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50 신 )
옥이 당신에게
  당신이 이원서 쓴 편지를 읽다 말고 아니 일기는 다 읽었지. (그렇지만) 두 번 읽지 못해서 그런지 마치 읽다 말고 온 기분이야. 그럼 여기가 어디냐고? 안쾅(맹호사단 휴양소)이야. 갑자기 결정돼서 병력을 데리고 들어왔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쑈가 있는 날이라 오후 내내 법석을 떨다가 다 돌아가고 우리 중대만 남으니 마치 잔치 뒷마당 같애. 오래 만에 여길 온 것 같애. 아마 두 달이 훨씬 넘었지? 그 동안 고보이 벌에서 한 달 열흘 동안 뉴프론티어로서의 개척자 생활이랄까--- 또 (훈련 겸)푸캇산 정상에서, (그리고)늪지대에서 격전을 벌렸던 전진21호 작전--- 참 많은 생활의 변화 속에 (내) 자신을 적응시켜 나가느라고 시시각각의 감정 속에 살아왔지.
  그러나 언제나 한가지 공통된 것은 당신이 그립고 보고싶은 것. 또 하나 있다면 내 부하를 어떡하면 하나의 낙오자도 없이 그들의 부모 앞으로 또는 사랑하는 사람 앞으로 돌려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밖에는 빗소리가 한창이군. 창가에 멋 적게 큰 야자수 잎을 두들기는 소리를 들으며 고요히 생각은 당신 곁으로만 가는군.
  여보! (이원) 어머님 눈 때문에 퍽 걱정되겠어. 인술에 믿어 보는 수 밖에--그리고 당신의 정성이 필요할거야.
  시화, 미애 잘 논댔지? 그기에는 당신의 고생이 뒤 따르겠지. 여보! 정말 고생이 많아. (지금이) 당신은 휴가에 해당한다고 했지? 그건 마음으로 그렇겠지. 너무 맘을 푹 놓다가는 병이나 생길가 봐 걱정 되는군.
  전 번 편지에 작전 나간다는 건 별 것 아니고 2박 3일 무사히 돌아왔어. 당신(마음)이 항상 내 곁에 따르는 이상 무슨 일이 있을라고.
  여보! 이제 고국에는 가을 빛이 보이겠군. 여기도 일기가 우기를 재촉하는 듯 이렇게 좀 길게 비가 오고, 바람과 함께 서늘한 기운이 도니 가을인 셈이지. 이렇게 바다 가에 와서 수영복 입고 나설 기분이 나지 않으니 많은 시간 끝없는 사색의 세계를 더듬어 보고 또 좀 피로한 심신을 잠으로 푹 쉬어야겠어.
  참, 어머님 안질 때문에 정신 없으시겠지만 고속도로가 나고, 풀장이 생긴다는 고향으로 가실 생각은 없으신가? (내가) 파월 전에 만났을 때도 망설이던 것을 보고 왔기 때문에 궁금해서 그래.
  여보! 또 돈 얘기가 될까? 여기도 기상도가 하두 복잡해서 이제는 송금까지도 제한이 따르는구먼. 60%만 송금하도록 --- 그래도 돈 만 있으면야 부하를 데리고 있는 사람이 송금이야 걱정 할라구? (돈이) 없어서 탈이지. 혹시 당신 앞으로 송금되는 것이 내 이름으로만 가지 않을 때도 있을는지 몰라.(차명 송금을 말 하는 듯) 그리고 당신 예비금은 몇 달 분을 가지고 있나? 1개월? 2개월? 좀 알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옛날에는 모두들 귀국 준비가 파월하면서부터 시작되고 파월 근무의 반 이상을 (귀국 준비에) 차지한 것 같애. 지금은 틀렸어. 오히려 편하지 뭐. 그러니까 당신도 큰 기대는 하지 마. 또 한 번 바보가 되는 거지 뭐.(파월해서 돈 될 물 건을 못 사 오는 사람을 바보 중의 바보라고 하는 그 때 분위기를 말 한 듯) 그렇지만 미애, 시화 선물로 장난감 정도야 준비 못하라고---
  이 편지가 당신의 손에 들어 갈 수 있을는지 조차 의심하면서 주소를 썼어. 제발 당신이 받아 단 몇 분이라도 반가워 하는 모습을 그려보며---(서신검열?)
  이만 그칠래. 환절기에 당신과 아이들의 건강에 조심해 응. 그럼 안녕
월남에서 당신의 영 씀누가 보냄
- 봉투에 우표가 잘 못 붙어(?) 회송돼 왔군. 어쨌든 당신에게 향한 맘을 적은 것이기에 다시 보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