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편지 ( 제 52 신 )
옥이 당신에게
  월남에 우기가 시작되나 봐. 그 때문에 휴양소 기간 5일 동안에 수영 한 번 못하고 지내버렸지. 우중충한 날씨에 곧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군. 또 구름만 밀려오면 꼭 쏟아지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월남에는 외상구름이 없다’는 말이 생겼나 봐.
  여보! 이원에서 아이들과 잘 있다니 다행이야. 또 어머님 눈도 치료해 봐야 알겠지만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드니 또한 다행이고--- 마침 정희가 쓴 편지가 당신 편지와 같이 도착 했으니 한꺼번에 (양쪽) 소식을 다 듣게 되는군. 집에도 무사하고 학생들은 모두 김천으로 나갔다는구먼. 미애, 시화가 없으니 텅 빈 절간 같다는 구먼. 여보! 가정에는 원래 아이들이 생기를 갖게 하는 모양이지?
  미애가 그렇게 컸고 이뻐졌나? 하기는 당신을 닮아 깍쟁이 같았으니까 커도 노는 게 그렇겠지. 사진을 찍었다니 얼마나 컸고 이뻐졌나 볼 수 있겠군. 정신 차려 잘 돌 봐야겠어. 잃어 먹거나 유괴 당할까봐 걱정이군. 시화는 돈 잘 까먹는다고? 그럴 거야.
  9월 중에 귀국하는 월곡 군인 아저씨 편에 과자 조금 보낸다. 여기서는 별 맛 없는 초코릿트와 캔듸 등 인데 월남은 더워서 맛이 없는 모양이지? 고국에서는 맛 있을 거야. 아마 9월 말경이면 집에 도착할 거야. 그때 쯤은 당신도 귀대하겠지 뭐.
  아주 가까운 곳이긴 하지만 훈련 겸해서 기지 주변 일대 산들에 작전을 나가게 돼서 한 4일쯤 또 자리를 비울 꺼야. 별 예상되는 것은 없지만 “월남에는 적이 없는 곳이 없고, 있는 곳도 없다”고 누군가 표현했지만 알 수 있어? 등잔 밑이 어둡다고 --- 물론 이상 없이 돌아 올 꺼야. 걱정 말어. 어머님 병한이나 잘 간호 해 드리고--- 그런데 어머님이 왜 대전에 갔나? 그기 계시면서 치료 하실려고?
  여보! 지나 보낸 날들을 돌아 보면 참 세월이 빠른 것 같기도 하고--- 벌써 7개월이 넘었으니--- 이제 다섯 달, 만일 중대장 1년을 채우게 된다면 꼭 반이 남는 셈이군.
  바라보면 아득한 것 같기도 한데--- 빨리 지나갈 꺼야. 항상 부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조그마한 지휘관이란 감투가 사단(사령부)에 있는 동기생들과 맥주 한 깡도 못 나누게 하는군. 말하자면 월남에서는 촌놈이지.
  그래도 군인으로서의 보람과 자랑을 느끼는군. 백 수십 명의 눈동자들이 중대장의 입을 지켜보고 있으니까. 그것도 말로만 하던 생사고락이 아니라 피부로 느끼며 생사고락을 함께 하고 있으니까.
  여보! 정말 보고싶다. 때로는 당신을 부산 부두에서 만났을 때를 생각 해 보곤 하지. 미애, 시화가 “아빠---”하며 뛰어 와 안기는 장면도 그려보고--- 그 날을 위해서 오늘의 보고싶음을 참고 향수를 달래며 맡은 직책을 훌륭히 완수해야지.
  여보! 전쟁터! 이것 저것 정신없이 돌아가는 마당에서도 이를 진데 당신은 어떨라구--- 너무 고생시키는 것 같애. 작전에서 돌아 오면 또 쓸게. 곧 저녁 먹고 출발 해야지. 그럼 안녕.
월남에서 당신의 영 씀
고국 편지 ('69. 9. 29)
보고싶은 당신에게
  여보! 그간도 안녕?
  궁금해 죽겠더니 27일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하고 와 보니 이원으로 온 편지가 도착했더군. 여보! 그간 얼마나 궁금했는지 몰라. 어쨌던 편지를 받으니 반가워요.
  여보! 그런데 요 며칠은 좀 바빴다고 할까. 어쨌던 변명일테고. 용서?
  지금 집엔 대구 남서방네 식구가 와 법석이군. 당신도 집에 있었으면 하고 생각은 했지만 할 수 없는 일---
  추석엔 김천 학생들이 왔었고, 서울 큰 도련님은 바뻐 못 왔는데 자취하며 그런대로 지나나 봐요. 식생활 문제는 해결된 모양입니다. 하긴 우리 식구도 15,000원 가지고 살았는데 혼자 15,000원 정도 수령하니 먹고 지내나 봐요.
  여보! 당신이 올 날이 가까워 온다니 정말 반갑군. 내게는 (그것이) 제일 좋은 소식--- 정말 빨리 와요. 하루라도 빨리 와야지 4월까지 있을려고 하지 말아요.
  시화는 잘 놀아요. 미애도 잘 놀고. 가끔 “아빠 언제온대?” 하고 묻곤 하면 “눈이 오고 추울 때 온다”고 하지.
  당신이 말 한 월곡 산다는 군인은 (귀국 날짜가) 9월 29일인데 아직 안 오는 모양이던데 올 때가 되면 우리 집에 들리겠지.
  여보! 빨리 오고 보고싶단 말 밖엔 그리고 있을 동안 무사하기를 마음 속으로 빌 뿐---
  여보! (밖에서) 사람들이 옥자지껄 하는데 가만히 편지 쓰기가 좀 안되었군. 저녁에 또 쓸게.
  그럼 이만 안녕--- 보고싶어---
고국에서 당신의 옥이가 9. 29