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49 신 )
옥이 당신에게
  오늘 아침에 당신 앞으로 48신을 띄웠는데 또 펜을 들어야겠군. 당신이 이원엘 간다는 편지를 받았고 또 갑자기 작전 출동이라니-- 지금쯤은 이원에 가 있을 당신을 생각하며 또 9월이 오늘부터 시작되니 펜을 들지 않고는 못 배기겠구먼.
  먼저 (이원) 어머님의 안질이 수술 할 정도로 악화되었다니 참 걱정이 되는군. 그리고 걱정스레 간호하느라고 분주할 당신에게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하지? 외롭게 고생하시며 살아오신 어머님이 뒤늦게 안질이 그렇게 나빠졌으니 걱정이야. 사실 난 그거도 전쟁터라고 그런 것까지는 생각 못하고 있었지. 빨리 치료하여 완쾌하셔야 될텐데.
  시화, 미애 데리고 멀리까지 가느라고 고생이 많았겠어. 고생도 고생이려니와 어쨌던 (어머님이) 빨리 회복하셔야 될텐데.
  어머님과 옥란이가 우리 시골에 오셨더라구? 그런 산골에 또 한 여름 농사철에 오셔서 별 대접이나 할 수 있었겠나? 그렇더라도 당신의 정성만 있었다면 실망을 안 하셨을 텐데. 모르지--- 치료는 대개 얼마나 걸리고 당신은 이원에 얼마나 있게 될는지 궁금하군. 병원은 어디에? 대전? 옥천? 너무 돈에 구애 받지 말고 좋은 병원에서 (치료) 하는 게 좋을 텐데. 당신이 잘 알아서 하겠지.
  지우대 산골이 그렇게 변하나? 밭이 수영장으로 변한다니 그건 누가 하는 건데? 그 밭은 그럼 정부로부터 땅 값을 받게 되나? 고속도로가 완성되면 지우대가 관광지가 될 지도 모르겠군. 당신의 잔빼를 키워 준 고향이 그렇게 발전한다니 나도 기분이 좋군. 아! 가 봐야지. 귀국하면 휴가가 있을 텐이 시화, 미애 손잡고 모두 다녀 봐야지. 고모님 댁 포도도 먹으러 가야지..
  삼촌이 전방 어느 부대로 갔는가? 김광현 중령이 파월해서 대대장에 부임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아직 만나지는 못했어. 그런 데로 아는 사람이라고 반갑군.
  기수네가 광주(광주대단지, 지금의 성남시)로 이사를 했다니 왜 그렇게 됐나? 무슨 좋은 소식인가 그렇지 않으면 불길한 소식인가? 지원이네도 그리로 간다면 김서방은 어떻게 하나? 기기서 출퇴근? 아니면 직업 전환?
  기수 때문에 삼촌이 또 원망을 듣게 됐다니 안됐군. 전에 부탁하던 조대위(?)는 지금은 사이공에 와 있는 판이니 낸들 지금에 별 수 있나? 그래, 기수는 지금 어느 부대에 근무한데? 어디를 가나 저만 착실하면 무사히 복무를 마칠 수 있을 테니까---
  모처럼 한 달에 한번 김천에 나가서 그래 점심 한 끼도 안 사 먹고 들어가나? 그럴 필요는 없어. 우선 건강---
  내일부터 한 3일 실시되는 작전도 별 것 아닌가 봐. 걱정 할 필요 없어. 부산항에서 당신의 손을 잡는 날까지 항상 긴장하고 조심 할게. 그럴 수 밖에 없지. “월남은 적이 있는 곳도 없고, 없는 곳도 없다” 라고 표현 돼 왔으니까.
  그럼 이만 끝으로도 (이원)어머님의 병환이 빨리 완치되고, 당신의 건강이 계속 양호 할 것을 빌게.
  그럼 안녕
월남에서 당신의 영 씀
고국 편지 ('69. 9. 20)
시화, 미애 아빠!
  여보! 이제 또 바쁜 시기가 왔나 봐요. 그간 안녕?
  당신의 편지가 몇일 늦나 보군요. 편지 온 지가 일주일이 되었으니 옥이가 집에 오고는 못 받았으니까.
  어젠 송금한 돈 105$(30,208원)을 찾아 김천에 적금을 하고 빨리 돌아왔어요. 집이 바쁘니 놀고 올 수도 없고, 시화 미애가 또 기다리고 있으니---
  여보! 난 당신을 생각할 때면 오는 날만 세는 것이 제일 좋아. 빨리 와요. 4월까지 있을려 하지 말고-- 내년 9월이라 하던 것이 1월이나 2월이라 하니까 손가락에 더 셈을 하게 되요. 여보! 가라면 빨리 와요. 다른 생각 말고---
  집엔 어제부터 콩 잎 따기에 바뻐요.(겨울용 소 먹이, 바랭이오늘도 뒷 밭 콩 잎 따러 갔군요. (나는) 시화, 미애와 같이 집 일에 바쁩니다.
  오늘 따라 통닭 한 마리 잡아 지금 삶고 있는데 시화는 빨리 닭고기 내 놓으라고 조르며 놀러도 안 가는군요. 지금 솥에서 끓고 있는데---
  미애는 내가 당신한테 자랑한 것이 쏙 들어가게 똥싸기 한 통을 했지만 곧 나아서 (지금은) 잘 놀아요. 괜히 외할머니 속만 끓이게 했지 뭐. 지금은 어제 사 논 사과를 둘이 나눠 먹으며 옆에 있어요.
  시화는 펜을 뺐고 싶지만 아빠한테 편지 쓰고 준다고 했더니 써고 달라나---
  여보! 참 보고싶다. 조금 더 있을려고 하지 말고 꼭 빨리 와요. 여보! 일주일만 있으면 추석이 돌아 오는군요. 아이들에겐 좋은 명절이겠지만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에겐 귀찮은 명절, 추석이 돌아오니 쌀밥 먹을 날도 멀지 않은 모양--- 나락(벼)이 제법 누런 것들이 있으니까요.
  여보! 난 보고싶단 말과 빨리 오라는 말 밖엔---
  오늘은 당신 편지가 오려니 기대하는데--- 여보! 밖엔 바쁘니 이만 쓰고 또 쓸게
  그럼 안녕
고향에서 당신의 옥이가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