을 꾸었어. 옥이를 꼭 안아 주었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깨고 나니 서운했어요. 여보! 옥이도 보고싶단 말 밖에 없군요.
  어젠 한꺼번에 당신 편지를 4장이나 받았답니다. 석희 아가씨한테 당신 편지 오면 이리 부치라 했더니 부쳐 왔군. 갑갑하고 궁금하던 소식이 아닌가. 가슴이 좀 후련합니다.
  여긴 아이들도 잘 놀고, 옥이도 잘 있어요. 매일 먹고 놀기지. 아이들 데리고--- 어머니는 대전 외가에 사서 병원에 치료하러 다니시고--- 어젠 집이 궁금해 오셨는데 내일은 또 가야 되나 봐. 옥이도 한 번 가서 이야기나 들어 봐야겠군. 아이들이 있으니 매일 따라가 보지는 못하겠고--- 곧 났겠지. 이젠 많이 나았으니까. 한 10일 됐군요. 병원 다닌 지가---
  지우대 밭을 매매하고 무엇을 할까 궁리 중이군요. 옥란이 공부나 시켜야 할 텐데--- 이번 병원비도 거기서 썼나 봐. 우선 병을 고치고 봐야겠지.
  여보! 옥이도 당신을 생각하고 아이들 생각, 그것 밖엔 없어. 보고싶단 말 밖엔 없군. 정말 봄이 되면 꼭 와요. 그래도 8개월은 있어야 하는데.
  여보! 그럼 오늘은 이만 쓸게. 안녕. 며칠 있다가 (부항 시골집)집에 가 봐야지. 누에도 나왔을 텐데---
고국에서 당신의 옥이가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