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48 신 )
옥이 당신에게
  여보! 또 무사히 돌아왔다는 말부터 써야겠군. 하기야 이번 작전은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재구촌 준공식 경계작전이었으니까. 그래도 성과는 좋았는걸. .V.C 한 놈을 뚜드려 잡고 총 한 정을 노획했으니까.
  이렇게 자꾸만 올라 가도 걱정이야. 물론 당신이 멀리서 지켜 봐 주는 만치 우리 중대는 승리만이 있을 뿐이야.
  지난 전진 21호작전에서 최근에 드문 힛트를 쳐서 주가가 무척 올란 판에 또 작지만 다른 중대는 없는 성과를 거두었으니 인사가 자자 해. 전진21호 작전에서는 중대장이 뭘 했다고 월남 동성훈장을 현장에서 달아 주더군. 그걸 받으면서 부하들의 피와 땀을 생각하며 좀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 내가 뭘 잘했다고?
월남 동성훈장
월남 동성훈장 증서


  (전장에서) 승리의 결과는 아주 찬란 해. 앞으로 한 달쯤 있으면 지난 번 작전의 성과로 열 몇 개의 훈장이 우리 중대에 쏟아 질 꺼야. 그런가 하면 패배의 결과는 너무 비참해. 초상 난 집 같은 우울한 분위기, 저하된 사기, 의욕을 잃은 군복자락들만 움직이는 집안이 되는 거야.
  여보! 우리 중대는 지금까지 그러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승리만이 있을 뿐이야. 당신이 그렇게 빌어주고 있으니까.
  여보! 당신 편지 쓰다가 졸고. 무척 졸리던가 봐? 농촌 생활에 힘이 들어서 그렇지? 하기야 초저녁 잠이 많은 당신이니까 있을 법도 하지만. 너무 당신만 고생시키는 것 같애. 빨리 갈게.
  시화 미애가 사진을 보고 아빠를 알아 본다고? 자-식들. 새끼들이라 다른 모양이지? 전에 귀국한 반대위(반준석)처럼 “아저씨”라고 부르지는 않겠구먼.
  오늘 저녁에 영화를 하나 구경했지. 제목은 뭐 ‘사화산’이라든가. 방화 치고는 스릴과 액션이 있고, 천연색으로 꾸며 진 것이 볼만한데 필름이 낡아서--- 주재는 역시 ‘모정(母情)과 부정(父情)’이더군. 그리고 夫婦愛(부부애)도 있고. 핏줄이란 죽음을 초월하는가 봐.
  일전에 또 ‘금수강산’이란 영화도 봤는데 거기도 그래. 그것들(시화, 미애)한테 뭘 사다 줘야 하지? 가장 좋아하고, 오래도록 실정이 나지 않을 것이야 될 텐데.
  여보! 이것 저것 생각하니 더 보고싶다. 당신도--- 오늘이 팔월의 마지막 날이니 또 한 달 다 갔군. 그래도 이번 팔월은 내게는 잊어지지 않을 꺼야. 격전을 치뤘기 때문이겠지.
  고국에는 비가 그렇게 말성을 부렸나 보지? 신문이래야 보름 전 것이 주인을 못 찾아가고 (이리로) 오는 허술한 지방 신문이니 소식통은 형편없이 늦어. 비록 월남에 와 있으면서도 월남 소식을 당신보다 더 늦으니까.
  김천 학생들이 곧 나가겠구먼.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았으니 말 하기 이를런지 모르지만 거기는 곧 가을이 시작되겠군.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아 아, 당신도 보고, 시화, 미애도 안아 줄 수 있게 되겠지.
  여기는 건기의 마지막 고비인가 봐. 낮에는 볕이 따갑고 저녁에는 안 덮으면 배탈이 날 정도니까. 9월이 지나면 아마 또 지긋지긋하게 비가 올런지도 모르지. 더위에 맥을 못 추는 나였는데 한 더위가 다 가도록 이렇게 식욕이 좋고 잘 지내는 건 당신이 걱정 해 주는 덕분일거야.
  혹시 송금이 변동이 많을는지 몰라. 당신은 예비금을 준비해 있어야 될 꺼야.
  오늘은 이만 쓸래. 그럼 또 쓸게. 안녕
월남에서 당신의 영으로부터
고국 편지 ('69. 9. 16)
여보! 당신에게
  여보! 편지가 너무 늦었나 봐. 이유는 있지만 먼저 당신의 안부부터 물어야지. 난 어제 (시골)집에 26일 만에 왔답니다. 집엔 다 무고하시고 누에 기르기에 한창 바뻐 있군. 오늘따라 비가 내려 구질구질하군요. 당신의 편지 3장을 이제야 보게 되는군.
  여보! 당신의 편지를 받고 반가웁고 기쁘기도 하지만 한 편 걱정도 했답니다. 나는 편안히 아무 일 하는 것 없이 있는 동안 당신은 전쟁터에서 훌륭한 성과를 얻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는다니 나야 말 할 것 없이 기쁘지만--- 부엌에서 불을 때며 (편지를) 보다가 나도 기뻐 집안 식구들에게 알리고 싶어 얼른 이야기 했군요. 여보! 얼마나 고생이 됐을까?
  이원 어머님은 아직 좀 덜 나은 것을 보고 왔는데 병원에 다니고 계시는군요. 났겠지. 시화는 잘 놀아요. 미애는 5일 전부터 똥싸기가 들어 좀 아팠지만 지금은 나았지. 처음 엔 옥이도 밤 잠 안자고 걱정을 했지만 정성을 다 해 치료한 결과인지 이젠 좀 났군. 지금 마루에 다니며 놀고 있군요.
  시화는 근 25일 동안 못 본 친구들에 휩싸여 아침에 나가 놀다가 이제 들어 와 배 얻어 온 것 먹느라고 한창이고--- 여보! 아이들 건강에 대해 당신이 곁에 없으니 더 마음이 써 진다.
  당신의 개선장군 같은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군. 가슴엔 훈장이 빛나겠지. 그러나 조심하세요.
  이젠 추석이 몇일 안 남았군. 가을도 멀지 않았고--- 벼 이삭이 고개를 숙였으니--- 여보! 4월까지 있을려고 노력하지 말아요. 되는 데로 빨리 빨리 와요.
  그러면 또 쓸게.
9. 16 당신의 옥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